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헬스케어 O2O 서비스 중 의료 분야는 사고 발생 시 손실이 클 것 같지만 사실 한국의 경우 아무 의원에 들어가도 감기 정도는 걱정 없이 치료할 수 있을 만큼 의료 품질이 국가적으로 표준화돼 있다. 또 사고가 난다고 해도 환자가 그 책임을 의사가 아니라 O2O 플랫폼 측에 물을 염려는 적다. 따라서 O2O 사업화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 헬스케어 O2O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은 다음을 고려하라.
- 문제 발생의 가능성(빈도)을 줄이고, 사용자의 거래 비용을 줄여주는 방법을 고민하라
- 의사와 환자가 직접 거래하는, ‘탈중개화’를 막기 위한 장치를 도입하라
- 환자의 지불 의향이 낮다면 보험사를 고객으로 끌어들여라
- 외국 사례를 참고하되 국가 간 제도 차이를 고려하라
편집자주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가운데 중국 헬스케어 O2O 서비스에 대한 내용은 나우중의컨설팅의 신영종 대표로부터 자문받은 내용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의료, 바이오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바 있는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이 2회에 걸쳐 헬스케어 O2O(online-to-offline) 산업의 변화와 대응전략을 제안합니다.
지난 글(228호)에서 O2O를 ‘온라인을 통해 고객과 오프라인 사업을 연결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O2O 비즈니스의 다양한 비즈니스 속성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이 속성들을 헬스케어 O2O 비즈니스에 적용해 보고자 한다.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O2O에 해당하는 비즈니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선, 작닥(Zocdoc)과 같은 진료 예약 서비스와 페이저(Pager)와 같은 왕진 서비스가 있다. 미국의 경우 출장 마사지사를 보내주는 수드(Soothe), 질(Zeel)이라는 회사도 있고, 노인 돌보미를 중개해주는 카인들리케어(Kindly Care), 홈히어로(Home Hero)도 있다. 국내에서는 TLX와 같은 피트니스 멤버십(하나의 멤버쉽으로 다수의 운동 시설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과 굿닥, 똑닥, 강남언니와 같은 미용, 성형 중개 서비스가 해당한다.
한편 원격진료를 O2O의 하나로 보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는 불법이기도 하고, 또 진료 행위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상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O2O의 정의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료 예약 서비스 및 왕진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의료 접근성 향상이라는 동일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본 글에서는 O2O의 하나로 다루고자 한다.
먼저 지난번 글 첫 부분에서 논의한 ‘O2O 비즈니스의 실행 난이도(용이성)’에 대해서 다시 살펴보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각각 X축, Y축으로 놓고 그 정도에 따라서 O2O 비즈니스 업종을 배치하면 <그림 1>을 얻을 수 있었다.
1번 구역(좌측 하단)문제 발생 가능성 抵, 문제 발생 시 영향 抵1사분면에 들어가는 서비스들은 문제 발생 가능성이 적고 문제가 생겨도 큰 영향이 없기 때문에 O2O 플랫폼을 만들기에 비교적 수월하다. 헬스케어로는 비교적 간단한 질환에 대한 원격진료, 왕진 서비스 및 진료 예약 서비스, 피부과 광고, 예약 서비스 및 피트니스 멤버십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원격진료가 1사분면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의료라고 하면 의사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고 몸을 다루기 때문에 문제 발생 가능성이 크고 문제 발생 시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누가 감기 증상이 있을 때 길 가다가 아무 의원에나 들어가서 치료받아도 의료 수준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교육 및 수련 조건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질환을 다룰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즉, 시장 질서에만 맡겨 둘 수 없는 서비스에 대해서 국가 차원의 품질 보장 시스템이 구축돼 있고 소비자가 그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는 경우라면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오히려 적어질 수도 있다.
원격진료는 스마트폰, 웹캠, 메신저 등의 형태를 통해서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불법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서비스가 없지만 미국의 경우 텔라닥(Teladoc), 엠디라이브(MD Live), 아메리칸웰(American Well) 등 다양한 회사가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흔히 원격진료라고 하면 땅이 넓어서 의사 만나기가 힘든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원격진료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이런 지리적인 접근성보다는 1차 진료에 대한 시간 및 비용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에서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보통 예약을 하고 1∼2주 뒤에 찾아가야 한다. 당장 의사를 보기를 원하면 응급치료클리닉 혹은 응급실을 가야 하는데 이 시설은 수백에서 수천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 매우 비싸다. 원격진료 회사들은 40∼50달러의 비용에 환자가 편한 곳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보통 감기 증상 혹은 알레르기와 같이 비교적 간단한 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다면 미국 의사들이 원격진료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전 서비스 우버의 운전사와 마찬가지다. 본인이 편한 시간을 활용해서 간편하게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에는 다양한 보험회사가 있고 가입자마다 보험 적용 범위가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사들은 보험 청구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원격진료 회사는 이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어 의사의 행정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만만치 않은 액수가 들어가는 의료사고 보험도 처리해준다. 원격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의 특성상 비교적 단순한 문제를 가진 환자가 많아서 의료사고가 생길 가능성 자체가 적고 손쉽게 진료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일 것이다.
중국의 경우 미국과 다소 다른 맥락에서 원격진료가 발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국과 같은 동네의원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았다. 한국의 시골에 있는 보건 지소와 같은 의료 기관이 있지만 의료 수준이 낮기 때문에 중산층 중국인들은 이를 이용하기보다는 병원을 방문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진료, 수납, 약 타기 등 모든 과정에서 상당한 대기 시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아직 경제가 개발 중이고 면적이 넓은 서부 지역의 경우 병원이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많다. 중국에서 원격진료는 1차 진료 기관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 내에서의 불편 혹은 병원까지의 물리적인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달하고 있다.
원격진료와 마찬가지로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해주는 서비스로는 왕진을 원하는 환자와 의사를 이어주는 페이저와 힐(Heal), 그리고 외래 예약 서비스인 작닥이 있다. 페이저는 의사가 환자가 있는 집 혹은 사무실로 직접 방문하는 왕진 서비스를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우버의 초기 기술 담당자가 공동 설립자이기도 해서 ‘의사를 위한 우버’라고 불리기도 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의사를 선택하고 왕진을 신청하면 의사가 2시간 이내에 방문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 질환은 원격진료와 비슷하다. 감기와 같은 가벼운 감염병, 알레르기나 피부 발진과 같은 급성 질환, 물리거나 찔리는 등의 손상으로 돼 있다. 의사가 항생제 등 간단한 주사약을 챙겨가서 필요 시 사용하기도 하고 이동식 엑스레이 서비스 회사와 제휴해 환자의 집에서 엑스레이를 찍을 수도 있다. 왕진 서비스는 원격진료 서비스와는 달리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초기에는 뉴욕에서 시작했고 현재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료 건당 150달러 정도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돈은 많지만 바쁜, 주로 대도시에 거주하는 전문직이나 금융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