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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즈식 의사결정 위키디시전

“직원 모두가 참여, 그렇지만 매우 빨리…”

김성희 | 12호 (2008년 7월 Issue 1)
99%가 참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체제
기업 구성원 중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다. 그동안 피라미드 조직 상부에 있는 이 1%가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해 왔다. 이 1%가 의사결정을 해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획일화된 대량소비 사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획일화된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 내부에서도 톱 다운의 의사결정 체제가 받아들여진 것은 직원들과 경영진의 지식격차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로 전환되면서 관리자와 직원 간의 지식격차는 사라지고 오히려 관리자의 디지털 지식과 국제화 지식이 더 떨어지는 역전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기업에서는 과거의 성공 법칙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에 의한 경영체제가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다 보니 직원들은 몸만 회사에 있고 생각은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2007년에 국제적으로 근로자의 근로 의식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 시간은 가장 길었지만 생산성은 최하위였다. 근로자의 일에 대한 만족도는 32개 국가 중 32위로 꼴찌이고, 흥미도 꼴찌다. 이는 후진국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몸은 회사에 있지만 의욕은 없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상명하복의 관리방식에 지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내의 1%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99%가 참여해서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근로 의욕을 북돋울 수 있으며, 시장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데에도 유리할 것이다. 선진기업은 1%에 의한 제왕적 의사결정 방식에서 99%가 참여하는 참여형 의사결정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직원 모두를 리더로 만들어라
조직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식을 ‘총체적 지식’과 ‘특정 장소와 시간에서의 지식’으로 구분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drich Hayek)에 따르면 “판매가 10% 감소했다”, “원가가 10% 증가했다” 등의 총체적인 지식은 전반적인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전략을 세우는 데에는 유용하다. 하지만 성과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반면에 특정 장소나 시간에서의 지식은 실제 일을 개선할 수 있는 세부적인 지식이다. 바로 직원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다. 이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렇게 종종 큰 아이디어는 작은 아이디어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은 작은 아이디어일 수 있지만 이를 모으면 큰 아이디어가 된다. 회사 밖에 아무리 큰 아이디어가 있다 해도 직원 모두의 아이디어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것은 없다. 직원들이 지시에 의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면 리더는 따로 필요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사업가이자 나쇼날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불확실한 기업 환경에서 회사가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길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을 100% 동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조직이 곤경에 처하는 이유는 기업의 모든 요구를 만족시킬 수가 없는 한 사람의 리더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경영자가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직원의 역량을 마지막 1%까지 완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다.
 
참여형 의사결정 ‘위키디시전(WikiDecision)’
기업이나 단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를 소집하여 토의하면 말은 많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모인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답을 찾기 위해서는 참여형으로 토론하되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제대로 된 프로세스는 커뮤니케이션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함으로써 목표 지점까지 효과적으로 인도할 수 있다.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원의 의사결정 연구실과 창조경영아카데미에서는 올해 초부터 참여형의 창의적 의사결정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의사결정 방법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참여형 문제해결 기법으로는 워크아웃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트리즈(TRIZ)를 접목했다. 중재자(Facilitator)의 역할을 대신하고 의사결정 툴(Tool)을 제공할 수 있는 디시전 매트릭스(Decision Matrix)를 개발해 하나금융그룹의 검증 과정을 거쳤다.
이 새로운 의사결정 방법론의 이름은 ‘위키디시전(Wiki Decision)’이다. 직원들의 참여로 빠르고 창의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위키디시전의 기본 사상이 담긴 다음의 5단계는 집단 참여로 이뤄지며, 적절한 도구를 이용함으로써 빠르고 창의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할 수 있다. 단계마다 위키디시전의 기본 사상과 생각 정리 도구들이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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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객관화하라(PA): 문제의 본질을 찾고 그것을 객관화한다.
 
- 다양한 대안을 찾아라(AA): 퍼포먼스의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를 살피고, 문제의 다양한 대안을 찾는다.
 
- 이상적 해결안을 만들어라(SA): 디시전 매트릭스를 통해 찾은 해결 원리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힌트로 새로운 해결안을 모색한다.
 
- 최고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라(DA): 여러 대안 가운데 최적안을 선택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 90일 실행 계획을 짜라(AP): 의사결정 사항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90일 이내에 실행할 방안과 일정, 담당 부서 등을 편성한다.
 
위키디시전 워크숍으로 문제 해결
GE
가 워크아웃(Work out)으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시키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했듯, 위키디시전을 사용하면 기업들은 쉽게 내부 혁신을 꾀할 수 있다. 위키디시전 워크숍(WikiDecision Workshop)은 시간을 단축하면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빠르고 창의적인 의사결정 워크숍이다. 진행 프로세스는 워크아웃과 같지만 2∼3일 걸리던 기간은 하루로 줄었다.
 
시간을 줄이려면 참가자들이 사전에 위키 워크숍에 대해 사전 학습을 해야 한다. 특히 토의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분석 도구를 제공하고, 다양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디시전 도구를 제시한다.
 
전문 중재자가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참가자 중 한 사람이 중재자 기술을 습득해 진행하도록 한다. 8시간 이내에 참가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실행안을 발표하면 스폰서(Sponsor)가 즉석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바로 실행에 들어가면 된다. 위키 워크숍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와 실행 방안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사후관리가 가능하다. 이는 사내 지식시스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위키디시전은 99%의 직원들이 참여해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안을 모색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다. 이 방법을 모든 직원이 익히고 실행하면 직원 모두가 리더로 바뀌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필자는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 컬럼비아대에서 산업공학으로 석사, 스탠퍼드대에서 경영정보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1983년부터 KAIST에서 산업공학과·경영정책학과·경영정보학과 교수 등을 역임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과 독일 하겐보훔대 정보통신 경영학과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 김성희 김성희 | -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 독일 하겐보훔대 정보통신 경영학과 객원교수
    - KAIST 산업공학과, 경영정책학과, 경영정보학과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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