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에어텔 케이스 스터디

에릭슨, 노키아, 지멘스… 스타기업에 아웃소싱, 글로벌 기업으로

222호 (2017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글로벌 이동통신 업체 바티에어텔 성공 요인

1. 적극적인 아웃소싱 전략 통한 운영 원가 절감. 특히 에릭슨, 노키아, 지멘스 등 전문성을 갖춘 글로벌 업체들에 외주를 맡김으로써 기술 혁신에 취약한 자사 약점 보완.
2. 분당 1루피(약 17원)라는 초저가 통신 요금으로 고객 기반 확대.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업, 비료 제조업체 등과 전략적 제휴 맺고 저소득 농가 공략.
3. 적극적 M&A 통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성이 큰 아프리카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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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에 본사를 둔 바티에어텔(Bharti Airtel Limited)은 1995년에 출범했지만 현재 가입자 수 기준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통신사다. 2016년 기준 전 세계 3억6400만 명의 사용자가 바티에어텔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6조 원에 달한다.



인도에서 출발한 글로벌 3위 통신사 바티에어텔

한국 시장에서만 주된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모바일 통신기업들과는 달리 바티에어텔은 현재 아시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까지 진출했으며 전 세계 20개 국가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급속도의 성장을 통해 바티에어텔은 현재 인도에서 브랜드 가치가 두 번째로 높은 기업으로 발전했다. 바티에어텔은 현재 인도 고객들에게 2G, 3G, 4G, 전자상거래, 유선전화, 초고속 DSL브로드밴드 및 국내·해외전화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해외 국가에는 2G, 3G, 4G와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바티에어텔은 전 세계적으로는 물론 인도 통신시장 내에서도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경쟁사들과 달리 적극적인 아웃소싱 전략을 활용해 운영원가를 혁신적으로 낮추며 급성장할 수 있었다. 모바일 통신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분당 1루피(약 17원)라는 초저가 통신요금으로 인도 시장을 매우 빠르게 장악한 것이다. 인도나 아프리카와 같은 후진 시장은 내로라하는 선진국 모바일 통신사업자들이 진입해도 높은 이익을 창출하기 힘든 곳이다. 이런 열악한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바티에어텔 사례는 많은 전략적 시사점을 준다.

바티에어텔을 창업한 수닐 미탈(Sunil Bharti Mittal)은 1976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단돈 2만 루피(약 34만 원)로 자전거 부품 사업을 시작했다. 비록 소규모 제조업으로 시작했지만 매우 보수적인 자금 관리를 통해 점진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바티해외무역(Bharti Overseas Trading)이라는 회사로, 초기에는 의료용 스테인리스스틸을 직접 생산하거나 해외에서 스테인리스스틸, 구리, 플라스틱 제품과 지퍼 등을 수입해 인도에 재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다 일본 스즈키와 수입계약을 체결하고 휴대용 발전기를 인도로 수입해 판매했다. 그 결과 1984년 즈음엔 인도에서 휴대용 발전기를 가장 많이 수입 판매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이를 계기로 미탈은 바티텔레콤(Bharti Telecom Limited·BTL)이라는 통신 장비 업체를 설립한다. 그러나 인도 정부에서 휴대용 발전기 수입 판매업을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곧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던 미탈은 여러 국가를 전전하던 중 대만의 한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았다. 미탈이 박람회에서 찾은 돌파구는 한 중소기업이 전시한 버튼식 전화기였다. 당시 인도에선 다이얼을 돌려야 하는 로터리식 전화기만 존재했기 때문에 버튼식 전화기는 매우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버튼식 전화기를 수입해 판매하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게 미탈의 판단이었다. 실제로 미탈이 처음으로 버튼식 전화기를 인도에서 판매하기 시작하던 시점엔 인도 전역에 보급된 전화기가 1000만 대도 채 되지 않았을 정도로 낙후된 시장이었기에 버튼식 전화기는 매우 인기가 높은 프리미엄 상품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비록 판매량은 적었지만 제품당 마진이 매우 높아 미탈은 향후 2년간 계속해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인도 정부가 사실상 바티가 독점을 하고 있었던 버튼식 전화기 사업에 대한 허가를 다른 기업에도 발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약 20개 대기업이 순식간에 전화기 시장에 진출했다. 시장 경쟁이 급격하게 심화됐다. 타타스(Tatas), 벌라스(Birlas), 타파스(Thapars) 등과 같은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던 바티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바티는 통신 관련 사업 외에는 대부분의 투자를 중단하고 본격적으로 통신사업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다. 자체 기술력이 부족했던 바티는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신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즉, 단순한 수입 판매 방식 대신 일본 타카콤(Takacom Corporation)과 협력해 자동응답기능을 탑재한 전화를 내놓았고, 한국 LG와 협력해 무선전화기를 개발했으며, 독일 지멘스(Siemens AG)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새로운 전화기를 보급하는 등 다양한 통신 관련 제품을 출시했다.



