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정보화 시대 이후, 산업 간의 융합과 녹색성장은 세계 경제의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 간의 융합을 통해 시장주도권과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또 선진국들은 이런 상황에 맞춰 발 빠르게 국가 차원의 지원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급성장하고 있는 산업 간 융합 시장의 선점과 국가 주력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범부처 차원의 산업융합 촉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산업 간 융합이라는 개념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많은 국내 대기업 경영자들,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2008년 이후 산업 간 융합의 범위는 기술·제품·산업·시장·학문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창조경제시대의 상생발전에 가장 적합한 사례로 한류 콘텐츠 산업을 활용한 융합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10월27일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한류 콘텐츠와 타 산업과의 연계가 중요한 주제로 언급됐을 정도다.
한류 콘텐츠 산업이 타 산업과 연계 또는 융합이 되면서 타 산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을 주고 있고 한류 콘텐츠로 촉발된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이 국가 이미지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산업과 기업까지 전이되고 있다. 또 한류 콘텐츠의 판매 자체보다 더 큰 가치를 타 산업에서 창출하는 이른바 ‘스필오버 이펙트(Spillover Effect)’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2012년 이후부터 한국 드라마나 K-pop, 한류 스타들로 인해 촉발된 관심은 미용, 성형, 패션 등 연관 산업을 비롯해 식품, 생활용품, IT 상품, 자동차나 건설 부문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한류 콘텐츠와 거리가 먼 대부분의 타 산업 분야에서는 연계활동은 한류스타를 이용한 광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스필오버 이펙트가 일어나는 접점에 두 산업 간 협업과 융합을 촉진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야말로 이종 산업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일 것이다.
다른 산업에서 한류를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 4P(Product, Place, Promotion, Price)를 제시하자면 첫째, 어떤 제품을 팔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국내·외 한류팬들이 어떤 제품에 관심이 많은지 조사해 국가별 제품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육성할 기업, 브랜드, 제품 등을 선정할 수 있다.
둘째, 어디서 판매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공격적인 온라인 상거래를 활용해 B2B 시장 진출에 앞서 B2C 시장부터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셋째, 어떻게 홍보를 할지도 고안해야 한다. 스타를 활용한 PPL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파급효과가 크지만 비용문제 탓에 중소기업에는 부담스러운 전략이다. 그러므로 한류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은 물론 웹드라마, BJ(Broadcasting Jockey)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 세계 한류에 관심이 있는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저비용 홍보 방식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가격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류 콘텐츠라는 장점을 타 분야 산업에서 활용한다면 ‘한류 프리미엄’의 효과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저가 전략에서 벗어나 가격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한류를 한국 상품의 ‘프리미엄화’를 실현시키는 지렛대로 잘 활용해 무리한 가격 경쟁에 따른 출혈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한류 콘텐츠의 기획 및 개발과 관련 있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와 다른 분야 산업의 제품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상해야 한다. 또 이를 산업화하는 데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상생을 통해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민간-공공, 대기업-중소기업과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업 간 융합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일 것이다.
김수욱 산업엔터테인먼트융합 경영학회 회장·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김수욱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생산 전략, 경영 정보(MIS), 공급 사슬 관리(SCM), 서비스 마케팅이 주 연구 분야다. 현재 산업엔터테인먼트융합 경영학회 회장, 한국 경영과학회 부회장, 한국 품질경영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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