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종합

현지화, 멋진말이지만 만능 아니다 가능성·필요성 따져 ‘조정된 현지화’를 …

178호 (2015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기업의 해외 활동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현지화는 정말로 바람직한 것일까? 현지화 전략을 짜는 기업들은 바로 이 지점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충분한 검토를 통해서바람직하다라는 결론이 나오더라도올바른 현지화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악의 표준화와 최악의 현지화를 피해조정된 현지화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시장에서 양보 없이 유지하고 싶은 전략이나 프로그램을 선정하라.

2) 1)번에서 선정한양보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부분적인 변경 가능성은 열어 놓아라.

3) 현지화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 필요성과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 실행하라.

4) 현지화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추정(cost-benefit 분석)하라.

 

 

“현대자동차, 철저한 현지화 시장 공략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맛있는 현지화 SPC그룹 글로벌 전략의 핵심, 현지 특화 메뉴 비중을 20%로 유지하고, 현지 인력 채용을 통해 진정한 현지화를 실천

 

“세계 경제 성장동력 중남미, LG전자의 TV 가전 점유율 1,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 1위 등은 현지 인력을 적극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과 프리미엄 마케팅의 결과

 

“한국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 시 많은 실패를 보는 중요한 이유는 현지화의 실패

 

“갤럭시 S6 중국 판매 시작, 현지화 마케팅으로 1위 회복 시동, 영문으로 표기해온 갤럭시 브랜드를 중문가이러스(盖樂世, 세상을 행복으로 덮는다)’로 변경해 현지화 마케팅에 돌입

 

CGV의 해외 진출 전략 키워드는차별화·현지화·사회기여’, 현지인을 육성하고 현지에 교육 시설 등을 운영

 

“인도 시장 글로벌 대전, ‘토착화 전략으로 선점해야, 성공한 해외 기업들의 특징은 인도의 독특한 문화를 알고 이해한 기업들

 

앞서 제시한 문구들은 2015 4월 중 언론에 보도된 수많은 현지화 관련 기사의 제목 혹은 주요 내용을 일부 정리한 것이다. 기업의 해외시장 성공전략에서 마치현지화(Localization)’를 빼면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로 현지화는 해외시장 진출 시 새겨둬야 할 금과옥조일까? 많은 사람들이 현지화를 말하고 있지만 이들이 말하는 현지화는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우선 다음 두 사례부터 살펴보자.

 

사례 1

다국적기업 볼보건설기계의 창원공장에서 생산돼 매년 전 세계 120여 개국으로 수출하는 굴착기에는 지역 특색에 맞게 특화된 옵션이 달려 있다. 굴착기 옵션을 보면 그 나라의 자연환경은 물론 경제·문화적인 상황까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중국에 수출하는 굴착기에는 GPS와 도난방지 장치가 기본 옵션으로 달려 있다. 원격으로 굴착기 시동을 끌 수 있는 장치까지 옵션으로 들어가 있다. 이탈리아용 전차바퀴식 굴착기는 기계 폭이 좁다. 길이 좁고 문화재와 전통 시가지 보존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탈리아 상황에 맞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도 수출용에는 암석을 채취하는 작업이 많아 운전자를 보호하는 단단한 보호대가 기본 옵션으로 들어가 있다. 러시아용은 극한지에서도 얼어붙지 않는 오일, 디젤 엔진 히터, 스노 커버 등이 패키지 옵션으로 구성된다. 이 같은현지화된 제품전략으로 볼보건설기계는 매년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사례 2

세계 전동공구 시장에서 1970년대까지 선두를 달리던 미국 기업 블랙앤데커(B&D) 1980년대 들어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달러 강세로 인한 해외시장 경쟁력 약화도 원인이었지만 가장 큰 전략적인 실수는지나친 현지화였다. 이 회사는 당시 해외 여러 나라에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독자적인 인사 체계를 갖추고 각각의 시장의 독특한 특성에 맞게 제품과 제품라인을 적응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자회사 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이 다른 시장에는 수년 후에나 소개됐으며, 한때는 전 세계 8개의 디자인센터에서 260개의 서로 다른 모터를 생산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10개 정도의 기본적인 모델만 있으면 모든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지화라는 미명하에 조직, 인력, R&D, 생산 등 모든 면에서 중복과 비효율이 벌어진 것이다.

