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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인간과 컴퓨터가 손잡는 슈퍼마인즈
미래의 일을 어떻게 재편할까

토머스 W. 말론 | 257호 (2018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인간과 기계는 어떻게 협력해야 할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스마트 기계가 가진 특수 지성으로 인간이 가진 일반 지성을 보완할 수 있다.
- 스마트 기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70억 인간의 두뇌를 서로 연결해서 집단지성이 가진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다.
- 사이버-휴먼 시스템은 창조하고, 결정하고, 인식하고, 기억하고, 학습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8년 여름 호에 실린 ‘How Human-Computer ‘Superminds’ Are Redefining the Future of Work’을 번역한 것입니다.





스마트 기계들이 향후 얼마나 많은, 그리고 어떤 종류의 일자리를 인간의 몫으로 남겨둘지에 대한 지속적이고 때로는 시끄러운 논쟁들은 핵심 논점 하나를 놓치고 있다. 과거 이미 인간 노동의 일부가 자동화되면서 인간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없었던 많은 일이 가능해졌고, 같은 원리로 인간과 컴퓨터로 구성된 집단들이 함께 협력한다면 현재 둘 중 하나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많은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알고 싶다면 분명하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실 하나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된다. 문자부터 샌드위치까지 인간이 발명한 모든 것은 사실상 개인 한 명의 업적이 아니라 집단적 노력에 의해 달성됐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과학자가 이룬 획기적인 발명품 중에도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한 것은 없다. 그런 결과물들도 다른 사람들이 해놓은 방대한 사전 작업을 토대로 마침내 구현될 수 있었다.

이렇게 뛰어난 업적을 달성하는 인간 집단을 슈퍼마인즈(superminds)란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필자는 슈퍼마인즈를 개체들이 모여 지적인 방식으로 협력하는 하나의 집단으로 정의한다.

슈퍼마인즈는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대부분의 기업 및 조직에 존재하는 위계질서도 그 안에 포함된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고 교환하는 시장이 될 수도 있다. 전문적, 사회적, 지리적 집단 안에서 구성원들이 규범이나 평판이라는 지침에 따라 행동하는 공동체도 포함된다. 또한 정부 및 일부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주주의도 슈퍼마인즈에 속할 수 있다.

모든 슈퍼마인즈에는 일종의 집단지성이 존재한다. 이는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개인들이 집단을 이뤄 함께하는 능력을 말한다. 여기서 새로운 점은 이런 집단들이 수행하는 지적이고 물리적인 활동에 기계가 참여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인간과 기계를 결합해서 인류 역사에 존재했던 어떤 집단, 혹은 개인보다 더 스마트한 슈퍼마인즈를 창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성이 필요한 일을 수행하는 데 인간과 컴퓨터가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우선 지성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자.

지성이란 무엇인가?
지성이라는 개념은 유난히 까다로워서 사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해 왔다. 이 글에서는 연구의 목적을 감안해 지성의 개념을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에 관한 것으로 정의해 보자. 그리고 개인이나 집단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 애쓰는지 전부 알 수는 없으므로 한 개체가 지적으로 ‘보이는지’ 여부는 관찰자가 그 개체의 노력을 어떤 목표에 귀속시키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보자.

이런 가정을 바탕으로 필자는 지성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전문 지성(specialized intelligence)으로 주어진 환경에서 특수한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즉, 어떤 지적 개체가 뭐가 됐든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중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효과적일 것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좀 더 간단하게 말하면, 전문 지성이란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효율성(effectiveness)’을 말한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전문적 집단지성(specialized 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집단적 효율성’이라 할 수 있고 슈퍼마인즈는 효율적인 집단이 된다.

두 번째 유형의 지능이 더 광범위하게 쓰이며 흥미롭다. 바로 일반 지성(general intelligence)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지적인 주체는 특정 과업을 수행하는 데 능숙할 뿐 아니라 아주 다양한 과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데도 능숙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일반 지성은 ‘다재다능함’이나 ‘적응력’과 거의 의미가 같다. 즉, 일반적 집단지성은 ‘집단적 다재다능함’이나 ‘집단적 적응력’을 뜻하며 이때 슈퍼마인즈는 다재다능하거나 적응력이 높은 집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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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어떤 유형의 지성을 갖고 있을까?
전문 지성과 일반 지성의 차이는 오늘날 컴퓨터가 가진 능력과 인간이 가진 능력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부 인공지능(AI) 컴퓨터는 특정 유형의 전문 지성에 있어서 인간보다 훨씬 더 스마트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오늘날 AI에 대해 깨닫지 못하는 아주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AI는 전부 고도로 전문화돼 있다는 점이다. 1

