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렌털 플랫폼전략

렌털은 제품 아닌 서비스를 파는 것
‘기획에서 재구매까지’ 전후방 노려야

김기찬,이성상 | 267호 (2019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전통적인 렌털 비즈니스가 소유 비용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오늘날 렌털 비즈니스는 렌털 자체보다 제품 사용의 효용 가치를 높이려는 니즈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은 제품의 서비스화, 서비스의 제품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렌털 자체보다 렌털을 기획하고 연구·개발하는 후방 단계와 서비스를 제공해 재구매를 이끌어내는 전방 단계 대면 서비스 활동에서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소유할 것인가, 빌릴 것인가?
최근 미국 내 항공 비즈니스의 부활을 주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전세 항공이다. 전세 제트기(charter jet) 소유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수요자에게 전세 비행기를 임대해주면서 전세 비행기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 항공인터내셔널뉴스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는 전세 항공편 수의 등록이 전년 대비 10% 증가하고, 비행시간이 12.7% 늘었다. 항공기의 우버라고 할 수 있는 네트제트(www.netjets.com)가 대표적이다. 1

국내에서는 매트리스 렌털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매트리스 시장점유율 약 60%로 업계 1위인 코웨이는 2018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매트리스도 소유하지 않고 렌털하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76년에 설립된 첨단 장비 임대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인 오릭스(ORIX Rentec)가 2016년부터 차세대 로봇의 렌털 사업인 RoboRen을 전개했다. 최근 유니콘 기업으로 급성장한 스타트업 기업 상당수가 공유경제(sharing economy) 관련 기업이란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우존스 벤처 소스(Dow Jones Venture Source)에 따르면 2015년 글로벌 스타트업 10대 기업 중에서 공유경제 업체가 2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2

하버드대의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는 일찍이 2008년에 상업적 소유경제(commercial economy)에서 공유경제(sharing economy)로의 진화를 예고했다. 소비자들이 주로 렌털 형태로 상품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공유경제는 렌털경제(rental economy)의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렌털경제는 소유하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이 큰 사람들이 할 수 없이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용상의 효용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렌털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초기 공유경제가 소유 비용의 부담에서 출발했다면 오늘날 공유경제는 제품의 서비스화,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으로 진화하고 있다. 렌털 사용자들은 제품 사용으로 최고의 성능과 효용을 얻을 수 있는 보관, 관리, 유지, 보수, 금융, 보험 등의 서비스 가치를 기대한다. 기업 입장에서 렌털은 단순히 상품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사슬의 다른 부문에서 추가적인 부가가치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이 된다. 렌털 경제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초기의 서적, 음반 등 소형 제품에서 주택, 자동차, 항공기, 로봇으로 렌털 가능한 영역이 확장되면서 관련 서비스가 더 전문화하고 있다.



렌털경제의 부상
1. 배경: 규모의 공급 경제에서 규모의 수요 경제로
20세기 산업화시대에 선진국의 거대 기업은 규모의 공급 경제(Supply-side economies of scale) 3 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포드자동차는 표준화된 T-모델의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제품의 단위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생산 효율을 향상했다. 현대자동차 등 한국 자동차업계의 성장 패턴도 다를 바 없다. 1990년대 현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가 세계 경영을 하면서 당시 자동차 내수시장이 연 5만 대에 불과했던 우즈베키스탄에 연간 생산능력 20만 대 규모의 자동차공장을 건설한 이유도 규모의 공급 경제를 통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비즈니스 규모가 크면 클수록 단위당 생산과 마케팅 비용은 더 낮아졌으며, 이를 통해 거대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21세기 인터넷 시대의 신흥 거대 기업들은 규모의 수요 경제(Demand-side economies of scale) 4 를 통해 탄생하고 있다. 규모의 수요 경제는 네트워크 효과와 밀접한 개념으로 소셜네트워크의 효율성, 수요 결집, 앱 개발 등을 통해 네트워크가 크면 클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우버의 기업 가치를 1200억 달러(약 135조 원)로 평가했다. 미국의 빅3 자동차기업 GM,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FCA)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금액이다. 동일한 플랫폼 시장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이 네트워크 효과 우위를 갖게 된다. 게임기 시장에서 소니의 휴대용 콘솔 기기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은 애플의 아이폰보다 훨씬 강력한 게임기로 평가받고 있는데 왜 애플의 아이폰보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질까? 애플의 아이폰 생태계가 소니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애플이 규모의 수요 경제 측면에서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2. 특징: 제품의 서비스화, 서비스의 제품화
렌털경제의 큰 특징은 제품의 서비스화(Product Servitization)와 서비스의 상품화(Service Productization) 경향이다. 다시 말해, 제품의 렌털에서는 서비스가 차별화의 원천이 되고, 서비스의 렌털에서는 고가 장비의 활용이 차별화의 원천이 된다. 이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설팅, 인력, 기술 부문에서 서비스 제공자 능력과 서비스 사용자(고객) 요구의 격차를 과학적인 접근 방법으로 줄여나가는 과정이다.