 

 

 

앞의 두 사례는 마케팅 중에서 제품전략과 관련된 현지화의 성공과 실패 사례다. 볼보건설기계의 사례를 공부한 뒤현지화가 해법이라고만 생각하다가는 두 번째 사례에서처럼 실패를 겪을 수도 있다. 언론보도에서처럼해외 진출의 성공을 보장하는 마법처럼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와 보자. 현지화란 무엇인가?

 

 

현지화의 1차적 의미는 수출단계를 지나 해외 현지 시장에 생산시설이나 연구개발 시설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일반적인 의미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세계 여러 나라에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센터를 갖추고 있는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현지화를 한 셈이다. 따라서 현지화를 굳이 강조하거나 새삼 논의할 필요가 별로 없다. 하지만 본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현지화는 분명 그 이상의 의미다. 앞서 살펴본 각종 언론 기사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현지화 역시 단순히 해외 현지시장에 시설을 구축하는 걸 의미한 게 아니다.

 

좀 더 큰 의미이자기업의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서의 현지화는 크게 네 가지 차원으로 나눠볼 수 있다. ( 1)

 

 

 

첫째, 지분율이나 경영진 구성 등구조적인 측면에서의 현지화. 단독투자가 아닌 합작투자를 하거나 현지인을 현지 사업장(법인 혹은 지점 등)의 최고경영자로 임명하는 것이 구조적 측면에서의 현지화라 하겠다. 둘째, 마케팅이나 인사·노사 관리를 포함한 전반적 경영전략과 프로그램에 있어 얼마나 현지 상황을 반영하고 따르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첫째와 둘째 차원의 현지화는 서로 깊게 관련돼 있다. 셋째,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원료, 원자재, 부품 등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비중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현지화다. 넷째, 본원적 경영활동 자체보다는 현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 현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식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과 활동의 정도를 중심으로 볼 수도 있다. 이는 다분히 정서적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이들 각각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알아보자.

 

1. 구조적 측면에서의 현지화: 경영자 국적, 그리고 의사결정

< 1>에서 제시된현지 자회사의 지분율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현지화는 기준이나 측정이 비교적 명확하다. 현지 기업과의 합작(IJV·international joint venture)일 경우가 100% 단독투자에 비해 현지화 정도가 높으며, 합작투자일 경우에는 현지 파트너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현지화 정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사의 지분율을 기준으로 볼 때 현지화 정도는소수 지분 > 다수 지분 > 단독투자순서로 높다고 보면 된다. 사실상 경영자들은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그때그때의 상황과 현지의 법과 규제에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현지화 전략이라는 맥락 속에서 다루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이 많다. 따라서지분율과 관련된 논의는각 국가별로 다른 제도적 세팅정도로 인식한 뒤 실제 본사 경영진이 중요하게 결정해야 할경영자 국적의 현지화의사결정의 현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1) 현지 회사 경영자의 국적과 의사결정 문제: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가?

(현지) 경영자 국적을 중심으로 하는 논의도 사실 기준 자체는 매우 명확한 편이다. 쉽게 말해, 현지 자회사의 책임자급 경영자(임원)를 모두 본사에서 파견하면 현지화 정도가 가장 낮은 것이고 모두 현지인으로 경영진을 구성하면 현지화 정도가 가장 높은 것이다.1 우선 다음 사례들을 살펴보자.

