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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와 TV, 두 번의 파도 넘은 사르노프. 21세기, 미디어 경영에 통찰을 주다

196호 (2016년 3월 lssue 1)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학교 소개

컬럼비아경영대학원(Columbia Business School) 1916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41000여 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워런 버핏, 헨리 크라비스 등이 컬럼비아 MBA 출신이다. 세계 경제의 심장이라 일컫는 뉴욕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금융, 컨설팅, 미디어, 패션, 헬스케어, 부동산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친 강력한 네트워킹을 갖고 있다.

 

 

 

 

 

컬럼비아경영대학원은 뉴욕에 위치하고 있어 각종 미디어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생생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Media & Technology’ 프로그램(세부 전공)은 파이낸스 분야의 ‘Value Investing’ 프로그램과 더불어 학교를 대표하는 간판 프로그램이다. 이 전공 수업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 Media and Platform

- Entrepreneurship in Incumbent Media Companies

- Sports Business

- The Cable Value Chain

- Internet Wars

 

이번 글에서는 제1, ‘Media and Platform’ 강의의 내용을 소개한다. 이 수업은 미디어에 대한 기초를 닦는 일종의 입문 수업으로 Media & Technology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미클로스 살바리(Miklos Sarvary)가 직접 가르치며 매주 다른 미디어 산업을 다룬다. 방송, 소셜미디어, 뉴스, 공연, 광고,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각종 산업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바탕으로 업계의 현황 및 전망까지 아우른다. 여기에 해당 산업을 대표하는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오길비앤매더, 페이스북, EA스포츠 등의 수장 또는 핵심 임원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만나는 강의이기도 하다. 이 수업에서 배운 내용 및 인상 깊었던 점 3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미디어 기업의 세 가지 경쟁력

살바리 교수는 성공한 미디어 기업의 핵심 우위는 공통적으로 (1) 규모의 경제 (2) 고객을 붙잡아둘 수 있는 능력(customer captivity) (3) 배타적인 자산에서 나온다고 한다. 우선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직간접적인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검색엔진이나 소셜미디어와 마찬가지다. 고객 입장에서는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나 탐색비용이 크지 않는 한 얼마든지 다른 미디어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디어 기업 입장에선 소비자의 전환비용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특정 단말기가 필요하게 만들거나(블룸버그통신 단말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 장기계약(TV광고의 업프론트 판매, 신문/잡지 정기구독)을 유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미디어는 규제산업적 특성이 강하다. 그래서 정부의 보호가 기업의 배타적인 자산이 되기도 하며(방송 라이선스, 통신보조금 등), 때로는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 소재한 메디슨스퀘어가든(뉴욕닉스, 뉴욕 레인저스 등의 경기장이 있음)처럼 부동산이 중요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물론 구글처럼 독자적인 기술력이 특허권과 결합돼 경쟁우위를 가져오는 경우도 존재한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흥미롭게도 이런 성공 방정식들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바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때다.

 

 

 

규모의 경제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시장이 정체돼 있을 때, 업계 1위 사업자는 가장 큰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가장 낮은 생산비를 갖게 된다. 그 외의 기업들은 그보다 높은 생산비 구조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다면 모든 기업들의 생산량이 증가하게 된다. 이때 선두기업의 생산비가 무한정 낮아질 수 없으므로 점차 기업들 간의 생산비 격차가 줄어들게 된다. (그림 1) 이로써 비용에서의 경쟁우위가 무뎌지면서 챔피언과 도전자의 경쟁이 보다 격화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난공불락이던 업체가 순식간에 도전자에게 그 지위를 내어주게 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들 수 있다. 벌써 15년 전에 출시된 스트리밍 서비스의 원조 판도라(Pandora)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고 뒤늦게 론칭한 스포티파이(Spotify)는 놀라운 기세로 판도라를 따라잡았다. 그런데 지난해 론칭한 애플뮤직은 스포티파이보다 더욱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물론 저작권 비용이 정률로 정해져 있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시장에서 기업의 순위가 요동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설명은 또 반대로 왜 정체된 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이 좀체 바뀌지 않는지에 대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국내 이동통신시장 3사 간 시장점유율이 532로 왜 그렇게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건 바로 규모의 경제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약하자면, 미디어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 전환비용, 탐색비용 또는 장기계약 등으로 고객을 붙잡아두는 능력을 갖추거나, 비용 측면에서 높은 고정자산에 의한 진입장벽/특허/면허권/지역기반/정부보호를 확보하거나, 혹은 학습효과를 통해 더 낮은 생산비용의 구조를 가져야만 경쟁우위를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다 잘할 수 있다면 경쟁우위는 더욱 견고해짐은 물론이다.

