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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알파고 이벤트

극적인 이벤트로 온 세계 이목 끌고, 흥미로운 기술로 창의성 극대화하고…

윤영진 | 215호 (2016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6년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일 것이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해 순식간에 ‘인공지능이 정복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라는 바둑에서 ‘인간 최고수’를 이기는 성공을 거둘 수 있던 비결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구글은 단편적인 기술 획득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기술의 잠재력을 획득했다.
둘째, ‘세기의 대결’이라는 극적인 이벤트를 활용해 ‘경험관리’를 통한 기술의 수용성을 확보했다.
셋째, 대규모의 개발 프로세스를 진행시키기보다는 조직 내에서 개인 단위의 흥미로운 기술 개발을 진행해 위험을 최소화하며 창의성을 촉진했다.


들어가며

만물이 이(理)와 기(氣)로 구성된다는 동양의 고전철학을 굳이 참조하지 않더라도 특정 사물에 생각하는 이치를 부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논할 의미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이는 마치 태초의 전설에 나오는 신의 입김으로 인간의 생명을 불어넣는 장면을 보는 듯하다.

사실 이치를 깨닫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이치를 깨닫는 과정은 몇 가지의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한다. 첫 번째로 무엇이 내게 필요한 정보인지조차 알기 쉽지 않다. 또한 비록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안다고 할지라도 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우리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할지라도 그 정보들 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연구자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하지만 이치는 더 나아가 이러한 정보 간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시사점, 그리고 이를 통해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규범을 아는 것이다. 분명 어려운 숙제이며 어찌 보면 인류가 가지고 있는 존재적 과제이기도 하다.

인간이 아닌 주체가 사고를 통해 자신의 효과적인 행동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주체적 의사결정이 기계에 의해 이뤄진다면 우리는 기계에 대한 편견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 기계는 더 이상 단순반복적인 업무에만 사용되지 않고 보다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업무에 사용될 수 있게 되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업무의 대부분을 대신할 수 있게 된다. 이 점이 바로 기계가 이치를 깨닫는다는 것, 인공지능의 가장 중요한 사업적 가치다.

2016년 큰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알파고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이었다. 단순한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왜 기업가와 경영학자에게 선망과 희망, 더 나아가 두려움을 느끼게 했을까?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해 기술을 획득(Acquisition)하고 실현해가는 과정(Deployment)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알파고가 성공하기까지

1)지능이란?: 지능은 시장 지배적 플랫폼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의 산업화 측면을 전략적 관점에서 분류하면 크게 2개로 구분된다. 하나는 시장 경쟁 포트폴리오상에서 사업적 거점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점진적 시장 확대를 꽤하는 기술 거점화전략이다. 이는 니치전략(Niche Strategy)과 유사하지만 반드시 경쟁구조상의 비어 있는 수요층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기술의 활용이 특정 영역의 특정 비즈니스 목적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정되는 특징이 있다.

또 하나는 기술 플랫폼화 전략이다. 기술 플랫폼화는 말 그대로 개발 혹은 도입되는 기술이 특정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 및 사업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오히려 그 가치를 높일 수 있으며 더불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이 다양한 형태로 실현될 수 있다.

알파고에 적용된 기술은 아주 일상적인 시뮬레이션 기법에 기반하고 있지만 강력한 적용 애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 기술에 속한다. 인공지능(AI)은 궁극적으로 정보에 대한 대안적 판단을 제공하기 때문에 모든 비즈니스 환경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다. 사실 구글은 이러한 비즈니스 커버리지가 극대화되는 기술에 대한 투자 및 도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로 플랫폼 기술의 획득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기술의 차별성과 탁월함을 증명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시장의 수용성과 확장성은 매우 크기 때문에 중장기적 전략적 투자로서 플랫폼 기술의 획득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그림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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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다양한 지능형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봇+지능’은 휴머노이드의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구글이 로봇제작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와 더불어 딥마인드에 투자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영화 ‘터미네이터’를 떠올리며 디스토피아의 도래를 우려했다. 구글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매각함으로써 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휴머노이드가 가능할 수 있겠다는 단초를 제공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구글은 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매각했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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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매각했나?

많은 사람들이 구글이 장기적이며 인류적인 기술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에 기여하는 기술을 구글이 싫어할 이유는 없다.

과연 구글의 X프로젝트는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 가치실현만을 추구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인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구글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손에 넣은 것은 2013년 12월이었다. 앤디 루빈은 안드로이드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 로봇 사업을 맡았고, 그 뒤 루빈은 구글 내부에 로봇 사업을 추진할 독립조직인 ‘레플리칸트(Replicant)’를 만들었다.