 

영국계 다국적 할인점인 홈플러스는 한국 시장에서 삼성과의 합작으로 시작해 단독투자로 전환한 이후에도 대표이사를 포함한 상당수 임원들이 여전히 한국인이다. 시스템이나 금융 및 재무정책은 대체로 영국 본사의 방침이 우선시되지만 한국인 사장이 상품 및 마케팅 전략의 현지화를 주도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본사인 영국의 테스코(TESCO)는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현지지향적인 경영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월마트나 프랑스의 카르푸와 대비되는 전략이다. 국가별 특수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유통산업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전략이다.한국에서 기반을 잡지 못하고 철수한 월마트와 카르푸 사례를 되돌아보면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테스코의 전략이 더 바람직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치열한 프랑스 여성 향수시장에서롤리타 렘피카라는 브랜드로 돌풍을 일으켰던 아모레퍼시픽도 마케팅 책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프랑스 현지법인 경영자를 현지인으로 구성한 바 있다.

 

 

세계 콜라시장에서 펩시를 앞서고 있던 코카콜라지만 인도를 비롯한 몇몇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본사지향적인 전략과 현지 경영자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 점으로 분석되며, 코카콜라는 이미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인도 콜라시장의 경영진 국적과 관련해 펩시와 대비되는 전략을 취했던 코카콜라의 인사정책에 대해 2003 29일자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회전문 인사(a revolving door in the executive suite)’라는 표현으로 묘사하고 이것이 인도에서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약 10년의 기간 동안 코카콜라는 본사에서 5명의 책임자를 파견한 바 있었다. 이에 비해 펩시콜라는 약 15년 동안 3명의 CEO를 임명했는데 모두 인도인이었다.

 

다국적기업(MNC·multinational corporation)2 경영진의 국적 문제와 관련된 논의는 196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경영학 분야의 대표적인 고전 중 하나로 인용되는 논문3 에서 펄뮤터(Perlmutter)는 경영진 구성 등 전반적으로 현지지향적인 경영 행태를 보이는 기업을 현지국 중심의(polycentric) 기업으로 칭했다.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것은 현지인이며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는 인식이 바탕이 되는 경영방식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현지 사정의 적절한 반영이나 현지 채용 인력에 대한 동기부여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유능한 현지 경영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와 반대의 입장, 즉 본사 인력의 우수성을 어느 정도 당연시하며 본사에서 경영진을 파견하는 입장을 취하는 기업은 본국 혹은 자민족 중심의(ethnocentric) 기업이라 했다. 사실 본사 파견 방식과 현지인 채용 방식 중 어느 것이 더 좋으냐 하는 문제는 독자들도 짐작하겠지만 정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지 자회사의 각종 경영의사결정을 누가 하느냐는 더욱 어려운 문제다. 학문적으로도 본사-자회사 관계(headquarters-subsidiary relationship)에 있어 중요한 연구영역 중 하나지만 실제 업무 효율성이나 기업성과와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실무적으로도 중요한 영역이다. 대개 일상적인 의사결정은 거의 모두 현지 자회사 수준에서 이뤄지겠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의 경우 전적으로 본사에서 이뤄진 후 현지 자회사에 통보 내지 지시될 수도 있고(centralization), 현지에 위양돼 현지 경영자 선에서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decentralization). 의사결정의 집중화(혹은 현지화) 정도는 지분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경영진의 국적(본사파견 vs. 현지인)과도 상관관계가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단독투자라도 상당 부분의 의사결정 권한을 현지에 위임할 수 있으며 현지인 경영자라 하더라도 의사결정은 본사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

 

오늘날이야 다국적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일반화되고 사회 전반적으로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다국적기업의 경영활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지만 외국계 다국적기업에 대한 현지 사회의 시선에 다소 우려가 섞여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우려 중 하나가 바로 의사결정 위치와 관련된 문제다. 현지국(host country)의 정부나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볼 때 자국 경제 및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외국계 다국적기업의 경영의사결정이 타국(해당 다국적기업의 본국, home country)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2) 한국 기업을 위한 조언

