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

모든 거래 기록된 장부 ‘블록체인‘ 진정한 P2P시대 여는 인터넷의 미래

187호 (2015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비트코인(Bitcoin) 근간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의 특질

진정한 P2P(Peer-to-Peer) 거래, 거래 마찰(비효율성) 감소, 디지털 희소성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전개될 수 있는 미래 비즈니스 영역 ‘8C’

Currency:

비트코인(Bitcoin) 외 다양한 파생화폐와 지능형 화폐의 출현 가능

Common Record:

자전거 등록제, 농수산물 유통경로 추적제 등 공공 기록을 전산화해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폭넓게 활용 가능

Contract:

계약 조건의 이행 및 대금 결제의 통합으로스마트 계약이 가능

Consensus:

강력한 보안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정교한 컨센서스 측정 가능

Cross-border:

취급과 정산이 실시간 자동으로 이뤄지는 기술 특징에 기반해 금융, 통신 등 다양한 국가 간 거래의 효율화 가능

Contents:

디지털상에서 저작권 증명이 쉬워져 콘텐츠 산업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 가능

Community: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 활성화가 어려웠던 지역 단위 상품권, 지역화폐(community currency) 등의 사용성 제고 가능

Co-Ownership:

, 사무실, 자동차 등 소유권을 등록해 놓고 예약 이용시간과 범위 등을 세세하게 기록, 관리함으로써 공유경제 활성화에 기여 가능

 

 

트코인(Bitcoin)은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참여자 모두에 의해 관리되고 운영될 수 있게 설계된 글로벌 금융결제 프로토콜이자 그 위에서 통용되는 화폐단위(BTC·Bitcoin Currency). 중앙 관리기관 없이 사람들의 컴퓨터와 컴퓨터를 이어 직접 거래하도록 하는 ‘P2P(Peer-to-Peer)’ 방식의 수평적 네트워크상에서 가동되는 블록체인 장부를 통해 금융거래가 쉽고 안전하게 이뤄진다.

 

통상 화폐는 중앙은행(: 한국은행)에서 발행한다. 반면, 비트코인은 알고리즘상에서 자동으로 발행되고 이 과정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 누구든지 자신의 컴퓨팅 자원을 동원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보안과 거래기록 관리 작업에 참여해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이 마치 광산에서 금을 캐 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비트코인을채굴(mining)’한다는 표현을 쓴다. 당연히 비트코인을 만드는 사람들은광부’, 마이너(miner)’라고 불린다. 비트코인은 발행될 총량(2100 BTC)이 정해져 있어서 130여 년 뒤면 발행이 끝난다. 비트코인의 최초 설계자가 총 2100 BTC만 나오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2013년 하반기 기준 전 세계에는 약 1200 BTC가 유통 중이며 2145년에 총 2100만 단위(BTC)까지 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의 근간, 블록체인

 

2013년 가을, 비트코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유럽발 금융위기라는 큰 흐름 위에 중국발 투기 열풍, 미 연방 상원의회의 청문회와 그 과정에서 보도된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긍정적 코멘트 등이 어우러지며 발생한 현상이었다. 6개월 뒤 상황이 180도 변했다. 2014년 봄, 당시 세계 최대 거래량을 취급하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Mt. Gox) CEO의 횡령, 해킹 등 복합적 이유로 파산했다. 이후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은 장밋빛에서 잿빛으로 급격하게 변했다.

 

마운트곡스 파산 이후 비트코인을 둘러싸고 뜨겁게 달아올랐던 대중적 관심은 일견 식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투기적 수요도 잠잠해 졌다. 그러나 (화폐단위로서) 비트코인 가격은 영향을 받았지만 그 근간을 이루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은 여전히 견고하다. 실제로 블록체인에 대한 금융업계와 기술전문가들의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독보적인 혁신성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기술적 실체를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새로운 기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기술산업계의 구루들(최초의 웹브라우저를 개발한 마크 앤드리슨, 소셜미디어의 성장을 예견하고 대거 초기 투자한 프레드 윌슨, 스타트업의 요람 와이컴비네이터를 설립한 폴 그레이엄 등)부터가 그랬다. 이들은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반기술로서 블록체인의 위상을 높이 평가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고 그 생태계를 만들어갈 스타트업에 과감히 투자해 왔다.