루빈은 다수의 로봇 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했으며 2013년부터 두 해 동안 인수한 로봇 기업이 9개가 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딥마인드도 이때 인수기업 대상에 포함됐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던 구글의 로봇 사업은 앤디 루빈이 떠나면서 가동됐던 협력 체제가 무너지고 로봇 전위 조직인 레플리칸트 내에서도 조금씩 불협화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임원들이 구글의 다른 로봇 관련 엔지니어들과의 협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다.

사실 로봇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도 있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엔지니어들이 공을 들인 로봇은 지금 당장 시장에 내놓을 제품이 아니었다. 반면 원래부터 구글에 있던 기술자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쪽에 힘을 싣길 원했다. 구글 로봇 사업 부문 책임자인 아슨 에드싱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 작업을 하려고 하다가 ‘벽에 부딪치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저가형 네 발 전기 로봇 개발을 하길 원했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 쪽에선 이런 부분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때문이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로봇 전위조직이던 레플리칸트를 선진 연구그룹인 구글X 산하로 편입했고 그 뒤 구글X를 이끌고 있는 애스트로 텔러는 레플리칸트 직원들에게 구글이 풀기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로봇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엔 다른 분야로 전환배치할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 결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구글X에 제대로 융화되지 못한 셈이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많은 언론에서는 보고 있다.

기업이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항상 동일할 수는 없다. 사업운영 주체의 전략성에도 많이 기인하기도 하고 혹은 재무적 투자자들의 압력에 굴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기업의 관련 기술의 획득전략은 기업의 성과와 연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율적이고 점진적이며 소규모의 개방적 기술개발 과정을 중요한 기술전개 과정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이 취미생활을 위한 것은 아님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기업이 획득 가능한 내외부적 사업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고 기술이 사업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구체화된 사업모형을 제시하기 위한 성과관리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이는 기술을 돈으로 바꿔 기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은 기술의 궁극적 가치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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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지능’은 헬스테크(Health-Tech)로 불리며 가까운 장래에 의료 진단 영역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비구조화된 데이터 처리 능력이 필요한 의료 분야에서는 IBM의 왓슨(Watson)이 유용한 인공지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는 마치 언어를 잘하는 학생과 수학을 잘하는 학생의 차이와 같다. 결국 학습고리의 방향에 차이일 뿐 근본적으로 지능형 사고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엔터테인먼트+지능’은 어찌 보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분야일지 모르겠다. 엔터테인먼트에 왜 고도의 지능화기술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게임 등과 같은 오락은 인류가 구매하는 상품 중에서 가장 쉽게 돈을 지불하는 산업군에 속한다. 알파고는 결국 바둑 인공지능이다. 딥마인드는 다음 단계로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한다고 한다. 별도의 우월한 조건을 컴퓨터에 부여하지 않고도 게임의 난도를 높이거나 더 나아가 친구가 없어도 충분히 친구처럼 행동하는 컴퓨터 캐릭터가 있다면 매우 우수한 게임 콘텐츠가 될 것이다. 분명 흥미롭고 시장성도 충분해 보인다.

이외에도 교육, 문화, 예술, 정치, 경제 등 모든 영역에 인공지능이 적용될 수 있으며(정치만은 인공지능이 아닌 좋은 인간에 의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는 똑똑한 인공지능 하나가 전 영역에 걸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시장 지배적 기술이 된다는 것이다.

2) 구글, 단편적인 기술 획득이 아니라 기술의 잠재력을 획득하다

사실 인공지능 기술이 전술한 바와 같이 플랫폼 기술이기 때문에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기술이긴 하나 딥마인드의 알고리즘이 최고의 솔루션이라는 점은 보장할 수 없다. 반면에 이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인지신경 분야의 대가이며 관련한 다양한 사업 수행 경험이 있는 CEO다. 하사비스는 이미 인공지능 분야에서 명사가 됐지만 구글이 하사비스에 투자할 당시에도 분명 이 분야의 최고의 구루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CEO였다.

하바비스는 13세에 체스마스터에 올랐으며 14세에 2300점으로 동갑인 헝가리 체스마스터인 주디트 폴가(Judit Polgar)에 이어 세계 랭킹 2위에 올랐다. 17세에 테마파크라는 게임을 제작해 수백만 카피를 판매했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하고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에서 인지신경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따냈다. 바둑에서 딥마인드가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시스템을 설계한 이가 체스나 바둑 등에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사람이 기계의 지능구조를 창조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혁신의 주체가 사람인 점은 분명하다.

기술의 혁신은 결국 사람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단지 현 단계의 기술 수준뿐만 아니라 미래 획득 가능한 기술의 총합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는 마치 재무관리에서 미래가치를 현가화하는 NPV와 같이 기술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미래가치를 현가화해 획득 기술 대상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딥마인드는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높은 현가를 갖는데 이는 기술의 적용 대상의 광대성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자의 확장 및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기술의 개발은 매우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지 기술 개발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시장의 변동성, 사회의 적응성, 제도적 합리성 등 다양한 요소가 맞물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차세대 기술’이라고 불리는 ‘Generation Technology’의 경우에는 실제 사용자의 일상에 기술이 적용되기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현존하는 기술은 그 가치가 급변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신기술의 계속적인 유입으로 인해 가치 하락이 발생한다. 따라서 단편적인 기술 자체를 획득하기보다는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획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매우 중요하다.

