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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시프트

기술만 혁신하면 소비자가 환호할까? 기술보다 혁신적 가치를 느끼게 해야

구오영 | 241호 (2018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이 기술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혁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소비자의 가치를 외면한 기술혁신은 결국 실패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파이어폰(Fire Phone), 더멜트(The Melt),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스티치픽스(Stitch Fix) 사례 분석을 통해 블루오션 시프트에서 제시하는 핵심 가치를 살펴봤다. 첫째, 가치 혁신은 기술의 독창성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혁신과 깊이 결부돼 있다. 둘째, 혁신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시장이 반드시 파괴적일 필요는 없다. 기존 산업의 희생을 요하지 않는 비파괴적 시장 창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많은 기업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기술혁신만으론 소비자들의 지지를 결코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많은 기업이 이 점을 놓쳐 기업의 소중한 자원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된 성과를 창출하지 못했다. 실제 2013년 업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출시된 구글 글라스는 비싼 가격(1500달러)에 비해 이렇다 할 효용을 제공하지 못한 채 불편한 착용감과 조작 방식, 사생활 침해 논란 등으로 소비자로부터 조롱을 당했다. TV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됐던 3D TV가 금세 자취를 감춘 것도, 가상현실(VR) 기술의 선두주자 오큘러스(Oculus)의 VR 헤드셋인 리프트(Rift)가 출시 전 폭발적인 관심과는 달리 지지부진한 판매 실적을 보인 것도 기술혁신의 덫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의 효용을 증가시키거나 비약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혁신적인 기술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술혁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한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필자는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에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를 제시하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성공한 사례에는 블루오션 시프트적 관점을 적용해 이들의 성공 방정식을 세밀하게 해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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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더멜트- ‘자기만족’에 빠진 기술혁신

2010년 아마존은 ‘타이토(Tyto)’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후 스마트폰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고 2010년 판매된 전체 모바일 기기 중 72%를 스마트폰이 차지했다.

‘킨들’을 통해 전자책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등 모바일 디바이스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 경험을 축적한 아마존은 스마트폰 개발을 통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자 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타이토 팀에게 “소비자가 놀랄 만큼 특별하고 훌륭한 가치가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아이폰 대신 아마존의 스마트폰을 사도록 해라”라고 주문했다.

2014년 아마존은 ‘파이어폰(Fire Phone)’이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을 야심 차게 공개했다. 하드웨어 측면을 보면 4.7인치의 고화질 터치스크린, 13메가픽셀 카메라 등 당시의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었다. 32기가바이트와 64기가바이트 두 모델로 AT&T와 2년 약정 시 고객이 초기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은 각각 199달러와 299달러였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갤럭시폰에 버금가는 가격이었다. 대신 파이어폰 구매자들은 99달러의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1년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은 무료 배송, 비디오/뮤직 스트리밍, 킨들 전자책 대여, 클라우드와 사진 스토리지 서비스 등을 무제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밖에 파이어폰이 자신 있게 내세운 것은 3D 효과를 극대화하는 ‘다이내믹 퍼스펙티브(Dynamic Perspective)’와 상품 검색과 구매를 손쉽게 해주는 파이어플라이(FireFly)다. 파이어폰에는 전방에 120도 카메라가 4개 달려 있는데 이 카메라가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X, Y, Z 축으로 추적해 보는 위치(perspective)에 따라 스크린에 보이는 이미지의 각도가 달라 보이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3D 안경을 쓰지 않고도 이미지를 더 입체적이고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파이어플라이는 사용자가 카메라를 통해 비추는 이미지(영상, 사진, 텍스트 등)를 인식해 검색하고, 그 검색 대상을 아마존에서 바로 구매할 수도 있도록 연결해준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핸드폰으로 시리얼 상자를 비추면 파이어플라이는 이미지를 시리얼 상자로 인식, 검색을 통해 상품을 알아낸 뒤 곧바로 아마존의 해당 시리얼 판매 링크로 연결해준다.