가령 구글의 검색 엔진은 야구 경기에 대한 뉴스 기사들을 추출해 내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당신의 아들이 선수로 참가한 유소년 야구대회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지는 못한다. IBM의 왓슨(Watson)은 미국의 인기 퀴즈쇼인 재퍼디(Jeopardy!)에서 인간을 이겼지만 재퍼디에서 활약한 프로그램으로는 체스보다 훨씬 쉬운 삼목 게임에서도 인간을 이기지 못한다.2 테슬라자동차는 (일종의) 자율 주행을 하지만 창고 선반에서 박스 하나도 들어 올릴 수 없다.

물론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려는 요지는 이런 컴퓨터들은 입력된 전문 프로그램에 따라 전부 다르며 주어진 특수한 상황에 따라 문제 해결 방법을 파악하는 보편적인 능력을 가진 AI는 없다는 사실이다. AI가 특수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 규칙들이 포함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는 것도, 특정 상황에서 AI가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지 결정하게 만드는 것도 모두 일반 지성을 가진 인간이 담당해야 한다.

실제로 오늘날에는 평범한 5세 아이 정도의 일반 지성을 가진 컴퓨터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현재 존재하는 컴퓨터 중에는 그 어떤 것도 평범한 5세 아이 수준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분별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없다. 5세 아이처럼 걷거나, 이상한 모양의 물체를 들어 올리거나, 사람의 감정이 행복한지, 슬픈지, 화가 났는지 구별하는 능력은 당연히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 이런 상황이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AI 분야의 발전 속도는 연구가 시작된 1950년대 이래로 유난히 예측이 어려웠다. 스튜어트 암스트롱(Stuart Armstrong)과 카이 소탈라(Kaj Sotala)라는 두 명의 연구자가 1950년대부터 2012년까지 일반적인 능력을 가진 AI가 언제쯤 구현될 수 있을지를 예측한 95건의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또 그들의 예측이 언제 일어났든 아주 많은 사람이 예측 시기부터 15∼25년 뒤에는 그 목표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 즉, 지난 60년 동안 일반 지성을 가진 AI는 항상 20년 뒤에나 가능한 기술로 간주돼 왔다는 것이다.

좀 더 최근에 수행된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봐도 결과는 비슷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일반 지성을 가진 AI가 15∼25년 뒤에나 구현될 것으로 전망한다. 4 따라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일반적인 AI가 향후 20년 뒤에나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의 회의적인 시각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 역시 어떤 중대한 사회적 재해가 없다면 일반 지성의 AI가 언젠가는 등장할 테지만 향후 20년 안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개인적 견해를 밝힌다.

그때까지는 컴퓨터를 활용하는 데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의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날에는 어떤 작업을 하든 기계가 할 수 없는 일부 영역은 인간이 수행한다. 그리고 컴퓨터가 단독으로 어떤 임무를 완전히 수행할 때에도 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정기적으로 보완하는 과정에는 늘 인간이 참여한다. 또한 상황에 맞게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작업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인간이 결정한다.

인간과 컴퓨터는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인간과 컴퓨터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에 대한 흥미로운 가능성 중 하나는 인간 두뇌 구조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각 작업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다양한 영역으로 나뉘며 각 영역은 우리가 지성이라 부르는 전반적인 행동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작동한다. 가령 뇌의 한 영역은 언어 구사를 주관하는 반면 또 다른 영역은 언어를 이해하는 데 주로 활용되며 또 다른 일부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깊이 관여한다. AI의 아버지 중 한 명인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는 뇌의 이런 구조를 ‘마음의 사회(society of mind)’라고 불렀다. 5

민스키는 인간의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그에 따라 AI 프로그램을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하지만 그의 비유를 통해 인간과 컴퓨터로 구성되는 슈퍼마인즈가 어떤 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즉 일반 지성을 가진 AI를 구현하기 훨씬 이전부터 집단지성 시스템을 창조하고 점점 더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이는 인간과 기계를 모두 포함한 마음의 사회를 구축하고 인간과 기계가 전체 작업의 일부를 각각 해나갈 때 가능하다.

