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스타트업 활용 사례

’슈퍼셀’ 의 조직은 ’셀’ 단위, 작고 빠른 툴로 혁신가가 뛰게 하라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스타트업의 눈부신 성장으로 각 영역을 이끌어온 기존 선도기업들이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체급이 한참 낮은 선수들에게 밀리는 건싸움의 기술을 혁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소기능제품의 빠른 출시, 고객 반응에 기반한 다양한 시도 등을 특징으로 하는 성공한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체계화한 것이 바로린스타트업(Lean Startup)’이다. 대기업에서 린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하려면 조직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그러나 저마다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각 기업은 린스타트업의 적용 범위와 형태를 달리 할 수밖에 없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요즘처럼 대기업들이스타트업으로부터 배우자는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던 때는 없었던 듯하다. 스타트업이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한다. 이런 스타트업의 75%는 결국 실패한다.1 그것도 창업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미국에서조차 말이다. 한데 이렇게 실패율이 높은 곳들로부터 도대체 무엇을, 왜 배워야 한다는 것일까.

 

물론 대다수 스타트업들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하지만 살아남은 곳 중 몇몇은 정말 놀라운 일을 해낸다. 이제껏 없었던 제품이나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기존 업계를 뿌리째 흔든다. 우버는 세계 운송 비즈니스에, 와비 파커는 안경 산업에,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에, 달러쉐이브클럽은 면도기 시장에 혁신을 일으켰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일상과 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눈부신 성장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기존 대기업들이다. 특히 각 영역을 이끌어 온 선도기업들의 위기의식이 크다. 오랜 세월 다듬어 온 훌륭한 시스템과 두터운 고객층, 자본부터 인재까지 넘치는 자원을 보유한 기업들이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회사들에게 엎어치기와 메치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체급이 한참 낮은 선수들에게 밀리는 건싸움의 기술을 혁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기술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전통적 사업 모델이 무너지며, 산업 간 경계마저 희미해져 가는데 현실에 안주해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신사업 개발에 있어 기존 시장 겨냥, 신중한 계획과 오랜 준비, 제품 고도화 및 완성도 추구, 표준화된 단일 프로세스, 보안 중시 등의 특징을 보인다. 반면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니치 마켓 겨냥, 계획보다 일단 실행, 최소기능제품(MVP·Most Viable Product)의 빠른 출시, 고객 반응에 기반한 다양한 시도와 지속적인 배포, 오픈 소싱 및 소셜네트워크의 적극적 활용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 같은 성공 스타트업들의 일하는 방식을 체계화한 것이 바로린스타트업(Lean Startup)’이다.

 

린스타트업의 목표는 자원, 특히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최소화(Lean)하고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지속적 혁신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 경영 전략을 고안한 에릭 리스(Eric Rise) 2011년 발간한 책 <린스타트업(The Lean Startup)>에서 자신의 사명을천국에 품질의 성을 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민한 서비스와 사업 결과의 돌파구를 위해 낭비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 구현을 위한 핵심 가치는집중속도.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창업자의 말처럼 “80%의 차이를 만드는 20%에 집중함으로써 놀랄 만큼 빠른 시간 안에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2 물론 그 기저에는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있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크고 복잡하고, 그래서 매사 느린데다 시작은 거창하되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 용두사미가 되기 일쑤인 곳이 대기업 아닌가. 무엇보다 창업가정신이라는 개념은 알 듯 모를 듯 생소하고 어렵기만 하다. 그런데 고맙게도 에릭 리스와 그 동료들은 대기업이라도 린스타트업이라는과학적 방법을 익히면 얼마든지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창업가정신은 곧 관리라고까지 선언한다. 창업가정신이기회를 포착해 제약과 위험 부담을 뚫고 혁신적 사고와 행동으로 새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면 그 각 단계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야말로 린스타트업 방식의 치밀한 관리라는 것이다.이에 따라 에릭 리스는 저서 <린스타트업>의 상당 부분을 대기업의 신사업 추진 전략이라는 주제에 할애하고 있다.

