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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감성 분석의 위력

김남국 | 261호 (2018년 11월 Issue 2)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마약베개’란 상품이 있습니다. 올해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끈 히트상품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아이디어의 원천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산재해 있는 고객들의 리뷰 데이터였다고 합니다. 새로운 베개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기획자는 인터넷상에 있는 수많은 후기를 분석하면서 베개에 대해 고객들이 좋아하는 포인트와 불만족해 하는 요소들을 집중 분석했다는군요.

이 과정에서 두 가지 키워드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바로 사용감과 위생이었습니다. 잘 팔린 제품의 경우 고객이 왜 만족했는지, 실패한 제품은 불만족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석해본 결과였습니다. 베개를 사용할 때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통째로 세탁기에 넣어서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 고객만족도를 높인다는 확신을 토대로 제품 기획안을 마련한 후 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공장을 어렵게 찾아내 큰 성과를 일궈냈습니다.

이런 방식은 설문조사와 인터뷰, 관찰조사, 현장 방문 등이 주를 이뤘던 과거 마케팅 조사 방법론과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과거에는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만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상업적 목적 등 특정 의도를 갖고 작성한 콘텐츠만 잘 구분해낼 수 있다면 기업들이 그토록 궁금해 하는 고객들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낼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는 셈입니다.

고객들이 만들어낸 대량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기술이 바로 감성 분석(sentiment analysis)입니다. 수많은 단어 속에 산재돼 있는 긍정적, 부정적 정서를 제대로 분석하면 고객들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 요소가 무엇인지는 물론이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최고의 아이디어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용도로 감성 분석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트위터 메시지에 담긴 긍정적, 부정적 정서를 분석해 특정 신제품의 성공 여부를 예측해 주식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활용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회사도 많다고 합니다. 시장 상황에 대한 정서를 파악해서 투자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유독 감성 분석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언어의 구조 문제도 있지만 소위 ‘야민정음’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문화도 감성 분석 전문가들을 곤혹스럽게 합니다. 야민정음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야구 갤러리에서 시작된 독특한 문자 표기 방식입니다. ‘멍멍이’를 비슷해 보이는 ‘댕댕이’로 표기하고 ‘대장’을 ‘머장’으로, ‘귀여워’를 ‘커여워’로 표현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검색에 노출되지 않고 회원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게 만든 표기법이 인터넷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ㅂㅂㅂㄱ(반박불가), 시강(시선강탈) 등 수많은 축약어와 올인빌(All in Village, 집 근처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는 의미) 같은 신조어도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결국 ‘저 여돌 띵문 머학교 나왔대’(저 여자 아이돌 명문대학교 나왔대)처럼 급변하는 언어 트렌드를 면밀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해석이 불가능한 말들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데이터 분석가들은 이중 삼중의 도전을 극복해야 합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감성 분석을 다뤘습니다. 한국 시장의 독특한 어려움을 뚫고 감성 분석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현장 사례와 구체적인 분석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감성 분석이란 엔진을 장착해 한 단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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