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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신용카드 ‘디지털 편의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이명식 | 268호 (2019년 3월 Issue 1)
현대인의 생활에서 ‘신용’은 갈수록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지급 결제 서비스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다. 대한민국은 ‘신용카드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말 기준 우리나라 신용카드 발급매수는 9946만 장에 달한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평균 3.6장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20세기 최대 발명품 중 하나인 신용카드는 편리하고 빠른 것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소비성향과 맞물리면서 세계 시장에서 유례가 없는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으며 카드시장에는 8개 전업 카드사 및 11개 겸영 은행들이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용카드가 민간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웃돈다.

이 같은 신용카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결정적 기반은 회원이 내는 회비와 가맹점이 내는 수수료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라는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선 가격 체계 자체가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장 참여자 간의 균형이 필수다.

그러나 지급 결제 서비스로 성장한 신용카드 산업은 2011년 이후 시작된 정부의 보수적 규제가 장기화하면서 성장성 둔화와 수익성 약화라는 두 가지 부정적 상황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해 가장 큰 현안으로 부각되는 이슈는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다. 최근에는 다시 우대 수수료율 적용 구간이 연매출 5억 원 이하에서 30억 원 이하로 확대되면서 전체 가맹점 269만 개 중 93%가 혜택을 받는 상황이 됐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대폭적으로 이뤄지면서 신용판매 부문에서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급감했고 일부는 적자까지 기록하고 있다. 취약 회사들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란 시나리오가 힘을 얻는 실정이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도 지급 결제 서비스 시장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의 증가, 온라인 및 모바일 쇼핑 증가, 간편 결제 서비스의 발전, 핀테크 활성화 제도, 생체인식 기술의 발전은 시장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다. 시장 외부적으로는 타 업종과의 경쟁 심화로 수익 기반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급 결제 서비스 시장의 주도권도 약화될 수 있다. 시장 내부적으로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달 비용 상승, 금리 상한 인하, 핀테크 활성화로 수익 기반이 약화되면서 급성장 가도를 달려 온 카드산업의 쇠퇴기 진입이 조심스럽게 전망되기도 한다.

이 같은 시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카드산업의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 우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대응 태세가 필요하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생체 인식 부문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산업으로서의 전환이 요구된다. 아울러 VAN사나 PG사를 두지 않고 카드사가 가맹점과 직접 거래하는 지급 결제 서비스 단계 축소로 직접 서비스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비대면, 저비용 맞춤형 결제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주안점을 두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선도적으로 확보하는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신용카드가 ‘탐색-구매-사용-처분’으로 이뤄지는 소비 행동의 전체 과정과 연결되도록 하는 게 기업의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 신용카드가 ‘디지털 기술 기반 총체적 생활편의 시스템(total life-care system)’으로 자리매김할 때 카드사들도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장(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미국 앨라배마대(The University of Alabama)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과 국민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거쳤다. 2011년부터 한국신용카드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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