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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혁신 전략

아마존이 월마트를 제친 시대 유통업, 이젠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류한석 | 185호 (2015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최근 전 세계 유통업계에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술발전과 1, 2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 경기침체 등의 환경 변화로 인해 소비문화 자체가 변하고 있는데다 모바일쇼핑과 해외 직구라는 양대 소비 트렌드가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유통업체는 3가지 경쟁력을 정비해야 한다. 1)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IT 역량 증진 2) 언제 어디서나 가격을 비교하는 시대에 맞춘 가격경쟁력 확보 3)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고객충성도(Loyalty) 개선.

 

월마트의 시가총액을 제친 아마존

 

723, 전 세계 유통업계에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아마존(Amazon)의 기업가치가 약 2670억 달러로 월마트(Walmart) 2350억 달러를 제치고 유통업계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아마존이 유통업계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것은 1994년 설립 이후 처음이었다.

 

그간 월마트는 온라인 매출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2013년 기준 월마트의 온라인 매출은 전체 매출의 2%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월마트는 IT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2014,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의 공동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을 이사로 영입했고, 2012년에는 야후의 최고경영자(CEO) 마리사 메이어를 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하지만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매출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고, 최근에는 실적 부진으로 주가까지 급락하면서 아마존에 시가총액을 역전 당했다. 미국의 투자자들은 앞으로 미국 소매시장을 아마존이 지배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1

 

 

 

유통업계에 몰아치는 변화의 바람

 

최근 국내 유통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안 그래도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던 소비침체가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국내 소비자는 물론 중국 관광객들까지 대폭 줄어든 상태다. 또 중국 위기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마저 나빠졌다. 한마디로 외우내환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4년 유통산업 결산 내역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이 2004년 이후 처음으로 -1.6%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백화점은 국내 소비 부진을 중국 관광객 대상의 매출로 메워왔는데 올해는 중국 관광객의 감소로 더 큰 역성장이 우려된다. -3.4% 역성장한 대형마트는 최근 3년 연속 마이너스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편의점은 8.7% 성장했다. 1, 2인 가구의 증가로 소량 구매가 많아진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TV홈쇼핑, PC 기반 쇼핑, 모바일쇼핑 등의 무점포 소매업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TV홈쇼핑 매출은 지난해 소폭 성장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백수오 사태에 전반적인 경기침체까지 겹쳐 역성장이 점쳐지는 상태다. 인터넷쇼핑 중 PC 기반의 쇼핑은 이미 역성장 국면으로 들어선 상태이고 계속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모바일쇼핑은 작년에 무려 123.3%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2014 3분기(7∼9) 기준으로 이미 인터넷쇼핑의 52%가 모바일에서 이뤄지면서 1년 전 같은 기간(22%) 대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오프라인보다는 인터넷, 인터넷 중에서도 모바일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이런 추세는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현실이며 미래다.이와 같은 국내 유통산업의 동향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산업 동향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문화의 변화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쇼루밍, 해외 직구, O2O가 가져온 충격

 

