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카나 후르츠 치킨

‘과일 맛’만 취하고 ‘신선함’을 잊었다. 겉만 따라 하다 ‘치킨 최대의 오명’ 얻다

191호 (2015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최근 인터넷 음식 관련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치킨은맛있어서 극찬을 받고 있는 치킨이 아니라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맛으로 유명해진 치킨이다. 2015년 여름, 멕시카나가 내놓은메론, 바나나, 딸기맛의 후르츠 치킨이다. ‘허니열풍으로 시작된단맛 선호현상은과일 맛에 대한 선호로 옮겨간 상황이었고, 치킨 업계에서는 2014년 말 출시된 BHC뿌링클 치킨이 가루소스를 뿌려먹는 방식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멕시카나는비혁신 분석자전략으로 BHC가 만들어 놓은가루를 뿌려먹는 치킨 시장에 재빠르게 진입하고자 했고, 또한 제과업계와 소주업계가 선도하는과일 맛 열풍을 보며 역시나과일 맛시장에도 진입하고자 했다. 그러나메가트렌드에서 과일이 선호되는 현상은 사실건강함신선함인데 멕시카나는 이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다. 기계적으로시즈닝 치킨 시장과일 맛 시장의 수요를 조합하기만 했을 뿐 각각의 트렌드가 왜 생겨났는지,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셈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권세은(성신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국의 맥주가 맛이 없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설명 중 하나로치맥(치킨+맥주) 보정론이 있다. 맥주 자체의 향과 맛을 즐기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치킨의반주성격으로 맥주를 마시다 보니 실제 맛이나 향이 지나치게 강한 맥주는 선호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농담에 가까운 얘기지만 그만큼 한국 치킨의 맛이 훌륭하고 한국인들의 치킨사랑이 유난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인터넷상에서는치느님(치킨과 하느님의 합성어)’이라든가치멘(치킨과 아멘의 합성어)’이라는 용어가 넘쳐나며 경쟁이 치열하다보니1 점점 맛있어지고 있는 한국의 다양한 치킨과 각종 양념 등에 대한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실제 유튜브 동영상 등에 유럽이나 남미를 비롯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식 양념치킨이나 각종 치킨을 맛보이면 벽안의 외국인들이 맛있게 먹은 뒤에 엄지를 치켜세우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한국 음식 중 가장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게 바로 치킨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블로그나먹방 BJ’2 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치킨은맛있어서 극찬을 받고 있는치킨이 아니라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맛으로 유명해진 치킨이다. 도대체 어떤 치킨이고, 왜 혹평을 받고 있는 것일까.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려고 했던, 어쩌면 혁신의 정석과도 같은 길을 걸어간 듯했던 한 제품이 잠정적으로 크게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멕시카나 후르츠 치킨, 일명신호등 치킨의 탄생

 

2015 7월 초, 전통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사 멕시카나에서는 ‘2015년 썸머 서프라이징 치킨, 썸머과일과 썸타다라는 문구와 함께 국내 최초의과일 맛 치킨후르츠 치킨이 출시됐다. 종류는 세 가지였는데 과자바나나킥과 비슷한 맛의바나바나 바나치킨’, 딸기우유 맛의베리베리 딸기 치킨’,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인메론바맛의메롱메롱 메론치킨으로 구성됐다. 노란색, 빨간색, 푸른색으로 구성되다보니 일명신호등 치킨으로 불리게 된다. 전통적인 프라이드 순살 치킨에 각 과일 맛 시즈닝 가루를 뿌려 버무린 형태로 세 가지 맛 통합 세트를 주문하면 약 25000원에한 마리 반의 분량을 사먹을 수 있다. 순살 치킨의 경우한 마리 분량에 세 가지 맛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도 있다. (그림 1)

 

 

1) 2015년의과일 맛 열풍에 편승하다

 

