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와 혁신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최근 선진 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이르고 신흥시장은 급속히 커지면서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터키 등 신흥국의 내수시장이 급격히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의 현지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지화의 발전단계는 ‘생산의 현지화’ ‘관리의 현지화’ ‘제품의 현지화’ ‘전략의 현지화’의 순서로 심화된다. 아직 국내 기업 중 전략의 현지화를 정착시켜 해외 자회사에서 혁신을 주도한 기업이 많지 않다. 현지화를 활용해 글로벌 혁신에 성공하려면 ‘글로벌 학습 네트워크로서의 현지 자회사’ ‘역혁신 선도자로서의 현지 자회사’가 필요하다. |
필자는 최근 한 일본계 기업의 한국 지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지사장이 일본인이었고, 부임한 지 몇 년 됐다. 그런데도 그는 항상 통역을 대동하고 다녔다. 경영회의 같은 주요 회의체는 물론이고 회사의 공식, 비공식 행사에도 통역과 함께 움직인다고 한다. 한국에 온 지 꽤 오래 됐는데도 우리말을 거의 못한다. 그러다 보니 소통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간부들은 실적이나 주요 프로젝트 진행사항 같은 공식적인 업무에 대해서만 지사장에게 보고했다. 어느 조직이나 우두머리의 스타일은 조직 구석구석에 각인되는 법이다. 최고경영자의 이런 소통 방식은 하위 조직으로 그대로 퍼져나갔다. 대부분의 팀에서 공식 업무나 매뉴얼에 나와 있는 일에 대해서만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있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장차 커다란 문제로 변할 잠재적인 위험의 낌새를 눈치채는 일이 많다. 이 회사에서는 이런 잠재적인 위험을 인지해도 경영진에게 알리지 않았다. 커다란 문제로 드러나야 ‘공식적으로’ 해결책 수립에 나섰다. 또 직원들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술자리에서 동료들하고만 이야기할 따름이고 회사에는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았다.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례를 접하고 나니 예전에 어떤 기업의 인도네시아 지사에 갔을 때 일본인 주재원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 한국인들은 해외 법인에 나오면 그 나라 언어를 금방 익혀서 현지인들과 대화하는데, 일본인 주재원들은 끝까지 일본말만 씁니다. 우리가 일본 기업보다 실행력이 높은 게 다 이유가 있어요.”
글로벌 전략 vs. 현지화 전략
앞서 언급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물론 매뉴얼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 기업의 현지화 전략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 특유의 현지화 전략에 따라 글로벌 기업의 현지 법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일본 기업에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은 주재원을 통해 해외 자회사를 관리하는 방식을 많이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 대부분이 제조업체인데,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표준화된 제품의 대량 생산과 우수한 품질관리로 현지 내수시장보다는 수출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국제경영 전략 중에서 ‘글로벌 전략(Global Strategy)’을 활용한다는 뜻이다. (DBR minibox ‘국제경영 전략의 종류’ 참조.) 따라서 이런 전략을 따르는 일본 기업은 현지인 직원과 주재원을 따로 관리하며 주로 주재원에 대한 동기부여를 통해 해외 자회사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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