 

기술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으로 구현되고 실용화된 최초의 응용사례(application)에 불과하다. (그림 1) 비트코인 같은 화폐 말고도 블록체인으로 구현하고 혁신할 수 있는 것들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폴 그레이엄의 말처럼 처음 마이크로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그것은 게임기 또는 장난감에 불과했지만 게임 말고도 할 게 많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인터넷 역시 마찬가지다. PC통신 환경에서 e메일과 파일 교환, 커뮤니티 정도를 이용하는 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웹 환경으로 바뀌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일상과 업무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블록체인 역시 게임기에 불과했던 마이크로 컴퓨터나 e메일 송수신용으로 쓰이던 인터넷처럼 초창기엔 비트코인과 같은 화폐시스템의 인프라 역할만을 하고 있지만 결국엔 더 많은 쓰임새를 갖게 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마이크로 컴퓨터와 인터넷처럼 세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에 쏟아지고 있는 관심과 구애는 기술의 역사에서 체득한, 이 같은 기대치를 반영하고 있다.따라서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해 우선 해야 할 일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구분해서 바라보는 것이고, 그런 인식론적 단절을 바탕으로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블록체인, 인류 최초의 분산-공공 장부기술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때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통해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자동화 /분산화된 클라우드 장부라는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하버드대의 니얼 퍼거슨 같은 경제사학자들은 화폐의 원형을 기원전 2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쓰이기 시작한 진흙판, 즉 거래장부에서 찾고 있다. 금속이나 지폐 이전에 장부에 담긴정보가 화폐의 본질이라는 얘기다. 금융거래가 전자화된 현대사회에서도 실물 화폐가 오가는 거래는 3∼5%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계좌에 찍히는 숫자 정보로 금융거래가 이뤄진다.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돈 거래의 흐름을 숫자로 정리해 관리하는 주체는 바로 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기관들이다. 이 금융기관들의 여러 장부가 네트워크상에서 중첩돼 다양한 금융거래를 가능케 한다. 역사적으로도 금융업은 이 장부관리업무에서 태동했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등장하기 전 영국에서는 조폐국에 금을 보관해두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7세기 중반 찰스 1세가 전쟁을 치르며 자금난을 겪게 되고 이를 해결하고자 시민들이 맡긴 금을 몰수하면서 국가기관에 자산을 맡기는 데 강한 불신이 생겨났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게 금 세공업자들이 운영하는 민간 금고였다. 금 세공업자들은 금을 맡긴 이들에게 보관증을 발행했는데 이것이 사실상 화폐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은행권(Bank-note)의 시초인 셈이다. 그런데 금 세공업자들은 (장부관리자인) 자신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얼마만큼의 금이 보관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는 보관증을 마구 발행하기에 이른다. 또한 보관한 고객의 동의 없이 금(실제로는 보관증)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른바 신용 화폐와 부분 지급준비제도가 역사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은행업은 역설적으로 이 같은 금 세공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근간으로 발전했다. 물론 이후 설립된 최초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통해 장부관리를 정부의 감독하에 두게 되면서 은행업은 산업화/근대화의 길로 제도화된다. 그 이후로 금융장부는 정부의 엄격한 감독하에 금융기관이 기입/관리하는 체제가 됐고, 이것이 금융제도의 기초가 됐다. 이런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때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통해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자동화 /분산화된 클라우드 장부라는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비트코인 거래는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따르는 지갑프로그램 또는 앱 등의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는 개인 사이에서 (중개기관 없이 직접적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비트코인을 전송하면 자동으로 장부상에 이 거래가 기록되는 방식이다. 혁신성은 바로 이 장부에 있다. 비트코인을 고안하고 개발해 세상에 내놓은, 그러나 여전히 미스터리에 싸여 있는 개발자(나카모토 사토시라는 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유수 언론의 추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수께기 속 인물 혹은 집단으로 남아 있다)는 여기에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DBR Mini Box