첫째, 제품의 서비스화는 제품 플랫폼에 서비스를 더하는 경향을 말한다. 제품이 아닌 서비스를 파는 것이다. 제품이 복잡해질수록 제품의 유지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제품 사용과 관련한 외부 생태계와의 협력이 중요해졌다. 웅진코웨이는 제품을 임대하고 유지 보수하는 서비스로 차별화하고 있다. 둘째, 서비스의 상품화는 서비스 플랫폼에 상품을 더하는 경향이다. 서비스 부문에서 렌털을 활용한 첨단장비를 도입하면서 서비스의 제품화 현상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소비자들이 점차 ‘소유 가치’ 그 자체보다 ‘사용상의 효용 가치’를 극대화하길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제품의 보관, 유지, 보수에 높은 수준의 비용과 전문지식이 요구될수록 렌털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 렌털경제 vs. 플랫폼 기반 렌털경제
공유경제 컨설턴트 레이첼 보츠만(Rachel Botsman, 2016)은 공유경제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가진 사람’이 더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을 통해 미사용 자산의 가치를 제고하는 경제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자원 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임대의 형태로 소비자 가치가 발생한다는 데서 넓은 의미에서 공유경제는 렌털경제와 플랫폼 비즈니스를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 의미에서의 렌털과 플랫폼 기반 공유 비즈니스는 그 특성상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통적 의미의 렌털 경제는 기업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임대료를 받고 대여해주는 데 비해 플랫폼 기반 기업은 자산을 보유하는 대신 자산보유자와 자산이용자를 접근시켜 중재(matching)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전통적 렌털기업은 특정 지역과 시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비즈니스 지역이 비교적 제한적이지만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은 그 특성상 비즈니스 지역이 광범위하다. 또 렌털경제 기업은 상세한 계약을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데 비해 플랫폼비즈니스의 경우는 모바일 앱을 통해 단순하고 빠르게 거래를 성사시킨다. 예컨대, 롯데렌터카가 전통적인 렌털경제 업체라면 우버는 플랫폼 기반 렌털경제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1.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 비즈니스는 전통적 비즈니스에 비해 경제적 우위를 지니고 있다. 첫째,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지렛대 삼아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자원 이용상의 우위를 가진다. 파이프라인 기업이라 칭하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경영 활동을 주로 내부 자원에 의존하고 있는 데 반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기업은 수많은 생태계 구성원이 제공하는 외부자원에 의존함으로써 투자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 그 결과 플랫폼에서 창출하는 가치는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에 비해 훨씬 크다. 둘째, 생산과 유통의 한계수익과 한계비용에 있어서 플랫폼 기업이 우위를 점한다. 메리어트호텔이나 힐튼호텔 등 전통적 대형 호텔이 체인을 확장하려면 객실 확보를 위해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건물을 짓는 데 투자를 해야 하며, 호텔을 관리하는 데도 큰 비용이 들며, 직원들을 운영 규모에 맞게 고용해야 한다. 반면 숙박 플랫폼기업인 에어비앤비는 매우 적은 투자로 자사 네트워크에 방을 늘릴 수 있다. 아주 적은 한계비용으로 전통적인 호텔기업에 비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기업의 성장은 더 이상 자본의 투입과 물리적 자산의 관리 능력에 좌우되지 않는다. 전통적 TV 방송국은 스튜디오를 만들고 직원들을 고용해서 영상을 제작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유튜브는 보유하고 있는 많은 시청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활용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전통적 파이프라인 기업은 회사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es) 구축에 경영의 초점을 맞춘다면 플랫폼 기업은 핵심 상호작용(core interactions) 촉진에 초점을 맞춘다. 파이프라인 기업은 고유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플랫폼 기업의 자산은 커뮤니티이다. 파이프라인 기업의 혁신 주체는 자사이지만 플랫폼 기업의 혁신 주체는 자사와 자사 생태계를 포함한다. 파이프라인 기업은 진입장벽이 높지만 플랫폼 기업은 진입이 자유롭고 개방돼 있다.

