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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porate Venture Capital

추격 위한 점진적 혁신 대신 CVC날개 달고 더 큰 도약을

박군호,최민경 | 208호 (2016년 9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핵심 사업의 성숙, 신성장 동력의 부재, R&D 생산성의 하락은 선진기업을 추격하는 데 급급해 개선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던 점진적 혁신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헬스케어, 스마트홈 등 움직임이 관찰되는 미래 신성장 영토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급진적 혁신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R&D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벤처생태계를 혁신의 원천으로 이용하는 기업벤처캐피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업벤처캐피털이라는 도구를 통해 급진적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선리얼옵션 기법을 이용한 단계적 접근을 통해 유사 및 대체 기술에 분산 투자를 수행하고기업벤처캐피털의 의사결정 및 운영 과정에서 자율성을 보장하며투자한 벤처기업에 대한 경영 개입은 최소화하면서 모기업의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공유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1. 혁신의 원천, R&D

 

기업이 경쟁 우위를 창출하고,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혁신의 수행과 달성이다. 나아가 새로운 혁신의 등장 속도가 가속화되고, 기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대 기업 환경에서 혁신은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하버드대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가 정의한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과 래리 다운즈(Larry Downes)와 폴 누네즈(Paul Nunes)가 주장한 빅뱅파괴(Big-Bang Disruption), 제임스 매퀴비(James McQuivey)의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 등의 개념은 새로운 혁신의 등장이 기존 기업의 존속에 미치는 위험을 경고하고, 새로운 혁신을 끊임없이 생산해야 함을 강조한다.1

 

그렇다면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다양한 인재의 영입, 개방적인 기업문화 조성, 실리콘밸리 문화 주입, 소비자 니즈 파악 등 다양한 활동이 있겠지만 적어도 ICT, 전기전자, 바이오, 제약 등 기술기반 산업에서의 혁신의 원천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확보하는 R&D(연구개발)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적극적인 R&D 활동은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경쟁우위를 제공하며, 경쟁에서 뒤처진 기업에는 선도 업체로 재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또한 가상현실의 오큘러스(Oculus)와 카셰어링의 우버(Uber)와 같은 기술벤처들에는 특정 영역의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제공해준다.

 

현대 기업 환경에서 혁신의 등장은 매일 일어나는 일상적인 사건이 돼 버렸다. 이들 중에서는 시장을 와해하고 기존 선도업체의 경쟁력을 순식간에 앗아가 버리는 와해성 혁신도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R&D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사업에 연계하는 기업 활동은 상시화돼야 하며 체계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빈번한 혁신의 시대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에 가장 필요한 혁신은 급진적 혁신임을 강조하고, 나아가 이를 수행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R&D 활동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의 필요성

 

혁신의 원천인 R&D의 중요성은 많은 경영진이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신규 사업을 위해 투자액을 늘리겠다는 잦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투자의 성과는 전부 어디로 간 것인지 아쉬울 뿐이다. 낮은 혁신생산성의 문제는 어떠한 혁신에 투자하고 있는지, 그 방향성에 원인이 있다. 현재 한국 기업들의 R&D 투자는 대부분 점진적 혁신을 달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고, 급진적 혁신에 대한 투자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생산함수 개념을 도입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림 1>은 혁신생산성의 변화를 (A)점진적 혁신기 (B)성장 정체기 (C) 급진적 혁신기 등 크게 3가지 시점으로 구분해 나타낸 것이다. 우선 (A)는 선도기업이 급진적 혁신을 통해 시장을 개척한 상황에서 후발업체들이 추격하는 시기다. 기업들은 점진적 혁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선도기업이 가진 혁신생산성에 가까운 성과향상을 보여주게 된다. 하지만 (B)처럼 선도기업과의 격차가 적은 기간에는 점진적 혁신을 계속 추구하더라도 혁신생산성이 체감하기 때문에 설령 막대한 R&D 비용을 지출해도 과거에 비해 혁신성과의 향상 정도는 미미하다. 모방하거나 벤치마크 할 대상도 없어 과거와 같이 검증된 기술이나 혁신에 집중해 R&D의 리스크를 줄이기도 어려워진다.