 

 

 

 

 

 

역사상 최초로 분산화되고 공공적 성격을 갖는 클라우드 장부인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다음과 같은 본질적인 특질을 내포한다. 첫째, 누구나 기입할 수 있다.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준수하는 지갑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개인끼리 e메일을 보내는 것처럼 비트코인을 주고받으면 거래(transaction) 내역이 장부에 자동으로 기입된다. 둘째, 누구나 모든 거래 기록을 볼 수 있다. 블록체인상에 기록되는 모든 거래 이력은 참가하는 누구나 볼 수 있고, (주로 마이너들에 의해) 검증할 수 있다. 셋째, 누구도 거래기록을 변경하거나 지울 수 없다. 많은 참여자들의 검증과 이중, 삼중의 암호화(이전 블록에 이어서 다음 블록을 만들고 체인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거래기록 변경이나 삭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의 이 같은 투명성과 무결성, 비가역성이라는 특성은 이중지불(double spending)이라는 전자화폐의 치명적 한계를 극복하게 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경제의 장점은 금융거래에서는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해 장부관리를 매우 어렵고 번거로운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에 기반해 이 같은 문제를 간단하게 뛰어넘을 수 있다.

 

 

모든 비트코인 거래는 암호화돼 블록이라는 단위로 확정돼 기록된다. 모든 새로운 블록은 이전 블록의 암호 값을 참조해 새롭게 암호화되는 식으로 연결돼 체인의 형태로 구조화된다.

 

블록체인이라고 부르는 건 그래서다. 블록을 만드는 작업을 마이닝(mining·채굴)이라 일컫는데 여기에 참여하려고 모여든 컴퓨팅 자원은 전 세계 상위 500위까지의 슈퍼컴퓨터를 모두 합친 것의 몇 백 배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따라서 특정 블록에 포함된 거래기록을 변조하거나 지우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컴퓨팅 자원이 필요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안정성은 2013년 미국 상원 청문회를 통해서도 검증된 바 있다.

 

 

비트코인 너머

 