2014허니버터칩열풍은 대한민국을단맛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러한단맛 열풍 2015년 들어과일 맛 열풍으로 넘어갔다. 발원지는 주류업계였다. 2015 3, 롯데주류는유자 맛 소주를 출시하며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무학, 금복주, 대선주조, 하이트진로 등에서 잇따라 유자, 석류, 블루베리, 자몽 맛 소주를 선보였다. 새콤달콤한 과일 맛 소주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고 연 2조 원 규모의 국내 소주시장에서 2015 10월 기준으로 약 1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준이 됐다. ‘과일 맛 열풍은 제과업계로 옮겨갔다. 2015 7월 해태제과는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과일 맛 감자스낵을 출시했다. 과일 향을 입힌 게 아니라 진짜 사과를 가루로 만든 뒤에 과자에 입힌허니통통 애플이었다. 이어 롯데제과가 딸기, 바나나, 사과 등의 과일가루를 뿌려먹는 감자스낵을 선보였고 오리온도 라임 맛 감자스낵을 내놨다. 아이스크림도 예외는 아니었다. 롯데가 최근 출시한 딸기, 망고, 파인애플, 키위 맛 아이스바는 입속에서 과일이 씹힐 정도고, 해태제과는리얼 과일 아이스크림이라고 광고하며 망고 과육을 그대로 잘라 얼린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이제는 커피에까지 오렌지를 잘라 넣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생긴 상황이다.

 

이처럼 음식 종류를 가리지 않고과일 맛 열풍이 번진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증가와 연결해 설명한다. 과일은 어디에서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지만 최근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뭔가 몸에 좋을 것 같은과일을 쉽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3 실제 한 대형 제과업체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1인 가구 증가가 과일 맛 열풍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변하고 있는 소비패턴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실제허니에서과일믹스로의 트렌드 전환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최근 CJ제일제당은쁘띠첼 과일젤리이벤트를 펼치고 있고 코카콜라는 과일즙을 담은 저칼로리 과일 스파클링 음료를 내놨으며, 매일유업은 요거트와 함께 먹을 수 있는후르츠 토핑 3을 선보이기도 했다. 멕시카나가과일 열풍자체를 파악한 건 틀린 게 아니었다는 의미다.4

 

2) 과거의 영광 재현을 위해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다.

 

멕시카나는 페리카나 등과 더불어 ‘1세대 치킨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회사다. 시장에서 개인이 튀겨서 팔던 치킨을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며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현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BBQ의 등장으로 전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판도가 뒤바뀌고 적절한 브랜드 리뉴얼 등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신규 브랜드들에게 시장을 많이 내준 상황이었다. 업계 2위인 교촌치킨은 2000년대 중반간장 양념 치킨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입지를 굳혔고, BHC 역시 차별화된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급성장했다.

 

‘재도약의 기회를 엿보던 멕시카나에게 눈에명백하게 보이는 유행은 큰 유혹이었던 것 같다. 과일 맛 열풍을 포착한 멕시카나는 역시나 때마침 유행하고 있던시즈닝트렌드도 함께 잡아냈다. 우선 교촌치킨은 허니버터칩의 유행에 편승해 허니맛 치킨(허니오리지널)을 출시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었으며, BHC는 고소한 가루를 뿌려먹는뿌링클 치킨을 만들어 다른 메뉴의 판매를 잠식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즉 고객들이 기존 메뉴는치맥을 위해 지속적으로 주문하는 한편별미를 위해 아이들과 함께 시켜먹는 또 다른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먼저 BHC의 뿌링클 치킨부터 살펴보면, 2014 11월 처음 출시된 이후 1년간 660만 마리가 팔렸고, 판매가격 기준으로 환산하면 112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루 평균 3억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출시 3달 만인 2015 1, 2월 회사 매출을 봐도 뿌링클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육박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BHC 관계자들은다른 메뉴의 매출을 잠식하지 않고 독자적인 매출 상승 곡선을 보였기에 뿌링클의 매출은 고스란히 추가 매출이 됐다치즈를 소재로 한매직 시즈닝과 찍어먹는 소스인뿌링뿌링 소스 등으로 맛 차별화에 성공했고 뿌링클 제품을 시리즈로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교촌의허니콤보 치킨은 출시된 지 몇 년 된 제품이지만허니 열풍이 불었던 2014년 크게 성공하며 전체적인 교촌의 치킨 판매량을 2배 이상 끌어올렸고, 영업이익률 5%를 넘기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이자 경쟁사인 BBQ의 영업이익률이 1%에 그쳤던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이처럼 이미 포화상태였던 치킨시장에서새로운 맛의 치킨은 중요한 변수가 됐고,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신메뉴 개발에 나선 상황이었다. 당시 한 언론보도를 보면 멕시카나에서는시즈닝 치킨이 유행하고 있고 과일소주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반영해 여름에 맞는 열대과일 맛이 나는 치킨을 한정 메뉴로 내놓은 것이라며양념치킨도 매워하는 어린이나 10대를 타깃으로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풀이해보면, 경쟁자들의 성공을 지켜보면서혁신적인 제품’ ‘새로운 맛이 신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 멕시카나가 최신 트렌드 두 가지를 조합해서신시장 창출을 목표로 만든 제품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계속되는 혹평

