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DBR mini box Ⅲ

금융업도 공유경제의 예외일 수 없다

김윤주 | 267호 (2019년 2월 Issue 2)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로 유명해진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최근 ‘카카오 카풀 서비스’로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공유경제란 소비자에게는 소유하지 않은 자산을 필요할 때 합리적 가격에 쓸 수 있어서, 공급자에게는 소유하고 있으나 유휴 자산을 빌려주면서 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 쌍방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는 개념이다. 과거에도 공유경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와 공급자를 시공간의 제약 없이 연결해주는 모바일 기반 ‘디지털 중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공유경제는 세계 곳곳에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우버, 에어비앤비뿐만 아니라 전문가용 고급 카메라를 공유해 쓰는 셰어그리드(ShareGrid), 레저용 보트를 대여해주는 보트바운드(Boatbound)가 미국의 대표 공유경제 서비스로서 자리 잡아 가는 것을 보면 공유경제의 실질적 효용은 충분하다 할 수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 후 세계적으로 조성된 공유경제 벤처펀드만 해도
230억 달러 규모다. 시장 내 움직임도 폭발적이다.

금융업도 예외일 수 없다. 금융업의 본질인 잉여 ‘금융자산’이 예금 및 투자 형태로 시장 내 유입돼 결국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 및 조달의 형태로 제공되니 금융업이 공유경제의 시초에 해당하는 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금융업에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공유경제 확산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은행, 증권사 등 대형 금융사들은 아직 기존 규제 영역 내에서 도맡았던 공급자와 소비자 중개 역할에 안주해 있는 모습이다. 양자 간 금융업 내 페인 포인트(pain points, 금융업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편함)가 증대하고, 공유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밀레니얼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금융업 내 ‘디지털 공유경제’의 파도는 이미 몰아치고 있다. 공유 경제는 크게 다음의
2가지 방식으로 금융업에 침투하고 있다.

첫째, 핀테크(Fintech) 업체들의 신개념 서비스를 통해서다. 이미 미국의 렌딩클럽(Lending Club), 국내의 8퍼센트, 렌딧 같은 P2P 대출 서비스를 비롯해 국가 간 외환 거래 시 금융 기관을 거치지 않는 저수수료 P2P 환전 서비스인 영국의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 원 → 달러 교환 수요가 있는 소비자와 달러 → 원 교환 수요가 있는 소비자의 맞교환 방식)가 이미 시장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과거 부자 중심의 금융 투자 영역도 공유경제 관점에서 급격하게 대중화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펀드넬(Fundnel)은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소액 벤처 투자와 미술품 투자 플랫폼으로 급성장 중이며, 호주의 브릭 엑스(BrickX)는 “Property Investment from $50”를 내세운 디지털 플랫폼으로 시장에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플랫폼 내에서 벽돌(Brick) 하나를 사고파는 개념으로 부동산 투자를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는 뜻을 지녔다.

둘째, 기존 대규모 디지털 플랫폼들도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최근 아마존 판매자들에게 대출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은행으로부터 펀딩을 받고 있으나 이후에는 아마존 고객들에게 직접 펀딩을 받거나 중개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페이스북도 이미 각국 핀테크 기업의 금융 서비스를 자사 플랫폼 내에서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렌딩클럽과 협업 중이고, 동남아 시장에서도 각국의 대출 사업자들과 고객들을 이어주고 있다. 여기에 암호화폐 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언제 전통 금융기관의 대체재가 될지 모를 일이다. 국내 금융 스타트업 토스(Toss)나 뱅크샐러드처럼 밀레니얼 고객을 대량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들은 현재는 정보 제공 서비스 중심이지만 향후 금융 중개 사업자로 변신해 기존 금융사업자들과 경쟁구도를 만드는 날도 머지않았다.

기존 금융회사들도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올라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에 내부 소싱했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전격적으로 외주화할 필요성도 커진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는 기술 기업의 분석 기술과 아이디어와 결합했을 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오픈 뱅킹을 통해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JP모건은 P2P기업인 온덱(OnDeck)과 협업해 온라인 개인 신용대출을 늘리고 있다. UBS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인 시크픽(SigFig)에 투자해 고객 분석을 강화함으로써 투자 상품 판매로 연결하고 있다. 이 같은 협업은 기존 고객을 자연스럽게 은행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올려놓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은행들은 기존 대규모 고객군에 안주해 더 많은 상품을 제공하는 데만 급급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언제든 더 편리한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이동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런 고객을 붙들어 두려면 상품 중심에서 고객 가치 중심으로 사고를 전격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핀테크 기업을 자사의 부족한 역량을 채워주는 보완자로 적극 활용하고, 필요하다면 그들의 핵심 역량을 내부화해야 한다. 금융회사와 기술기업의 시너지가 커지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지주의 비금융기업 지분 투자를 제한한 규제 완화도 뒷받침돼야겠다.



필자소개 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 Kim.Yunjoo@bcg.com
김윤주 파트너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금융기관의 경영전략 및 디지털 뱅킹 자문을 주도하는 핵심 임원이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하버드경영대학원(HBS) MBA를 졸업했다. 2003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에 입사해 3년간 일한 뒤 UBS 투자은행 홍콩 지사 Associate Director, 웅진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2010∼2012)를 역임했다. 2012년 BCG서울사무소에 다시 합류해 금융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