블록체인을 화폐적 용도 너머로 확장하려는 시도 중 가장 선구적이었던 것은 네임코인(Namecoin)이었다. 2011년 등장한 네임코인은 인터넷 주소, 즉 도메인 관리 체계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인터넷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만들어진 비트코인의 파생화폐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비트코인의 소스코드를 용도에 맞게 변경해 만들었다. 기존 도메인 체계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최상위 인터넷 주소를 만들거나 거래하려면 이 기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검열이 이뤄지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비트코인이 거래장부를 블록체인상에서 P2P 방식으로 운영하듯 네임코인은 인터넷 주소를 P2P 방식으로 관리한다. 네임코인에서는 누구나 ‘.bit’으로 끝나는 주소를 만들 수 있는데 등록 비용으로 네임코인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운영된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 인터넷 주소나 무책임하게 만들지 않게 되고 그렇게 거둬들인 비용을 네트워크 보안에 기여한 이들에게 보상으로 지급한다. 만들어진 주소는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으며 코인을 지불한 사람만이 자신의 디지털 서명으로 주소를 등록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네임코인 같은 과도기적 형태를 뛰어넘어 본격적으로 (화폐 체계에) 독립적인 블록체인을 구상한 시도 중 가장 이목을 집중시켰던 건 다소 역설적이게도 컴퓨팅 비즈니스 영역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거대한 기업인 IBM의 구상이었다. IBM 2014 9월 발표한어뎁트(Adept)’라는 구상은 사물인터넷 아키텍처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걸 골자로 한다. IBM은 삼성과 함께 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어뎁트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 연결되는 기기 수가 대폭 증가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중앙집중화된 네트워크로는 원활한 사용성을 장담할 수 없고, 따라서 보다 분산적이고 효율적인 구조가 필요하다는 게 어뎁트의 문제 의식이다. 블록체인 같은 장부 시스템에 각각의 디바이스를 등록하고 기기들 사이의 통신 역시 비트토렌트(P2P 파일 공유 프로토콜), 텔레해시(P2P 암호화 프로토콜) 같은 P2P 방식으로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오픈소스 프로그램에 참여해 온 개발자들은 이보다 앞서 사물인터넷 시대에 블록체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비트코인 같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가 연결된 사물들 사이의 기계 간(M2M) 금융거래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필자 역시 201310월 출간한 <넥스트머니, 비트코인>에서 사물인터넷 시대에 기계 간 금융거래에 대한 전망을 서술한 바 있다. IBM은 이 같은 가능성을 프로토타입 형태로나마 실제 구현해내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블록체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블록체인이 금융 분야에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만큼 금융계가 관심을 보이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다만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빠르고 적극적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은 다소 놀랍다. 미국 금융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뉴욕증권거래소가 비트코인 스타트업인 코인베이스(Coinbase.com)에 전격적으로 투자하면서 한발 걸치는 모양새를 보이자 이에 질세라 나스닥은 뚜렷하고 구체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와 유사하게 블록체인 기술업체인 체인(Chain Inc.)에 투자를 단행한 것에 그치지 않고 블록체인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나스닥은 우선 비상장 회사들의 주식부터 블록체인 같은 장부에 등록하고 이를 통해 더 효율적이고 분산화된 주식거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상장된 회사들은 전자증권 형태로 어느 정도 전산화 및 자동화가 돼 있지만 비상장 회사의 주식은 페이퍼 작업에 의존해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비상장 주식 거래에는 변호사의 개입과 양수도 계약, 명의개서 등 일련의 복잡한 작업들이 결부된다. 하지만 모든 발행된 주식을 블록체인에 저장/관리하게 되면 이 모든 과정이 자동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나스닥의 설명이다. 심지어는 기존 전자증권시스템의 거래 체결에서부터 정산까지의 프로세스를 대폭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블록체인상 주식 거래에서는 매수자·매도자의 디지털 서명과 체결, 그리고 그에 따른 대금정산이 거의 동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본령인 은행들도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물론 처음에는 매우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적대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2015년으로 접어들고 내부 리서치를 통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분별해 정립하면서부터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서 성장 가능성을 잘 포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 지갑-거래 플랫폼인 서클인터넷파이낸셜(Circle Internet Financial) 5000만 달러 펀딩 라운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뒤이어 지난 9월에는 JP모건, 크레디트스위스, 바클레이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형 은행 8곳과 함께 블록체인 협의체(Initiative)를 결성, 금융기관 간 국제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표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나스닥의 프로젝트에 체인이라는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이 파트너십을 맺고 참여한 것처럼 이들 메이저 은행의 협의체에는 뉴욕에 기반을 둔 R3CEV라는 신생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인터넷의 여명기에 핵심 기술 역량을 보유한 신생 기업들이 기존 업계와 경쟁하는 한편 협력관계를 형성하며 전 산업의 인터넷화를 만들어 온 역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인터넷의 미래다

 