 

사실 후르츠 치킨으로 인해 실제 멕시카나의 브랜드 이미지가 얼마나 손상됐는지 등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2015 7월에 출시된 제품이어서 아직 후르츠 치킨이 멕시카나 전체의 매출이나 수익구조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다만 음식 블로거를 비롯한 여러 블로거들, 개인방송 사이트에서먹방으로 돈을 버는 BJ들의 평가를 통해 실패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수많은먹방 BJ’ 중 가장 건강하고 깔끔한 시식을 통해 음식을 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 BJ가 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20분 만에 시식 방송을 중단하며 평소와 달리잘 먹었다한마디만 하고 급하게 방송을 접은 상황이 벌어졌다. 후르츠 치킨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결정적인 계기다. 평소에 웬만하면 음식에 대해 나쁜 평가를 하지 않던 그가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이라며 급하게 방송을 마치자 인터넷에서는 삽시간에먹방 BJ가 포기한 맛이라며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이에 음식 블로거들이 호기심에 계속 후기를 올리면서 일명신호등 치킨은 역사상 최초로이상한 맛때문에 화제를 일으킨 음식이 됐다. 다음은 몇몇 블로거들의 평가를 모아 놓은 것이다.

 

“보통 치느님이라고 하잖아요? 이건 치킨+사탄인치탄급입니다. 뱀이 이브에게 사과를 권했어도 후르츠 치킨은 안 권했을 겁니다.”

 

“감기약 맛이다. 애매한 맛이다.”

 

“합성 착향료의 절정이다. 물에 씻어 먹느라 힘들어서 혼났다.”

 

“다음부턴 호기심이 든다 해도 이런 거 사먹으면 안될 거 같다.”

 

“직원 분이 괜찮겠냐고 물어볼 때 알았어야 했다.”

 

 

‘후르츠 치킨이나신호등 치킨으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블로그의 시식 후기 중 당장 첫 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것만 몇 개 모아도 위와 같은 수준이다. 호기심에 초반에 좀 사먹은 사람들은 있지만 이들이맛을 잊지 못해재구매하진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간혹 올라와 있는 긍정적인 평가 역시부정적인 후기가 너무나 많아서 기대를 별로 안 하고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인터넷이나 페북에서 본 것처럼 씻어먹을 정도는 아니다정도의 수준이다. 몇몇은 멕시카나의 의도대로어린 조카는 맛있게 먹더라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혹자는치킨과 과일 자체가 별로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지 않느냐, 상품개발팀이 무슨 의도로 이런 무리수를 뒀는지 모르겠다고 되묻는다. 하지만 과일과 고기는 분명맛있을 수도 있는 조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외식 전문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고기와 과일이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탕수육도 레몬, 파인애플을 넣어 소스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오리고기와 오렌지 소스가 어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정말 괜찮은 과일 맛이 나는 걸 썼는가를 봐야 하고, 과일을 섞는 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멕시카나처럼 시즈닝 파우더만을 섞어서 소스를 만들면 향이 과하게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극단적인 향과 맛밖에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합을 잘해 성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제품도 등장했다. 굽네치킨에서 최근 출시한굽네 후르츠 소이갈릭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사과와 레몬을 넣은 간장과 국내산 마늘을 첨가한 특제 소스를 오븐에 구운 치킨에 발라 달콤 짭조름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렌드 파악을 정확하게 했고 분명맛이 있을 수 있는 조합을 고민해서 내놓은혁신의 결과물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실패요인 분석