즉, 컴퓨터로만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대신에 여러 인간과 기계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사이버-휴먼 시스템을 창조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 및 기계와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은 기계에는 없는 일반 지성 및 다른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 기계는 인간에게 없는 전문지식이나 다른 역량을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둘이 합세한 시스템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 혹은 컴퓨터보다 더 지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런 접근법은 AI에 대한 현재 일반인들의 관점과 어떻게 다를까? 오늘날 많은 이는 결국 컴퓨터 혼자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날이 올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아직은 인간의 능력이 필요한 일에 ‘인간을 배치’해야 한다고 여긴다. 6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일은 집단을 이룬 사람들에 의해 수행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컴퓨터가 유용한 경우에는 컴퓨터를 집단의 일원으로 배치한다는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즉, 작업에 인간을 포함시킨다는 개념에서 집단 안에 컴퓨터를 배치한다는 개념으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인간과 공동 작업에서 컴퓨터는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까?
기업이나 기타 조직에서 컴퓨터를 인간 집단의 일부로 활용하려 할 때 컴퓨터에 어떤 역할을 맡겨야 할까? 오늘날 인간과 기계가 담당하는 역할을 생각해 보면 4가지 명확한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기계가 도구의 역할만 담당할 때 인간은 기계에 대해 가장 큰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기계가 조수, 동료, 마침내 관리자 위치로 제 역할을 확대해 나갈 때 기계가 갖는 통제력은 점점 더 증가한다.

도구. 망치나 잔디 깎는 기계 같은 물리적 도구들은 인간이 처리할 수 없는 일부 능력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사용자인 인간이 도구의 작동 방식을 선택하고 처리 과정을 확인하면서 기계를 직접적으로 통제한다. 정보 도구도 비슷하다. 엑셀 시트를 생각해 보자. 엑셀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행하고 그 결과 재무분석 같은 작업에 대한 사용자의 전문 지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래에는 주요 자동화 도구를 사용하면서 사용자가 전문 지성을 높이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대신 자동화 도구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 더 효과적으로 소통하게 되면서 그룹의 집단지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컴퓨터는 보통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사용된다. e메일과 이동통신 앱, 일반 웹사이트, 페이스북, 구글, 위키피디아, 넷플릭스, 유튜브, 트위터 같은 소셜 사이트를 통해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폭넓게 연결된 그룹들을 만들어 왔다. 이 모든 상황 중 컴퓨터가 ‘지적인’ 처리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컴퓨터는 인간이 창조한 정보를 또 다른 인간들에게 전송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할 뿐이다.

AI가 가진 잠재력이 과대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지구상에 이미 존재하는, 놀랍도록 강력한 정보 프로세서인 70억 인간의 두뇌 사이에 발생 가능한 초연결(hyperconnectivity)의 잠재력은 보통 저평가된다.

조수. 인간 조수는 관리자가 직접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일할 수 있고 다른 누군가의 구체적인 지시 없이도 일반적인 목표를 달성하려 주도적으로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화된 조수도 비슷하다. 그러나 도구와 조수 사이의 경계가 늘 명확하지는 않다. 일례로 문자 플랫폼들은 주로 도구로 간주되지만 사용자의 맞춤법(가끔 민망한 상황을 초래하는)을 자동으로 고쳐 주기도 하니 말이다.

자동화 조수의 또 다른 예로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온라인 의류 소매업체인 스티치픽스(Stitch Fix)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들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해 주는 인간 스타일리스트를 보조한다. 7

스티치픽스 고객들은 자신의 스타일과 신체 치수, 선호하는 가격대에 대한 세부 설문 문항들을 작성한다. 이렇게 수집된 고객 데이터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거쳐 각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아이템을 선정하는 데 사용된다.

이런 알고리즘 기반의 조수는 인간 스타일리스트보다 훨씬 더 많은 고객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가령 청바지는 딱 맞는 스타일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지만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신체 치수가 비슷한 다른 고객들이 구매한 다양한 스타일의 청바지 모델들을 선별할 수 있다.

그래도 고객에게 배송할 최종 아이템 5개를 선정하는 건 스타일리스트의 몫이다. 인간 스타일리스트는 스티치픽스의 알고리즘 조수가 아직 처리 방법을 학습하지 않은 정보까지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고객이 구입하려는 옷이 베이비 샤워용인지, 회사 출근용인지를 판단하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스타일리스트는 알고리즘 조수보다 고객과 훨씬 더 사적인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인간과 컴퓨터가 결합하면 단독으로 움직일 때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동료. 가장 흥미로운 컴퓨터 활용 형태로 컴퓨터에 도구나 조수보다 인간의 동료 역할을 맡기는 방법이 있는데 AI와 그다지 상관없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주식 거래를 하는 사람의 경우에 본인도 인식하지 못한 채 자동화 프로그램 형태의 거래 시스템으로 거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는 뉴욕에 본사를 둔 레모네이드 보험사(Lemonade Insurance Agency)에서 고객의 보험 청구를 처리한다고 치자. 이 회사에는 이미 짐(AI Jim)이라는 AI 동료가 있다. 8 레모네이드의 고객들은 챗봇(chatbot)인 짐과 문자메시지로 보험을 청구할 수 있다. 고객이 신청한 보험금 지급 내용이 조건에 부합하면 짐은 자동으로, 그리고 거의 즉각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만약 청구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짐은 관련 내용을 인간 동료에게 넘겨 완수하게 한다.