2. 재고와 고정자산은 비용이다
소유경제에서의 핵심 자산인 재고와 고정자산은 공유경제에서 비용이다. 전통적인 기업의 회계기준에 따르면 재고자산은 엄연한 자산이다. 물론 토지, 건물, 설비 등 고정자산도 대표적인 자산 항목이다. 기업은 경영 활동에 필요한 이러한 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 이러한 자산을 잘 활용해 자산회전율을 높이면 기업이 목표로 한 투자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자산 활용이 기대한 대로 되지 않을 경우 경영상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기업 도산의 주요 요인 중의 하나가 과잉재고 또는 고정자산에 대한 과잉투자라는 사실은 수많은 기업 사례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자산은 대표적인 경영 자원이면서 동시에 리스크 제공자이기도 하다.

공유경제는 재고를 줄이고 고정자산의 가동률을 높이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 기업들은 효율적인 실시간 재고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기업은 재고를 전혀 보유하지 않는다. 자산의 취득과 소유에서 보유자산 활용을 높이는 시대로, 더 나아가 자산의 공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해당 자산을 소유자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효율이 높아지면 경제적 가치를 최대 수준으로 창출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공유경제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의 운행시간 비율은 겨우 3.8%에 불과하며 대부분 시간을 주차 상태로 보낸다. 병원의 고가 건강 진단 장비인 MRI의 가동률은 40∼50%에 불과하다. 얼마나 큰 자원의 낭비인가. 값비싼 장비를 보유할 능력이 없는 중소병원들이 시간당 비용을 지불하고 이러한 장비를 사용하게 한다면 장비가동률을 90%까지 올려 그만큼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공유경제를 통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용자, 생산자, 중개자뿐만 아니라 넓게는 사회 전체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3. 중국 디디추싱 사례
중국에서 무려 17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공유경제 서비스 디디추싱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자. 5

