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을 근면과 성실의 아이콘으로 여긴다면 정말 그럴듯한 문구다. 그런데 정말 성공을 위해선 잠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지난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발표한 ‘소득 수준에 따른 수면시간’ 통계에 따르면 연간 9만4200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의 75%는 하루 6시간 이상 수면을 한다. 이 통계에 따르면 소득과 수면시간은 거의 비례했는데 한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최근 관련 조사 결과 나타났다. 모두 잠과 소득의 상관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통계들이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면 질수록 수면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슬립(Sleep)’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수면을 돕는 보조용품 시장을 뜻하는 ‘슬리포노믹스’가 뜨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세계수면학회에 따르면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수면을 산업화할 수 있다는 데 눈을 좀 더 빨리 뜬 미국에선 관련 시장이 무려 20조 원 규모에 달한다.
향후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더욱 빠르게 팽창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72만 명에 달했다. 2008년 통계(22만 명)와 비교할 때 그 수가 3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고 좀 더 효율적인 ‘꿀잠 도우미’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매장에 나가 소비자들을 직접 관찰하거나 매장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좀 더 미시적인 트렌드를 관찰할 수 있다. 침대만 놓고 봐도 프레임이나 헤드 등 겉모습보다 매트리스라는 침대의 ‘본질’에 좀 더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매트리스의 성능과 구조가 척추 등 내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전문적인 질문을 쏟아놓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이런 추세에 맞춰 몇 년 전부터 고기능성, 고급 사양을 장착한 세계 3대 고가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또한 씰리를 비롯해 여러 브랜드들이 최고급 프리미엄 라인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또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과 접목된 최첨단 침대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전 세계 5성급 호텔에서 투숙하는 경험이 늘고, 매트리스 브랜드나 숙면에 대한 지식도 늘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생각된다.
과거엔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가 그 사람의 능력이나 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였다. 이제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침대에 투자하는 트렌드가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잠과 삶의 질을 연결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발 더 나아가 이제 ‘편안한 둥지에서 잘 자고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잘 잡아먹는다’고 말하는 시대가 온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슬리포노믹스’가 각광받게 된 추세에 따라 경영계에서도 수면의 질과 생산성에 대한 고민이 좀 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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