기술의 잠재력을 획득하는 방안은 특허권 등을 통한 장벽을 세우고 기술 생태계를 조정하는 방법과 더불어 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낼 수 있는 주체 혹은 기술발전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Container를 확보하는 방법인데 딥마인드의 하사비스가 후자에 속한다. 사실 구글이 4억 달러를 들여서 딥마인드를 인수할 때 가장 중요하게 판단한 부분은 결국 사람이었다는 얘기다.

3) 경험관리(Experience Management)를 통한 기술 수용성의 확보

기술의 산업적용을 위한 모형이 몇 가지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S-Curve, Hype-Curve 등 다양한 커브 형태로 기술의 시장 적용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중 가트너의 Hype-Curve는 특정 기술의 발전 궤도를 정의할 때 한 축으로 기술의 잠재적 기대수준(Expectation)을 놓고 있다.(그림 3) 기술은 그 자체의 탁월함보다는 오히려 시장의 수용성이 종종 중요할 수 있다.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자의 투자 행위는 미래 산업기술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에서 기인하고 시장의 크기는 기술에 의해 실현된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이해 혹은 기대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고객 혹은 시장이 느끼는 기술에 대한 관심과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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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성공은 기술의 성취와 더불어 시장에 소개되는 방식의 독특함에 있을 수 있다. 기술의 도입 과정이 일반인조차도 너무나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사실은 기술 자체가 가지는 탁월함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기대감을 형성하게 만들었다. 이는 사업적 측면에서 볼 때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경험관리의 일환이 될 수 있다.

구글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결과적으로 구글이 인공지능 분야의 1st Tier에 있음을 이세돌과 대결과정에서 보여줬다. 알파고는 세계 최고의 기사와의 승부에서 승리함으로써 기술적 성취를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이는 알파고가 얻은 소득 중 극히 미약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최초로 인간계 최고의 기사와 진검승부를 하는 기계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수백억을 들여도 얻기 어려운, 그것도 아직 제품화돼 있지도 않은 기술에 대해 최고의 고객경험을 확보한 것이다.

우리는 종종 최고라고 일컫는 많은 기술이 알고 보면 의외로 단순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곤 한다. 마술과 같은 기술은 최고의 칭찬이지만 마술은 일종의 환상과 같아서 보고 느끼는 사람의 인식체계 내에서 판단된다. 미래 기술의 탁월함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사용자의 필요성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볼 때 초기 단계부터 기술에 대한 고객 경험관리는 성공의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알파고의 심층 신경망 기술과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화 알고리즘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알파고가 최고의 바둑기사라는 환상을 경험했다. 사업적 측면에서 볼 때 분명 가치를 배가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임이 분명하다.



4) 알파고 성공의 숨은 비결: 조준사격과 난사의 사이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가(조준사격), 아니면 흥미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가?(난사)’는 늘 중요한 고민거리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술개발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한 단위기술의 획득을 위해 이뤄진다고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개발 로드맵이 있고 기술개발의 목표치가 제품의 성능 목표치와 밀접하게 연결돼 구체화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기술개발 과정은 분명 기술경영 및 관리적 측면에서 볼 때 유용하지만 과연 기업 기술역량의 총량을 증대시키는 점에서 유효한지는 모호하다. 오히려 기술의 진화성을 제한하고 사업적 확장성을 제한할 수 있다.

구글의 기술개발 프로세스를 보면 의외로 난잡하다. 그냥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연구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거나 큰 진척이 없으면 또한 쉽게 중지하기도 한다. 대규모의 개발 프로세스가 진행되기보다는 개인 단위의 흥미로운 기술 개발 등의 진행이 더 많다. 조직 내외의 수많은 개별적이고 소규모적이며 흥미 위주의 단기적인 아이디어와 창작 행위를 지원함으로써 오히려 기술개발 과정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개발과정의 창작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이상적 모델을 만들고 있다. 사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유연한 조직 문화 및 전략, 시장지배적 위치에 놓인 기업이 행할 수 있는 기술도입 방식이라는 점에서 구글에 최적화된 방안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업의 시장 내 위치, 전략, 조직문화 및 리더십 유형, 기술보유 수준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기업의 기술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기술개발 과정에서 최근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개방형 기술개발 방안이다. 일반적으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상호 이질적일 것으로 보이는 기술 간의 교접을 통해 혁신적 기술모형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개방형 혁신이 일상화돼 가면 대규모의 프로그램화돼 있는 기술개발 방법론이 소규모적이며 단속적인 기술의 조합 능력에 따라 혁신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특히 플랫폼 기술을 지향하는 기업의 경우 핵심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적용 분야의 확대기술 역시 중요한 환전(돈이 되는) 기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관심을 줘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핵심기술의 인수, 다수의 애플리케이션 기술의 소규모 개발, 중장기와 단기 기술 간의 적절한 결합 등 구글의 다변화된 기술도입 방식은 상당히 효과적인 방안으로 인식된다.

