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뒤처진 분야로 여겨졌던 농업 분야에 최신 기술인 로봇이 빠르게 적용되며 스마트팜이 떠오르고 있다. 노동 인력을 구하기 어렵지만 점점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해지고 있는 현실적 문제가 맞물려 로봇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어느 분야보다 빠른 발달을 보이고 있다. 로봇 도입을 통해 성과를 내려면 해당 분야와 작업 특성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해해야 한다. 데이터를 방대하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로봇 도입의 목적 및 효과를 명확히 정의하고 추진해야 한다.
로봇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 스마트팜기계화 또는 자동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수많은 로봇이 자동차나 전자제품 조립라인에 늘어서서 단계별 공정을 진행시키는 광경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사실 자동화가 가장 빠르게 발전한 분야는 농업이다. 말과 쟁기에서 시작해 트랙터와 콤바인으로 넘어왔고 이제는 파종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각종 첨단 기술과 로봇들이 동원돼 작업이 이뤄지는 농업이야말로 기계화 및 자동화의 대표적인 영역이다. 1790년에는 미국 노동력의 90%가 농업에 종사했다. 하지만 2012년 기준 농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1.5%로 감소했는데 그럼에도 농산물의 부족 없이 사람들이 잘 먹으며 지내는 것은 바로 이 같은 기계화 및 자동화 덕분이다.
농업의 자동화 혁명은 최근 로봇 기술이 발달하고 적용되면서 한층 가속되고 있다. 사람 대신 작물을 재배하는 로봇은 이미 상용화된 지 오래다. 이제는 가지치기, 씨뿌리기, 김매기 등 작물 재배 과정에 꼭 필요하지만 예전에는 인간의 손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다양한 작업들을 빠른 속도로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기술적 완성도가 인간의 섬세한 작업을 완벽하게 대신할 정도는 아직 아니지만 고령화와 힘든 작업의 기피 등으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농장들에 기계화 및 자동화는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과일을 딴다거나 포장하는 작업 등 숙련된 노동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됐던 많은 작업도 로봇들로 대체되고 있다. 실제 이런 농가들의 경우 숙련된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워 불완전할지언정 차라리 로봇으로 작업을 대체하는 편이 오히려 훨씬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과거의 농업이 농부의 경험에 기반을 뒀다면 현재의 첨단 농업은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을 둔다. 특히 태양과 기후에 의존하는 노지의 경작과 달리 온실이나 수직농장(vertical 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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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서의 경작은 더욱 그렇다.
파종에서 수확 후 서비스까지 농업의 가치사슬을 도식화한 [그림 1]을 보자. 그림에서 볼 수 있듯 기존 경험 기반 농업만으로는 단계마다 많은 위험요소가 잠재돼 있다. 다행히 기술 발달을 통해 많은 위험요소가 해결됐고 지금도 관련 기술 개발이 꾸준히 진행 중이다.
구글 등 세계적 기업에서 지원하는 ‘FARM 2050 프로젝트(www.farm2050.com)’에 따르면 앞으로 약 30년 뒤인 2050년에는 인구가 100억 명 정도로 늘어나고 따라서 이들이 모두 살아가기 위해 현재보다 식량이 70%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농지를 늘려서는 해결할 수 없고 기술적 혁신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이 프로젝트는 주장한다. 실제로 기존의 비료, 농약, 생산기술 위주의 농업에서 바이오, ICT가 융합된 디지털 AgTech(Agriculture Technology)로 농업의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바이오 및 정보통신 분야와의 융합을 통한 신규 사업 모델의 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까지 최대의 합병 사례로 알려진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 외에 차이나켐과 세계 2위 종자회사인 신젠타의 합병,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바이엘과 세계 1위 종자회사인 몬산토의 합병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모두 M&A를 통한 거대 농업기업의 탄생을 알리는 변화의 시작이다. 이런 기업들의 M&A는 이 분야의 잠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짐작하게 한다. 농업은 사양 또는 저차원 산업이 아니라 미래 유망산업 중 하나로, 빅데이터와 IoT, AI 등 ICT 융합 기반의 첨단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농업에서의 로봇, 현재와 미래 로봇이 농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현황과 발달 정도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우선 미국 존디어(John Deere, www.deere.com)다. 이 회사는 미국 최대의 농기계 제조업체로 2002년에 이미 자동 기능을 구비한 트랙터를 생산하고 판매했다. 농부들이 현장에서 작업할 때 기계에 부착된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언제 작업해야 하는지 날씨와 토양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종합적인 농장 관리가 가능하게 해준다. 존디어의 시드스타 모바일 서비스는 작물의 종류와 토양 상태에 따라 씨앗을 심는 간격과 깊이, 양 등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수천 개의 농장에서 나온 데이터를 분석해 파악한 최적의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최근 존디어는 인공지능 관련 벤처기업인 블루리버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블루리버테크놀로지는 농업용 빅데이터 수집과 머신러닝, 농장 관리를 위한 자동화 기술에 특화된 벤처기업이다.
