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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 포트폴리오 관리 방법론

철저한 자기부정… 포트폴리오 유동성 높인다

민승기 | 65호 (2010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문제 제기: GE, 듀폰처럼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방법론은?

해결책: 첫째, 사업 단위(SBU·Strategic Business Unit)를 정의하라. 이때 자사의 사업을 어떤 식으로 정의해야 할지 내부 합의가 필요하다. 콜라 음료의 사업 영역을 탄산음료로 국한할 수 있지만, 전체 음료 시장으로도 정의할 수 있다. 사업 범위를 넓게 정의하면 다양한 시장 확장 기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영역별 시장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최고경영자의 적절한 결단이 필요하다.
둘째, 사업 단위별 전략적 중요도를 분석하라, 시장 매력도와 사업 적합성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시장 내 위치가 압도적, 강함, 우호적, 방어적, 취약의 5단계 중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라.
셋째, 투자 방향성을 전략적으로 결정하라. 시장 매력도와 향후 성장성이 높은 사업에 무조건 투자를 올인하라는 게 아니라 자사와 시장의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 매력도가 낮지만 경쟁 우위를 보유한 SBU는 역으로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마쓰시타는 경쟁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LCD 시장으로 대거 이동한 뒤에도 자사의 독과점적 위치를 더 강화하기 위해 한물 갔다고 평가 받는 PDP 분야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넷째, 고객 포트폴리오 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연계하라. 당초 도요타의 종속 기업이었던 덴소는 50년간 고객 다각화에 매진한 끝에 BMW, GM, 혼다 등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를 모두 고객으로 만들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대고객 협상력을 강화함에 따라 고객 포트폴리오 조정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의 핵심이 됐다.



모든 경영자들은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R&D를 통해 기술을 축적하고,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역량을 조직적으로 내재화하자는 등의 다양한 방안이 존재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답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사 핵심 사업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즉, 급변하는 경영 환경 하에서 우리 회사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이며, 사업 영역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듀폰과 GE를 비롯한 글로벌 100년 기업은 전략혁신의 체계화를 통해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정체성을 시시각각 새롭게 정의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시켜 왔다. 신성장 엔진을 계속적으로 탐색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이 성숙기에 도달하면 사업을 처분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 변형 모델(Corporate Transformation Model) 과정은 종자(Seed)→별(Star)→캐시 카우(Cash Cow)→합리화(Rationalize)라는 4단계로 이뤄진다.

1802년 화약 회사로 사업을 시작한 듀폰은 20세기에는 화학 회사, 21세기에는 솔루션 및 소재 회사로 기업의 정체성을 바꿔가며 위대한 기업의 명맥을 이어왔다. 듀폰은 1940년대 나일론, 1950년대 폴리에스테르를 비롯한 다양한 섬유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글로벌 섬유 시장의 리더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중국 업체의 시장 진입으로 경쟁이 심해지자 듀폰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섬유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최근에는 ‘솔루션’을 중심으로 기업 정체성을 바꾸면서 전통적인 화학 소재 제조에서 제품화, 서비스까지 수직계열화를 단행했다. 동시에 전통적인 내부 R&D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M&A, 조인트 벤처(JV) 등 개방형 혁신 중심의 성장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듀폰이 제시한 기치 ‘Miracle of Science’는 기업 내부가 아니라 다양한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듀폰의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 제조 중심의 기업이었던 GE는 1990년대 금융 및 서비스 사업, 2000년대 환경 및 인프라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며 기업의 정체성을 바꿔나가고 있다. 1980년대 말 전체 매출의 15%에 불과했던 서비스 사업의 비중이 현재 80% 이상에 이른다. GE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은 1981년 CEO로 취임한 잭 웰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당시 GE는 120억 달러의 자산, 150억 달러의 시가총액, 170개의 사업을 거느리고 있을 정도로 거대한 조직이었다. 웰치는 취임하자마자 170개나 되는 사업부를 110개로 정리했고, 각 산업 내에서 세계 1∼2위를 할 수 있는 사업부가 아니면 과감히 퇴출시켰다. 이를 통해 GE는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웰치가 CEO로 재임하는 동안 250억 달러의 매출은 1300억 달러로, 영업이익률은 6%에서 18.9%로, 시가총액은 150억 달러에서 3880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1980년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통찰해 선택과 집중을 결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GE의 이러한 눈부신 성과는 향후 모든 기업들로 하여금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관리를 기업전략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다.