 

(C)는 새롭게 등장한 급진적 혁신에 의해 혁신생산함수 자체의 상향 조정이 이뤄지는 시기다. 이는 기존 업체들의 혁신생산성의 상대적 하락을 의미한다. 이때 과거에 이룬 수많은 혁신 성과를 버리지 못하고 오래된 생산함수의 우산 속에서 점진적 개선만을 계속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생각을 한다면 피처폰의 영광을 놓지 못하다 몰락하게 된 노키아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한국 기업의 고도성장기 때에는 후발 기업으로서 선도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증된 사업 및 기술 위주로 투자를 수행하는 점진적 혁신 전략을 추구했다. 실제 해당 R&D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고, 국내 기업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정보통신,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선진 기업들과의 격차는 크게 줄어들었고, 모바일을 비롯해 일부 산업에서는 이미 한국이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점진적 혁신만을 추구하는 R&D 전략으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혁신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고, 경쟁사들의 급진적 혁신에 부딪혀 매우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다. 결국 현재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봉착한 혁신의 부재, R&D 생산성의 하락을 극복하려면 급진적 혁신에 대한 관심을 제고해야 한다.

 

3. 혁신을 위한 4가지 R&D 방법론

 

R&D 방법론은 크게 R&D의 성격과 혁신의 수행 주체에 따라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그림 2>의 가로축은 R&D의 성격을 기업행동 및 조직이론 분야의 대가인 스탠퍼드 경영대학의 제임스 마치(James March) 교수가 제안한 활용(Exploitation)과 탐색(Exploration) 관점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활용적 R&D(Exploitative R&D)는 기존에 확보된 기술의 성능 및 효율성을 개선하고, 공정 혁신이나 자동화 등을 통한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특징이 있다. 물론 현재 활동하고 있거나 선도 업체가 이미 개척해놓은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추구한다.

 

 

 

반면, 탐색적 R&D(Explorative R&D)는 새로운 기술 및 경영자원을 이용하고, 기존 제품의 개선보다는 새로운 제품의 개발에 집중하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기존과는 다른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다. <그림 2>의 세로축은 기업 내부의 역량을 통해 혁신을 수행하는 것인지 또는 혁신에 필요한 기술 및 지식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인지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로 혁신 및 R&D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조직 내부에서 찾고 자체적으로 혁신활동을 수행하는 경우와 기업 외부의 기술 및 역량을 제휴, M&A, 벤처투자(Venture Capital) 등을 통해 내재화하거나 소비자 또는 외부 전문가를 R&D 과정에 포함시키는 혁신 활동으로 구분된다.

 

본고에서는 상기 2가지 기준을 토대로 4가지의 R&D방법론을 분류했다. 먼저 각각의 방법론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겠다.

 

(1) 내부 R&D

내부 R&D는 기업 내 R&D 전문 조직을 통해 혁신 활동을 수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현재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전기전자, 반도체 및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부 R&D를 통해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내부 R&D는 제한된 기업의 인적, 물적 자원을 특정 영역에 집중함으로 투자 대비 높은 생산성을 거둘 수 있어 후발기업이 선도업체를 빠르게 추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장점은 기술의 수명주기가 길거나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에서 성능 및 품질 개선을 계속해 선진기업을 추격,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국의 모바일 산업 추격 역사를 간략히 되짚어 보자. 1983년 모토로라가 최초로 아날로그 휴대폰 시장을 개척했고, 5년 뒤인 1988년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이 최초로 휴대폰 시장에서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후 1996 CDMA 방식의 디지털 통신이라는 급진적 혁신이 발생했고, 해당 영역에서 노키아가 새로운 선도기업으로 부상했다.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이후 10여 년간 성공적인 기술 추격으로 2세대 통신 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

 

2008년 한국의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으로부터 촉발된 스마트폰 혁신에도 성공적으로 대응한 결과 현재 모바일 시장의 글로벌 선도업체로 발돋움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모토로라, 노키아, 애플이라는 각 단계별 선도업체들의 급진적 혁신과 경쟁했고, 활용적 R&D를 통해 확보한 성능개선, 소형화, 경량화 무기로 빠른 추격에 성공했다. 이처럼 효율적인 내부 R&D는 기업의 혁신에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뼈대다.