무선 통신시장의 급속한 성장을 바탕으로 인도 정부는 1992년 통신 시장을 개방하면서 14개 기업을 선정해 사업권을 허가했다. 이때 바티는 14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된다. 이어 바티는 1995년 바티셀룰러(Bharti Cellular Limited., 현 바티 에어텔)를 세우고,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했다. 바티는 프랑스 통신기업인 SFR프랑스, 모리셔스에 위치한 통신기업 엠텔(Emtel) 등과 인도 내 철도회사들과 제휴 및 협력을 통해 지하철 내에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런 서비스를 기반으로 당시 지하철을 운행하고 있던 델리, 뭄바이, 캘커타, 첸나이 등 주요 도시에서 통신 서비스 권한을 획득할 수 있었다.



초저가 요금제로 후발주자 핸디캡 극복

‘에어텔(AirTel)’이라는 브랜드명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한 바티는 품질 좋은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그뿐만 아니라 경쟁사들이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어려운 시장들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단적인 예로 높은 고도와 숲으로 인해 무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인도 북부 지역인 히마찰 프라데시(Himachal Pradesh) 주에서도 1996년부터 가장 먼저 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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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바티에어텔은 프리미엄 가격대 중심으로 요금제를 운영했다. 모바일 통신산업은 통신 주파수를 사용하기 위한 정부 라이선스 획득 비용, 통신탑 설치, 통신 네트워크와 각종 지원 시스템(고객관리 및 지원, 요금관리 등) 구축 및 유지보수 등 막대한 고정비용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자본집약적인 산업이다. 따라서 중소 후발업체였던 바티에어텔은 사업 초기 높은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고가의 요금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오히려 고객기반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장벽으로 작용했고, 부족한 가입자수는 다시 수익성 저하라는 악순환 구조를 초래했다. 그 결과 바티에어텔은 만성 자금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모바일 통신산업에 새로운 경쟁자들이 진출하며 경쟁 강도가 더욱 심해졌다. 특히 인도 국영 통신회사인 BSNL, 인도 최대 그룹인 릴라인언스의 자회사인 릴라이언스커뮤니케이션(Reliance Communication) 등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과 경험을 토대로 통신 시장에 진출하자 바티에어텔을 포함한 인도의 많은 중소 경쟁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

막대한 자금력, 대규모 네트워크, 충분한 기존 고객 확보라는 규모의 경제가 매우 중요한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티에어텔은 확고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대규모 경쟁자들이 절대로 모방할 수 없는 혁신적인 원가우위를 창조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웠다. 이에 바티에어텔은 요금 정책에 일대 변혁을 꾀했다. 프리미엄 가격대를 고집하던 전략에서 탈피, 최대한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낮은 통신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

바티에어텔이 고가에서 저가 요금제로 180도 전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바일 통신산업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던 통념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통신기업은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가입자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품질을 갖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주요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이 사업 성공을 위한 핵심 요건으로 여겨져 왔다. 이는 필연적으로 높은 고정비용을 발생시킨다. 바티에어텔은 그러나 고정비용 항목을 모두 외주에 맡김으로써 기존 비용구조를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구체적으로 네트워크 구축과 운영 및 관리는 에릭슨(Ericsson), 노키아(Nokia), 지멘스(Siemens) 등에 맡기고, 주요 IT 인프라 및 단순 콜센터 운영은 IBM에 맡김으로써 사업의 발전단계나 가입자 크기에 상관없이 반드시 발생하던 거대한 고정비용을 바티에어텔이 확보한 가입자 규모에 따라 비용이 변할 수 있는 변동 비용으로 바꿨다. 이는 통신사업을 모태로 하지 않아 기술적인 측면에서 약점을 갖고 있던 바티에어텔이 기술혁신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하는 대신 IBM, 에릭슨 등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파트너로 활용하면서 자사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전략이었다. 대신 브랜드 마케팅은 기업의 핵심 기능으로 남겨뒀다.