웰치가 물러난 후에도 GE Principle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GE는 여전히 수익성 10%, ROI (Return on Investment) 20%에 못 미치는 사업은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GE는 2005년과 2007년 회사의 중심 사업이었던 재보험 사업과 플라스틱 사업을 각각 매각했다.

GE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신사업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GE는 과거 30년 동안 1800건 이상의 M&A를 수행했다. 21세기의 황금 산업이라 일컬어지는 물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1999년 캐나다 업체 글레그(Glegg)를 인수한 데 이어 2002년 수처리 화학업체인 베츠디어본(BetzDearborn), 2003년 수처리 장비업체인 오스모닉스(Osmonics), 2005년 인프라 및 서비스 업체인 아이오닉스(Ionics), 2006년 필터 및 장비 업체인 제논(Zenon)을 인수하는 등 전략적인 M&A 활동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3M도 과거에는 사포, 안전용품 등과 같은 산업용 제품을 주로 생산했다. 그러나 지금은 헬스케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 중심 회사로 탈바꿈했다. 헬스케어 및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의 매출 비중은 이미 3M 전체 매출의 60%를 넘어 섰다. 반면 산업용 제품의 비중은 3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R&D 투자와 적극적인 기업 인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방법론 (Strategic Positioning Analysis)

그렇다면 글로벌 선진 기업은 어떤 원칙 아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을까? 바로 자사만의 고유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은 기업의 가장 상위 전략인 기업 전략(Corporate Strategy)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기업 전략은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 및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 이를 통한 성장 및 이윤 창출, 재투자로 연결되는 순환구조를 만드는 기업의 근본 전략이다. 이 기업 전략을 바탕으로 개별 사업 분야별 경쟁우위 전략에 해당하는 비즈니스 유닛 전략(Business Unit Strategy), R&D, 생산, 마케팅 등 각 부서의 기능별 전략인 운영 전략(Operation Strategy)을 수립해야 한다.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은, 전체 기업의 사업현황 및 미래기회에 대한 헬리콥터 뷰(Helicopter View)를 바탕으로 신규 성장 엔진을 찾아내고, 기존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정하고, 한계 사업에 대한 정리를 수행하는 과정이다. ADL은 이를 Strategic Positioning Analysis(SPA)라는 방법론으로 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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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Step 1 사업 단위를 정의하라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의 첫 번째 순서는 분석 대상 사업 단위(SBU·Strategic Business Unit)를 정의하는 일이다. SBU는 기업에 따라 사업 조직과 동일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사업의 복잡성과 기업의 전략 방향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다만 각 SBU별로 독립적인 평가 및 전략 수립이 가능하도록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단위가 지나치게 세분화하면 분석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본연의 목적인 전략 수립보다 오히려 자료 취합 등 부수적 행위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일을 예방해야 한다.

각 SBU는 독립적 특성을 지녀야 한다. 이는 외부 독립성(External Strategic Independence)과 내부 독립성(Internal Strategic Independence)으로 구분할 수 있다. 외부 독립성은 고객 구성 및 주요 요구, 경쟁 다이내믹스, 제품 특성에 따른 구분을 의미한다. 내부 독립성은 기술, 판매채널, 제조 프로세스를 비롯한 기업 내부의 운영 프로세스 관점에서의 차별성을 의미한다. 다른 각도에서 SBU는 기업이 P&L(Profit & Loss)을 관리하는 최소 단위로 정의할 수 있다.