 

 

(2) 개방형 R&D

개방형 R&D는 넓은 의미로 기업 내부에서 조달할 수 없는 기술 및 지식을 외부의 기업, 연구기관, 나아가 소비자들로부터 조달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기업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외부 지식을 내재화하는 방법과 소비자 및 외부 전문가들을 기술개발 과정에 포함시켜 소비자 니즈 파악, 신사업 아이디어 확보, 기술적 문제해결 등에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전략적 제휴의 경우 산업 간 융복합이 심화되고, 혁신적인 기술의 등장 및 쇠퇴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혁신을 달성하고자 하는 기업들 간에 매우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 개발을 위해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차량공유 플랫폼을 보유한 우버(Uber)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인 피아트 크라이슬러가 상호 기술제휴를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해당 제휴는 각 기업이 상호 부족한 IT 및 자동차 지식을 공유해 새로운 혁신을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전기자동차 분야의 경우 GM과 국내 배터리 업체인 LG화학은 전기자동차용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공동 R&D에 나서는 등 긴밀한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상기 사례들의 경우 각 영역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기술, 테슬라의 배터리 경쟁력을 추격하고자 후발업체들 간 단행한 전략적 제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 및 외부 전문가들을 R&D 과정에 참여시키는 혁신방법론으로는 유명한 P&G C&D를 들 수 있다. P&G는 신제품의 50% 이상을 해당 R&D 방법을 통해 개발하고 있고, 오랄비 전동 칫솔, 페브리즈 방향제, 프링글스 프린츠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GE의 사회적 난제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해결하려는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인 에코매지네이션(Ecoimagination), IBM의 이노베이션잼(Innovation Jam), LG전자에서 수행하고 있는 아이디어LG(Idea LG) 등도 기업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모집해 혁신을 달성하고자 하는 개방형 R&D 활동이라 할 수 있다.

 

(3) 사내 벤처

사내 벤처는 기존 조직 내 탐색적 R&D를 추구하는 별도의 조직을 만드는 혁신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해당 기법은 1976년 미시간대의 로버트 던컨(Robert Duncan) 교수가 최초로 정의하고, 하버드대의 마이클 투시만(Michael Tushman)과 스탠퍼드대의 찰스 오레일리(Charles O’Reilly) 교수가 발전시킨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의 개념에서 비롯됐다.2

 

사내 벤처는 두 가지의 상반된 혁신 활동 중 탐색, 즉 급진적 혁신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IBM, 3M 등 글로벌 혁신 기업을 비롯해 삼성, LG, SK 등 국내 기업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IBM의 경우 EBO 프로그램을 통해 사내 벤처를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3M은 별도의 분리된 조직은 아니지만 R&D 활동의 15%를 탐색적 R&D에 활용할 수 있게끔 제도화했다. 사내 벤처의 경우 기존 조직의 경영 자원을 지원 받을 수 있어 그렇지 못한 벤처기업들에 비해 운영 리스크를 줄이며 혁신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4) 기업벤처캐피털

일반적인 기업벤처캐피털(CVC·Corporate Venture Capital)의 정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비금융권 기업이 독립적인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소수지분투자(Minority Equity Investment)를 집행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외부 조직과 협력 관계를 맺는다는 관점에서 개방형 혁신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계약에 기반한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와는 구분된다. 또한 금융 및 투자기업과 독립적인 벤처캐피털(IVC·Independent Venture Capital)에 의해 재무적 수익의 확보가 주된 목적이었던 투자 활동과 비교해 기술자산 및 지식 이전을 통한 기술혁신 달성 등의 전략적 목적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3

 