최근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본 뒤 실제 구매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쇼루밍(Showrooming)족이 급증함에 따라 전자제품, 패션상품, 주방용품 등 과거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던 상품들의 모바일 구매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쇼루밍족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통한 가격비교 및 정보검색이 손쉬워졌기 때문이다. 구글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쇼핑에 이용한다고 답한 사람 중 84%가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쇼핑에 스마트폰을 이용한다고 답했으며 쇼핑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주된 이유로 시간절약(51%), 비용절약(44%) 등을 꼽았다. 또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능으로는 가격비교(53%), 할인쿠폰 등의 프로모션(39%)을 꼽았다.2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국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전체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 중 35%가 모바일쇼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상품이나 서비스 정보 검색(95.8%)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3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온라인 경쟁업체의 매출 점유율이 15∼20%에 도달하면 오프라인 매장을 닫는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4 베스트바이(Bestbuy)는 쇼루밍을 막기 위해 독자적인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켰다. 모바일쇼핑의 위력이 점차 강력해짐에 따라 희소성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인터넷 판매를 거부해온 구찌, 에르메스, 버버리 등의 럭셔리 브랜드들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모바일쇼핑과 함께 해외 직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내국인 해외쇼핑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외 직구를 해본 소비자는 57.4%에 달했고 1인당 연평균 소비금액은 87만 원으로 집계됐다.5 해외 쇼핑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저렴한 가격(58.7%), 국내에 없는 브랜드 구매(24.1%), 다양한 상품 종류(12.4%) 등을 꼽았다.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를 통해 주로 패션상품들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간 패션상품은 오프라인 매장에 소비자가 방문해 물건을 본 후에 구매하던 대표적인 상품이었다. 수입 제품의 국내 가격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해외 직구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기존 유통업체들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모바일쇼핑과 해외 직구라는 양대 소비 트렌드는 이처럼 국내 유통업체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모바일쇼핑과 해외 직구에 대한 대응 전략 중 하나로 개별적으로 구축됐던 웹사이트, 모바일 앱, 오프라인 매장, 소셜미디어, 고객센터 등의 여러 고객 유입 채널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일관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옴니채널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관계없이 고객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체계다. 기존에 개별적으로 구축됐던 여러 고객유입 채널(멀티채널)에서 한층 더 나아간 개념이다. 예를 들어, 옴니채널 환경에서는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수령하거나 반품할 수도 있다.

 

유통업체들이 옴니채널 전략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1) 점점 더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고 (2) 모바일기기의 활용 역량이 날로 늘고 있으며 (3)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갖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 환경의 측면에서 보면 (1) 채널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2) 온라인 커머스 기업들이 마하 경영6 을 하고 있고 (3) 가격, 품질, 고객서비스 등 모든 것이 실시간 비교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메이시스(Macy’s)백화점과 월마트는 옴니채널에 특히 적극적인 업체로 유명하다. 메이시스백화점은 옴니채널 책임자(Chief Omnichannel Officer)를 임명하고 옴니채널에 적극 투자하면서 매출이 늘었다. 월마트는 매장에서 고객이 앱을 통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온라인에서 주문한 후 결제 및 물건 수령은 매장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월마트는 2014 2월부터우리의 가격은 무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입증할 것이다(Our prices are unbeatable. And we’ll prove i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새로운 최저가 보장제도(Price Match)를 개시했다. ‘세이빙캐처(Savings Cat-

cher)’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월마트 매장에서 판매하는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구매한 후 영수증 번호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주변 경쟁업체들의 가격과 비교해 차액을 보상한다. 단지 영수증 번호만 입력하면 될 뿐 소비자가 최저가를 찾고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는 유통업체들이 기존에 구색만 갖춰놓은 최저가 보장제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한 회원제로 이틀 내 무료배송을 제공하는 아마존 프라임(Prime)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 5시핑패스(ShippingPass)’라는 이름의 회원제 무료배송 시범 서비스(1년에 50달러)를 시작한 상태다.

 

 

또한 해당 업체들은 최근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하면서 온라인, 오프라인 등의 채널에 따른 매출 실적을 구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매출의 마진이 더 높기에 그동안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출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왔으며 온라인 사업에는 소극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소극적 자세로는 급변하는 유통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간 차별했던 온라인 매출의 가치를 인정하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옴니채널 전략 중 하나는 매장에 비콘(Beacon)7 을 설치하고 이를 이용해 사용자의 스마트폰과 자동으로 연동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이 출시한 아이비컨(iBeacon)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의 유통업체는 고객에게 상품 정보나 프로모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매장 내 고객의 동선을 파악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실외에서 이용하는 GPS와 달리 실내에서는 정확한 위치 추적이 어려웠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방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복잡하거나 비용 문제가 발생했다. 반면에 최근의 비콘 기술은 간단하게 작동하면서도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 이를 이용하면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어떤 조작을 할 필요도 없이 자동으로 정보가 제공되고 결제도 할 수 있다.