 

1. 분석에 앞서: 전략 4분면을 이해하자

 

멕시카나는 어떤 전략적 선택에 근거해 후르츠치킨이라는 제품을 출시했을까? 이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보는 것에서 실패요인 분석이 시작될 것이다.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보유하고 있는 조직의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활용(Exploitation) 활동과 조직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원을 바깥에서 찾고자 하는탐색(Exploration) 활동중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기업의 전략은 구분된다.5

 

<그림 2>에서 제시된 마일즈-스노의 전략 유형을 보자. 2사분면에 있는 방어자 전략은코카콜라가 구사하는 대표적인 전략이다.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보다는 시장점유율이나 이윤율로 대표되는 시장에서의 현재 위치를 방어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다. 방어자 전략의 시장에서 제대로 먹히면 신규 진입자가 해당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비용관리에 철저하기 때문에 원가관리에서 리더십을 가질 수 있어 가격 경쟁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반면에 4사분면의 모색자 전략은 자신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보다는 외부의 새로운 것을 찾는 것에 적극적이다. ,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기회를 탐색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제품을 실험하고 출시한다. 비용관리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제품 혁신이 우선이고 다른 업체들이 따라오도록 하는 변화를 만듦으로써 경쟁우위를 유지한다. 스티브 잡스 시절의 애플이 전형적인 모색자 전략을 취한 사례다. 가격 경쟁력보다는 혁신적 제품으로 가격 프리미엄을 획득하고 높은 수익을 누린다.

 

 

1사분면은 다시 두 가지 다른 전략으로 나뉘는데 혁신 분석자 전략은 모색자 전략과 방어자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조직이다. 자신의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면서 신제품을 빠르게 개발, 출시할 수 있는 혁신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현재의 삼성전자가 혁신 분석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식품 기업으론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고급 로컬푸드 기반 한식뷔페 계절밥상을 출시한 CJ가 이 위치에 서있고, 뿌링클 치킨을 개발한 BHC도 비용적인 측면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트렌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런 혁신 분석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사분면의 또 다른 전략인 비혁신 분석자 전략이다. 비혁신 분석자는 능동적인 혁신을 펼치기보다는 마켓 리더의 움직임을 빠르게 포착, 벤치마킹하고 변형해 시장에 진입하는세컨드 무버(Second Mover)’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다. 예전의 삼성전자는 당시 마켓 리더였던 소니를 대상으로 한 비혁신 분석자 전략으로 결국 벤치마킹의 대상인 소니를 침몰시켰고, 식품 업계의 경우 이랜드가 CJ의 브랜드인 V.I.P.S.의 샐러드 바를 대상으로 비혁신 분석자 전략을 펼쳐 애슐리라고 하는 성공적인 브랜드를 개발해 안착시켰다. 비혁신 분석자 기업은 주로 혁신 분석자 기업이나 모색자 기업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다.

 

2. 실패요인 분석: 비혁신 분석자의 오류

 

멕시카나의 경우를 살펴보자. 멕시카나는 벤치마킹을 시도하는데 이는 뿌링클이라는 신개념 제품 출시로 빠르게 성장하던 BHC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2014 11월에 출시된 뿌링클의 열풍과 다른 식품을 통한 과일 섭취를 콘셉트로 삼아 멕시카나는 2015년 여름 시즌에 빠르게 후르츠 치킨을 출시했고, 이는 전형적인 비혁신 분석자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멕시카나는세컨드 무버로서 소스를 뿌려 먹는 치킨 시장에 BHC에 이어 진입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비혁신 분석자의 위기는 잘못된 벤치마킹의 대상 선정, 구현 시 벤치마킹 대상과의 무모한 차별화 시도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멕시카나는 비혁신 분석자로서 어디서 오류를 범했을까?