 

 

 

 

 

 

게다가 린스타트업은 요즘의 경영학적 화두 중 하나인경험 디자인(Experience Design)과 궤를 같이한다. 린스타트업에 있어 제품이란 곧 고객경험을 뜻한다. “고객들이 회사와 상호 작용하면서 얻는 경험 모두를 그 회사의 제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3 그렇기에 처음부터 고기능 제품을 생산하는 데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일단 MVP를 빠르게 출시한 뒤 고객 반응을 측정해 제품을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데에 집중한다. 품질 경쟁보다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 몰입하는 것이다. 그 편이 하나에 꽂혀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가 큰 타격을 입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본다. 특히 하루에도 몇 번씩 뭔가를 바꿀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에 적합한 방식이다(요즘 대부분의 신사업은 온라인을 매개로 한다). 기업용 SNS 야머(Yammer)의 브라이언 머레이(Brian Murray) 디렉터는 심지어좋은 제품에 최종일(end date)’은 없다고 말한다. “시장과 고객의 요구는 항상 변하기 때문에 (그 반응을 측정하고 학습하고 적용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4 이는 고객의 총체적 경험에 대한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찰, 더하여 제품개발팀과 마케팅 부서 간의 유기적 소통과 협업을 강조하는 경험디자인적 관점과 그 맥락이 같다.5

 

 

 

이상의 이유로 수많은 국내외 대기업들이 린스타트업 방식을 사내에 도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에릭 리스는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려는 조직은 모두 스타트업이라고 설명한다. 한발 더 나아가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혁신의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창업가라고 주장한다. 대기업 내에도 분명 그러한 조직과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지칭하는내부 창업가(intrapreneur)’라는 신조어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말 그대로 노력의 낭비 없이 고객 경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에릭 리스의 희망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린스타트업 방식을 교과서적으로 적용하려면 조직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기업 시스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팀 구성, 리더십, 의사결정 방식, 자원 배분과 성과 측정 기준, 보상 체계 등을 모두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질 위험이 크며 장단기적 비용 증가는 물론 때에 따라 매출 감소마저 감수해야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린 방식보다 전통적 접근방법이 나을 수도 있다. 저마다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각 기업의 린스타트업 적용 범위와 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기업의 린스타트업 적용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GE. 이 회사의 경우 특정 영역이나 방법론이 아니라 아예 전사의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린 방식으로 혁신하고 있다. 세계에 31만여 명의 직원을 둔 거대 기업으로서 관료화와 성장 속도 둔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제프 이멜트 회장이 지난해 9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겠다는 선언을 한 것과도 관련이 깊다. 이에 대해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란제이 굴라티(Ranjay Gulati) 교수는거대 기업이 가장 흔히 직면하는 문제는 규모와 영역이 커질수록 시스템 구조와 프로세스가 복잡해지고, 결국 실행이 느려져 리스크 테이킹 역량을 잃게 되는 것이라며 “GE는 영리하게도 그런 거대함(bigness)의 병리현상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이멜트의 도전을 높이 평가했다.6 다만 GE 사례는 이번 호 DBR의 다른 원고7 를 통해 그 주요 내용을 따로 설명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는 그 외 주목할 만한 몇몇 케이스들을 살펴보겠다.