세계적으로 테크놀로지 담론을 주도해 온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는 지난 7월 기관지 <스펙트럼(Spectrum)>을 통해웹의 미래는 비트코인과 닮았을 것(The Future of the Web Looks a Lot Like Bitcoin)”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망 중립성 논의에서 드러나고 있듯 지나치게중앙집중적인 현재의 인터넷 구조와 달리 블록체인은 암호화-수학 기반의분산구조여서 그 자체로 미래지향적이라는 논지다. 컴퓨터 과학 및 법률 분야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암호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아온 닉 스자보(Nick Szabo) 등 여러 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인터넷의 중앙집중적 구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 온 바 있다. 현재와 같이 중앙(서버)에서 이용자의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통제하는 구조하에서 개인은 이중, 삼중의 위협에 놓여져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중앙집중적 구조하에서 우리는 1) 관리자/관리회사가 유능하며 도덕적일 것을 믿어야 하고, 2) 그들이 해커들에게 당하지 않을 것을 믿어야 하고, 3) 국가권력의 부당한 요구에 굴하지 않고 이용자들의 정보를 지켜줄 것을 믿어야 한다. 이 믿음이 깨지는 순간 이용자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굴지의 인터넷 서비스 및 금융회사들이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내부자 소행으로 유출하거나 해킹으로 유출시킨 사례를 숱하게 겪어 온 바 있다. 반면, 블록체인은 개인의 정보 통제권을 그 자신에게 부여하고 누구도 믿을 필요가 없는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블록체인 구조는 경제·사회적으로 다음과 같은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 진정한 P2P 거래:모든 종류의 중개자/중간관리자(middle-men)를 배제한 P2P 거래가 가능하다. 이용자는 블록체인상에 자신의 식별 정보서부터 금융자산, 디지털 자산 등을 등록해놓고 자신의 통제하에 타인과 거래할 수 있다. 미래의 마켓플레이스는 이베이나 아마존 같은 특정기업이 제공하지 않는 형태로 분산화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 거래 마찰(비효율성) 감소:현재와 같이계약거래실행정산등 각 프로세스가 분리돼 단계별로 비용과 마찰이 발생하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거래에서도 체결과 동시에 정산이 이뤄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과다한 거래비용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했던 글로벌 소액결제도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활성화할 수 있어 유료 콘텐츠 거래 분야에서도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가능해진다.

 

- 디지털 희소성: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말한 대로디지털 세상에서 무언가 복제할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큰 가치를 지닌다”. 비트코인 거래에서 한 번 보낸 비트코인은 재사용(Double Spending)할 수 없는 것처럼 블록체인에 등록된 디지털 콘텐츠는 소유자가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겼을 경우 복제되지 않고 소유권이 넘어간다. 이 같은 특성은 음악산업 등 콘텐츠 산업의 비즈니스 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 조건부(프로그램) 거래:블록체인상 거래는 일반 장부처럼 중앙기관이 숫자를 더하고 빼는 식으로 장부에 기입되는 것이 아니라 파일 포맷 형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개별 거래(transaction)에 스크립트(script) 형태의 조건문을 프로그래밍해서 넣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는 개인 간 옵션 거래, 공증, 신탁 등 다양한 서비스가 손쉽게 가능해진다.

 

 

 

 

이 같은 분산-공유 장부 기술의 함의를 바탕으로 어떤 비즈니스 혁신이 가능할 것인가. 다시 한번 에릭 슈밋의 말을 빌리자면비트코인 아키텍처는 복제할 수 없는 거래장부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놀랄 만한 진보를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관련한 비즈니스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인터넷 비즈니스의 4C(Communication, Contents, Community, Commerce)처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전개될 수 있는 비즈니스 영역을 8C로 정리했다.

 

1. Currency:가장 대표적인 분야다. 이미 전 지구적으로 형성돼 임계점을 넘은 비트코인 생태계 및 경제시스템에 기반해 다양한 목적을 지닌 파생화폐와 지능형 화폐들이 등장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 보안성에 핵심이 되는 해시(hash, 디지털 파일 특성을 축약한 암호 같은 수치로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블록의 요약본) 기반 작업증명(Proof of Work) 기능을 고안한 바 있는 암호학 전문가 애덤 백(Adam Back)을 주축으로 개발된 사이드체인(Sidechain)은 비트코인 본위제를 가능케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정 금액의 비트코인을 블록체인에 유보(reserve)해 놓고 그것을 기반 가치로 하는 새로운 병행체인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런 사이드체인이 활성화되면 다양한 목적과 기능, 특정 커뮤니티를 겨냥한 실험적인 화폐 시스템이 대거 등장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오면 비트코인은 과거 금본위제 시절의 금처럼 디지털 화폐 사이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전망된다.