첫째, 디디추싱의 킬러 콘텐츠는 가격 경쟁력이다. 디디추싱은 앱을 통해 탑승객과 운전자를 연결함으로써 운전자들이 낭비하는 운전이나 대기시간을 줄였다. 그래서 요금을 주행 ㎞당 1.6위안으로 책정할 수 있었다. 탑승객들은 대기시간이 줄고 요금은 저렴해지는 혜택을 받게 된다. 둘째,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디추싱은 사용자들에게 통합적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예컨대, 밤 12시 이후에 여성 고객이 승차를 예약하면 여성 기사를 배정해 사용자의 안전을 도모한다. 또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볼 때 디디추싱은 운영패턴이 단순하고, 신속하고, 절차가 명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승차를 하면 출발지는 GPS상 위치로 입력되고 목적지만 입력하면 가격이 뜬다. 셋째, 디디추싱은 운전자의 서비스 만족도에 대한 사용자 평가를 통해 안전한 생태계가 구축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을 반영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운전자 생태계의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이른바 ‘플랫폼의 물 관리(ecosystem curation)’ 기능이다. 동시에 생태계 내 각 업무와 기능 모듈 간 상호 흐름을 관리하고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적시에 사용자들의 원하는 장소에서 서비스가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 2억5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슈퍼데이터의 저장, 활용을 통한 통합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면서 중국의 공유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최근 인터넷 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모바일 앱을 통해 택시, 승용차, 버스, 항공권, 기차 등 여러 교통수단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중고차를 포함한 자동차 판매, 광고, 자동차 금융, 자동차 정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입자가 약 5억500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을 뛰어넘어 일본으로 공유경제의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모나리자의 웃는 입꼬리를 겨냥하라
마이스 산업 사례
전시장 임대업으로 알려진 마이스(MICE) 산업의 사례를 통해 전통 경제와 플랫폼 생태계의 비즈니스 수익성을 비교해보자. 임대업체들은 영업이익률이 5% 미만에 불과한 데 비해 전시회를 기획하고 서비스하는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0%를 상회한다. 왜 그럴까? ‘스마일커브’로 알려진 이른바 ‘모나리자의 웃는 입꼬리’ 효과 때문이다. 핵심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로 인해 스마일커브의 양끝에서 모나리자가 웃는 입꼬리로 올라가는 각도만큼이나 부가가치나 영업이익의 격차가 커진다.

렌털경제에서는 유형적인 제품의 렌털 그 자체보다 렌털을 기획하고 연구·개발하는 후방 단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구매를 끌어내는 전방단계에서의 대면적 서비스 활동의 부가가치가 훨씬 커진다. 렌털 그 자체보다는 서비스가 돈이 된다. 그 결과 제품의 서비타이제이션이 활성화된다.

전시 임대가 중심이 되는 국제전시회를 분석해보자. 한국은 최근 2년간 UIA(국제협회연합·Union of International Associations) 기준 국제회의 개최 건수에서 세계 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연간 열리는 국제 규모 전시가 600회에 이르고 있다. 6 그러나 마이스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관련 기업은 낮은 영업이익률과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양적으로 세계 1위인데도 불구하고 수익이 적고 인재들이 모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렌털경제에서 ‘임대’는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 불과하며, 근본적으로 연구·개발과 고객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킨텍스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전시회가 일상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2016년 한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한 동아시아 최대 부동산투자박람회가 킨텍스에서 열렸다. 콘텐츠 기획은 영국의 세계적인 전시·콘퍼런스 전문 기업인 인포마그룹이 담당했다. 핵심 콘텐츠(contents)는 인포마그룹과 그들의 브랜드인 ‘시티스케이프(Cityscape)’가 제공했다. 한국의 마이스 전시업체들은 참가업체들에 부스를 임대 판매했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전시 이벤트는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이 전시 이벤트에 참가한 한국의 많은 마이스 산업 관련 기업은 남은 것이 없다고 했다. 화려한 박람회의 과실은 모두 영국의 인포마그룹에 돌아갔다. 인포마는 전시장 임대사업을 기획하고 고객을 관리한 플랫폼 설계자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림 1)



부스 임대로 보이는 전시회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모나리자의 입가의 꼬리는 컨벤션을 기획하고 있는 인포마그룹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기획 전문 업체는 전시 1년 전부터 고객들과 상담을 시작한다. 그리고 전시 후에는 전시 참가자와 2개월 후 반드시 두 번의 대면(face to face) 미팅을 해서 전시회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와 반응을 조사한다. 이 정보를 다음 전시의 기획 자료로 삼는다. 그 결과 전시회는 지속적으로 혁신하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전시회로 발전한다. 인포마는 모나리자의 웃음의 양쪽 끝에 해당하는 콘텐츠 개발과 고객 관리에 집중하는 한편, 한국의 마이스 업체들은 선진 PCO들의 해외 콘텐츠를 수입하고 인포마를 대신해 임대 전시공간을 대신 팔아주는 부동산 모델에 머물렀다. 일반 마이스업체들은 전시 참가자들의 호텔 예약과 항공 예약을 관리해주는 단순 대행사에 불과했다. 그래서 영업이익률은 낮고 근무환경도 나쁠 수밖에 없었다. 7