 

창업가정신의 유지 : 인튜이트

 

인튜이트(Intuit)는 미국을 대표하는 재무, 회계, 세무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직원 수가 8000여 명에 이르고 연 매출이 10억 달러를 훌쩍 넘는 이 회사는 설립한 지 32년이 지난 지금에도 남다른 창업가정신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인튜이트에도 위기는 있었다.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인 스콧 쿡(Scott Cook) 2002년 무렵 큰 좌절에 빠졌다. 이전 10년간 회사가 선보인 제품 중 실패작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이후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단한 노력 했으나 답을 찾기 어려웠다. 2008년 새 CEO인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가 취임했다. 그는 고객 피드백을 면밀히 살펴본 끝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새 사양과 기능을 추가하는 데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결과적으로 사용 편의성은 높으나 사용자들에게 즐거움까지 주지는 못하게 된 것이다.8

 

이들은 다시 창업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과 현장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추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아직 린스타트업 전략을 채 정립하기 전이던 에릭 리스에게 전사 강연을 요청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에릭 리스와 스콧 쿡, 브래드 스미스는 회사에 린 방식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이후 인튜이트는 전 직원을 사내 창업가로 키우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이 있으면 그가 소규모 팀을 구성할 수 있게 해주고 완벽한 자유를 보장했다. 액수는 크지 않으나 안정적이고 복잡하지 않은 방식으로 투자와 각종 지원을 제공했다. 해당 신사업에 헌신하는 것 외에 어떤 책임도 부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적 시도를 시장에서 수십, 수백 번 반복적으로 테스트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만들기 - 측정 - 학습 피드백의 순환 구조를 시스템화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현재 인튜이트의 대표 소프트웨어 중 하나인 스냅택스다. 창업가 정신이란 마치 화초를 가꾸듯 세심하고 부지런하게 고객경험을 관리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소그룹 중심 조직과 권한 이양: 슈퍼셀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유명한 핀란드의 슈퍼셀은 아마도 요즘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게임 회사 중 하나일 것이다. 2014년 당시 이 회사 직원 수는 150여 명에 불과했다. 한데 이 인원으로 무려 1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1인당 매출이 1133만 달러가 훌쩍 넘었던 것이다. 2015년 말 현재 직원 수도 17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린스타트업식으로 표현하자면 노력과 시간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데에 성공한 셈이다. 비결은 셀(cell) 단위 조직에 있다.

 

슈퍼셀 조직은 대개 5명 내외의 멤버가 있는단위로 구성돼 있다. 각 셀은 아이디어 발굴부터 가설 수립, 게임 개발, 기초 테스트에 이어 서비스 정식 출시 여부까지를 주도적으로 결정한다. 최소한의 인원이 수평적 구조 속에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지난해 5월 방한한 이 회사 창업자 겸 CEO 일카 파나넨(Paananen Ilkka)은 서울디지털포럼에서팀이 커지면 불필요한 과정이나 수직적 관계, 심한 경우 사내 정치까지 등장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문제점을 예방하고 린스타트업 방식의 지속적 혁신을 이루기 위한 것이 셀 중심 조직이다.

 

이 회사의 류종웨이 선임 엔지니어는 지난해 넥슨이 개최한 NDC에서 셀 단위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먼저 전 구성원이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한다. 셀 멤버 모두 동일한 자격으로 자유롭게 토론하며 건설적 아이디어를 나눈다. 이 중 개발할 만한 콘텐츠를 발견하면 리더와 서너 명의 디자이너가 모여 현실화 가능성을 따진다. 캐릭터, 게임 유저의 움직임, 이들에게 제공해야 할 보상까지를 폭넓고 구체적으로 논한다. 그 결과는 다시 아트디렉터와 프로그래머에게 넘어간다. 이들의 손에서 마침내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구동 로직이 결정된다. 첫 번째 프로토타이프 또한 이때 만들어진다. 일종의 MVP인 셈

이다.