관리자. 인간 관리자는 일을 위임하고, 지시를 내리고, 작업 결과를 평가하고, 다른 이들과 협력을 조정한다. 기계들도 이런 일들을 다 할 수 있다. 기계가 이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 자동화 관리자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기계가 관리자가 된다는 생각 자체가 위협적이라고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기계 관리자와 함께 일상을 살고 있다. 신호등이 운전자에게 교통 지시를 내리고 자동화된 전화 라우터가 콜센터 직원들에게 업무를 전달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위협적이거나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미래에는 기계가 관리자 역할을 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다. 일례로 크라우드포지(CrowdForge) 시스템은 문서 작성처럼 복잡한 작업도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처리한다. 한 실험에서 이 시스템은 백과사전 내용을 작성하는 데 온라인 인력(온라인 인력 시장인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에서 채용한)을 활용했다. 9  먼저 시스템은 온라인 작업자들에게 각자 맡은 백과사전 항목에 대해 전체적 개요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그런 다음에는 다른 직원들에게 작성된 개요와 관련된 사실들을 모두 찾게 했다. 그러고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논리적 단락을 완성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작성된 단락들을 합쳐 하나의 백과사전 항목을 완성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작성된 백과사전 내용이 한 사람이 작성한 백과사전 내용보다 독자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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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더 스마트한 슈퍼마인즈를
만드는 데 어떻게 일조할 수 있을까?
지적으로 행동하는 기업이나 팀 같은 슈퍼마인즈에는 지적 개체(개인이든, 집단이든)가 가진 5가지 인지 처리 과정 중 일부나 전부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적인 슈퍼마인즈를 설계하고 싶다면 실행을 위한 가능성을 발굴하고,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결정하고, 외부 세상을 감지하고, 과거를 기억하고, 경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림 1)

컴퓨터는 이 모든 인지 처리 항목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이 새로운 방식들이 늘 그런 건 아닐지라도 종종 슈퍼마인즈를 더 스마트하게 만든다. 관련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프록터앤드갬블(P&G) 같은 대기업이 새로운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는지 살펴보자. 물론 지금부터 논의할 내용들은 그저 가능성일 뿐이다. P&G가 현재 이런 식으로 전략을 수립한다는 증거도 없다. 그러나 P&G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적어도 향후에는 이런 프로세스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대기업들의 전략 수립 과정에는 보통 소규모 집단만 참여한다. 주로 고위경영진과 직속 부하 직원, 외부 컨설턴트 정도가 포함된다. 하지만 기술을 통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전략 수립 과정에 참여하고 기계로 하여금 일부 전략적 사고를 하게 만든다면 어떨까?

발굴하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컴퓨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사람들 다수로 구성된 집단들이 함께 생산적인 사고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략 수립 과정에서 이런 효과를 확실히 높이는 접근 방식으로 콘테스트 웹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온라인 콘테스트를 활용할 수 있다. 10 조직 내에서 다양한 수준의 전략에 맞춰 온라인 콘테스트를 개별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가령 P&G의 경우에는 팬틴과 헤드앤숄더(샴푸), 타이드(세탁 세제) 등 회사 브랜드마다 각기 다른 콘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헤어 케어와 섬유 케어 등 각 사업부의 브랜드 전략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개별 콘테스트를 운영할 수 있다. 또 사업부 전략들을 기업의 전체 전략으로 통합한다는 목적으로 콘테스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회사 내 다수의 직원들이나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콘테스트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콘테스트 참여자라면 누구나 전략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각 아이디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그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콘테스트마다 마지막에는 가장 우세한 전략을 선정하게 된다. 그러나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옵션들을 많이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이런 과정을 진행하면 굉장히 새로운 옵션들이 나올 수 있다. 일례로 예전에는 기업의 전략 수립 과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최신 기술에 능통한 젊은 직원들이 참여할 경우, 아주 새로운 화장품 컨셉이 제안될지도 모른다. 웹사이트에 셀피를 자주 올리는 고객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스킨케어나 아이케어 제품처럼 말이다.

