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할랄식품시장 진출 방안
Article at a Glance
이란의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소비시장으로서의 이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8000만 이란 인구의 먹거리인 ‘할랄 식품’ 시장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할랄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할랄 인증’에 대한 전문성이나 노하우를 갖춘 기관도 많지 않아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는 기업은 없는 실정이다. 수산물, 육류, 신선식품, 가공식품 등 특성이 다른 품목의 할랄 인증 방법과 향후 이란 시장에 유망한 수출 품목 등에 대해 알아봤다. |
이슬람 협력기구(OIC) 소속 57개 이슬람 국가 및 그 외 비이슬람 국가에 거주하는 무슬림 인구를 합하면 약 18억 명에 달한다. 관련 산업 규모 역시 식품 1조1280억 달러, 금융 3조1600억 달러, 관광 1420억 달러, 패션 2300억 달러, 미디어 1790억 달러, 의약 750억 달러, 화장품 540억 달러 등 총 5조 달러 규모에 이른다.1 무슬림이 주체이거나 혹은 그들이 향유하는 모든 경제영역은 그대로 ‘이슬람 시장’으로 간주할 수 있다. 나아가 무슬림의 일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할랄에 해당해야 한다는 이슬람 율법을 대입하면 이는 곧바로 ‘할랄 시장’이라고 칭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이슬람 국가 블랙마켓에서 거래되는 맥주 등 비할랄 제품과 유럽 및 중국, 인도 등 비무슬림 국가에 거주하는 무슬림의 소비시장 등도 범이슬람 시장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 글에서 이 부분은 제외하기로 한다.
이란 시장 자체가 중동 및 아랍과는 이질적인 면이 있지만 할랄 산업을 이야기할 때 이 둘을 따로 이야기해서는 한계가 있다. 어떤 사상이나 흐름의 중심부를 일컫는 ‘메카’라는 어휘가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왔음을 상기하면 역시 이슬람의 본산은 걸프 국가들을 위시한 중동지역이다. 중동 및 아랍에 대한 개념 정의에는 주의를 요하지만 여기에서는 광의의 중동이라는 범주 안에 이란이 속하는 것으로 상정한다. 요즘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는 이란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중동국가와 동남아 지역을 아우르는 이슬람권 전체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특히 할랄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이슬람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한국 기업의 성공적 시장 진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할랄시장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으나 대부분 피상적인 개념과 개론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일부는 구체적인 몇몇 사례에 기초한 현장 정보를 제시하고 있으나 오히려 일반화 오류를 가져와 기업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이론적 기반 없이 제시된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정보는 극단적 오류를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유전자재조합 제품 및 원재료(GMO/GMF)의 할랄 적격 문제 및 신선 농산물 및 신선 채소의 할랄 인증 필요성 오도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이슬람 및 할랄에 대한 국내 전문가 그룹이 협소하고 전문적인 관련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것에서 기인한다. 이하에서는 기본적인 할랄 관련 사안, 중동시장, 그리고 이란 진출 시 유의점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할랄에 내재된 본질적 개념으로서의 ‘따이브’
먼저, 할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할 수 있는’이라는 뜻이다. 통상 이슬람교에서는 일상생활의 음식, 행동, 말 등에 폭넓게 쓰이지만 특히 음식 중 이슬람 율법에 따라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것을 가리킨다. 반대로 허가되지 않은 것은 ‘하람(HARAM)’이라고 한다.
다른 매체를 통해 할랄이 언급될 때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2 에 의거해 무슬림에게 ‘허용된 것’을 일컫는다는 것은 많이 인용됐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는 소비자로서의 무슬림 개인에게 적합한 것이며 할랄산업에서는 할랄이라는 개념에 내재된 따이브(Tayyb)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해야 한다.
할랄이 종교적 관점에서 이슬람 교리에 근거해 허용된 것[lawful]을 뜻하는 반면 따이브는 그 대상물이 인간에게 유익하고 좋은 것[wholesome]을 뜻한다. 따라서 이슬람식 도축방식인 ‘자비하’에 의거해 도축된 소고기나 닭고기라 하더라도 비위생적으로 처리됐다면 그것은 할랄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따이브 개념을 적용한다면 다소 포괄적이기는 해도 제품이든, 서비스든 모든 대상물은 소비자에게 유익한 좋은 품질이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할랄 여부를 따질 자격도 없는 것이다. 실제로 제조플랜트에 대한 할랄 감사를 할 경우 주변 환경이나 작업 여건 등 생산과정 전반에 걸쳐 종교와 상관없는 위생관리 및 안전조치 등을 검토하는 것은 이러한 따이브 개념에 입각한 것이다. 실무상 따이브 조건에 충족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내 업체의 경우 국내 법규에 준한 수준의 품질 및 환경관리를 하고 있다면 대체적으로 요구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이슬람에서 할랄과 따이브가 요구되는 이유
무슬림들은 할랄의 개념 안에 당연히 따이브 속성이 내재됐음을 자연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비무슬림에게는 두 가지 요건이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슬람과 할랄의 관계를 조금만 고려하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슬람 창시자인 사도 무함마드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도로서 여러 가지 규율을 내리는데, 이는 코란이나 하디스 등을 통해 현재에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갖춰진 제도나 관습에 대해 대부분의 무슬림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만 비무슬림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과학적 해석에 기반한 추론을 시도해왔다. 이슬람이 처음 발현하던 AD 7세기경,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이슬람은 유목민이 주를 이뤘으며 더운 사막 기후에서 당시 위생환경은 대단히 열악했다. 이는 곧 질병 및 사망으로 이어져 종교적 세력 확장에 상당한 걸림돌이 됐다. 이에 무슬림의 생명유지와 건강한 삶은 이슬람 세력 확장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가 됐으며 거기에는 생활습관 및 음식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 기도해야 하며, 앞에 했던 기도 이후 몸이 더러워졌다면 우두(또는 우둑)라는 절차를 통해 손, 발, 얼굴, 귀, 코 등을 다시 씻어야 한다. 이는 정결한 몸으로 기도를 올린다는 의미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루에 수차례 씻음으로써 개인 위생과 질병예방에 도움이 됐다. 이때가 한국의 삼국시대였음을 감안하면 당시로서는 획기적 발상이다. 특히 음식과 관련된 할랄요건이 가장 많은 것을 보면 안전하고 유익한 음식에 대한 규율로서의 역할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죽은 짐승의 고기를 먹지 말라는 규율을 보면, 이미 죽어 있던 동물은 해로운 질병으로 인해 죽었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더운 사막기후에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 부패가 시작됐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식용하지 않는 것이 권장됐을 것이다. 다만 ‘죽은 짐승의 고기’라는 당시의 제한규정으로 인해 오늘날 도축/도계 산업에서의 기절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대두된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처럼 할랄이라는 개념에는 무슬림의 건강이 고려됐음을 주지한다면 같은 맥락으로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인간에게 유익하고 좋아야 한다는 따이브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내재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식품업계는 할랄시장 진출을 고려할 때는 단순히 종교적 요건의 충족만 고려하지 말고 근본적인 위생관리 및 우수 품질에 대한 부분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식품의 경우 인증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HACCP 인증 획득을 권장하고 있으며 해당 인증이 없는 경우에는 HACCP에 입각한 실질적인 위생관리 실태를 감사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인증기관 및 제품 분류에 따라 ISO 혹은 GMP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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