기업벤처캐피털은 벤처기업이 개발을 완료한 초기 단계의 기술을 빠른 속도로 확보할 수 있고, 기업 M&A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 비용이 소요되기에 투자 포트폴리오의 확보에 용이하다는 장점들로 탐색적 R&D에 매우 적합하다. 최근 국내외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닌텐도의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기반 스마트폰 게임포켓몬GO’를 예로 들어보자. 닌텐도는 스마트폰 게임 분야에서는 상당히 뒤처진 후발주자였으나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나이앤틱 랩스(Niantic Labs)에 지분투자를 통해 모바일 게임 분야의 AR 도입이라는 새로운 혁신을 달성했다. 물론 투자 회사에의 의존도가 높고 일부 수익분배 이슈로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무너져가던 닌텐도에 재도약을 위한 혁신 엔진을 장착시킨 것은 분명하다.

 

이세돌 9단과의 바둑 경기에서 승리한 구글의알파고역시 벤처기업에의 투자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분야의 글로벌 선도업체지만 인공지능 분야에서만큼은 왓슨을 보유한 IBM과 비교해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2014년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벤처기업 딥마인드(DeepMind)에 투자했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성공적으로 내재화했다.

 

이 밖에도 구글벤처스는 급진적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 비관련 영역의 벤처업체들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개인맞춤형 유전체분석기술을 보유한 23andMe와 파운데이션 메디신(Foundation Medicine), 카셰어링 서비스로 시작해 무인자동차 혁신까지 넘보는 우버(Uber), IoT 기반 스마트홈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네스트(Nest) 등에의 투자가 대표적이다. 현재 구글은 검색 기반 광고 및 모바일 OS 분야의 성공을 넘어 헬스케어, 스마트홈,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등의 신시장에서도 급진적 혁신을 선도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고자 기업벤처캐피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네 가지 R&D 방법론 중 급진적 혁신을 위해 가장 적합한 방법론은 무엇일까? 필자들은 기업벤처캐피털 방법론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내부 R&D는 기존에 수행하던 사업전략에 대한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 존재해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R&D가 경쟁사 대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성공의 덫(Success Trap)에 빠져 신기술에 대한 투자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개방형 R&D 역시 지식흡수역량(Absorptive Capacity) 관점에서 볼 때 기술의 사업화 적중률이 낮은 급진적 혁신을 추진하는 데 있어 위험성이 존재한다. 외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달해 온다고 할지라도 새로운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인력과 경험이 조직 내에 부족한 상황에서는 해당 기술의 내재화가 어려워 혁신이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내 벤처의 경우 점진적 혁신에 최적화된 기존 조직에서 분리해 급진적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숙성될 수 있게 기존 조직의 인적, 물적 자원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아이디어 선정 기준, 평가 및 보상 체계가 다름으로 인한 기존 조직과의 갈등, 효율성을 중시하는 관리자의 개입 가능성 등은 급진적 혁신을 수행하는 데 장애 요인으로 판단된다.

 

반면 기업벤처캐피털은 기업가정신을 가진 창업가에 의해 어느 정도 숙성된 혁신 기술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아이디어 단계부터 투자 기업과 관계를 맺게 되는 사내 벤처와는 달리 아이디어가 발굴되고 기술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외부의 개입을 받지 않는다. 또한 기술개발이 완료된 후 사업화 및 판로 개척 등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순차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특히 크라우드펀딩플랫폼, 실리콘밸리 등의 창업 생태계 조성 등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자금 조달 용이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 같은 일련의 이유들로 인해 필자들은 급진적 혁신을 추구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기업벤처캐피털을 선정했다. 이어서 기업벤처캐피털을 통해 성공적으로 급진적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요인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4. 급진적 혁신을 위한 기업벤처캐피털, 동향 및 활용 사례

 

최근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정체된 기존 산업의 돌파구를 찾고자 벤처투자를 통해 신기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전미벤처협회(NVCA·National Venture Capital Association)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5%가 벤처투자를 통해 신기술 탐색, 신시장 개척, 새로운 성장 기회 확보 등의 목적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PWC NVCA 2016년 공동 연구에 따르면 기업벤처캐피털의 규모가 2011 24억 달러에서 2015 76억 달러로 3배 이상 급격하게 성장했다. 기업벤처캐피털을 보유한 기업 역시 2014년 기준 약 1100개에 달하는데 이중 대략 절반은 2010년 이후에 조직됐다.4