SBU를 정의할 때 추가로 고려할 사항은 사업의 범위를 전략적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코카콜라의 예를 보자. 콜라 음료의 사업 영역을 탄산음료로 정의할 수 있지만, 이를 확대하면 사업 영역을 전체 음료 시장으로도 정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질레트의 사업 범위 역시 면도기가 아니라 남성용 피부관리 시장으로 확대 정의할 수 있다. 범위의 정의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20%가 될 수도 있고, 5%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사업 범위를 넓게 정의하면 다양한 시장 확장 기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영역별 시장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어려울 수 있다.

SPA Step 2 사업 단위별 전략적 중요도를 분석하라

SBU별 전략적 중요도는 시장 매력도와 사업 적합성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시장 매력도는 외부의 객관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매력도를 분석하는 일이다. 시장 매력도를 파악할 때는 미래에도 해당 SBU의 규모가 충분히 크고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SPA는 전자를 산업 성숙도(Industry Maturity), 후자를 경쟁 구도(Competitive Dynamics) 관점에서 분석한다.(그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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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성숙도(Industry Maturity)는 미래의 성장 잠재성을 분석하는 주요 도구로, 산업의 성장 과정에 따라 각 시기를 배아기(Embryonic), 성장기(Growth), 성숙기(Mature), 노화기(Aging) 단계로 구분한다. Industry Maturity를 통해 현재의 사업이 현재 혹은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성장기 단계의 SBU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배아기는 불확실성이 높고, 성숙기는 향후 성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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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구도(Competitive Dynamics)는 SBU의 산업구조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기업의 현재 및 미래 관점의 수익성 창출 가능성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시장 내 경쟁 수준, 공급자와 고객에 대한 교섭력, 그리고 진입 장벽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분석을 단행한다. 시장 내 경쟁 수준이 낮고, 높은 진입 장벽을 형성하고 있으며, 공급자 및 고객에 대한 교섭력을 보유한 SBU가 매력적으로 평가 받는다.

결과적으로 매력적인 SBU는 성장(Growth) 단계에 있어 현재 및 미래 관점에서 큰 규모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동시에, 이윤을 장기간 창출할 수 있는 산업 구조다.

사업 정합성은 SBU의 시장 내 경쟁 위치(Com-petitive Position)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현재 시장에서의 해당 SBU의 위상, 미래 관점의 경쟁우위 달성 가능성 등을 통해 현재 SBU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시장에서의 위상은 시장 점유율을 비롯한 주요 지표로 활용하며, 미래 관점의 경쟁우위 달성 가능성은 핵심 성공 요인(KSF·Key Success Factor)에 대한 보유 역량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KSF는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는 요인에 대해 기업이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서 갖춰야 할 요건이다. 크게 비용(Cost), 차별화(Differentiation), 장기(Long-Term) 관점에서 분석한다. 특히 KSF는 산업의 성숙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배아기 및 성장기 단계에서는 경쟁업체의 수가 적고, 고객의 가격 민감도가 낮기 때문에 차별화 속성이 강한 성공 요인이 중요하다.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 경쟁 강도가 심해지기 때문에 비용 측면의 성공 요인이 중요해진다. 장기 KSF는 장기적 관점에서 SBU의 경쟁 우위 유지를 도와주는 핵심 기술 보유 여부, 인력의 경쟁력 수준 등을 포함한다.

이를 종합한 기업의 경쟁 위치는 크게 압도적(Dominant)에서 취약(Weak)까지 다섯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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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위치를 도출할 때 중요한 점은 신 사업과 기존 사업을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대신 기업 전략과의 부합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가능성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 관계회사가 많은 기업은 잠재 내부 고객(Captive Customer) 및 사업의 충돌 가능성(Conflict of Interest)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SPA Step 3 SBU별 투자 방향성을 결정하고,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라

기업 내 각 SBU를 시장 매력도 및 사업 정합성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회사의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 건전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어떤 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어느 영역에 대해서 합리화를 추진할지 결정할 수 있다.(그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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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 발전(Natural Development) 영역에 포함되는 SBU는 향후에도 어떻게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업의 전략과 경쟁상황에 따라 투자를 증대 또는 유지시키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단, 시장 매력도가 높기 때문에 경쟁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투자 요구 사항이 크면 기술 및 생산보다는 마케팅 관점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식도 좋다.