다음으로 소개할 로봇은 미국 일리노이대와 코넬대, 시그네트론(Signetron)이라는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작물 줄기의 굵기, 높이, 잎 면적 등과 같은 표현체 정보를 측정하는 초분광 카메라와 고화질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 등과 같은 카메라와 레이저 스캐너, 온도·습도·토양의 물 함량 등과 같은 환경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 등을 탑재하고 작물 사이를 돌아다닌다. 스스로 작물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중앙장치로 전송하는 것이다. 농부는 이 데이터를 이용해 대상 식물의 3차원 모습을 그려내고 이를 통해 작물의 예상 생육 정도 및 바이오매스(biomass)를 예측하며, 예측된 생산량에 따른 적절한 판단을 사전에 내릴 수 있다. 쉽게 말해 작물을 다 키워 재배하기도 전에 어떤 상태의 작물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을지 짐작하고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스위스 스타트업 기업인 에코로보틱스(ecoRobotix)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한 제초제를 뿌리는 자동주행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작물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작물 사이를 다닐 수 있고 잡초만 골라 조준한 뒤 분사하는 작업에 능하다. 특히 태양전지를 활용해 태양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에 따르면 이상적 조건이 갖춰질 경우 정밀한 마이크로 분무를 통해 제초제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95%까지 잡초를 제거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고난도의 작업을 대체하는 로봇뿐 아니라 간단한 기술을 이용해 기존 작업을 용이하게 하고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이는 로봇 또한 존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벤처기업인 오진로보틱스(Augean Robotics)에서 개발한 로봇 부로(Burro)를 보자. 이 로봇은 농장 작업자를 쫓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을 운반하는 것을 주업으로 한다. 농장에서 작업자들은 수확하는 시간의 20~30%를 수확한 작물을 든 채 앞뒤로 돌아다니는 데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부로는 작업물을 받아들고 작업자를 따라다니면서 이 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해준다. 단지 수확한 작물을 운반하는 것뿐 아니라 한 번 작업한 내용을 반복하는 기능 및 일종의 가상 컨베이어 벨트로서의 기능 등을 갖추고 있어 농장에서의 작업 효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다. 이런 로봇은 농장에서의 작업자를 대체하는 목적보다는 작업자를 도와 작업 능률을 올리는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사용이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농장에서의 로봇 활용 중 연구개발이 가장 많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수확 작업이다. 이제까지의 기술 발달이 작업 생산성을 높이고 결과물을 늘리는 데 초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늘어난 생산물을 효율적으로 거둬들이는 쪽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GV(전 구글벤처스)는 2017년 사과 수확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약 1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 분야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작업 환경이나 작업 대상 작물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양한 수확 로봇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대부분 구성은 비슷하다. 수확할 작물의 숙도를 센싱해 수확 여부를 결정하는 기능, 수확할 작물의 정확한 위치를 센싱하는 기능, 수확하기 위해 로봇 팔을 이동시키는 기능, 작물의 생김새에 따라 작물을 조작하기 위한 엔드이펙터(end-effector) 기능 등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수확할 때 작물에 상처를 내면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지므로 작은 상처나 스크래치를 내지 않고 작물을 다루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관련 업계가 애쓰고 있다. 또한 작업 속도에 따라 생산성이 좌우되므로 인간 숙련자와 비슷하게 또는 더 빠르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 기술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로봇의 도입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작업이 육묘장이나 묘목장에서 식물이 담긴 화분을 옮기는 작업이다. 육묘장이나 묘목장에서는 종자를 발아시켜 어느 정도 키워낸 후 노지로 내보내는 일을 한다. 이 과정에서 환기(air), 분갈이(repot), 혹은 포장이나 출하 등을 위해 화분을 옮겨야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북미와 유럽에서만 매년 대략 9만7000명의 노동자가 화분을 옮기는 단순 노동에 투입되는데 이들은 허리 부상이나 디스크 등에 시달리고 이 작업 때문에 연평균 18일 정도 생산성 높은 일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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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을 로봇이 대신한다면 많은 인건비를 절약하고 농장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최근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농업에서의 로봇, 그 미래는 앞서 스마트 농업용 로봇의 예를 몇 가지 소개했는데 이 밖에도 수분 작용을 돕는 로봇이나 실내농업(indoor farming)용 로봇 등 수많은 종류의 로봇이 연구 및 개발되고 있다. 또한 센서나 AI처럼 로봇 관련 기술들을 이용해 농업의 자동화 및 스마트화가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다. 