원론적인 제언은 현지인을 채용하되 기업문화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하거나 본사에서 파견하되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철저히 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니, 더 원론적인 답은 국적에 상관없이(3국인을 포함해)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쓰는 것이다.4 현지인이나 제3국인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본사의 조직역량이 부족한 상태(: 중소기업)라면 우선 본사에서 경영자를 파견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필수다. 커뮤니케이션과 통제가 원활할 수 있다면, 특히 마케팅과 인사 분야의 경영자나 관련 의사결정은 현지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경영활동/프로그램의 현지화

현지화 논의에 있어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경영성과(수익 및 비용)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마케팅 분야와 인사/노사관리 분야라 할 수 있다. 소비자(마케팅) 및 임직원과 근로자(인사/노사관리)라는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각 국가의 사회문화적인 환경에 민감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국제마케팅 분야에서는 실무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현지(적응)화와 표준화(local adaptation vs. standardization)’ 이슈가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왔다. 간단히 말해 어떤 제품의 사양, 기능, 디자인 색상 등을 시장·국가마다 현지 사정에 맞게 변형시킬지, 통일시킬지 하는 문제다. 답이 명확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1) 마케팅 프로그램과 제품전략: 현지화인가, 표준화인가?

기업이 활동하는 각 국가·시장마다 물리적/자연적 환경, /정치/경제적 환경은 물론 소비자들의 기호를 포함한 사회문화적 환경은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기업은 이러한 상이하고 다양한 환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품의 색상이나 디자인을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표준화할 것인지, 아니면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해 다르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 2)

 

 

 

다시 말하면, 표준화란 국가별 차이 없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마케팅 프로그램, 즉 동일한 제품모델과 상표, 동일한 광고 메시지, 동일한 가격 수준, 동일한 유통방식을 통해 세계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이고, 현지적응화5 란 개별 시장국가마다 현지 소비자의 반응, 경쟁상태 및 제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해 현지에 특화된 마케팅전략을 수행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인 형태의 표준화나 현지적응화는 이론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양 극단 사이에서 적절한 위치를 찾는 것이 경영자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양자택일의 문제인가?

사실 전통적인 마케팅 개념에 입각해서 본다면 현지적응화 쪽이 훨씬 타당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마케팅 콘셉트(marketing concept)의 핵심은 고객의 욕구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이를 마케팅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현지 상황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반영할 경우 자사 제품의 판매는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우선 표준화 전략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세계화(globalization) 추세를 들 수 있다. 즉 교통, 정보통신의 발달과 이에 따른 소비자 및 문화의 자유로운 국가 간 이동이 세계 소비자의 동질화 경향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통적인 욕구를 지닌 소비자층의 세계적 확대, 즉 세계화 경향은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진행되고 있으며 산업이나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러한 추세가 표준화 전략의 중요성을 높일 것임은 틀림없다. 표준화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에 의한 원가절감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국가마다 다른 제품 모델을 생산해 공급하는 전략과 단일 모델로 세계시장을 상대하는 전략 중 어느 것이 원가 면에서 유리할지는 분명하다. 다만 산술적인 측면만 따져본다면 모델의 현지화를 통한 매출액 증가 및 원가 상승 가능성과 표준화를 통한 원가절감 및 매출액 감소 가능성을 비교 검토해 봐야 한다. 표준화 전략의 규모의 경제 효과는 생산활동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R&D, 마케팅, 일반 관리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표준화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그것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가별로 환경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전면적인 표준화전략은 쉽지 않다. 결국 마케팅 측면의 현지적응화를 포함한 경영활동의 현지화나 이에 대비되는 표준화 문제는 기업이 택할 수 있는 국제화의 전략적 방향이지만, 모든 기업이나 모든 분야에 어느 하나를 일괄적으로 취해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실제로 100% 표준화나 현지적응화는 그 가능성과 시사점 측면에서 별 의미가 없다. 현실적으로는 결국 기본 방향과 정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 현지화든, 표준화든 그것이당위의 명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기업의 국제 활동이나 국제적 조직이 한 출발선상에서 동시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시장·국가별로 서로 다른 시점과 서로 다른 내외적 여건 아래서 시작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현지화 정책이 보다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표준화와 세계화 전략의 가능성과 가능한 활동 영역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별 혹은 자회사별 현지화 경향이 고착화돼 관성이 생길 수 있고, 그런 후에 표준화 가능성을 검토해 시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늦을 뿐 아니라 일단 굳어진 경영행태나 조직구조 등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② 사례 검토