 

2. Common record:중앙아메리카의 저개발국가 온두라스는 국가 차원의 전자화된 토지대장을 갖고 있지 않다. 온두라스는 새로 토지대장 DB를 구축하는 데 블록체인 장부 기술을 이용할 것이라고 지난 5월 발표했다. 미국의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팩톰(Factom)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공공 기록(common record)을 관리하기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많은 나라에서 자동차는 전산 시스템에 등록해 관리하고 있지만 자전거 등록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나라는 일본과 네덜란드 정도다. 현재 한국의 자전거 이용자들은 도난, 분실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인터넷 게시판을 활용하고 있다. 만약 블록체인을 이용해 자전거를 등록하고 이력관리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비용도 적게 들고 중고 자전거를 사고 팔 수 있는 마케플레이스로도 발전이 가능하다. 자전거뿐 아니다. 농협 같은 곳에서는 농산물의 이력 추적 시스템을 블록체인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소비자들은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소고기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경로의 도축 및 유통 과정을 거쳐 매장까지 왔는지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이처럼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공공 기록 관리 시스템을 더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구축해 운용할 수 있다.

 

 

3. Contract:앞서 설명했듯이 블록체인상에서 이뤄지는 개별 거래는 프로그래밍(조건문 삽입)이 가능하다. 개별 거래에 계약조건을 스크립트(script)로 넣고 그게 충족이 되는 시점에서 바로 결제가 이뤄진다. 핵심은 기존에 분리돼 있던 계약 조건의 이행 및 대금 결제가 통합된다는 점이다. 이런 스마트 계약 기능을 활용하면 주식시장에서 체결과 정산 사이에 2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 상황을 궁극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금융기관 간 거래에서도 최종 정산이 이뤄지기까지 각종 서류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상황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분산된 시장에서 개인 간 주식 및 옵션 거래가 이뤄지는 새로운 시장구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특히 정부에서 추진 중인 전자증권 제도가 시행되고 이것이 블록체인과 결합되면 전혀 새로운 시장과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계약 기능은 향후 대부분의 공증과 신탁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4. Consensus(Crowd-sourcing):블록체인상에서 발행된 토큰(token, 비트코인도 일종의 토큰)을 유권자들에게 나눠주고 맘에 드는 정책이나 후보에게 토큰을 다시 보내는 방식으로 투표가 가능하다. 얼마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에 큰 보안 허점이 드러나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듯이 현재 중앙집중적인 온라인/모바일 투표는 보안상 안전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앙관리자가 존재하므로 비밀 투표의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진다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시스템은 누가 투표했는지 알 수 없다. 더욱이 투표집계 전 과정을 참여자들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투명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또한 표를 여러 개로 쪼개 여러 선택지에 투표할 수도 있어 단순한 투표가 아니라 시장예측 컨센서스를 만든다든지,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5. Cross-border:국제 송금이 비싸고 오래 걸리는 이유는 금융기관 간 네트워크가 국경을 넘어서까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같은 매개체를 이용한 서비스들은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중간에 두 차례 이상의 트레이딩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각 금융기관이 블록체인상에 은행권을 발행 등록해 놓고 취급과 정산이 실시간 자동으로 이뤄지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국제 금융거래가 가능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동통신사의 로밍 서비스 역시 개선될 여지가 많다. 여러 나라의 이동통신사 간 정산에 30여 일이 소요되고 복잡한 요율과 환율 계산 등으로 많은 비효율이 발생하는데 블록체인을 통해 사용량을 기록하고 정산을 자동화한다면 개선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6. Contents:앞서 설명한 디지털 희소성이라는 특징은 음악, 전자책 등의 비즈니스를 크게 바꿀 것이다. 아울러 블록체인상에 디지털아트, 웹툰 등의 저작물을 등록해 저작권을 증명하는 것도 가능해 새로운 콘텐츠 시장의 등장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유럽에선 디지털 아트워크를 등록 관리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IDEO는 얼마 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뮤직서비스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을 보면 음악밴드가 팬들을 앨범 제작에 투자자로 참여시킬 수도 있고 열성 팬들의 기여도를 측정해 수익배분에 반영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음악 비즈니스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7. Community:비트코인의 OPA(Open Asset Protocol)를 이용하면 기존 상품권, 로열티(loyalty) 포인트, 지역화폐(community currency) 등을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상에 기입하고 관리할 수 있다. 각 지역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지역 상품권 등의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관리비용이 많이 들고 사용성이 떨어져 활성화가 요원한 실정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기반할 경우 관리 비용을 크게 줄여줘 쉽게 모바일 이용 경험을 증진시키는 효율적 솔루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유통회사의 포인트 시스템에 피해를 보는 지역의 중소가게(동네 빵집, 커피숍)들이 독립적으로 로열티 포인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8. Co-ownership:우버,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는 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여전히 더 공유되고 효율화될 영역이 많다. 블록체인상에 집, 사무실, 자동차 등의 소유권을 등록해놓고 매우 세부적인 수준으로 공유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예약, 이용시간과 범위 등을 아주 세세하게 기록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는 기술적인 한계로 공유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자원과 서비스, 디지털 자산 등이 공유되고 효율적으로 이용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 밖에도 블록체인이 향후 기술 발전 단계에 따라 혁신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영역들이 있는데 대표적 분야가 사물인터넷이다. 연결되는 기기가 많고 기기들 사이의 통신과 거래(transaction)가 활발해지는 만큼 (IBM의 제안대로) P2P 구조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기계들 사이의 통신과 데이터 교환은 중앙서버를 거치지 않고 비트토런트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비트토런트 등의 P2P 프로토콜을 활용해 기기 간 연결구조를 만드는 미국의 필라멘트 같은 회사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들은 기기 대 기기(M2M·Machine to Machine) 금융거래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기기에 신용카드 정보 등을 입력해 놓고 중앙서버에서 금융거래를 승인하는 풀 거래(pull transaction) 방식보다는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을 이용한 푸시 거래(push transaction)가 기계 간 금융거래에는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DBR Mini Box