 

 

2.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한 RCA

미디어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기에 앞서 수업은 잠시 미디어의 과거사를 다룬다. 바로 1920년대 라디오 산업의 태동이다. 그 당시를 대표하던 라디오 제작사인 RCA의 로고에 WWW라는 문구가 있었다는 건 참으로 흥미롭다. WWW “World Wide Wireless”의 약자다.

 

 

 

라디오라는 신기술이 발명되기 전 세계는 무선전신산업의 전성기였다. 모스 부호를 통해 대륙 간 통신의 시대를 맞은 미국과 유럽에서 1900년대 가장 잘나가던 기업은 무선전신을 발명한 마르코니가 설립한 주식회사, 마르코니통신사였다.

 

라디오의 탄생에 기여한 주요 인물로는 우선 기술개발에 기여한 디 포레스트(Lee De Forest)와 암스트롱(Edwin Armstrong)이 있다. 디 포레스트는 1907년 자신이 개발한 라디오 진공관으로 인간의 육성을 최초로 전달하며 유명해졌다. 부자가 되겠단 어린 시절의 꿈을 좇아 회사를 설립해 당시 돈으로 1500만 달러를 모집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그의 기술은 캐나다인 페센덴(Reginald Fessenden)의 것을 도용한 것으로 밝혀지게 되고, 이후 수차례 재기를 시도하지만 사업 부도와 소송에서의 패소를 반복하며 끝내 실패한다.

 

반면 1913년에 컬럼비아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암스트롱이란 엔지니어가 디 포레스트가 개발한 라디오 진공관보다 진일보한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권을 갖게 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비로소 오늘날 우리가 아는 라디오 방송 시대가 열렸다. 암스트롱은 이 기술을 가지고 미국 제일의 기업이 되는 RCA의 주주가 되긴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우월한 기술에 집착한 나머지 디 포레스트와의 끈질긴 소송전에 휘말리게 되고 설상가상 RCA와의 소송전에도 연이어 패한다. 결국 새로 열리는 라디오 시대의 주역이 되지 못하고 자살로 비운의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럼 누가 라디오란 신기술을 통해 미국의 미디어 황제가 될까? 그건 바로 사업적 수완이 뛰어났던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 출신의 사르노프(David Sarnoff)였다. 그는 바로 앞서 언급된 마르코니통신사에서 라디오 방송이 가져올 새로운 미래를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아봤다. 회사를 설득해라디오 뮤직박스란 기기를 만들어 전미 가정에 보급하려고 했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마침 GE가 마르코니통신사를 인수해 라디오 기술 특허를 독점한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라는 회사로 탈바꿈시킨다. 사르노프는 새로운 경영진을 다시 한번 끈질기게 설득해 뜻을 관철해낸다. 한편 1926년에는 RCA가 뉴욕의 라디오 방송국까지 인수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전국 규모 방송국인 NBC(National Broadcasting Company)를 설립한다. 이미 20대에 회사의 중역을 지내고 새로운 회사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입증한 사르노프는 결국 4년 뒤 RCA의 회장이 된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가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이 된 것이다.

 