지속적인 원가 혁신 노력 통해 경쟁 우위 확보

바티에어텔의 새로운 비용구조에서 비용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가입자 규모였다. 아직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지 못했던 바티에어텔의 비용은 기존 경쟁자 대비 현저하게 낮아졌다. 절감한 비용은 곧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한 혁신적인 요금제 출시를 가능하게 했다. 분당 1루피에 불과한 업계 최저 요금제를 통해 바티에어텔은 가입자 수를 폭발적으로 늘리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일정 규모를 넘어서는 수백만 명의 가입자가 확보됐을 때에는 고정비 부분에서 규모의 경제효과가 나타났으며 그 결과 바티에이텔이 거둔 전체 이익에서 변동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이후 2007년에는 비용구조 혁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영국 통신기업 보다폰(Vodafone)의 인도 자회사인 보다폰인디아(Vodafone India), 인도 현지 이동통신 사업자인 아이디어셀룰러(Idea Cellular) 등과 인더스타워(Indus Towers)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해 이들 기업과 10만 개의 철탑을 공유했다. 철탑에는 통신 서비스를 위한 안테나, 통신 관련 기기, 발전기 등이 설치되는데 이러한 설비를 다른 기업과 공유함으로써 철탑 건설을 위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분의 통신 용량을 다른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임대함으로써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도래하면서 플랫폼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에어텔 개발자 개방형 커뮤니티(AODC·Airtel Open Developer Community)를 만든 점도 주목해볼 만한 부분이다. 바티에어텔은 AODC를 통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공급자들의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구매하는 형태가 아니라 그들에게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유도했다. 이를 통해 AODC의 매출에 따라 공급자들에게 이익을 배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바티에어텔은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유지하는 비용을 낮춤과 동시에 애플리케이션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회사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



바티에어텔은 또한 지속적인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농촌 지역과 같이 기존 경쟁자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시장에서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농촌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바티에어텔은 다른 통신사들이 일반적으로 제휴를 맺는 기업들과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음으로써 인도 전역에 걸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단적인 예로 바티에어텔은 노키아와 함께 인도 최대의 마이크로파이낸스 기업인 SKS와 협력모델을 구축했다. 바티에어텔은 지방과 농촌 지역에 퍼져 있는 저소득층을 위한 보조금과 SIM카드를 제공하고, 노키아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단말기 모델을, SKS는 소액 대출을 각각 제공함으로써 자금난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의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효과적으로 고객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바티에어텔은 특히 농업이 현재 인도 전체 경제에서 15%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인도 전체 노동력의 과반수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비료제조업자인 IFFCP와도 제휴를 체결했다. 바티에어텔은 IFFCP와 공동 브랜드 SIM 카드를 만들어 IFFCP의 유통망에서 판매했고, 곡물 가격이나 농업 기술, 농촌 지방 거주민들의 건강 관리를 담당하는 음성 지원 서비스와 전화 상담 서비스 등과 같은 부가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농촌 지역의 고객들을 대거 확보할 수 있었다.



바티에어텔 성공요인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특정 선진국에서 성공을 거둔 후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선진국, 혹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전략을 사용한다. 하지만 바티에어텔은 2016년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에서 140위인 인도에서 무선통신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고 국가 간 규제와 진입장벽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20개 이상의 인접 국가들로 진출했다. 2010년 2월, 바티에어텔은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15개국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쿠웨이트계 통신사 자인(Zain)으로부터 아프리카 사업권을 106억 달러에 인수했다. 해당 시장에 바티에어텔이 진출한 것은 그동안 아프리카 통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 기업들에는 큰 위협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바티에어텔은 지난 2월 노르웨이 통신사 텔레노르(Telenor)의 자회사인 텔레노르 인디아(Telenor India)를 인수하며 4400만 명의 가입자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를 통해 바티에어텔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33%에서 43%로 10%포인트 뛰었다.

