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을 안고 돌아온 블루오션
스포츠 선수들은 팀 성적이 부진할 때 삭발을 하곤 합니다. 야구처럼 모자를 쓰고 운동하는 종목에서는 삭발을 해도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눈썹을 밀기도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효과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입니다.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삭발했을 경우에는 단기간에 부진한 성적에서 벗어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하지만 강제로 삭발을 하면 효과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삭발이라는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조직이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이성과 감정의 복잡하고 미묘한 상호작용 속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을 합니다. 따라서 분명 조직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나 사안이라도 사람의 감정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건드리면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경영이 정말 어려운 과제인 이유가 이런 점 때문입니다.
지난 2005년 『블루오션 전략』으로 글로벌 경영 사상계에 큰 영향력을 끼쳤던 김위찬, 르네 마보안 인시아드 교수가 최근 『블루오션 시프트』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책 내용 가운데 무척 흥미로운 점이 있었는데 블루오션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인간다움(humanness)’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부분입니다.
사실 경영 전략을 다루는 학문에서 인간다움과 같은 용어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장 환경에 대한 냉철한 분석, 조직 역량에 대한 철저한 진단 등을 토대로 논리적, 합리적 전략을 수립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사례처럼 아무리 좋은 전략이나 정책도 인간을 통해서만 실천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이를 절감한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가 인간다움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 소개된 포스코 사례도 인간다움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포스코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란 일반적 용어 대신 자신들의 철학을 담은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이란 말을 사용하면서 변화 과정에서 조직원들이 자신감과 자긍심 같은 요소를 체험할 수 있게 유도했습니다.
또 전사적으로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면서 강압적으로 개선 목표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공정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특정 공장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생산 공정을 개선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런 접근을 통해 성과를 내자 조직원들의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초기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같은 낯선 개념들에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가졌던 조직원들이 눈앞에서 단기간에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목격하자 태도가 변했습니다. 개선된 공정은 국내외 공장에 빠르게 확산됐고, 포스코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생생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과 플랫폼을 개발하고 전문 인력을 지원해줬습니다. 자신감, 자긍심, 자발성 등 인간의 감정과 관련한 요소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면 이런 빠른 변화관리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블루오션 전략의 의미와 실행 방법론을 살펴봤습니다.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제안한 김위찬 교수와 만나 인터뷰를 했으며 포스코 사례 등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실제 블루오션 전략을 실행한 경험을 가진 컨설턴트의 생생한 증언과 조직의 구조에 대한 깊은 통찰, 블루오션 성공 및 실패 사례들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전략과 사람 모두를 고민해보는 계기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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