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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통신

"강하고 빠르다"작은 부티크 은행의 ‘초일류’ 자부심

김준모 | 194호 (2016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흔히 투자은행이라 하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이 떠오른다. 이른바벌지 브래킷(Bulge Bracket)’이라 불리는 모델이다. 이들은 다각도의 금융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다. 백화점이 다양한 브랜드/제품을 한곳에서 판매함으로써 쇼핑의 편의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응대하는 것과 유사한 사업모델이다. 이에 반해 부티크(boutique) 투자은행들은 작지만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형 사업 모델을 추구한다.

 

필자는 이번 MBA 여름 인턴십을 대표적인 부티크 투자은행인 라자드(Lazard)의 뉴욕지사에서 인수합병 업무를 하며 보냈다. 라자드는 글로벌 금융 자문 및 자산 운용 전문사로, 대형 투자은행들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1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기업이다.

 

MBA 인턴십을 구할 때만 하더라도 라자드와 같은 부티크 투자은행의 사업모델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투자은행들과 어떻게 다른지 잘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개월에 걸친 인턴십 채용 과정과 10주 동안 진행된 인턴십을 통해 라자드와 그 사업모델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보고 배운 점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가 라자드에서 배운 점

 

1. 개별고객 맞춤형 자문 및 독립성을 유지한 서비스 제공

요즘 월가에서는 부티크 투자은행들이 뜨고 있다. 딜로이트가 제공한 투자은행 자문 수수료 추이에서 알 수 있듯이 부티크 투자은행들의 시장점유율이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그림 1) 특히 금융위기였던 2008∼2009년 이후 시장점유율이 크게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티크 투자은행들을 흔히들 독립 자문기관(independent advisory firm)이라고도 일컫는데, 여기에 포함된독립적이란 표현이 이런 추세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금융 고객들은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을 완벽하게 배제할 수 없는 대형 투자은행들의 사업모델을 예전만큼 신임하지 못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수요자들의 요구가 차별화되면서 독립적이고 특화된 서비스만 제공하는 부티크 투자은행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고객사들은 예전처럼 단순히 자본 조달을 도와주는 투자은행들을 찾아 자본 조달도 하면서 자문 서비스까지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진정으로 도와줄 수 있는 자문사를 찾고 있다.

 

또한 대형 투자은행과 비교해서 직원 수가 적은 부티크 투자은행의 경우 자문해 줄 수 있는 고객의 수도 매우 적다. 소수의 고객을 관리하기에 더욱 특화된 자문이 가능하다. 이런 점 때문에 고객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됐고 그것을 바탕으로 가치 있는 고객 맞춤형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이 부티크 투자은행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신임할 수 있는 파트너, 그리고 자신들에게 맞춤화된 자문을 끊임없이 제공해줄 수 있는 능력이다. 필자가 일한 라자드는 부티크 투자은행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회사답게 이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었다.

 

2. 작은 조직의 강점

필자는 MBA 오기 전에 전 세계적으로 직원 수가 20만 명이 넘는 회사에서도 일해봤고, 상대적으로 직원 수가 적은 외국계 은행에서도 일하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체험해봤다. 라자드같이 규모가 작은 조직은 다른 대형 경쟁사에 비해 의사결정이 빨리 이뤄진다. 고객 응대 업무 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라자드의 자문은 대형사에 비해 빠르고 강력하다. 자문을 해주다보면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 인원이 많고 구조적으로 복잡한 투자은행일수록 의사결정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인수합병처럼 자문사의 잠재적인 법적 책임도 생길 수 있는 분야에서는 의사결정이 더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조직이 크다고 무작정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라자드의 의사결정이 빠르다고 해서 자문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구조적으로 부티크 투자은행에서는 개인의 역량이 매우 중요해진다. 라자드의 팀들은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는 직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일례로 필자는 인턴이었지만 고객사 및 다른 자문사들과 직접적으로 일을 할때가 빈번했다. 작은 조직의 또 다른 장점은 아무리 말단 직원라 할지라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10주 동안 팀의 모든 회의에 참석을 했으며 임원진에게도 필자의 의견을 낼 기회가 무수히 많았다. 상대적으로 따라오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직책에 비해 더 많은 일을 맡아서 할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주어졌다.