사르노프는 전신의 시대에 커리어를 시작해 라디오라는 새로운 물결을 읽어내어 신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고 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 자본과 힘을 이용해 법정에서 암스트롱을 무릎 꿇리는 등 무자비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사르노프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 방면의 전문가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과거사의 시사점은 놀랍게도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에도 적용 가능하다.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 기존 기업들은 좀처럼 혁신이 쉽지 않다. 변화가 더욱 절실한 오늘날에도 얼마나 많은 혁신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기업 내부에서 사장되는가. 디지털카메라를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은 코닥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신기술인 라디오가 등장했을 당시, 마르코니통신사가 만드는 구식 전신기기의 주문량이 초기엔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는 점도 재미있다. 당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미국 군당국이 전신기기를 대량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시적인 긍정의 시그널이 때로는 영구적인 비관의 신호를 가리기도 한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구조적 변화와 일시적 변화를 잘 구별해야 할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는 미디어산업이 왜 그렇게 항상 고전하는지를 설명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그 시절이나 오늘날이나, 콘텐츠는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생성된다는 점이다. 라디오가 보급되자 수많은 개인과 기업, 학교, 기관들이 너도나도 방송을 시작했다. 암스트롱 자신의 취미 역시 초기의 라디오 동호회의 방송을 밤새도록 듣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이미 100여 개의 방송이 존재했다고 한다. 인터넷 시대가 됐다고 갑자기 사람들이 UCC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는 현상은 늘 존재했다. 단지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형식이 붙여졌을 뿐 역사는 늘 자발적 콘텐츠가 넘쳐났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미디어산업은 고객의 콘텐츠 이용에 직접적으로 과금하기 보다는 광고주의 광고비를 통해 우회적으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방송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진화돼왔는지 살펴보자. RCA의 매출을 보면 초기에는 라디오 기기를 판매해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시장에 비슷한 기기를 판매하는 제조사가 넘쳐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조업의 이윤은 감소한다. 이에 따라 방송 사업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는데 결국 무료 콘텐츠를 통해 청취자를 모집하고, 이 청취자(광고주의 고객)들에게 광고 노출을 한 대가로 광고비를 벌게 되는 광고모델(advertising sales model)로 넘어간 것을 볼 수 있다. 만일 사르노프가 살아서 오늘날 애플,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기업을 본다면 그들의 전략을 한눈에 꿰뚫어 볼 것이다.

 

최근 아마존이 자사의 킨들 디바이스의 가격을 대폭 낮춰 더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에코시스템에 편입시키고, 그 안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게 하고, 더 많은 커머스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나, 애플이 기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애플뮤직, 애플TV 등으로 끊임없이 콘텐츠 진영으로 파고드는 전략들은 사실 모두 사르노프의 전략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사르노프가 최고경영자로서 두 번의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를 겪으면서 각각 다른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우선 진일보한 라디오 방송 기술인 FM 라디오가 발명됐을 때, 그는 RCA의 캐시카우인 NBC의 수익모델을 지키기 위해 FM의 상용화를 최대한 억눌렀다. 이미 보급된 AM라디오 기기를 염두에 두고 보수적으로 행동한 것이다. 하지만 영상기술의 발전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그 누구보다 영상시대의 도래를 준비하면서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선두주자로 치고 나갔다.

 

이렇게 사르노프는 두 번의 위기를 각기 다른 전술로 기회로 만드는 발군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오늘날 미디어 기업 중 사르노프와 같은 리더를 가진 기업이 몇이나 될까. 패러다임이 변할 때 살아남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3. 사업 모델은 달라도 핵심은 고객 데이터다

현업에서 초대되는 외부 강사로부터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와 리더십의 고민을 듣는 건 MBA 과정의 백미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한 건 그들의 자기인식이었다.

EA(Electronic Arts)의 예를 들자. 이 회사의 Chief Data Scientist로 일하고 있는 한 임원은 특강에서 자신의 회사를콘텐츠기업이라고 말했다. 또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A는 순수한 콘텐츠 회사로서 어떤 플랫폼에 대해서도 차별하지 않는 것이 회사의 전략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플랫폼 전략을 이야기하는 오늘날에 말이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와 같은 하나의 플랫폼 안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자신들이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고객 데이터다. EA에서 만든 게임을 하려면 누구나 ID를 생성해야 한다. 이렇게 모아진 고객 데이터는 빅데이터이기도 하지만 두꺼운(Thick) 데이터라는 설명이다. 게임을 할 때만큼 사람들의 본성이 그대로 나오는 경우가 없다.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거나 때론 게임 내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 이 데이터를 사용함은 물론이다. EA는 고객 데이터 기반의 콘텐츠 기업인 셈이다.

 

한편 페이스북에서 온 임원은 이 회사를 이제는미디어기업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당면한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디어 기업답게도달률(reach)을 높이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 광고영업에 있어서도 대기업 광고주를 11로 케어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강점은 광고주와 함께 수천 개의 작은 실험들을 진행한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닐슨과도 함께 온라인 광고 집행의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

 

EA와 페이스북 임직원의 자기 인식은 각 기업을 해석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자기 정체성으로부터 전략이 도출되고 구체적 행동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대다수의 미디어 기업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철저하지 못한 것 같다. EA처럼 콘텐츠의 생산 기지가 돼 각종 플랫폼을 종횡무진하든가, 아니면 그 반대로 페이스북처럼 가장 매력적인 플랫폼이 돼 가장 큰 스케일을 갖추거나, 아니면 특화된 타깃시장을 완벽하게 독점해서 광고매체로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가끔은 이 모든 것을 다 하려다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두 기업 모두 성공의 비결을 데이터 중심적 접근에 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신문, 잡지, 방송 등을 총망라해서 과연 데이터에 있어서 이 두 기업만큼 진지한 미디어 기업이 몇 개나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4. 역설과 우연의 과학