 

유통업체들의 옴니채널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옴니채널 플랫폼도 시장에 나와 있다. 예를 들면, 탭타깃(TapTarget)이라는 도구는 모바일 마케팅 자동화(Automation)를 지원하는데, 이를 이용하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비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사용자를 프로파일링하고 사용자가 처한 환경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프로모션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과 스마트폰으로 채팅하거나 바로 전화를 연결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스마트폰은 쇼핑 기기로서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 하나는 스마트폰이 오프라인 및 온라인·모바일쇼핑의 경계를 파괴함으로써 오프라인 매장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측면이다. 기존 PC 기반 쇼핑은 오프라인 쇼핑과 서로 격리돼 있었다.(매장에 자신의 PC를 들고 와서 가격비교를 하고 쇼핑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러나 이제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스마트폰을 통해 가격비교를 하고 쇼핑을 한다.

 

또 다른 측면은 스마트폰이 오프라인 매장의 이용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일 유통업체가 효과적인 옴니채널 전략을 갖추고 소비자가 매력을 느낄 만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유통업체가 어떤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는가에 따라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고 새로운 모멘텀을 찾을 수도 있다. 후자의 관점에서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O2O(Online to Offline) 커머스다.

 

 

 

온라인으로 고객을 모아 오프라인 매장의 상거래를 유발하는 O2O가 가진 잠재력은 무한하다. 한마디로 오프라인에서 상거래가 일어나고 있는 분야라면 다 가능하다. 국내 시장에서는 주로 음식배달(배달의민족), 부동산중개(직방), 고객운송(카카오택시) 3대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 숙박, 인테리어, 이사, 청소, 레저, 미용, 웨딩, 놀이방, 자동차 정비 등 많은 분야에서 O2O적 지각변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해외,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거나 대중화되지 못한 분야에서 다양한 O2O 커머스가 등장해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마존은 유통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IT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평가받는 독특한 기업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기업들 중 아마존과 비슷한

기업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커머스 플랫폼의 모델, 아마존과 알리바바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플랫폼의 정의는다양한 판매자와 다양한 구매자가 만나 거래가 창출되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커머스는 본질적으로 플랫폼이다. 하지만 단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기본적인 기능만으로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는 없다. 커머스 플랫폼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기본적인 기능의 제공 여부가 아니라 커머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 및 그와 관련된 전략과 실행력, 그리고 생태계 조성 역량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커머스 플랫폼의 관점에서 볼 때 주목할 만한 대표적인 업체로 아마존과 알리바바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업체는 전통적인 쇼핑몰 사업뿐만 아니라 결제 서비스, O2O 커머스, 물류업, 금융업 등을 통해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으며 이미 많은 분야에서 성공했거나 또는 성공을 향해가고 있다.

 

아마존은 유통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IT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평가받는 독특한 기업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기업들 중 아마존과 비슷한 기업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아마존의 사업 범위는 너무 넓어서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무엇보다 지구상의 모든 물건을 팔겠다는 비전하에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고, 클라우드 시장의 1위 사업자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전자책을 비롯해 동영상, 음악, 소프트웨어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는 콘텐츠 사업자이기도 하며 킨들 브랜드로 태블릿, 스마트폰 등을 만들어 파는 제조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마존의 경쟁력은 커머스 사업에서 나온다. 아마존은 연 99달러의 회비를 받는 프라임 멤버십을 통해 미국 내 이틀 무료배송, 무료 콘텐츠 스트리밍, 무료 책 대여, 무제한 사진 저장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 직구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상당수가 이미 아마존의 프라임에 가입한 상태다. 특히 프라임 회원에게는 FBA(Fulfillment by Amazon), 즉 아마존의 창고에 협력업체들이 상품을 맡기고 배송, 교환, 환불 등의 모든 프로세스를 아마존이 처리하는 서비스와 더불어 이틀 무료배송이라는 혜택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프라임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통해 계속 상품을 구입하게 된다.

 

아마존의 놀라운 전략은 규격화된 공산품을 주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특성상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를 묶어두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을 락인(Lock-in)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프라임은 아마존이 가진 독특한 킬러앱(Killer App)이며 다른 커머스 기업들은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가지기 어려운 킬러앱이다.아마존은 프라임 멤버십을 개시하기 위해 창고, 물류, 배송 등의 관련 프로세스 및 시스템 개발에 엄청난 자금, 인력, 시간을 투자한 바 있다.