 

셀 내의 테스트를 통과하면 프로토타이프에 대한 전사적 테스트가 진행된다. 다른 셀의 동료들이 전문가이자 게임 유저의 입장에서 빠른 피드백을 제공한다. 대기업의 경우 애써 쌓아 올린 브랜드의 가치가 실추될까 두려워 MVP 출시를 꺼리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이처럼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1차 고객 반응을 수집하고 측정할 수 있다면 위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류종웨이에 따르면 브레인 스토밍에서 테스트에 이르는 과정은 수없이 반복이 된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개월까지 걸린다. 테스트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리더는 실험을 너무 오래 끌지 말고 경영진에게 출시 의사를 밝혀야 한다. 반대로 반복된 개선 작업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수준의 혁신 회계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면 바로 방향 전환(pivot)을 하거나 사업을 중단한다. 전형적인 린스타트업 방식이다.

 

이처럼 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만큼 슈퍼셀은 회사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둔다. 파나넨은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실패의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 실패를 나무라면 도전을 꺼리는 문화가 생기고 혁신도 멈춰 조직이 퇴보하고 만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슈퍼셀에는 실패한 셀에게 파티를 열어주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측정-학습-개선의 순환 시스템: 샤오미

 

샤오미는 2010 4월 출범 때나, 이후 만 6년이 다 돼가는 지금이나 너무도 변함없이스타트업이다. , 막 탄생한 신생기업이 갖고 있을 법한 문화와 속도, 업무 프로세스와 일하는 방식을 놀랄 만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샤오미는 대부분의 제품을 말 그대로 고객과 함께 만들고, 개선하며, 마케팅한다. 이 회사가 2011 8월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스마트폰 단말기가 아닌 안드로이드 OS의 커스텀 롬인 ‘MIUI’였다. 커스텀 롬이란 ‘Customer(고객)’ ‘ROM(Read Only Memory)’의 합성어로서 개인 개발자가 기존 소프트웨어에 일부 기능을 추가하거나 삭제해 만든 일종의 개조 OS. 이렇다 보니 MIUI는 사용자들이 그 디자인과 성능을 각자의 입맛에 맞게 뜯어 고칠 수 있는 소비자 친화형 OS가 됐다. 대부분 얼리어댑터인 샤오미의 초기 사용자들은 MIUI의 이 놀라운 개방성에 열광했다. 이들은 직접 개선점을 제시하고 스스로 개조한 결과물을 공유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MIUI의 완성도 제고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커다란 공헌을 했다. 샤오미 또한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매주 1∼3회의 OS 업데이트를 실시하는 등 능동적으로 반응했다. 덕분에 샤오미 고객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이 마치 다마고치처럼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샤오미의 가장 강력한 자산은 이렇게 시작된 열성 팬클럽미팬(MiFan)’이다. 샤오미 제품은 대부분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데, 이를 위해 들이는 마케팅 비용은 매출의 1%도 되지 않는다. 주요 마케팅 수단은 미팬을 주축으로 한 사용자와 네티즌들의 자발적 활동과 입소문이다. 그만큼 소비자와의 소통에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샤오미는 제품 기획부터 업그레이드, 생산량 조절까지를 전적으로 소비자 반응에 의거해 결정한다. 어떤 제품이든 일단 소량 생산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그 결과에 따라 제품의 방향성을 재정립한다. 샤오미는 자체 공장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양한 IoT 제품을 통해 엄청난 양의 소비자 데이터를 빨아들인다. 이를 분석해 회사 경영에 적극 활용한다. 제품 개발 부서와 마케팅 부서가 한 덩어리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린스타트업 방식의 핵심 요소인만들기-학습하기-개선하기의 순환 시스템을 내재화해 놓은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탐색 : 아마존

 

<포천> 2012년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저스 창업자를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했다. 당시 <포천>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베저스는 이런 말을 했다. “아마존의 3대 철학은장기적 안목’ ‘고객에 대한 배려’ ‘발명에 대한 열정이다.”9

 