2009년 스리랑카로 첫 해외 진출을 모색한 바티에어텔은 현재 차이나모바일(China Mobile), 보다폰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이동통신 기업으로 성장했다. 차이나모바일의 경우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을 기반으로 내수 시장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보다폰은 이동통신 산업과 역사를 함께해오며 갈고 닦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해왔다. 반면 바티에어텔은 기술이나 브랜드, 이렇다 할 사업 경력도 없었고, 비록 성장세는 빨랐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이익률이 계속 악화되던 열악한 인도 시장에서 출발해 글로벌 톱3 지위에까지 올랐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첫째, 현재 시장의 성과와 안정적인 매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장 기회를 모색했다. 바티에어텔이 해외 진출을 시작할 당시 인도 이동통신 시장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시장이었다. 실제로 인도 이동통신 시장 가입자는 2010년 당시 6억3500만 명에 달했고 매년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비록 바티에어텔이 2010년 약 22%의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10개 이상의 업체들과 출혈 경쟁을 하면서 이익률은 빠르게 하락하는 상황이었다. 내수 시장의 이러한 어려움은 역설적으로 바티에어텔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둘째, 성숙한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기보다 인도와 비슷한 신흥국에 시장에 진출해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바티에어텔은 시장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만 휴대전화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프리카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2010년 기준 아프리카 시장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약 32% 정도였다. 2009년 기준 연 매출 86억 달러를 기록한 바티에어텔이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이동통신사 MTN을 인수하기 위해 약 230억 달러의 가격을 제시했던 일은 바티에어텔의 해외 시장 진출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두 번의 협상 결렬 끝에 2010년 6월 쿠웨이트의 자인으로부터 아프리카 15개국 시장을 106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42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텔레콤세이셸(Telecom Seychelles), 2013년에는 와리드우간다(Warid Uganda)를 각각 인수했고, 2017년 3월에는 티고가나(Tigo Ghana)와 합병하면서 아프리카 지역에 매우 광범위한 기반을 다졌다. 이러한 기반 위에 바티에어텔은 자국 시장에서 축적했던 원가 절감 역량을 바탕으로 2016년 말 기준 아프리카 대륙에서 약 8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셋째, 기술력의 한계를 다양한 파트너들을 활용해 극복했다. 자동차 부품 업체가 모태인 바티에어텔은 독자적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원천기술력이 없었다. 따라서 자국 시장인 인도에서도 IBM, 에릭슨, 노키아,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활용해 부족한 기술을 보완했고, 심지어 경쟁자인 보다폰과도 협력을 통해 자국 시장 내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새롭게 진출한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바티에어텔은 아프리카의 다양한 시장에서 IT 업무 서비스를 총괄하는 IBM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부족한 기술 역량을 보완해 나갔다.

이처럼 바티에어텔은 자국 시장에서 기른 원가 절감 능력과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와 유사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함으로써 단기간 세계 3위의 이동통신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비자의 지불능력이 낮은 아프리카 시장에서 바티에어텔의 원가 절감 능력은 기존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은 물론 보다폰 같은 잠재적 경쟁자로부터 급속하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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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에어텔의 내일

바티에어텔은 어느덧 아프리카 시장 진출 7년 차를 맞고 있다. 일부에선 바티에어텔이 현재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는 17개 국가들을 마치 하나의 단일 시장처럼 보고 있어 대륙 내 국가 간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도에서 유효했던 저가 요금제 정책이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통신 서비스 사용 패턴이 달라 기존의 저원가 전략이 얼마만큼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도 아프리카 시장이 중국을 능가하는 ‘엘도라도’가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쿠웨이트 자인을 인수했지만 지나치게 비싼 값에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바티에어텔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아프리카 시장만의 독특한 역학구조와 시장원리를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시사점

바티에어텔 사례는 글로벌 금리인상, 대중국 관계, 내수 시장 침체 및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경영환경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한국 기업에 세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첫째, 바티에어텔은 인도와 같이 매우 큰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고 무선통신 서비스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상당한 우선순위를 뒀다. 글로벌 경영전략의 관점에서 판단해 보면 내수 시장이 클수록, 그리고 후발주자일수록 상대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바티에어텔은 이런 두 가지 공식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전략적 방향성을 선택했다. 바티에어텔 사례는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기존 경쟁자로서 누릴 수 있는 진입장벽을 활용해 현재의 모습에 안주하고 있는 수많은 한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둘째, 바티에어텔이 불과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약 20개국 이상의 나라에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경쟁사 대비 명확한 초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극한 경영환경에 직면할수록 초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만이 지속적인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런 기업들만 극한 환경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 2001년 9·11 사건이 발생해 미국 항공산업에 전대미문의 위기가 닥쳤을 때도 경쟁사 대비 약 25% 이상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사우스웨스트항공사만이 유일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셋째, 바티에어텔은 초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통상의 고정비 요소들을 변동비로 바꾸는 창의적 발상을 활용해 기존 경쟁자와 구조적으로 다른 생산성을 확보했다. 불확실성이 극에 달할수록 경쟁사와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방식을 활용하지 않으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 한국의 다양한 산업들을 둘러보면 통상적 관념으로 보편화돼 있는 ‘업계의 정석’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많은 기업이 별다른 고민 없이 기존의 게임의 룰을 따라가기 위해 매우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경쟁자가 하지 않는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진정한 정석’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namgyoopark@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에서 경영학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치고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Stern School of Business)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마이애미대와 KAIST에서 교수로 일했다. 저서로는 <전략적 사고> <화이트칼라 이노베이션전략> <창조적 사고> 등이 있다.



생각해볼 문제

1 우리 기업에서 원가를 혁신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고정비 부담 요소를 변동비 요소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있는가?

2 우리 기업에서 아웃소싱을 통해 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는 부분, 핵심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 전략적 제휴나 M&A를 통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는가? 아웃소싱, 전략적 제휴, M&A 등 각각의 전략을 추진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