과연 이런 신기한 기능들이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가치로 여겨졌을까? 사람들은 이 두 가지 기능이 허울만 좋은 쓸데없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이들의 유일한 용도는 주위 사람들에게 쿨 한 기능을 자랑하고 싶을 때뿐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다이내믹 퍼스펙티브에 참여한 개발자 역시 “우리는 상상을 초월한 돈을 퍼부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능이 고객들에게는 아무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파이어폰은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특성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의 참여가 저조해 파이어폰 유저들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찾기 힘들었다. 제품 출시 6주 만에 199달러에서 단돈 99센트로 가격을 떨어뜨렸지만 파이어폰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13개월 만에 파이어폰을 단종시켰다. 아마존은 2014년 3분기에 4억3700만 달러 손실이라는 역사상 가장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엔 실리콘밸리에서 한때 주목받았던 루키 조너선 캐플런의 더멜트(The Melt)라는 그릴 치즈 샌드위치 체인점을 살펴보자. 그릴 치즈 샌드위치는 미국 가정에서 흔히 먹는 점심, 간식 메뉴로 아이들도 만들어 먹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요리가 가능하다. 캐플런은 2011년 문을 연 더멜트가 기술혁신을 통해 현존하는 그릴 치즈 샌드위치의 위상과 통념을 깨고 패스트 캐쥬얼 레스토랑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5년 내로 미국 전역에 500개의 체인점을 운영한다는 원대한 목표 아래 ‘완벽하게 녹인 치즈’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작인 플립(Flip) 카메라를 시스코(Cisco)에 5억9000만 달러에 판매한 그의 명성답게 실리콘밸리와 레스토랑 업계의 큰손들이 참여했다. 첫 매장을 열기도 전에 2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으며 미슐랭 스타 셰프와 애플의 전 임원도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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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멜트는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Electrolux)와 합작해 획기적인 기술을 이용한 샌드위치 토스터를 개발했다. 샌드위치를 토스터에 넣고 양쪽에서 누르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토스터의 양면 팬에 빵을 넣으면 기계가 온도, 시간, 압력을 계산한 후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약 45초 만에 치즈를 알맞게 녹여 빵을 찌그러뜨리지 않고도 최상의 쫀득함을 가진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만들어냈다. 이 모든 과정은 토스터의 소프트웨어가 처리하므로 숙달된 주방장이 아니어도 레스토랑 퀄러티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단돈 5달러에 먹을 수 있다.

더멜트를 이용하는 고객의 경험 또한 여느 레스토랑과는 달랐다. 고객들은 직원들과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완벽한 상태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기다림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모바일 앱으로 주문부터 결제까지 할 수 있고,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의 위치를 파악해 도착 시각에 맞춰 샌드위치가 완성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배달에도 혁신을 꾀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스마트박스라는 배달상자를 만들었는데, 오븐에 바퀴가 달린 형태의 이 상자가 습기, 온도, 공기의 순환을 조절함으로써 한 시간이 지나도 바삭한 빵의 겉면과 쫀득거리는 치즈를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과연 캐플런의 ‘혁명적 기술로 만든’ 더멜트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는 기존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보다 혁명적으로 맛있었을까? 일렉트로룩스의 토스터는 말을 잘 안 듣기 일쑤였고 효율성과 스피드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의 맛과 질은 떨어진다는 평이 우세했다. 익명의 고객은 “실리콘밸리의 자본과 인지도로 떠들썩한 기대를 만든 더멜트였지만 정작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잊었다”고 평했다. 더멜트의 전 사원은 “기술은 우리에게 가능성을 열어줬지만 최대 약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멜트의 메뉴 또한 문제였다. 총 5가지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수프와 함께 판매하는 단출한 메뉴는 저녁식사로 인기를 끌지 못해 저녁시간 내내 이렇다 할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5년 내 미국 전역에 500개 매장을 낸다는 초기 계획과는 대조적으로 더멜트는 창업한 지 6년이 지난 2017년 현재 18개 매장을 운영하는 것에 그쳤다.

아마존의 파이어폰과 더멜트의 실패에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의 가치를 혁신하는 데 실패한 기술혁신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파이어폰의 전례 없던 3D 효과와 더멜트의 마이크로파가 45초 만에 치즈를 알맞게 데워주는 기술은 잔재주에 불과했을 뿐 고객이 의미 있다고 여기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는 실패했다.

경영자가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기술혁신으로 경쟁적 우위를 점하는 데만 매달린다면 상업적 실패라는 큰 비용을 지불할 확률이 높다. 첨단 기술 자체에 얽매여 소비자가 의미 있다고 여길 만한 본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간과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는 기술혁신만이 의미가 있다. 기술혁신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 고객 가치의 혁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비욘드미트와 스티치픽스 - 고객의 가려움 해소한 ‘기술혁신’, 새로운 시장을 열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치혁신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근래 들어 더욱 강조되는 창의성 개발 훈련이 그 열쇠일까? 기업가정신을 내세워 시행착오(trial and error)를 반복하면서 언젠가는 보상받을 앞날을 꿈꿔야 할까? 블루오션 시프트는 고객도 몰랐던 문제점을 발견하고 숨겨진 가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사고방식의 변화와 방법론을 제시한다. 실패의 위험을 줄이면서 누구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신시장을 창출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일깨워준다.

아래 소개할 비욘드미트(Beyond Meat)와 스티치픽스(Stitch Fix)는 전례 없던 고객가치를 성공적으로 창출한 예다. 이들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먼저 파악하고 이것을 구현해내는 데 최첨단 기술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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