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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마트공장 현황

스마트 서비스로 내공 키운 일본 기업들 출발 늦었지만 ‘몸에 맞는 솔루션’ 찾아

나준호 | 227호 (2017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일본은 독일, 미국에 비해 다소 뒤늦게 스마트공장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나름의 전략을 추진해가고 있다. 우선 일본은 독일식 CPS(가상현실융합시스템)나 미국식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을 도입하는 대신 일본 기업들이 원래 강한 분야인 기계/계측/자동화 제품의 강점을 살려 개별 기기나 장비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 방식을 선택했다. 또한 장비, 소프트웨어, 네트워킹 방식에서의 표준화보다는 다양한 표준 대안 규격을 데이터베이스화해 기업 사정에 맞게 선택하게 하는 ‘느슨한 표준(Loose Standards)’ 전략 아래 스마트공장 도입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 일본은 완전 자동화 공장보다는 인간 중심의 스마트공장을 추구하며 유연한 공정을 운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과 산업 여건이 여러모로 닮아 있는 일본의 사례는 개념 설계 역량이나 사업 구상력이 선도 국가들에 비해 부족하고 출발도 다소 늦은 우리 정부와 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공장이 중요한 혁신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공장과 관련해서는 독일과 미국의 동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 개념의 탄생지로 가장 활발하게 스마트공장을 추진 중이고, 미국은 산업 인터넷 관점에서 다양한 사업모델을 창출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의 스마트공장 전개 동향에 대한 관심은 의외로 낮다. 4차 산업혁명이나 스마트공장의 진원지가 독일, 미국 등 서구이기 때문에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후발주자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독일, 미국과 대비되는 나름의 방식을 만들고 빠르게 추격해 가고 있다. 최근 일본이 공개한 산업 IoT 활용 사례 지도에서는 160여 건의 케이스가 제시돼 있다. (그림 1) 적어도 양적으로는 독일의 유사한 사례 지도에서 제시된 154건을 오히려 웃도는 수준이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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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본의 스마트공장 동향에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과 산업 여건이 여러모로 닮았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일본은 한국처럼 GDP 내 제조업 비중이 높다.1 주력 산업도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겹치는 부분이 많다. 게다가 사회적·문화적 여건이 유사해 제조 프랙티스들이 비슷하다. 나아가 일본은 기계·부품·소재, 한국은 고급 완제품 개발·생산 형태로 분업화가 상당 부분 진행돼 있고, 지리적·심리적으로 가까워 실무에서도 협력하기 쉽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스마트공장 추진 동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스마트 서비스에는 앞섰지만 스마트공장에는 다소 늦어

스마트공장은 기존 제조운영, 자동화 기술에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된 공장을 말한다. 쉽게 말해 사물인터넷이 공장으로 들어온 것이다. 일본은 사물인터넷을 통한 신사업과 신서비스 창출, 즉 스마트 서비스 분야에서는 무척 앞서 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Ubiquitous Network)’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을 정도다. 이후 에너지, 교통, 헬스케어, 농업 등 다양한 현실 비즈니스에서 사물인터넷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다양하게 전개해 왔다. 사물인터넷을 독보적인 사업모델로 성공시킨 기업들도 많다. 예를 들어 중장비 업체인 고마쓰(Komatsu)는 내부적으로 KOM-MICS 시스템, 외부적으로는 KOMTRAX 시스템을 활용해 스마트공장과 스마트 서비스에 앞서나가고 있다. 스마트 서비스에 있어서는 트럭이나 포크레인에 센서, 통신모듈을 달아 위치 추적 및 예지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원격 조종되는 무인 트럭을 만들어 호주 탄광에 제공하기도 했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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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제조 현장의 스마트화에서 일본은 의외로 미국, 독일보다 다소 지체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산업계에서도 독자적인 산업 어젠다를 제시하며 뚜렷하게 앞서는 기업은 많지 않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제조업 자체보다는 농업, 서비스, 인프라 등 비제조 산업의 선진화에 역점을 둬왔다. 제조 강국 일본의 위상을 생각하면 역설적인 일이다.

이처럼 일본이 스마트 서비스에는 앞섰지만 스마트공장에는 늦은 이유는 3가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 지속적 현장 개선 위주의 제조 혁신 전통과 ‘제조업은 일본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워낙 강했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 일어나는 사물인터넷 기술 기반의 제조 패러다임 변화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둘째, 하드웨어 중심의 제품 경쟁력 강화 경향 때문에 기업 내부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많이 키우지 못했다. 기업 집단 내부에 IT 서비스 전문 기업이 있더라도 IT 시스템 구축에만 주력하고 현장 제조와 긴밀하게 연결시키지 못했다. 셋째, ‘잃어버린 20년’을 견뎌내며 일본 기업들의 전략적 관심이 사업 정리나 구조조정, 감량 경영 등에 맞춰지면서 신규 투자를 수반하는 스마트공장의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2015년부터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미국발 산업 인터넷의 성공 사례들이 하나둘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제조업의 사물인터넷 도입 지체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스마트공장 기술을 활용해 일본 고유의 ‘모노즈쿠리(물건 만들기)’ 전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역량 격차였다. 독일처럼 차세대 제조 패러다임을 창출할 만한 개념 설계 역량도, 미국처럼 강력한 IT 역량이나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낼 전략 구상 역량도 부족하다. 또한 독일, 미국처럼 자신의 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강제할 만한 산업 영향력도 과거에 비해 많이 약화됐다. 게다가 출발도 늦은 상태에서 서구와 동일한 방법으로 제조 혁신을 추진하면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떤 방법으로 서구를 추월하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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