실제 베저스는 발명과 탐험을 숭배하는 인물이다. 사업 영역만 봐도 그의 강렬한 개척정신이 절로 느껴진다. 야채부터 샴푸, 전자책, 영상 콘텐츠는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AWSAmazon Web Services)까지 판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며, 드론을 개발하고, 일간신문(워싱턴포스트)을 발행함은 물론 우주왕복선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런 그는 한편으로 매우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그 어떤 발명이나 탐험, 혹은 신사업을 구상하더라도 일단 실험부터 하고 본다. 스캔과 음성인식 기술로 제품을 주문할 수 있는 ‘Amazon Dash’,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특정 제품이 자동 주문되는 ‘Dash Botton’, 사용자와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IoT 스피커 ‘Echo’ 같은 기기들도 모두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쳐 시장에 나왔다.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 1시간 내 배송에 도전하는 아마존 프라임나우 서비스 등은 여전히 실험 중이다.

 

베저스는우리가 실험 횟수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면 우리의 창의력도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린스타트업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란 검증이 아닌 실험의 대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측면에서 베저스는 타고난 린 방식 혁신가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실험은 오롯이 소비자의 사용자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결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판명이 되면 비록 위험도가 높거나 제대로 서비스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든다 할지라도 주저 없이 뛰어든다. 실제로 베저스는 <포천> 인터뷰에서우리는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고 수도 없이 되돌아보는 방식으로 혁신을 이어왔다. 그것이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 발명의 기준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엄청난 규모의 기업이 된 이베이, 에어비앤비, 자포스 같은 회사들도 시작은 작은 실험이었다. 각 회사의 창업자들은 뭔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냥 지나치거나 노트에 계획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당장 해볼 수 있는 방식으로 우선 실행해 봤다. 그 결과 작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고 유사한 실험을 거듭한 끝에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 버즈피드

 

2014년 글로벌 미디어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문건은 <뉴욕타임스>가 대외비로 작성한혁신 보고서였다. 여기서 <뉴욕타임스>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온라인 미디어 하나를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았다. 해당 문건을 입수해 전격 공개한 바로 그 매체, 버즈피드(BuzzFeed)였다.

 

2006년 설립된 버즈피드는 뉴스와 가십, 생활 정보 등을 포괄하는 온라인 사이트다. 이 매체는 지난해 여름 NBC유니버설로부터 25000만 달러, 2014년에는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투자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로부터 5000만 달러를 각각 투자 받았다. 2015년 현재 기업 가치는 85000만 달러다.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가 2013년 전통의 권위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는 데 쓴 돈은 25000만 달러였다. 이와 비교하면 버즈피드가 시장으로부터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버즈피드의 가장 큰 특징은 미디어이되 회사 시스템은 사실상 IT기업이라는 것이다. 이 매체의 발행인 다오능우옌(Dao Nguyen)에 따르면 버즈피드의 뉴스 서비스 지표는 특종이나 광고 수익이 아닌 페이지 뷰와 소셜 공유 횟수다. 이것이 버즈피드의 혁신 회계 기준인 셈이다. 페이지 뷰와 공유 횟수를 늘리기 위해 버즈피드는 철저히 데이터 분석 결과에 근거한 콘텐츠 생산과 편집을 한다. 편집국장이나 논설위원이 자신의 경험과 판단력, 이데올로기에 따라 콘텐츠의 색깔과 형태 등을 주도하는 일반적 뉴스룸과는 확연히 다르다. 엔지니어, 디자이너와의 협업이 필수 요소가 된 것이다.

 

린스타트업에서는 이처럼 개인의 감이나 경험이 아닌 데이터에 의거해 판단할 것을 강하게 주장한다. 최초 제품은 가설을 기반으로 만들었더라도 그 개선과 방향 전환은 반드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에릭 리스는 이에 대해리더가 카이사르처럼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평가해 실행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실험 프로세스가 작동하는 속도대로 팀들이 일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경영진의 임무라고 강조한다. 어느새 미디어산업에서마저 린 방식의 실험과 측정, 개선이 주요한 화두가 된 것이다.

 

 

샌드박스는 대기업 조직의 공격으로부터 혁신 팀을 지키는 동시에, 반대로 혁신 팀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는 기존 조직에도 안정감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다.

