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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일하는 방법’을 디자인하라

나훈영 | 263호 (2018년 12월 Issue 2)
일하는 방법의 디자인이라고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 사무용 가구 또는 오피스 인테리어 디자인과 같이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하는 방법을 디자인하는 일은 소프트웨어의 변화에 가깝다. 일하는 조직, 일하는 프로세스, 일하는 장소 등 일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통합적으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미래의 일하는 방식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38명의 연사들이 각자 도입하고 있는 ‘일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조직, 프로세스, 직원 복지 등 기존 기업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도였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음악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페이스오디티라는 회사는 개성 있는 방식으로 직원들과 업무를 디자인했다. 직무 구분부터가 독특하다. 기능별로 부서를 만드는 대신 직원의 선호와 적성을 기준으로 부서를 나눴다. 예를 들어 기업 광고와 같이 클라이언트가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나누고 적성에 맞는 직원들을 배치한 것이다. 또한 직원 스스로 관리자의 통제나 감시 없이 알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팀도 있었다. 심지어 이 회사는 직원들 스스로가 본인이 받고 싶은 복지 혜택을 직접 결정해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설립 초기의 사업 계획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제주도에 기반을 두고 여행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인 ‘카일루아’도 파격적인 일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다. 각자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주 40시간을 채우면 된다. 누군가 시키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은 일의 생산성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아직 오래된 기업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 성과를 측정하기엔 데이터가 부족하다. 하지만 회사 구성원 모두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주장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스타트업들의 ‘실험’을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에 접근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정체된 한국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무 태도, 성실성, 조직 충성도 등 과거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에 사로잡힌 조직에선 직원들이 창의적이면서 유연한 사고를 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나아가 삶의 가치와 업무 환경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인재들은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날 것이다. 직원들이 더 신나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도록 업무와 일하는 환경을 다시 생각해보고 디자인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필자소개 나훈영 프로젝트디자인 대표
나훈영 프로젝트디자인 대표는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복합공간 개발 및 전시 기획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공간개발 총감독을 맡았다. 현재 DDP 살림터 2층에 조성된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복합 공간을 조성하고 운영하고 있다. 최근 DDP에서 열린 제1회 서울디자인워크위크(SDWD)를 총괄 기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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