 

기업벤처캐피털이 최근 들어 급속히 확대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구글벤처스(Google Ventures, 2009년 설립), 인텔캐피탈(Intel Capital, 1991년 설립), 퀄컴벤처스(Qualcomm Ventures, 2000년 설립) 등 글로벌 혁신 선도 기업의 기업벤처캐피털 사례가 늘어나면서 다른 경쟁사들의 전략 모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둘째,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한 벤처 생태계의 활성화와 신성장 동력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기업의 욕구가 맞물리고 있다. 셋째, 무엇보다 과거 기업벤처캐피털의 활용 목적이 투자수익 확보 등 재무적 도구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벤처 기업이 보유한 혁신 기술의 내재화, 미래 성장 산업으로의 사업다각화 등의 전략적 도구로서의 가치가 검증된 게 최근 기업벤처캐피털 확대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보여진다.

 

기업벤처캐피털을 통해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 분야의 급진적 혁신을 달성 중인 구글벤처스의 사례를 보자. 2009년 탄생한 구글벤처스는 생명과학, 헬스케어, 인공지능, 로보틱스 분야를 중심으로 300개 이상의 혁신 기업에 지분투자를 수행하고 있다. 이 중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 분야는 32개 업체에 달한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는 구글벤처스(GV, Google Ventures) 2011 150억 원 규모의 지분을 인수한 파운데이션 메디신(Foundation Medicine)을 들 수 있다.

 

 

 

파운데이션 메디신은 유전자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암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당 분야의 선도 업체다. 300개의 암유전자들을 빠른 속도로 분석하고, 개인의 유전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항암제까지 추천해주는 풀코스 서비스를 5000달러 수준에서 제공한다.5  구글은 구글벤처스를 통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금액(150억 원)으로 유전자 분석 기반 개인맞춤의료(Personalized Medicine) 분야의 급진적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나아가 구글은 기업벤처캐피털을 통해 최근 시퀀싱 장비 영역의 선도업체인 일루미나로부터 분사된 그레일(Grail)도 투자함으로써 구글의 헬스케어 분야 투자포트폴리오를 시퀀싱(sequencing, 염기서열 순서 분석) 영역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유전자 분석 기반 개인맞춤형 의료 산업은 크게 1) 유전자를 분해해 분석 가능한 기초 데이터 형태로 바꿔주는시퀀싱영역, 2) 바이오마커(Biomarker)와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 기술을 통해 특정 유전자의 이상 여부를 분석하는진단영역, 3) 진단 결과를 토대로 약물 및 항암 치료 등을 수행하는치료영역 세 가지로 구분된다.

 

 

 

앞서 언급한 파운데이션 메디신에 대한 투자가 진단 영역에 속한다면, 그레일에 대한 투자는 개인맞춤형 의료 가치사슬(Value Chain)의 상단(Upstream)인 시퀀싱 영역으로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레일은 오는 2019년까지 매우 간단한 조직검사 방식으로 DNA를 채취해 암의 발병 여부를 손쉽게 분석하는 장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다른 우수 사례로 퀄컴을 들 수 있다. 퀄컴은 자사의 기업벤처캐피털인 퀄컴벤처스(Qualcomm Ventures)를 통해 웨어러블 시장에서 급진적 혁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퀄컴벤처스가 2013 4300만 달러를 투자한 핏비트(Fitbit)를 들 수 있다. 핏비트는 한국계 기업가 제임스 박(James Park)이 설립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의 선도 업체로, 디바이스를 통해 심박 수, 칼로리 소모량, 운동량 및 수면정보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손목 밴드형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핏비트는 2015년 기준 시장점유율이 87%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퀄컴벤처스는 또한 헬스케어 분야의 애플리케이션 영역으로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4 2월 눔(Noom)의 시리즈A 라운드 투자에 참여한 예가 대표적이다.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분야의 선도 업체인 눔은 개인의 행동정보를 수집, 분석해 맞춤형 식단관리 및 체중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식습관 개선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이미 퀄컴은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 수집·분석 플랫폼을 자회사인 퀄컴 라이프(Qualcomm Life)를 통해 구축했다. 핏비트를 정보 수집 채널로 활용해 퀄컴 라이프로 건강정보를 수집, 저장하고 이를 눔의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최종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미래를 상상하면 퀄컴은 이미 웰니스(Wellness) 분야의 급진적 혁신을 달성하기 위한 모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5. 급진적 혁신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세 가지 지침

