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카나 후르츠 치킨
Article at a Glance
최근 인터넷 음식 관련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치킨은 ‘맛있어서 극찬을 받고 있는 치킨’이 아니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맛’으로 유명해진 치킨이다. 2015년 여름, 멕시카나가 내놓은 ‘메론, 바나나, 딸기’맛의 후르츠 치킨이다. ‘허니’ 열풍으로 시작된 ‘단맛 선호’ 현상은 ‘과일 맛’에 대한 선호로 옮겨간 상황이었고, 치킨 업계에서는 2014년 말 출시된 BHC의 ‘뿌링클 치킨’이 가루소스를 뿌려먹는 방식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멕시카나는 ‘비혁신 분석자’ 전략으로 BHC가 만들어 놓은 ‘가루를 뿌려먹는 치킨 시장’에 재빠르게 진입하고자 했고, 또한 제과업계와 소주업계가 선도하는 ‘과일 맛 열풍’을 보며 역시나 ‘과일 맛’ 시장에도 진입하고자 했다. 그러나 ‘메가트렌드’에서 과일이 선호되는 현상은 사실 ‘건강함’과 ‘신선함’인데 멕시카나는 이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다. 기계적으로 ‘시즈닝 치킨 시장’과 ‘과일 맛 시장’의 수요를 조합하기만 했을 뿐 각각의 트렌드가 왜 생겨났는지,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셈이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권세은(성신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국의 맥주가 맛이 없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설명 중 하나로 ‘치맥(치킨+맥주) 보정론’이 있다. 맥주 자체의 향과 맛을 즐기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치킨의 ‘반주’ 성격으로 맥주를 마시다 보니 실제 맛이나 향이 지나치게 강한 맥주는 선호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농담에 가까운 얘기지만 그만큼 한국 치킨의 맛이 훌륭하고 한국인들의 치킨사랑이 유난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인터넷상에서는 ‘치느님(치킨과 하느님의 합성어)’이라든가 ‘치멘(치킨과 아멘의 합성어)’이라는 용어가 넘쳐나며 경쟁이 치열하다보니1 점점 맛있어지고 있는 한국의 다양한 치킨과 각종 양념 등에 대한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실제 유튜브 동영상 등에 유럽이나 남미를 비롯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식 양념치킨이나 각종 치킨을 맛보이면 벽안의 외국인들이 맛있게 먹은 뒤에 엄지를 치켜세우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한국 음식 중 가장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게 바로 치킨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블로그나 ‘먹방 BJ’2 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치킨은 ‘맛있어서 극찬을 받고 있는’ 치킨이 아니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맛’으로 유명해진 치킨이다. 도대체 어떤 치킨이고, 왜 혹평을 받고 있는 것일까.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려고 했던, 어쩌면 혁신의 정석과도 같은 길을 걸어간 듯했던 한 제품이 잠정적으로 크게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멕시카나 후르츠 치킨, 일명 ‘신호등 치킨’의 탄생
2015년 7월 초, 전통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사 멕시카나에서는 ‘2015년 썸머 서프라이징 치킨, 썸머과일과 썸타다’라는 문구와 함께 국내 최초의 ‘과일 맛 치킨’인 ‘후르츠 치킨’이 출시됐다. 종류는 세 가지였는데 과자 ‘바나나킥’과 비슷한 맛의 ‘바나바나 바나치킨’, 딸기우유 맛의 ‘베리베리 딸기 치킨’,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인 ‘메론바’ 맛의 ‘메롱메롱 메론치킨’으로 구성됐다. 노란색, 빨간색, 푸른색으로 구성되다보니 일명 ‘신호등 치킨’으로 불리게 된다. 전통적인 프라이드 순살 치킨에 각 과일 맛 시즈닝 가루를 뿌려 버무린 형태로 세 가지 맛 통합 세트를 주문하면 약 2만5000원에 ‘한 마리 반’의 분량을 사먹을 수 있다. 순살 치킨의 경우 ‘한 마리 분량’에 세 가지 맛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도 있다. (그림 1)
1) 2015년의 ‘과일 맛 열풍’에 편승하다
2014년 ‘허니버터칩’ 열풍은 대한민국을 ‘단맛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러한 ‘단맛 열풍’은 2015년 들어 ‘과일 맛 열풍’으로 넘어갔다. 발원지는 주류업계였다. 2015년 3월, 롯데주류는 ‘유자 맛 소주’를 출시하며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무학, 금복주, 대선주조, 하이트진로 등에서 잇따라 유자, 석류, 블루베리, 자몽 맛 소주를 선보였다. 새콤달콤한 과일 맛 소주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고 연 2조 원 규모의 국내 소주시장에서 2015년 10월 기준으로 약 1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준이 됐다. ‘과일 맛 열풍’은 제과업계로 옮겨갔다. 2015년 7월 해태제과는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과일 맛 감자스낵을 출시했다. 과일 향을 입힌 게 아니라 진짜 사과를 가루로 만든 뒤에 과자에 입힌 ‘허니통통 애플’이었다. 이어 롯데제과가 딸기, 바나나, 사과 등의 과일가루를 뿌려먹는 감자스낵을 선보였고 오리온도 라임 맛 감자스낵을 내놨다. 아이스크림도 예외는 아니었다. 롯데가 최근 출시한 딸기, 망고, 파인애플, 키위 맛 아이스바는 입속에서 과일이 씹힐 정도고, 해태제과는 ‘리얼 과일 아이스크림’이라고 광고하며 망고 과육을 그대로 잘라 얼린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이제는 커피에까지 오렌지를 잘라 넣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생긴 상황이다.
이처럼 음식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과일 맛 열풍’이 번진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증가’와 연결해 설명한다. 과일은 어디에서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지만 최근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뭔가 몸에 좋을 것 같은’ 과일을 쉽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3 실제 한 대형 제과업체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1인 가구 증가가 과일 맛 열풍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변하고 있는 소비패턴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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