결정하기. 전략적 가능성들을 발굴하는 과정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때 얻는 혜택 중 하나는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중 어떤 가능성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큰지 결정하려면 후보 전체를 평가해야 한다. 이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과 더 다양한 전문가들이 평가 과정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G는 제안된 상품 아이디어들에 대해 기술적 구현 가능성은 제조 기술자들에게 평가를 맡기고 예상 제조 비용은 오퍼레이션 담당자들에게 평가를 맡길 것이다. 또한 그 제품 가격에 따라 어느 정도 시장 수요를 창출할지는 외부 시장조사 전문가들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경우에 따라 여러 사람의 견해를 종합했을 때 더 가치 있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가령 P&G에서 제품 수요를 예측한다면 온라인 예측 시장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영화 흥행 수입 및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등 다른 여러 문제를 예측하는 데도 성공적으로 활용돼 온 방법이다. 실제 미래 시장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예측 시장에서도 사람들이 향후 일어날 일(출시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전체 예측치(예상 매출)의 일정 ‘비중’을 사고팔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만약 팬틴 샴푸의 연간 글로벌 매출액이 18억∼19억 달러로 예측된다면 당신은 이 수치 중 일정 비중을 구입할 수 있다. 만약 이 예측이 맞으면 그중 당신이 소유한 몫 하나에 대해 1달러씩(예를 들면)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예측이 틀렸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11 즉, 예측 시장을 통해 도출된 가격으로 제품의 매출 규모를 확률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12

감지하기. 훌륭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외부 세계에서 일어날 일들을 효과적으로 감지하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 현재 고객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경쟁사들은 어떤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가? 업계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만한 새로운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오늘날 이런 감지 능력을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빅데이터와 데이터 분석이다.

예를 들어 P&G는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에 올라오는 자사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긍정적, 부정적 의견들을 분석해서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정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아니면 한 제품에 몇 가지 다른 가격을 매겨서 온라인 수용도를 테스트할 수도 있다. 또한 실제 매장에 비디오나 터치 인식 장치를 설치해서 고객들이 경쟁사 제품 대비 P&G 제품을 살펴보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하는지 분석하고 매출 변화의 조짐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

아마존닷컴이 이미 수행한 방법을 벤치마킹할 수도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해서 가격, 광고, 추천에 대한 고객 반응 등 P&G의 다양한 사업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을 개발하거나 재고 정책, 배송 방법, 창고 위치에 따라 공급망 관리 비용이 어떻게 바뀌는지 따져볼 수 있다. 13 이런 도구들이 있으면 숫자를 분석하는 정량적인 전략 수립 작업은 상당 부분 컴퓨터로 대체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일반 지성을 활용하는 좀 더 정성적인 분석 작업에 주력할 수 있다.

기억하기. 슈퍼마인즈가 더 나은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다른 기업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실행했던 훌륭한 전략들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략을 제안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장착된 소프트웨어 조수가 자동으로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전략을 제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 고객들이 행하는 일이나 공급업체가 해온 일의 일부를 회사가 맡아서 수행하기
● 회사 내부에서 하던 일을 프리랜서나 전문 업체에 아웃소싱하기
●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이나 기존 고객들이 이용하는 다른 시장 등 현재는 활동하지 않는 시장 세그먼트 공략하기

이런 옵션 중 하나를 택하면 시스템이 전략 유형에 따라 필요한 세부 사항들을 포함한 템플릿을 자동으로 제공하게 만들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조수가 다른 조직에서 활용했던 좋은 전략들을 기억해서 회사에 적합한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가령 셀피를 통해 고객이 화장품을 원하는 대로 주문 제작하는 아이디어가 성공을 거뒀다면 보조 소프트웨어는 이제 샴푸, 치약, 세제, 감자칩 등 P&G의 다른 상품들에 대해서도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주문 제작할 수는 없을지 비슷한 전략을 제안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아이디어 중 상당수는 우스꽝스럽고 현실성이 떨어져서 금방 후보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중에서 숨은 진주가 발견될지 누가 알겠는가? 또 처음엔 어리석어 보이지만 때로는 대박 아이디어로 발전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P&G는 2000년대 초반에 프링글스 감자칩 위에 재미있는 사진이나 글자를 새겨 넣을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 14 이런 접근법은 또 다른 좋은 아이디어로 연결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기술을 활용하면 자신이 제안한 이미지가 새겨진 감자칩을 구매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습하기. 시스템을 오랜 시간 계속 사용하면 슈퍼마인즈가 경험을 통해 학습하게 되면서 효율이 점점 더 높아진다. 가령 집단 작업 초기에는 대부분 인지하지 못했을 법한 아이디어를 사람들이 발견하는 데 시스템이 일조하게 된다. 1970년대에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오늘날 퍼스널 컴퓨터라 불리는 제품을 처음 개발할 당시를 생각해 보자. 그 낯설고 어색한 모양의 기기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인간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 되리란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은 예측조차 못했을 것이다.