 

(1) 리얼옵션이론을 도입해 혁신 기술을 발굴하라.

리얼옵션(Real Option)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선택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사결정 기법이다. 리얼옵션은 게임이론의 대가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인 아비나시 딕시트(Avinash Dixit)의 금융 옵션(Financial Option) 이론에서 확장된 경영기법으로 불확실한 경쟁 환경 및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하나의 대안에 집중 투자하기보다 복수의 대안에 대한 소규모 투자를 단계별로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기업벤처캐피털에 접목하면 크게 두 가지로 활용될 수 있다.

 

 

 

첫째, 혁신 기술을 보유한 업체에 대해 초기에 적은 금액의 투자를 실행하고, 기술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다음 라운드에 투자 금액을 확대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사실 기업벤처캐피털은 성숙하지 않은 혁신 기술을 대상으로 초기 단계의 투자를 수행한다는 관점과 시리즈-A, 시리즈-B 등 단계별로 투자가 수행된다는 관행상 리얼옵션 기법이 녹아들어 있다.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눔에 투자한 퀄컴벤처스 역시 2014 2월 시리즈-A에 처음으로 참여한 뒤 2015 4월 시리즈-B에도 참여함으로써 시간에 따라 투자금액을 증대했다. 홈오토메이션 업체인 네스트(Nest) 역시 구글벤처스가 2011년 시리즈-B, 2013년 시리즈-C 지분투자에 참여해 혁신성을 충분히 검증한 뒤 2014년 모기업인 구글에서 인수( 32000억 원)한 사례다.

 

둘째, 유사 및 경쟁 기술을 보유한 다수의 벤처업체에 투자를 수행함으로써 기술 표준의 변화, 정부 정책 리스크 등의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대규모 투자가 성행하는 기업 인수합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 소요되고, 실제 초기 단계의 혁신적 기술의 경우 캐즘을 넘는가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수의 기술 대안에 투자를 수행하는 것은 리스크를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구글은 유전자분석기반 개인맞춤형 의료 시장에 진입하고자 2007 23andMe에 시리즈-A 최초 투자를 시작으로, 이후 조직된 구글벤처스를 통해 지속적인 투자를 수행해왔다.

 

하지만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은 23andMe B2C 서비스는 2013년 미국 FDA의 판매금지 조치를 받게 됐다.6 하지만 구글벤처스는 2011 10월 암치료 분야의 유전자 진단 및 분석 업체인 파운데이션 메디신에도 투자를 수행해 기술적 대안을 확보하고 있었다. 해당 사례는 리얼옵션 관점의 유사 기술 투자를 통해 훌륭히 리스크를 분산시킨 경우로 볼 수 있다.

 

(2) 기업벤처캐피털의 투자 및 운영 자율성을 보장해라.

