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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interview: 최영우 올룰로(olulo) 대표

“킥보드처럼 다양한 이동수단 더 많이 나와야”

배미정 | 267호 (2019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신정우(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도로에 오토바이도 불편해 죽겠는데 킥보드가 웬 말이냐?”

최영우 올룰로(olulo) 대표는 벽을 보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에 빠졌다. 투자업계에서 유명한 모 대표마저도 국내에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최 대표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럴 만도 했다. 평소 전용 주차장을 이용하며 자동차로 주로 이동하는 운전자 입장에서 킥보드는 오토바이와 마찬가지로 도로를 혼잡스럽게 만드는 방해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20∼30대, 특히 차가 없거나, 차가 있어도 주차가 힘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복잡한 도로와 골목을 빠르고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대안적인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최 대표가 제안한 최적의 이동 솔루션이 바로 전동 킥보드였다.

2019년 1월의 어느 날, 기자가 최 대표를 만나기 위해 킥고잉 사무실로 찾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사무실은 강남 한복판에 위치했는데 지하철을 타자니 강남역과 역삼역, 양재역 중 어느 역에서도 1㎞ 이상 떨어져 있었다. 스마트폰 지도상으로는 버스정류장이 지하철역보다 가까워서 버스를 탔다. 그런데 내려서도 500m가 넘는 좁은 골목길을 한참이나 걸어야 했다. 약속한 시간에 늦어 바쁜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차에 ‘휭’ 하고 옆으로 지나가는 킥보드를 발견했다. ‘킥고잉(kickgoing)’이었다. “아 맞다, 킥고잉이 있었지, 타고 갈 걸….” 킥고잉이 노리는 소비자들의 페인 포인트가 이거였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최영우 대표는 2018년 9월 강남역과 선릉역 사이 역삼동 일대에서 100대의 전동 킥보드로 국내 최초로 킥보드 공유 사업 ‘킥고잉’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에서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를 연구하고, 사내 벤처팀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기획을 담당했던 최 대표는 창업을 위해 2017년 말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의 연구소장 출신인 이진복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손잡고 모빌리티 스타트업 ‘올룰로’를 창업했다. 올룰로란 이름은 차보다 작은 이동수단을 형상화해서 디자인했다.

킥고잉 서비스는 출시된 지 6개월이 채 안 됐지만 강남 일대 직장인들의 호응을 얻으며 순항하고 있다. 위험하다는 우려도 여전하지만 단거리 이동에 편리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2018년 9월 슈미트로부터 3억 원의 시드머니를 투자받은 데 이어 같은 해 말 코오롱인베스트먼트, L&S벤처캐피탈,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차량 공유는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이다. DBR이 최영우 킥고잉 대표를 만나 마이크로 모빌리티 공유시장에 뛰어든 이유와 시장의 잠재력을 물었다.




전동 킥보드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긴 하지만 이동 수단으로 공유한다는 아이디어는 낯설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게 됐나.
2017년 3월 현대자동차에서 일할 때 미국의 한 콘퍼런스에 갔다가 중국의 오포와 모바이크 관계자를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아무 데서나 빌려주고 빌릴 수 있는 ‘free-floating’ 모델 자체가 신선했다. 자연스럽게 한국에 돌아와 적용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했고 전동 킥보드가 자전거의 단점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이동수단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전동 킥보드는 자전거보다 타기 쉽고, 재밌으며, 힘들지 않다.


자전거, 스쿠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이 있는데 특별히 킥보드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
전동 킥보드는 콤팩트해서 도시의 미관에 가장 잘 어울린다. 승용차 한 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전동 킥보드는 20대 이상을 주차할 수 있을 정도다. 자전거만 해도 사이즈가 커서 차량 주행이나 사람들 보행에 방해가 된다.


창업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VC를 설득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전동 킥보드는 20∼30대가 주로 사용하는 이동 수단인데 VC의 의사결정자들은 대부분 40대가 넘었다. 도로는 자동차를 위해 존재한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했다. 애들 장난감으로 무슨 사업이냐, 관광지에서 레저용으로 먼저 시작하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 목표는 레저가 아닌 이동 수단으로 킥보드를 사업화하는 것이었다. 킥보드를 도난당할 우려가 크니 대학교에서 시작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이동 수단으로서 수요가 집중된 곳을 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서비스를 강남에서 시작한 이유도 대중교통이 잘 돼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빈 공간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무실 위치만 봐도 역세권인 것 같지만 역에서 꽤 멀다.