 

 

 

 

비트코인은 최초의 온라인 가상화폐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모았다. 이내 투기적 환상의 대상이 돼 비트코인의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거래소 시장의 불안정성과 불법적인 거래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다. 갑작스런 성장과 위축은 초기 인터넷 닷컴 버블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최근 핀테크 이슈가 부상하면서 비트코인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비트코인이 본질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비트코인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모델이 출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 보스턴대의 밴 알스타인 교수는 미시적 관점에서 거래비용, 위험비용, 사용행태 등의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설명한다.

 

 

첫째, 거래비용 관점에서 보면 비트코인을 이용할 때의 거래비용은 거의 0에 가까워진다. 다른 결제수단을 통해 신용 거래나 외환 거래를 한다면 거래별로 2∼3% 또는 그 이상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만일 이익률 5% 내외의 중소 사업체라면 이 수수료 비중은 이익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중소 사업체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적은 체크카드를 선호하듯 비트코인도 거래 비용 측면에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금융사기 및 정보 유출 위험 예방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효과적이다.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마다 공급자와 수용자 양측의 동의가 이뤄져야 거래가 완료되고 거래내역이 원장에 기록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난 거래 기록을 이용한 결제 사기의 위험성이 없다. 또한 현금처럼 익명성이 확보돼 개인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기에 정보유출의 위험도 없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비트코인이 결제수단으로 실제로 잘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의 가치가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가맹점 수가 적으나 전 세계적으로는 1만여 개가 넘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Dell) 외에도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오버스톡(Overstock), 컴퓨터 쇼핑 사이트인 뉴에그(New Egg) 등에서도 사용 중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이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 보증이라는 것이 완전히 믿을 만한 보증이 아닌 경우도 많기에 발행자의 신뢰가 유지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현재 비트코인의 전 세계 유통량은 약 10조 원에 달하며 캄보디아와 같은 일부 신흥국 통화량을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여행을 하고 있으며 인터넷,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과 같은 글로벌 인프라에서 상호작용을 하고 정보가 유통되기에 이런 환경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저변도 증가한다면 당장 달러, 유로, 엔의 지위까지 성장하지는 못하더라도 개발도상국의 화폐 수준 이상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컴퓨터 사용자들이 윈도 대신 오픈소스로 구현된 리눅스를 컴퓨터에 설치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현재 비트코인의 거래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단기적 거래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온라인 가상화폐로서 다양한 기능이 내장돼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장을 공유하는 블록체인 개념은 P2P화돼 가고 있는 정보기술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 정보기술 관점에서도 두 가지 측면에서 큰 기회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는 빅데이터 분석이다. 원장을 P2P로 일반에 공개하기에 기존 현금을 사용할 경우 파악될 수 없는 자금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큰 변화로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을 꼽을 수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파편화된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제공될 경우 비트코인 형태의 가상화폐만큼 효과적인 결제수단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성장 가능성은 증대되리라 예측된다.