 

 

아마존은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아마존프레시(AmazonFresh)라는 브랜드로 신선 채소 및 식료품 사업에도 진출해 월마트를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2014 4월에는 아마존프레시와 연동되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쇼핑기기 대시(Dash)를 공개하기도 했다. 대시는 음성인식 기능에 바코드 리더기를 결합한 스틱 형태의 제품으로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하거나 음성으로 원하는 상품을 말하면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상품을 추가해준다.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은 소비자의 승인 후 배송된다. 오전 10시 전에 주문한 상품은 저녁식사 전에 배송되고, 오후 10시까지 주문한 상품은 다음날 아침식사 전에 배송된다.

 

2014 8월 아마존은 소매 점포들을 위한 POS와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아마존 로컬레지스터(Local Register) 사업도 개시했다. 이는 유명 핀테크 서비스인 스퀘어(Square)와 흡사한 사업 모델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하고 이를 이용해 결제하면 건당 2.5%의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다음날 은행계좌로 입금해준다.

 

아마존은 킨들 브랜드의 기기들에 음성인식 기술을 통합하고 있는데 2014 11월에는 다목적 음성비서 기기 에코(Echo)를 출시한 바 있다. 에코는 터치스크린이나 다른 종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없이 오로지 음성인식만으로 작동한다. 아마존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알렉사(Alexa)에게 날씨, 뉴스, 백과사전 등의 정보를 물어보거나 음악을 재생하고 조명을 켜고 끄는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구매할 물품명을 얘기해 장바구니에 넣을 수도 있다.

 

2014 12월에는 아마존로컬(AmazonLocal) 서비스의 일환으로 음식 배달 및 테이크아웃 서비스도 개시했다(로컬레지스터와 명칭이 비슷하지만 다른 서비스다). 본격적으로 O2O 커머스에 뛰어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해당 분야에서 2004년에 사업을 개시해 상장까지 한 그럽허브(GrubHub)가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뒤늦은 출발이긴 하지만 아마존의 충성스런 고객층과 프라임 고객에 대한 프로모션 가능성, 아마존의 장점인 빅데이터 기반의 상권 분석 및 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과 연계한다면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 또한 아마존로컬 서비스에서는 기술자 방문 등도 요청할 수 있으며 앞으로 다양한 방문 교육, 자동차 수리 등도 연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거의 모든 종류의 O2O 커머스를 통합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알리바바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B2B 상거래를 제공하는 알리바바닷컴, 오픈마켓 기반의 쇼핑몰 타오바오(??)를 포함해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핀테크 서비스로 실질 사용자 수가 3억 명에 달한다. 중국 내 제3자 결제시장의 48%, 모바일 결제시장의 69%를 장악하고 있으며 2013년 기준 총 결제액 38729억 위안( 650조 원)을 기록했다. 소위 요우커라 불리는 중국 관광객들을 위해 이미 국내에서도 알리페이가 도입된 상태다. 롯데닷컴 등의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해 오프라인 매장인 롯데면세점에서도 알리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다. 롯데면세점 중문 인터넷면세점의 2014년 매출액 중 90%가 알리페이로 결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알리바바의 사업 모델은 이베이(eBay)와 페이팔(PayPal)에서 본뜬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알리바바는 이베이와 페이팔의 사업 모델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어바오(餘額寶)와 알리페이를 연계해 알리페이의 잔액을 위어바오에 보관할 경우 일반 은행 이자 3%보다 높은 4∼6%대의 이자를 지급함으로써 서비스 개시 1년도 안 돼 무려 100조 원을 모으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 5)

 

 

 