도로에서 킥보드를 타는 게 위험하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로 보인다.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 같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인도나 자전거에서 운행할 수 없게 돼 있다. 도로에서 운행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위험한 것은 맞다. 대신 이용자들에게 이면도로에서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강남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이면도로가 십자 형태로 잘 정비돼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킥고잉 대여와 반납이 이뤄지는 킥고잉 ‘노드’를 골목길 초입,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 지정해 이면도로에서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고 예방 차원에서 이용자가 쉽게 헬멧을 대여할 수 있는 방안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헬멧 대여 인프라는 킥보드뿐 아니라 자전거 공유 서비스에도 해당되는 문제라 다른 업체, 지자체와 협력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

또 이용자 안전을 감안해 현재 킥고잉 이용 시간을 저녁 8시로 제한하고 있다. 그 이후에 운행하면 음주자가 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킥고잉 서포터즈를 곳곳에 파견해 인도에서 타거나 운전면허증이 없는 중·고등학생이 타는지를 체크하고 계도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전거, 전동 킥보드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도시에서 활성화되려면 자동차도로 차선을 줄이고 이 공간을 인도, 차도와 분리된 제3의 도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은 자전거도로에서 타는 것인데 법 개정이 필요하다. 2017년 법 개정으로 전기 자전거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킥보드는 전기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최고속도가 25㎞/h로 제한돼 있는데다 자전거보다 중량도 적게 나가서 결코 더 위험하지 않다.


만약 차선을 줄인다고 하면 기존 자동차 운전자들의 반발이 심할 텐데.
도로의 주인이 자동차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동차 수가 많아지면서 차도가 넓어진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동권은 암묵적으로 제약돼왔다. 물론 자동차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승용차 이용자도 이전보다 더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고 짧은 거리를 자동차 없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면 차량 이용을 지금보다 줄일 수 있다. 킥보드 같은 마이크로 이동수단의 활용도가 높아지면 과도한 자동차로 인한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자동차는 편리하지만 공해, 혼잡, 소음, 교통사고 같은 도시 문제를 유발한다. 킥고잉은 전기로 움직이는, 친환경적인 이동 수단으로 공해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물론 전기도 화석 연료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랜저 승용차 무게가 1.8t, 경차인 모닝도 1t인데 전동 킥보드의 무게는 15㎏이 안 된다. 주차가 용이하지 않은 도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자동차보다 킥고잉이 효과적일 수 있다. 지하철에서 최종 목적지까지의 이동이 편리해진다면 지하철 이용률도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현재 킥보드는 운전면허증이 있는 사람만 운행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관리 감독하고 있나.
지금은 이용자가 고지하는 식으로 돼 있는데 중기적으로 운전면허 자동 검증 시스템에 연동해 진위를 판결하는 작업까지 하려고 한다. 현재는 렌터카나 카셰어링 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접속 허가가 안 나고 있다. 관련 규정의 개정이 필요한 문제라서 기다리고 있다.


지자체와 협력이 필수인 것 같다.
지자체와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 관계자가 킥고잉 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의 법률적 지위가 모호해서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려면 전동 키보드가 전기 자전거와 유사한 법률적 지위를 갖도록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 자전거는 지자체에서 관리 및 지원 권한이 있지만 킥고잉 같은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지자체에서 해당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킥고잉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다른 이동수단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도 있는지.
경쟁자를 굳이 꼽자면 자전거가 될 것 같다. 올해 봄부터 전기 자전거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같이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 당장은 다른 이동 수단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기보다는 킥고잉 서비스 활성화에 집중할 생각이다.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스테이션이나 제휴 거점을 마련해 충전하는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탈착식 배터리 교환 방식도 연구 중이다.

실제 서비스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예상치 못한 재밌는 트렌드가 보인다. 영업 비밀이라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의외의 모습을 많이 발견한다. 예컨대, 킥보드는 남성이 더 많이 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성 이용자가 많다.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걷기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여성 입장에서 자전거는 힘들고, 옷도 신경 쓰이고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기대했던 것보다 시장 잠재력이 더 크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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