사실 소개한 로봇 중 실제 농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상용화 로봇은 그리 많지 않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기술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고 기술 간 융합 또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소개한 로봇들은 머지않아 농업 현장에서 필수적으로 응용될 것이 분명하다. 식량 부족 문제와 농업 노동력 부족, 고령화 등의 인력 문제로 현장에서의 요구 또한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라는 점이 기술개발에 대한 추진력을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스마트팜을 혁신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선정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기술도 이 계획에 포함하는 것이 고려되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대단위의 야외 농경지에서 활용되는 로봇들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나 환경 변화에 따른 효율적 농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실내에서 작물을 키우는 실내농업(indoor farming, vertical farming)이 각광받고 있다. 실내농업의 경우 태양광 대신 LED를 이용한 인공광을 쓰고,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온도, 습도, 양액 등을 생육에 최적이 되도록 조절할 수 있어 오히려 야외 경작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인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인근 지역에 실내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미라이(Mirai Inc.)의 시게하루(Shigeharu Shimamura) 대표에 의하면 2500평방피트의 시설에서 하루 1만 포기 이상의 상추를 키우는데 이는 토지를 이용해 경작하는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100배 이상일 뿐 아니라 40%의 에너지 절약, 99%의 용수 절약을 실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기술은 미국 GE가 특별히 제작한 LED를 사용하고 생육에 필요한 습도 및 온도를 세밀하게 조절해 상추를 기존보다 2.5배 이상 빠르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생육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가능했다. 실내농업은 기후 변화나 환경 변화에 대한 식량 안보 확보를 위해서뿐 아니라 농업의 미래 트렌드 면에서도 더욱 확대될 분야다. 이와 맞물려 로봇의 활용도도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시설을 인위적으로 설계하는 과정에서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는 야외 농경지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스마트팜이나 실내농업이 빠르게 보급 및 확산되고 있어 로봇을 활용한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농업 로봇의 기본은 농업이다. 즉 농업 현장을 살펴보고 어떤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우선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관찰과 이해다. 그 후 그 작업을 로봇화하기 위해 어떤 센서를 활용해 어떤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을지, 데이터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 데이터양이 충분한지, 데이터가 유효한 것인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데이터 분석 및 해석이다. 로봇이 개발돼 현장에 적용하기 전에는 기존 작업을 대체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보조하는 것인지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또한 개발 후 어떻게 실증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미리 포함해야 한다. 이렇게 농업에 대한 충분한 사전 관찰 및 분석을 행한 후 사용 가능한 기술과 개발해야 할 기술을 선정하고 개발에 착수해야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로봇이 개발되고 상용화를 통해 농업 혁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의 원리를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농업에서 배우는 시사점 이처럼 새로운 종류의 로봇을 개발해 로봇 분야의 신산업(우주로봇, 해저로봇 등)을 창출하거나 스마트 농업이나 스마트 팩토리처럼 기존 산업에 활용해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새로운 산업 가치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로봇 활용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찰과 이해다. 기존 농업에 로봇을 활용해 스마트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농업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다. 농업의 경우 작물이 생육하기 위한 기후나 환경 조건을 관찰하고 이와 가장 밀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야 가장 적합한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식물과 미생물의 상호 작용, 식물과 식물 간의 경쟁적 생존관계, 식물 병리 등과 같은 생물적 팩터들뿐 아니라 광량 및 광질, 복사량, 양분의 공급, 온도, 습도, 토양의 산성도, 주변의 이산화탄소 양 등과 같은 무생물적 조건들과의 관계 등 작물의 생육과 번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다. 작물이 커 나가는 데 이런 요소들이 어떤 과정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길목에서 데이터를 얻어내지 않으면 자칫 방대한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작물을 면밀히 관찰하고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확한 과정을 파악해 가장 근접한 데이터들을 얻어낼 수 있다. 이는 다른 업종에서도 마찬가지다. 로봇을 활용하려는 업종의 특성이나 해당 업무의 과정과 단계별 특이점, 주변 여건과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면 로봇 기술을 도입하고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확한 시점과 지점에 로봇을 도입하지 못하면 피상적으로 접근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밖에 없다.