 

 

다만 신뢰구축과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비트코인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많을수록 신용카드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처럼 비트코인을 활용한 기회가 많이 생길수록 비트코인의 가치를 높여줄 것이다. 인터넷 경제의 기반에 검색 키워드 광고 생태계가 존재하듯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증대할 선순환 구조를 확장할 수 있는 적용 사례들이 필요하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 교수 smjeon@gachon.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 동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과 새너제이에서 창업자로서 일한 경력도 있다. 벤처회사들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실증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P2P lending, 비트코인, 소셜커머스, 온라인 게임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역서로 <페이스북 시대>가 있다.

 

 

 

한국의 금융혁신을 위한 제언

 

한국에서도 블록체인의 혁신성을 비즈니스 혹은 서비스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막 시작되고 있다. 다양한 비트코인 지불시스템을 개발, 보급해 온 코인플러그는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공인인증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공인인증기관이라는중개자를 필요로 해 보안성과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공인인증 서비스를 이용자-금융기관 간직접 연결구조로 혁신하는 서비스다. 전북은행이 주최한 핀테크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아이템으로 향후 금융기관의 인증 시스템으로 실제 적용될지 주목된다. 한국 최초로 비트코인 거래소를 설립하고 세계 최초의 암호화-잔고증명 거래소를 만든 코빗은 NH은행의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파트너로 블록체인을 이용한 핀테크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신한은행 역시 두 곳의 신생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며 블록체인으로 금융프로세스를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기존 금융업계, 특히 글로벌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블록체인에 대한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이다. 비트코인을 통해 실용화 과정을 거친 분산 장부기술이 기존 금융시스템과 융합될 경우 프로세스 혁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 예컨대 분산화된 주식거래, 비상장 주식의 거래 자동화 등 새로운 거래 형태와 시장이 창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주식거래가 처음 도입될 무렵의 복잡했던 상황은 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나서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당시 개방형의 인터넷 거래라는 새로운 시도는 객장 중심의 영업조직 등 기존 시스템의 반발에 가로막혀 도입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새로운 온라인 거래 행태가 주식시장 전체의 거래량을 폭발적으로 증대시키면서 오프라인 조직의 거래량까지 크게 늘어났다.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거래 및 이용 양식이 등장해 시장이 급성장할 때는 기존 시장에 대한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이 아니라 기존 시장과의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다. 더 많은 한국의 금융기업들이 글로벌 금융기업들 못지 않게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김진화코빗 이사 Louis@korbit.co.kr

 

필자는 인터넷과 제조업, 영리와 비영리, 국내외의 경계를 오가며 사회 혁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온 기업가다. 오르그닷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 공익 법인 타이드인스티튜트를 공동 설립했다. 2009년 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2012년 유엔지구환경정상회의 한국 대표단으로 참가, 글로벌 청년혁신가 10인으로 선정됐다. 2013년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코빗(Korbit)을 공동 설립했다. 저서로 <넥스트머니, 비트코인> <소셜 픽션(공저)>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