미디어 업계의 마지막 산업은 정보산업(Infor-mation & News)이다. 이 정보시장에서 발견되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바로 품질이 떨어질수록 가격이 올라가고 시장이 커진다는 것이다. 리서치 회사들을 예로 들어보자. 가트너, 포레스터 등의 IT분석 리서치 회사들이 있는데, 이들의 예측치나 전망은 늘 큰 폭으로 틀린다. 일례로 1980년대에 1990년의 미국 이동통신 시장 규모를 예측한 리서치 보고서들은 적게는 43만 명에서부터 많게는 4000만 명까지 그 범위가 다양했는데, 실제 각 보고서의 평균값인 500만 명이 실제 수치에 가장 근접했다고 한다. 그래서 구매자는 다수의 리서치 펌과 계약을 맺곤 한다. 최대한 상관계수(correlation)가 낮은, 서로 다른 보고서를 구독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나마 여러 보고서를 종합해서 신뢰성 있는 예측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시장엔 품질이 떨어지는 결과물을 내는 다수의 리서치 기관들이 존재하고 품질이 떨어짐에도 구매가 일어나기 때문에 가격은 늘 가치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살바리 교수는 자신의 친구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사업가는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리서치 회사를 차렸다. 이 나라에서는 최초였다. 하지만 그 나라 기업 고객들이 리포트를 구매하지 않아 고전했다. 그러자 살바리 교수는 친구에게 리서치 회사를 또 하나 만들라고 조언했다. 경쟁사(결국 같은 회사지만)가 생기자 지금까지 그렇게 팔리지 않던 기업 계정들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하나만 구독하기엔 믿음이 가지 않다가 두 개의 다른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게 되자 비로소 가치가 생겨난 것이다. 품질의 변화는 없지만 서로 다른 값들이 모여서 의미 있는 정보가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원한다면 James Surowiecki의 저서 <The Wisdom of Crowds>를 권한다.)

 

또 다른 재미있는 분석이 있다. 음원을 두고 2006년에 진행된 실험이다. 48개의 알려지지 않은 가수의 노래를 실험참가자들에게 다운받게 했는데 총 8번 진행된 실험에서 약간의 사회적 영향변수를 조절했더니 매번 다른 곡이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이때 곡의 품질은 큰 상관이 없었다. 정보가 많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적 영향이 일종의 랜덤한 성공을 가져오는가를 보여준 실험이다. 또 영화를 고르는 실험도 있었다. 이때도 영화의 품질과는 상관없이 그 영화에 대한 소문(타인의 평가)이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소문이 초기에 흥행을 가져오게 되면 증폭이 되면서 폭포수 효과가 나타나곤 했다.

 

위의 두 가지는 왜 미디어 산업을 일반적인 시장의 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는지를 설명한다. 품질과 가격의 상관관계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품질과 상관없이 관행처럼 광고비를 획득하게 되는 언론사, 각종 사회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빌보드차트와 박스오피스 순위는 미디어 기업을 단순한 틀로 설명할 수 없음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맺으며

필자가 생각하기에 미디어는 디지털이란 패러다임을 가장 먼저 맞아야 했던 산업이다. 기술이 점차 모든 산업의 지형과 인류의 미래를 바꿔나가는 이 시점에 미디어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건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핀테크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는 은행업이든, 테슬라/우버/구글이 바꿔가는 자동차 업계든, 부디 미디어 기업들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고 드문 성공사례를 벤치마크해서 새로운 시대에서도 존속하기를, 아니 성공하기를 바란다. 사르노프가 두 번의 거대한 파도를 맞이했지만 살아남았던 것처럼 말이다.

 

 

김지웅 Columbia Business School, MBA Candidate, Class of 2016

jekim16@gsb.columbia.edu

 

필자는 현재 컬럼비아 MBA에서 미디어 & 테크놀로지 의 세부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으며,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MBC에서 전략, 광고, 사업 등의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16년 졸업 후에는 아마존 본사에서 선임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할 예정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0호 Pet Humanization 2021년 05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