기업벤처캐피털을 통해 급진적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을 탐색하고 투자를 실행·유지하는 과정에 모기업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자율성(Autonomy)을 보장해야 한다. 과거 기업벤처캐피털의 경우 모기업 사업전략과의 일치성, 시너지 등을 고려해 투자를 수행한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모기업의 경영진이 투자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대표적으로 인텔캐피털은 모기업의 사업조직 및 연구소를 의사결정과정에 적극 개입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기존 조직 내 전문가들을 통해 정확도 높은 사업 및 기술 평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조직을 분리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강현성, 박해민 교수의 기업벤처캐피털 관련 연구를 보면 기존 사업의 확장 및 개선에 해당되는 점진적 혁신의 경우 모기업의 관여가 긍정적인 성과를 보여주지만 새로운 기술을 다루는 급진적 혁신의 경우 부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드러났다.7 탐색적 R&D 성향이 강한 급진적 혁신의 수행에 있어서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건 조직적 루틴(Organizational Routine),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의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해당 개념을 기업벤처캐피털에 적용하면 과거 투자 경험이 있거나 현재 성공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사업 및 기술 영역과 관련성이 높은 영역으로 편향된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던 선진 기업들은 모기업과 기업벤처캐피털 조직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구글벤처스는 투자의사결정을 내릴 때 모기업인 구글의 승인 없이 단독으로 수행한다. 심지어 구글벤처스는 자사가 투자한 회사들을 구글의 경쟁사인 페이스북, 트위터, 야후 등에 매각하기도 할 정도로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다. 델벤처스(Dell Ventures)의 경우에도 사업 부문 관리자들을 의사결정과정에 포함시킬 경우 소속 조직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을 우려해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분리해서 수행하고 있다.

 

(3) 피투자 회사의 성장을 위해 개입은 최소화하고, 자원은 최대한 공유하라.

퀄컴벤처스는 벤처기업에 투자를 단행할 때 해당 기업의 지분을 20% 미만으로 가져가는 게 암묵적 기준이다. 그 이유는 피투자 회사에 불필요한 경영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기업벤처캐피털을 통한 혁신이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선 단기간의 재무성과를 재촉하거나 기존 사업과의 관련성을 반영해 기술개발 방향에 대해 개입하는 등의 행위를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실제로 캐슬린 아이젠하르트(Kathleen M. Eisenhardt)와 리타 카틸라(Ritta Katila) 2015년에 게재한 연구를 통해 기업벤처캐피털의 투자 실행 이후 피투자 회사에 외형 성장을 강요할 때 벤처기업의 혁신 성과가 저해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8

 

 

 

한편 모기업과 기업벤처캐피털이 보유한 자원 공유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기업벤처캐피털은 모기업이 가진 풍부한 기술 자산과 노련한 인적 자원 등을 통해 성장에 필요한 양분을 벤처기업에 제공해줄 수 있다. 구글벤처스의 경우 스타트업 랩스(Startup Labs)라는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디자인, 인력 채용, 마케팅, 엔지니어링, 멘토링 등의 분야를 지원하는 조직인 핸즈온팀(Hands on Team)을 통해 피투자 벤처회사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인텔캐피털 역시 피투자회사의 성장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모기업 인텔이 보유한 다양한 R&D 성과와 특허기술들을 벤처기업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지식자산 액세스 프로그램(Intellectual Capital Access Program)’을 들 수 있다. 이 밖에 인텔캐피털은 <포천>지 선정 상위 업체의 임원들과 투자회사 임·직원들 간의 네트워킹 프로그램글로벌 서밋(Global Summit)’을 운영함으로써 벤처기업에 부족한 영업력을 보강해주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9 이처럼 기업벤처캐피털은 경영자원 및 성장에 관한 노하우를 피투자 회사와 적극 공유함으로써 투자기업이 본연의 혁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박군호삼성SDS 책임연구원 gunno_park@hanmail.net

최민경 서울대 경영연구소 연구원 mk_choy@hanmail.net

 

박군호 책임연구원은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기술경영 전공)를 받았다. 기술 제휴, JV, CVC 등 기업 간 협력 전략과 혁신 성과 향상 방안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한국전략경영학회 및 기술경영경제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최민경연구원은 서울대 경영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가톨릭대 등에서 마케팅을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소비자 행동, 브랜드 관리, 하이테크 마케팅, B2B 마케팅 등이다.

 

 

생각해볼 문제

 

 

1.혁신 기업에 대한 CVC의 투자 여부와 투자액에 대한 기업의 의사결정은 어떤 기준에 의해 이뤄져야 할까?

 

2.대기업의문어발식 경영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각종 규제가 존재하는 대한민국 환경에서 과연 CVC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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