이 같은 구글의 성공적인 기술획득 과정은 많은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지금까지의 방식은 꽤 성공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궁극적으로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일상화된 사회는 긴 여정으로 남겨져 있다. 앞으로의 긴 여정 동안 지금까지의 성공을 실패로 되돌릴 수 있는 실수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알파고로 큰 성공을 거둔 구글에 남겨진 과제는 무엇일까?


구글의 고민과 인공지능의 미래

1)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인공지능은 찬란한 미래 모습과 더불어 불안하고 어두운 단면에 대한 우려가 늘 교차한다. 지능을 창조하는 인류가 범할 수 있는 통제 불가능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강력한 힘은 그 방향에 따라 천사가 되거나 악마가 될 수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 혹은 ‘매트릭스’가 보여주는 어두운 이면은 분명 우리에게 창조적 행위가 모두를 행복하게만 만들지 못할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깨닫게 해준다. 강력한 하드웨어파워를 가진 로봇이 지능화될 때의 모습은 두려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딥마인드를 인수할 당시 구글의 래리 페이지에게 요구한 것이 윤리위원회의 설치다. 딥마인드의 공동 설립자인 쉐인 레그는 “인류의 멸망이 온다면 기술(technology)이 그 이유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딥마인드의 폭주를 우려한 바 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고 이를 제어할 제어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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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딥마인드는 미국 실리콘밸리 최대 조직으로 알려진 가칭 ‘페이팔 마피아’에게 투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그림 4)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테슬라 모터스 CEO 일론 머스크, 페이팔 이사 스콧 베니스터가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이들은 이 마피아의 최고위급에 속한다. 일론 머스크도 중요한 투자자 중 한 명인데 그는 2014년에 슈퍼 인공지능이 5∼10년 내로 사람을 죽이는 핵무기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딥마인드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2)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

인공지능은 복잡한 연산과 계산에는 탁월한 반면 밥 먹는 동작처럼 아주 간단한 동작은 매우 어려워한다. 일상적인 감각운동에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라 한다. 알파고 역시 생각은 하지만 정교하게 돌을 놓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하사비스의 말처럼 로봇의 팔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그 로봇 팔이 전체 판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고 아주 얌전하게 돌을 놓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하바시스는 “이 역설은 진화가 인류와 동물에게 수억 년간의 시간 동안 선사한 감각운동 능력에서 비롯한다. 감각운동이나 이런 것들은 내재적으로 탑재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적용이 어렵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사실 인간이 움직일 때 대부분은 무의식으로 일어나고 뇌에서 이것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는 모르고 움직이는 것이기에 굳이 ‘역설’이라고 불러야 할까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이치에 대한 파악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보니 이제 소위 말하는 기(氣)에 대한 얘기를 하는 듯하다. 이쯤 되면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듯하다. 분명한 점은 인류가 과거 수억 년간의 학습 중에 몸의 감각기관으로 내재된 형이상학적 영역은 더 어렵고 더 본질적인 과제이지 않을까 한다.


윤영진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yjyoon@smu.ac.kr

윤영진 교수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더앤더슨코리아 시니어컨설턴트, 베어링포인트코리아 이사, 삼정KPMG회계법인 파트너 상무이사로 근무했고 현재 상명대 경영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식경제부장관상(2009),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2014) 등을 수상한 바 있다.


Unconventional Insight

1. 최고라 일컬어지는 최신 기술들도 알고 보면 의외로 단순한 경우가 많다. 미래 기술의 탁월함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의 필요성에 의해 결정된다. 멋진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이게 가능한 기술이고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는 것이다. 알파고는 바로 그 지점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2. 인공지능은 복잡한 연산과 계산에는 탁월한 반면 밥 먹는 동작 같은 아주 간단한 동작은 매우 어려워한다. 이렇게 일상적인 감각운동에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odox)이라 한다. 알파고 역시 ‘생각’은 인간을 따라잡고 있지만 정교하게 돌을 놓는 행위는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앞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야 하는 게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극복하는 건 지금까지 알파고 등 인공지능이 극복해온 과제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 윤영진 | - (현)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 아더앤더슨코리아 시니어 컨설턴트
    - 베어링포인트코리아 이사
    - 삼정KPMG회계법인 파트너 상무이사
    yiyoon@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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