알리바바의 특기는 커머스의 금융업 연계에 있다. 최근 알리바바는 80여 개 금융기관의 900여 개 펀드를 구매할 수 있는 자산관리 앱을 출시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각종 금융 서비스를 알리페이 및 자사의 커머스 사업과 연계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바바는 자체 메신저 서비스인 라이왕과 알리페이를 연계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QR코드를 통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옴니채널 및 O2O 커머스 진출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14 3월에 알리바바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유통업체 인타임리테일(Intime Retail)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약 7500억 원을 투자했다. 또한 2015 1월에는 독특한 QR코드를 제공하는 이스라엘의 벤처기업 비주얼리드(Visualead) 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비주얼리드는 QR코드와 그림을 조합해 매력적인 QR코드를 생성해내는데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알리바바는 기존 사업 기반과 O2O 커머스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단순히 온라인 기업에 머물지 않고 실제 오프라인 매장과 연결하는 옴니채널 및 O2O 커머스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을 살펴보면 오프라인 유통업체, TV홈쇼핑, 오픈마켓, 종합쇼핑몰, 소셜커머스, 소호몰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을 뿐 아마존과 알리바바처럼 쇼핑몰, 핀테크, 콘텐츠 서비스 등을 통합적으로 연계하는 커머스 플랫폼의 모습을 띠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신규 서비스를 확장해나가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을 가진 국내 업체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를 꼽을 수 있다. 국내 포털 1위 업체인 네이버는 2012 3월 포털에 검색과 오픈마켓을 통합한 샵N 서비스를 출범하면서 커머스 시장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실제로 출범 2년도 안 돼 거래액이 8500억 원에 도달하는 등 성공 사례를 만드는 듯했으나 업계 반발과 정치적인 타협을 통해 사실상 사업을 철수하고 수수료를 받지 않는 스토어팜이라는 서비스로 명맥만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핀테크와 O2O 커머스 열풍으로 다시 한번 사업 추진 의지를 표명하며 네이버페이를 출시한 상태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킬러앱을 기반으로 이미 카카오페이를 출시하고 여러 인터넷 쇼핑몰들과 공동 프로모션을 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 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택시를 성공시킨 후 계속적으로 새로운 커머스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체들이 갖춰야 할 경쟁력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보면 유통환경을 둘러싼 많은 요소들이 변화하고 있으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매장을 활보하면서 쇼루밍을 하고 해외 직구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온라인 커머스 기업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킬러앱과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발판으로 오프라인 커머스, O2O 커머스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다음카카오,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기업도 마찬가지로 자사의 킬러앱을 발판으로 온라인 커머스, O2O 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커머스 분야에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계속 등장해 새로운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서 국내 유통업체들도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는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상품을 주문하고 집으로 배송을 받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원하는 시간에 매장에서 찾아가는 픽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픽업 서비스는 백화점,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업체들이 전면적으로 확대해나가는 옴니채널 서비스 중 하나다.

 

롯데백화점은 스마트픽업 데스크라는 명칭의 픽업 서비스를 지방으로까지 확대한 상태다. 또한 본점에서 스마트비콘 서비스라는 명칭으로 비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그룹 미래전략센터는 옴니채널을 연구하는 롯데 이노베이션랩을 부설 조직으로 설치했다. 신동빈 회장은옴니채널 성공으로 아마존 같은 글로벌 유통기업에 지지 않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8

 

신세계그룹은 백화점몰, 이마트몰, 트레이더스몰 등을 아우르는 형태로 SSG.COM 웹사이트를 출범하고 SSG PAY라는 명칭의 간편 결제 서비스도 출시했다. 그렇지만 면세점 특허 신청, 이마트타운 조성 등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처럼 국내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채널 강화, 옴니채널 전략을 고민하면서 나름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긴 하지만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건 녹녹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유통업체가 급변하는 시장환경과 최신 쇼핑 트렌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경쟁력은 무엇일까? 유통업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요소를 중심으로 3가지 경쟁력을 정리해봤다.