많은 아이디어를 재빨리 필터링해 나가면서 진흙 속에 숨겨진 진주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술적 발전과 다른 종류의 혁신을 얼마나 정확히, 또 얼마나 빨리 예측하는지를 오랜 시간 체계적으로 추적하다 보면 뛰어난 아이디어를 제대로 알아보는 비범한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그들에게 채택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그런 ‘괴짜’ 아이디어들을 한 번 더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가능성이 있다. 처음에는 인간 전문가들이 직접 전략을 평가하겠지만 인간 전문가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기계의 능력이 개선되면 평가 작업을 점차 자동화하는 ‘학습 루프’를 활용하는 것이다.

보통 P&G처럼 가격보다 품질로 경쟁하는 회사에서는 제품 전략을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강조하는 아이디어를 배척하기 쉽다. 이런 경우에 인간 프로그래머는 저가 전략을 완전히 걸러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겠지만 머신러닝 프로그램은 전문가가 이런 전략을 쉽게 배제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런 아이디어를 걸러내는 행동을 제안하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 전문가가 그 제안에 여러 번 동의하면 프로그램이 더 이상 같은 질문을 묻지 않고 자동으로 관련 아이디어를 걸러내게 된다.

사이버-휴먼 전략 시스템
위에서 설명한 유형의 전략 수립 과정을 사이버-휴먼 전략 시스템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15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상당히 복잡할 것이고 그에 비해 관련된 일은 대부분 상당히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기업이 전략 수립을 위해 독자적으로 그런 시스템을 개발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신 오늘날 컨설팅 회사들이나 유사 경쟁 업체들은 그와 비슷한 기능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그런 전략 시스템을 가진 회사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여러 전략 아이디어들을 재빨리 개발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이때 소프트웨어가 전략 수립 프로세스의 일부 작업들을 자동으로 처리하고 다른 일들도 보조할 수 있다.

그런 전략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한 기업이 택할 수 있는 많은 전략을 개발하고 평가하기 위해 사람과 컴퓨터가 합세한 슈퍼마인즈를 활용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컴퓨터가 담당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겠지만 인간도 일부 과정에 계속 참여할 것이다. 그 결과 기업의 관리자는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몇 가지 전략적 옵션들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본 기사에서 지금까지 논의한 사례들은 전략적 의사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더 일반적인 목적 달성을 위한 문제 해결 아키텍처를 가진 슈퍼마인즈도 가능하다. 컴퓨터가 전문 지성을 활용해 문제의 일부를 처리하면 인간이 일반 지성으로 나머지 영역들을 해결한다. 그리고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많은 사람으로 구성된 집단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데 컴퓨터가 보조하는 것이다.

신기술을 통해 이런 작업이 더 쉬워지면 인간과 컴퓨터가 협력하는 슈퍼마인즈의 활용 사례는 점점 더 많이 목격될 것이다. 슈퍼마인즈는 단지 기업의 전략 수립뿐 아니라 집과 공장, 도시, 교육 시스템, 스마트폰을 설계하고 의학적 치료 방법 및 테러 방지 계획을 마련하는 일까지 모든 유형의 사업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슈퍼마인즈가 가진 잠재력은 사실상 끝이 없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필자소개
토머스 W. 말론(Thomas W. Malone)은 MIT 슬론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분야의 패트릭 J. 맥거번(Patrick J. McGovern) 후원 교수이자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노동과 조직 연구 교수로 있다. 그는 MIT 집단지성센터(MIT Center for Collective Intelligence)의 설립 이사 역할도 맡고 있다. 본 기사는 올해 출간된 필자의 저서인 『슈퍼마인즈: 인간과 컴퓨터가 함께 생각할 때 발휘하는 놀라운 힘(Superminds: The Surprising Power of People and Computer Thinking Together)』 내용을 요약 발췌했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9423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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