 

혁신 샌드박스 구축: 구글

 

린스타트업에는혁신 샌드박스(Innovation Sandbox)’라는 개념이 있다. 샌드박스는 일반적으로, 각종 계획을 실제 적용하기 전 진행하는 모의 테스트를 의미한다. 컴퓨터 보안업계에서는외부로부터 들어온 프로그램이 보호된 영역에서만 동작하게 함으로써 시스템의 부정한 조작을 방지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단다.

 

에릭 리스는 큰 조직에서 린 방식을 시행하려고 할 때블랙박스를 선택하기보다는샌드박스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블랙박스란 모기업 몰래 혁신 전담팀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기존 임원들은 자기 고유 영역을 침해당했다는 느낌 때문에 프로젝트 진행을 방해할 수도 있다. 대신 혁신 팀에게 공개적으로 권한을 주는 샌드박스를 만들면 갈등을 줄이고 린 방식을 시스템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다.

 

샌드박스 내의 팀은 대기업 소속이지만 마치 스타트업처럼 움직인다. 제한된 고객군과 사업 영역을 특정한 뒤 제품을 만들고, 측정하고, 학습 결과에 따라 개선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한다. 이들은 최고경영진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사전 승인 없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마케팅을 진행하며 반복 배포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뭐든 다 해도 좋다거나 아무 제약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혁신 회계상의 기준에 따라 각각의 마일스톤에서 어떤 성공과 실패를 거뒀는지를 경영진에게 보고해야 한다. 요컨대 샌드박스는 대기업 조직의공격으로부터 혁신 팀을 지키는 동시에, 반대로 혁신 팀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는 기존 조직에도 안정감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다.

 

구글은 아마 글로벌 대기업 중 다양한 층위의 혁신 샌드박스를 가장 많이, 가장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일 것이다. 우선 전체 구조를 보자. 구글은 지난해 8월 알파벳(Alphabet)이라는 이름의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그 산하에 검색과 유튜브, 안드로이드 사업을 포괄하는 구글, 바이오 및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칼리코, 사물인터넷 플랫폼기업 네스트랩, 광케이블과 태양광 무인기 등을 개발하는 엑세스&에너지, 스타트업 투자를 리딩하는 구글벤처스, 무인자동차나 프로젝트 룬 같은 첨단 신기술을 연구하는 구글X연구소 등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놀라운 점은 이 중 구글을 뺀 나머지 자회사 모두 아직 상용화는커녕 기술 개발마저 완료되지 않은 모험적 비즈니스 모델이 주요 사업 분야라는 것이다.

 

기존 그룹 체제에서는 아무래도 그 규모와 사내외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신사업에 전력투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과거구글그룹은 누가 뭐래도 검색엔진 중심의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이었다. 그러던 것을 사업 영역에 따라 각기 독립된 조직으로 분산함으로써 각자의미션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아울러 기존 사업 조직과 투자자들에게는 여러모로 안정감을 주게 됐다. 어찌 보면 전사적 규모의 혁신 샌드박스 네트워크를 구축한 셈이다.

 

개별 조직 중 샌드박스로서의 기능에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구글X연구소다. 2010년 출범한 구글X연구소의 사명은성공 확률 100만 분의 1 프로젝트에 도전해 성과를 내고 구글의 DNA를 지키는 것이다. 구글의 두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연구소에 아낌없는 지원과 큰 권한을 부여했다. 2012년 예산만 68억 달러에 이르는 이곳에서 구글의 무인자동차와 구글 글라스, 구글 맵, 스마트 콘택트렌즈 같은 인류의 삶을 바꿀 제품들이 탄생했다. 이곳에는 다양한 역량을 지닌 인재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담금질하고, 말이 될 것 같은 아이템이 생각나면 일단 MVP부터 만들고 본다. 이후 수없이 많은 개선을 통해 점차 그 모양과 기능을 다듬어 간다. 제품의 성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 검증이 되면 해당 팀은 구글X연구소를 벗어나 기존 조직 내 독립 사업부가 된다. 구글 글라스 부서 또한 2015 1월 연구소를 떠나 새로운 진용을 꾸렸다. 샌드박스 내에서 실행 가능성을 검증받은 팀은 모기업에 통합돼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린스타트업 전략의 제언과 일치한다.