52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세계적인 전자박람회(CES)는 매년 고객 모집과 수익성 창출에 모두 성공하고 있다. 단순한 매장 임대가 아니라 컨셉을 만들고 고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CES는 엄청난 기획의 결과이고 임대는 이것의 결과에 불과하다. 그곳에 가면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많다. 그래서 다시 오고 싶은 재구매 의사가 높아진다.

CES는 세계적인 전자업체들의 공급자와 수요자, 관련 생태계가 대거 참가하는 플랫폼이다. 개막식에 참가하는 고객의 수는 약 20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전시에서 수주에 이르기까지 기술영업과 마케팅이 일어난다. 각종 신기술의 홍보가 이어지고 기술 벤치마킹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관련 업계 최고의 전문가와 경영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러한 모임은 결코 개별 기업이 준비할 수 없으며, 준비한다 하더라도 그 수준이 플랫폼 기업과 같을 수 없다.



렌털경제의 진화 방향과 전략적 시사점
첫째, 렌털 비즈니스는 연결의 경제성을 배경으로 하는 플랫폼 기반 렌털로 진화하고 있다. 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 ‘렌털’로 연결하는 것이다. 핵심 역량의 파트너를 만들어 연결하는 것이다. 렌털경제는 이러한 연결의 경제성, 네트워크 경제성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경영으로 깊숙이 뛰어들고 있다. 플랫폼 경영의 핵심은 좋은 사람이 와서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플랫폼 기반 렌털경제의 핵심 역량은 ‘더 좋은 제품/최고의 서비스를 렌털을 통해 즐길 수 있게 하는 킬러 콘텐츠, 서프라이즈 콘텐츠’에 있다. 에어비앤비의 숙박 렌털 시설은 결코 호텔보다 싸지 않다.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보다 비싼 숙박시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이유는 다양한 콘텐츠 때문이다. 문을 열면 바로 앞에 스키장이 펼쳐지는 콜로라도의 오두막집, 숲속의 저택 등 기존 호텔과는 전혀 다른 콘텐츠들이 가득하다. 심지어 도심의 저택을 빌려 바비큐 파티도 할 수 있다. 경쟁의 초점이 ‘저렴한 가격’에서 누가 더 재밌는 체험을 하게 만드느냐로 바뀌었다.

둘째, 렌털경제의 비즈니스 모델은 서비타이제이션의 확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서비스가 공짜가 아니라 돈이 되는 시대가 왔음을 뜻한다. 제품시장에서도 이제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 차별화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플랫폼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제품을 체험(experience)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재미(serendipity)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외부 자산의 공유가 가능한 생태계를 확보하고 협력과 혁신을 통해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추천을 통한 재방문 의도가 높아지고 플랫폼의 가동률도 높여 원가를 낮출 수 있다. 플랫폼 참여자들은 나의 귀빈들이다. 8

내가 잘 대접하지 않으면 당연히 경쟁자의 생태계로 떠나 버릴 것이다. 진화하지 않는 플랫폼은 서비스가 퇴화되고 체험의 성과를 선순환하는 데 실패할 것이다.