선택적 발전(Selective Development) 영역에 포함되며 시장 매력도도 높은 SBU는, 투자 자원 이동이 가장 크게 이뤄지는 영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영역에 속한 SBU 중 업계의 후발주자는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지 못하면 해당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매력도가 낮지만 경쟁 우위를 보유한 SBU에 대해서는 전략적 결정이 필요하다. 투자를 대폭 줄여 아예 잠재적 철수 후보군으로 남겨두거나, 반대로 시장 내 독과점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 확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PDP 선도업체인 마쓰시타는 대부분 경쟁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LCD 시장으로 옮겨간 뒤 자사의 독과점적 위치를 더 강화하기 위해 남들은 한물 갔다고 평가하는 PDP 분야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철수 및 전략적 보유(Divest, Strategic hold) 영역에 해당하는 SBU는, 성과가 좋지 않음에도 사업을 유지시켜야 할 전략적 이유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유가 없다면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업을 유지시켜야 할 전략적 이유는, 기타 사업과의 시너지, 신규 사업과의 연계성, 사업 포트폴리오의 밸런스에서 찾을 수 있다. 사업을 매각할 때는 해당 SBU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 외에도 자산 분할 판매 등의 다양한 옵션을 고려할 수 있다.



고객 포트폴리오 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연계하라

기업은 사업 포트폴리오 관점 외에도 고객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B2B 사업 특성이 강한 부품소재 업체는 고객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단일 고객에 종속되는지, 다양한 고객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해당 기업의 교섭력에 큰 편차가 나타나며, 사업 성과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을 보자. 단일 고객에 종속된 업체는 대부분 영업 이익률 5% 미만의 수익성을 나타낸다. 반면, 덴소(Denso), 보시(Bosch), 컨티넨털(Continental) 등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선도 업체는 평균 10% 이상 수준의 영업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기술적 우위를 비롯한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우선이지만 고객 다각화가 해당 기업의 수익성 향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은 부인할 수 없다.

고객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다각화한 대표적 기업은 글로벌 톱3 자동차 부품업체인 덴소다. 당초 도요타의 종속 기업으로 출발한 덴소는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고객 다각화 노력을 바탕으로 BMW, Peugeot, GM, Ford, Honda, Nissan 등 새로운 고객과 밀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 덴소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했던 도요타의 매출 비중은 1996년 70% 이하, 현재는 50% 이하로 떨어졌다.

덴소의 고객 다각화 과정을 살펴보자. 1950년대에는 보시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일본 내에서 도요타 외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고, 1960년 대에는 북미,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1970년대에는 자동차 부품 산업의 프리미엄 고객인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동시에 다양한 유럽 업체와의 전략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덴소는 이를 통해 전 세계 유명 자동차업체의 대부분을 고객으로 맞았다. 최근에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및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덴소 아시안 연대(Denso’s Asian Alliance)를 결성하는 등 추가로 새로운 고객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맺음말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온 기업의 뒤에는 성장에 대한 열망과 철저한 자기 부정이 있다. 그들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사업 포트폴리오의 범위와 속도를 변화시켰고, 아무리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사업이라 해도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그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제외하며 포트폴리오의 유동성(Portfolio Mobility)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포트폴리오의 유동성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성장에 대한 명분과 열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위험 회피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 선택에는 늘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선택의 위험을 넘어서는 명분과 열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CEO들은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선택을 미루고,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 안에서 잘하는 방법에만 관심을 쏟는다. 그러면서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보다 지금 당장 수익성을 높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이면에는 지금 당장 선택이라는 위험한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속내가 도사리고 있다.

사실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올리는 일이야말로 전략적으로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CEO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미래를 위한 선택과 준비다.



민승기 ADL 이사 min.seungki@adlittle.com

민승기 이사는 KAIST에서 경영공학 학사, POSTECH에서 산업공학 석사, 프랑스 인시아드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제3세대 R&D, 그 이후> 등의 저서가 있으며, 미디어, 화학, 에너지, 전기전자 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경영 전략, 신 사업, 기업 가치 평가 분야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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