 

구글은 각 사업부 내에도 일종의 샌드박스를 수시로 세팅한다. 구글에는 업무 시간의 20%를 자신이 원하는 창의적 프로젝트에 쓸 수 있다는 ‘20% 이 있다. 직원들은 이 규칙에 따라 현업과 연관이 크지 않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안할 수 있다. 그렇게 탄생한 서비스들이 프로젝트 선루프, G메일, 구글 맵스, 구글 뉴스 등이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가능성이 엿보이면 회사는 이들에게 제품을 만들고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구글벤처스가 피투자 대상인 스타트업들을 위해 운영하는 각종 지원 프로그램들 역시 일종의 샌드박스다. 구글은 이 같은 전방위적 혁신 시스템 구축으로 그 거대한 규모와 방대한 영역에도 불구하고 모험적 신사업에 쉼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의 기업들은 그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린스타트업 방식의 혁신을 조직 깊숙이 내재화하는 데 성공한 곳들이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전통 기업들은 혁신을 위한 창의성의 속도, 혹은작게 실패하고 빠르게 실패하는 것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좀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때에 비교적 위험부담을 덜 안고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사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운영이다. GE의 패스트워크, 삼성전자의 C, 코카콜라의 신사업공모전 같은 것들이다. 이는 실은 필자의 일상 업무와도 관련이 깊다. 필자는 제일기획에서 신사업 전략과 실행, 그와 관련한 투자 등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사내 엑셀러레이팅 프로세스인문 샷(Moon Shot)’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그저 전 직원 대상 아이디어 경진대회 정도가 아닐까 싶지만 실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조직 내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참여 독려 방식부터 세부 프로세스, 보상, 멘토링, 지원 시스템 구축, 내부 갈등 요소 사전 제거, 최고경영진의 일관된 메시지 전파 등 참으로 세심하고 광범위한 전략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렇다 보니 린 방식 도입을 천명한 몇몇 국내외 대기업 중에는 실질적 성과보다 홍보 효과를 얻는 데 더 관심이 큰 곳들도 없지 않은 듯하다. 실제로 미국의 질의응답 소셜서비스인 Quora에 들어가 보면 린 방식 도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펼치는 대기업 임원 혹은 컨설턴트들의 글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적용 방식의 미숙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린스타트업 방법론 자체가 대기업 혁신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다는 근본적 문제제기도 없지 않다. 린 방식은 이미 창업 당시부터 그에 잘 맞는 문화와 조직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기업에만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린 방식을 도입한다고 해서 당장 대단한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거나 놀라운 혁신을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경영진은 서둘러 성과를 내라고 다그치기보다는 인내해야 한다. 그것도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혁신 팀이 다양한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세팅하는 등 강력하고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한 태도를 3, 5, 꾸준히 유지한다면 신사업 아이템 한두 개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창업가정신의 부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나리 제일기획 비욘드본부장 naree.lee@samsung.com

 

필자는 창업가정신과 창업 생태계 구축의 전문가다. 제일기획 비욘드본부장으로서 회사의 신사업과 관련 투자 및 인프라 구축을 담당한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초대 기업가정신센터장으로서 한국 최초 창업 생태계 플랫폼인 D.CAMP 4000억 원 규모의 스타트업 투자 인프라를 구축한 바 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지내는 등 20여 년간 기자로 일했다. 저서로 <체인지 메이커> <나는 다르게 살겠다>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