 

필자의 경우 인턴십 동안 금융업계의 인수합병에서는 매우 유명한 인물인 게리 파(Gary Parr, 라자드의 현 부회장이며 모건스탠리 인수합병 부문 대표였음)와 함께 일을 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이런 기회를 주는 것도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빨리 키워주기 위한 노력이다. 대형 투자은행에서 인턴을 한 필자의 MBA 친구들은 꿈꾸지도 못할 기회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라자드에서는 주어진 것이었다.

 

3. 직원들의 강한 자부심

힘든 시기를 겪고 나면 사람들 간의 유대관계가 돈독해진다는 말이 있다. 라자드에서의 힘든 업무가 직원들과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인턴십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업무량과 일의 강도는 그전에 필자가 일했던 어떤 업무보다 강했다. 특히 실시간 진행되고 있었던, 소위 말하는 라이브 딜(live deal), 즉 실제로 일어나는 인수합병 과정에 있는 고객에게 자문을 주다 보니 일의 강도와 부담은 더욱 강했다.

 

일 많기로 악명 높은 월가에서도 최근에 일과 개인생활과의 밸런스가 중요시되면서 대형 투자은행들을 주축으로 토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같은 회사 규정들이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대형 투자은행에서 인턴을 했던 필자의 친구들은 주말에 대부분 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라자드는 밤낮 없이 일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회사 브랜드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이 없을때는 당장 퇴근을 해도 될 정도로 굉장히 자유로운 면도 있다.

 

자문에 있어서만큼은 최고가 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 부티크 투자은행의 운명이기에 직원들은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이 굉장했다.

 

라자드는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매우 아낀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턴을 하면서도 계속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It’s our people and ideas that differentiate us(우리를 차별화하는 것은 우리의 직원들과 아이디어들이다)”라는 것이었다. 자문 말고는 다른 어떤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부티크 투자은행들은 자문에 있어서만은 최고가 돼야 한다. 대형 투자은행들은 자문이 아니더라도 다른 여러 가지 서비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지만 인수합병 자문만 하는 라자드는 더 뛰어난 아이디어 및 진솔한 조언들로 고객을 사로잡아야 한다. 보다 뛰어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굳이 다른 서비스들까지 제공해줄 수 있는 대형 슈퍼마켓을 두고 작은 동네가게로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철학은 직원들에게도 뿌리 깊게 심어져 있다. 자문에 있어서만큼은 최고가 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 부티크 투자은행의 운명이기에 직원들은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이 굉장했다.

 

많은 직원을 필요로 하는 대형 금융기관들의 사업 모델과는 달리 소수로 운영되는 부티크 투자은행들은 상대적으로 해고의 위험도 적다. 실제로 금융위기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해고된 이들이 적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또한 직원들이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소속감과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행사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매년 임원진이 번갈아 가면서 자기 집으로 모든 부서원 및 가족을 초대해서 다함께 시간을 보내는 파티를 연다. 파티에 참석하기 전에는과연 직책을 불문하고 팀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까지 모인 자리가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파티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모두에게 편한 자리였다. 고객도 중요하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문화였다.

 

 

자본조달 능력과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인수합병 시장에서 부티크 투자은행들이 앞으로 과연 더 많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고객들이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부티크 투자은행의 사업 모델을 추구하는 자문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현상은 투자은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예가 빅데이터를 통한 고객 맞춤형 마케팅이다. 수많은 서비스와 제품들이 고객들에게 무작위로 제공되는 사회에서 고객은 오히려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에 반해 고객 개개인에게 맞춘 서비스와 제품들은 회사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고객 만족도 또한 높여주고 있다.

 

개인의 개성과 삶의 질이 중요시되는 요즘, 부티크 투자은행처럼 고객 맞춤 서비스를 통해 신뢰성을 줄 수 있는 사업 모델은 다른 많은 산업 분야에서도 적용 가능한 성공 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김준모 Booth School of Management MBA class of 2016 juhnmo.kim@chicagobooth.edu

 

필자는 Ernst & Young, Macquarie, Deloitte & Touche 등 뉴욕에서 8년간 회계/금융 분야에서 일하고 MBA에 왔다. 금융위기 동안에는 대형 은행 감사를 했다. MBA 여름 인턴십은 Lazard 뉴욕지점의 인수합병 부서에서 일했다. Indiana University at Bloomington을 졸업했고 University of Notre Dame에서 회계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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