 

첫째, IT 역량(기술력)이다.예를 들어, 아마존과 같은 업체는 단순한 쇼핑몰 업체가 아니다. 웬만한 IT기업을 능가하는 기술적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 업체다. , 그저 기술을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술을 선도하는 수준의 업체다. 아마존은 고도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필요한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에 있어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아마존은 드론(Drone) 기반의 신개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로봇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고, 아예 로봇 회사를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고, 음성인식 기반의 스마트 인터랙션(Smart Interaction)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그 외에도 아마존은 주기적으로 커머스와 관련된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뉴스의 중심에 서고 있다. 온라인 업체뿐만 아니라 그간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던 유통업체에 있어서도 기술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 유통업체는 상품, 가격, 마케팅, 광고 등에 있어서의 경쟁뿐만 아니라 기술력으로도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이 커머스 플랫폼을 표방하는 기업과의 경쟁에 대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경쟁할 수 없다면 최소한 그들의 기술을 이해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피해갈 수라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물론, 피할 방법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핵심 요소는 한마디로 말해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서비스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이를 통해 시장을 지배하고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본연의 사업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예를 들면 아마존의 프라임,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네이버의 검색,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 등) 최신 기술을 적시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 그리고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는 역량과 더불어 최고의 실행력이 필요하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도 이와 같은 요소를 실현한다면 성공적인 커머스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국내 유통업체들도 커머스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자격과 역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둘째, 가격경쟁력이다.가격경쟁력은 물론 과거에도 중요했지만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가격을 비교한다. 물론 브랜드나 AS 등 가격 외의 요소로 어필할 수도 있겠지만 가격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구매 의사결정의 포인트다.해외의 경우 많은 유통업체들에서 최저가 보장제도(Price Match)나 가격 조정제도(Price Adjustment)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점점 더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최저가 보장제도는 타사보다 저렴한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고, 가격 조정제도는 자사에서 판매된 제품의 가격이 변경됐을 때 차액을 환불해주는 것이다. 전자는 명확한 정책으로 고지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후자는 서비스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미국의 많은 유통업체들은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한 후 일정기간 이내(업체마다 다르며 대개 1∼14일 이내)에 가격이 내려갔을 경우 차액을 환불해주는 가격 조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에 아직까지도 국내에서는 고객중심으로 만족스럽게 운영되는 최저가 보장제도와 가격 조정제도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셋째, 고객충성도(Loyalty).이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가장 시급히 확보해야 할 경쟁력 중 하나다. 커머스 산업에 있어서 앞으로는 고객충성도가 최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단지 구매를 유도하는 수준이 아니라 매력적인 기능, 탁월한 고객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아마존의 경우 개인이 원하는 상품들만 콕 집어서 보여주는 진짜 개인화 기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배송 사고나 반품 시의 응대(‘묻지마환불), 특유의 신속하고 친절한 24시간 라이브채팅, 가격 조정제도 등을 통해 국내 쇼핑 커뮤니티에서도대인배 아마존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유통업체들은 상당히 보수적인 비즈니스를 고수해왔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들은 세일, 사은품 등의 방법을 통해 외형 확장에 의존하면서 파격적인 고객중심 제도는 선보이지 않았다. 그마저도 세일 기간을 앞두고 원래의 가격을 올려 큰 폭의 할인이 된 것처럼 속인다거나 사은품 비용을 협력업체에 전가하는 식의 꼼수를 보임으로써 사회적으로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1∼2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 경기침체 등의 환경적 변화로 소비문화 자체가 변하면서 체질 개선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꼽히게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해외에서는 일반화된 최저가 보장제도, 가격 조정제도를 비롯해 무료배송, 24시간 상담, 교환 및 환불의 신속한 처리 등으로 대변되는 진정한 고객 중심 서비스의 확산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탁월한 경쟁업체와 미래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과연 얼마만큼의 기술력, 가격경쟁력, 고객충성도를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해봐야 할 것이다. 기술은 점점 더 쇼핑의 모든 요소와 결합하고 있고, 가격 경쟁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이제 과거의 성공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류한석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ryu@peopleware.kr

 

류한석 소장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소프트웨어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컴퓨터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을 거쳐 현재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으로 IT와 문화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 <숨은 창의 살리기(공저)> <아이패드 혁명(공저)> <마이크로소프트의 IT전략과 미래(공저)>가 있다.

  • 류한석 류한석 | - (현)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
    - (전)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 (전)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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