플랫폼 진화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맞춤형 서비스로 혁신하는 콘텐츠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플랫폼 전략의 성패는 기업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달려 있다. 플랫폼에서는 생태계를 적이 아니라 우리로 본다. 플랫폼은 동물원에 홀로 갇힌 나(stand alone)가 아니라 외부의 생태계와 함께하는 우리(We)의 경쟁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유익한 생태계들을 선택하고 유지하는 것만큼 문제가 있는 생태계를 교육하고 때로는 적시에 배제하는 ‘물 관리’ 기능이 필수적이다. 생태계 물 관리 대상들을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재구성하며, 배드 가이(bad guy)와 굿 가이(good guy)를 구분하는 필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렌털경제는 정부와 시장 간의 갈등이 있는 분야에서 효과적인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투기적 주택 소유에 따른 부동산가격 급등 문제를 살펴보자. 투기적 주택 수요는 가계부채비율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경제 위기의 위험 요인으로 잠재돼 있다. 주택 소유를 통한 부의 증대분이 근로를 통한 부의 증대분보다 훨씬 커지면서 빈부 격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수요는 잡기가 힘든데 일명 ‘뜨거운 손’ 현상이라고 불리는 증후군 때문이다.

뜨거운 손이란 용어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 에이머스 트버스키가 공저한 『뜨거운 손 오류(Hot Hand Phenomenon/Fallacy)』이론에서 시작됐다. 9

연속해서 슛을 성공하는 선수의 손을 ‘뜨거운 손’이라 한다. 처음 슛과 다음 슛의 성공률은 똑같지만 뜨거운 손을 가진 선수에 대해 관중들은 슛 성공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비이성적인, 인지적 편향을 뜨거운 손 오류라고 말한다. 하지만 ‘뜨거운 손’을 가진 선수가 더 많은 패스를 받게 되고, 이런 패스가 다음 슛으로 연결되면서 결과적으로 슛의 성공 확률이 높아지기도 한다.

뜨거운 손에 대한 과도한 믿음으로 인해 투기적 수요가 끊이지 않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주택 소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나라의 정책 당국들은 임대주택을 늘리고 있다. 아직 임대시장에 대한 호응도가 낮아 큰 성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렌털경제가 소유경제하에서 발생하는 투기적 수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소개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kckim@catholic.ac.kr
김기찬 교수는 Journal of Small Business Management의 부편집장, 중소기업연구 편집위원장 등을 맡았고 한국경영학회 최우수논문상, 매경논문대상, ICSB World Conference Best Paper Award 등을 수상했다.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 아시아중소기업학회 회장, 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공저로 『Vensim을 활용한 시스템 다이나믹스』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 등이 있다. 영남대 경영학과,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성상 가톨릭대 경영학부 강사 sspapari@naver.com
이성상 강사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자동차(상무)와 GM대우(전무)에서 근무했다. 가톨릭대 산학협력중점교수를 지냈다.


참고 문헌
1. 김기찬, 송창석, 임일(2015),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성안북스
2. 김기찬(1998), ‘4S경제성 개념의 변화와 연결경쟁력: 시스템간 경쟁과 연결의 유효성을 중심으로’, 한국마케팅저널, 62-89, 한국마케팅학회.
3. 마셜 밴 앨스타인, 상지트 폴 초더리, 제프리 파커(이현경 역,2017), 『플랫폼 레볼루션』, 부키
4. Adner, Ron (2006), “Match Your Innovation Strategy to Your Innovation Ecosystem,” Harvard Business Review 84 (4 April): 98-107.
5. Iansiti, Marco and Roy Levien (2004), “Strategy as Ecology,” Harvard Business Review 82 (3 March): 68-78.
6. Ki-Chan Kim, Ayman El Tarabishy, Zong-Tae Bae(2018), “Humane Entrepreneurship: How Focusing On People Can Drive A New Era of Wealth and Quality Job Creation in a Sustainable World”, Journal of Small Business Management
7. Otto Scharmer(2014), “Leading from the Emerging Future: From Ego-system to Eco-system Economies”,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esencing Institute, www.ottoscharmer.com, Dec 9, 2014
8. Sisodia, Rajendra S. , Wolfe, David B. , Sheth, Jagdish N.(2007), Firms of Endearment How World-Class Companies Profit from Passion and Purpose, Wharton School Publishing.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