 

전지현을 앞세운 BHC의 뿌링클은 치즈를 기반으로 한 가루소스를 치킨 위에 뿌려서 요거트에 찍어 먹는 것이 메인 콘셉트다. 예전부터 양념 치킨은 존재했으나 가루 형태의 치즈를 소스로 해 짭짤한 동시에 강한 감칠맛으로 폭넓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히트 상품이다. BHC는 뿌링클을 기반으로 레드오션의 대명사인 국내 배달 치킨시장에서 최고의 매출 신장률을 달성한다. ‘시즈닝 치킨이라고 하는 새로운 하위 카테고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멕시카나는 BHC 뿌링클의 성공을 보며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 세컨드 무버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싶어 한 것으로 분석된다.세컨드 무버는 마켓 리더를 쫓아가기 때문에 초기 시장 개척 비용 투입에서 이점이 존재한다. 마켓 리더가 개척한 길을 뒤따라가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무혈 시장 입성이 가능하다.

 

2015년 초, 과일을 다양한 형태로 식품에 첨가하거나 적용하는 식품 관련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국내에도 상륙했다. 과일 섭취를 통한 건강함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이 메가 트렌드의 출발점이다. 특히 1인 가구의 비중이 올라갈수록 과일 섭취량은 떨어지게 되고 부족한신선함을 다른 방법으로 간편히 섭취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건조 과일 스낵, 동결 건조된 과일 조각이 들어간 시리얼, 설탕 대신 과즙을 첨가한 음료 등이 새롭게 출시되고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소주에 과일향을 첨가한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게 된다. 또한 제과 업계에서도 과일맛을 입히거나 과일칩을 첨가한 과자들을 대거 출시했다. 롯데제과는 과일맛 칙촉, 과일맛 레이즈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해태와 오리온 제과도 과일맛 감자칩을 출시했다. 멕시카나는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빠르게 움직이는 마켓 리더들을 보며 비혁신 분석자로서과일맛시장에 진입하고자 했다.

 

정리해보면, 멕시카나는 BHC의 뿌링클 벤치마킹을 통해시즈닝치킨 시장에 진입하며 동시에 과일향이라고 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를 제품에 입힘으로써 마켓리더와 차별화를 이루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멕시카나의 최종 결과물은 차별화 부문에서 오류가 발생하고 말았다. 메가트렌드에서 소비자들이 과일맛을 원하는 이유는건강함신선함의 코드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멕시카나의 후르츠 치킨의 과일 맛은 말 그대로합성착향료 맛이었고 건강함의 코드를 전혀 담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후르츠 치킨을 먹으며 건강함을 느끼고 싶었으나 실제 자극받는 미각과 후각은 건강함과 거리가 먼진짜가 아닌이라는 코드를 두뇌에 전달하게 된다. 물론신선함과도 거리가 멀다. 따라서 성공하기 어려웠다.반면에 과일 맛 소주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어차피 건강과의 개념과 거리가 먼 술을 소비하면서 과일 맛으로 건강을 챙기고자 하진 않는다. 대신 신선함과 다양함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진짜가 아닌과일 맛 소주 역시 시장에서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멕시카나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시장에서 후르츠 치킨을 철수시키거나, 반대로 이렇게기괴한 제품으로 버즈(buzz)가 더욱 강력하게 퍼져나가도록 그대로 두는 것이다. “There is no bad PR as long as they spell your name right. (나쁜 PR이더라도 브랜드 네임을 제대로 말하는 한 훌륭한 PR.)”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브랜드의 노후화로 인지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멕시카나에겐 이런 버즈가 약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 Food Biz Lab 연구소장 moonj@snu.ac.kr

 

문정훈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AIST 경영과학과를 거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비즈니스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식품기업과 연구소를 대상으로 컨설팅하고 있으며 주 연구 분야는 식품산업 기업전략, 식품마케팅 및 소비자 행동, 물류 전략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