둘째, 직접 얻어낸 데이터를 포함한 각종 자료를 정확히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농업뿐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로봇 활용의 정확도를 높이는 밑바탕에는 방대한 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얻어낸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하고 해석해 로봇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간파하는 과정이다. 데이터가 많아도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며 해석에 오류가 있으면 로봇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어렵다.
예컨대 비닐이나 유리온실 같은 그린하우스에서 토마토를 키우는 스마트팜을 예로 들어보자. 토마토 모종을 식재해 생육 조건을 잘 갖추면 대략 10일에서 2주 전후에 꽃(화방)이 핀다. 꽃이 암술-수술이 활성화될 정도로 활짝 피었을 때 벌에 의해 수분 수정이 일어난다. 수정 후 1주일쯤 지나면 착과가 눈으로 확인되기 시작하며 대략 5주 정도 지나면 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생물적 팩터나 무생물적 팩터 등 토마토의 생육에 미치는 요소를 어떻게 조절하고 제어하느냐에 따라 토마토 생산량이나 품질은 크게는 몇 배까지 차이 날 정도로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당연히 각종 센서나 로봇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생육 조건을 맞추는 것이 로봇 도입의 목적일 수밖에 없다. 모종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화방이 열리는지, 그 모습은 어떤지, 줄기의 두께나 키가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광조건에 따른 잎의 변화는 어떤지 등 환경 조건에 따라 생육의 변화를 관찰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작물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감이 아닌 방대한 데이터의 수집 및 해석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 과거 농부의 경험에 의존하던 시절에는 농부가 해당 작물을 몇 년이나 재배해봤는지가 중요했지만 로봇 도입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서의 작물 이해는 반드시 데이터를 매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로봇 도입의 효율성과 효과성이 높아지며 혹시 실패하더라도 복기하며 다시 시도해보는 일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 해석이 중요한 이유다.
셋째, 로봇의 도입 목적 및 효과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도입해야 한다. 기존에 사람이 하던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 목적인지, 아니면 사람을 도와 작업 능률을 높이는 것이 목적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앞서 소개했듯 이 두 가지 목적에 따라 로봇의 개발 방향 및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치가 크게 달라진다.
로봇을 도입해서 농장 작업 과정을 자동화한다고 해도 로봇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알아서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아직 인공지능 등을 통한 로봇 기술의 완성도가 높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주변 센서나 보조 기구 등을 활용했을 때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가 훨씬 더 용이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목표치도 달라질 수 있다. 인간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순간 최대 효율을 목표로 잡으면, 즉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을 목표로 잡으면 그만큼 개발 과정이 길고 난해해질 수밖에 없다. 로봇 도입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로봇을 어떤 작업에, 어떤 방향으로 도입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작업 내용에 대한 관찰과 이해,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은 그 뒤에 따라오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오상록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 책임연구원 sroh@kist.re.kr
필자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로봇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KIST 스마트팜 솔루션 융합연구단과 함께 로봇 및 IT를 융합한 스마트 농업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로봇 및 IT 융합 분야에 360여 편의 국내외 논문을 냈고 150여 개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