마케팅, 특히 제품전략과 관련된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자.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사례이긴 하지만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붉은색을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해 포장을 국내의 파란색과 달리 붉은색으로 변경해 크게 성공을 거뒀다.6 오리온은 중국에 여러 개의 현지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는데 소수의 관리자를 제외한 생산·영업 직원의 99%를 현지인들로 채용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7 그 결과 중국인의 과반수가 오리온을 외국 기업이 아닌 현지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제품 자체에 대해서는 전 세계 모든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한국과 똑같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초코파이의 품질에 대해서는 결코 타협이 없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과 LG의 전략도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지역차별화 마케팅 전략으로 세계 에어컨 시장을 공략한 바 있다. 환경을 중시하는 유럽에서는 환경밀착형으로, 기관지 환자가 많은 편인 호주에서는 바이오형으로, 바닷바람이 센 중미 카리브 연안 국가에서는 강도장 제품을 강조하는 식이다. 또한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색깔로 TV 외관을 장식한 이른바컬러 마케팅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LG전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수년째 인도 가전제품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채식주의자 인도인들을 위해 크기와 부피를 줄인 작은 냉장고, 지역별 현지어, 힌디어로 사용법이 입력된 세탁기 등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부품 현지화 비율도 높고 직원 대부분이 현지인이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자동차 사례도 흥미롭다. 최근 전 세계 전략차종으로 만든올 뉴 투싼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전체적인 디자인과 이미지의 통일성을 갖췄지만 변속기 설정을 각 시장의 특성에 맞게 현지화했다. 운전자들이 좋아하는 주행성능이 다르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유럽 운전자들은 잘 치고 나가는 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변속충격이 좀 느껴지더라도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그 느낌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북미지역에서는 최대한 부드러운 주행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1차적으로 시장 특성에 최적화된 변속기 설정을 찾아야 하며 시장별로 최적화된 모델을 개발하고 생산해야 한다. 모두 비용 증가의 원인이 되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거의 전 모델에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도록 외양을 장식하고 차체도 다소 크게 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현대자동차는최고의 경쟁력은 철저한 현지화에서 비롯된다. 각 시장별 고객들의 성향과 특성을 철저히 분석해 자동차를 개발하고 판매해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CEO의 말을 통해 현지화 전략을 공표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스타벅스는 호박죽 같은 한국식 메뉴를 도입한 바 있으며, 맥도날드는 한국인 입맛에 맞게 매운맛 소스를 넣은 ‘1955버거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팥빙수를 본뜬 스타벅스의팥 프라푸치노나 던킨도너츠의찹쌀 도너츠도 한국 현지화 전략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식음료산업은 현지화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음식문화의 독특성 때문이다.

 

3M은 은은한 자연색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겨냥해 한지(韓紙)로 만든 포스트잇(Post-It) 제품을 내놓은 바 있으며, 디너웨어코렐을 생산하는 월드키친은 강강술래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으로링크라는 패턴의 제품을 출시했다. 앞서도 잠시 언급한 바 있는 테스코는 삼성과의 합작으로 한국에 진출한 뒤 아예 사명을홈플러스 주식회사로 변경했다. 사명을 현지화하는 일은 매우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 단독투자 전환 이전에도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삼성테스코’라는 공식 회사 명칭보다홈플러스라는 점포 브랜드가 더 익숙한 상황이었다. 제품 구색이나 매장 구성, 서비스 방식 등도 그만큼 한국화돼 있다.

 

 

결국 현지화를 통해 추가적으로 얻게 되는 수익(매출액) 증가분과 현지화에 소요되는 비용증가분을 비교해야 이익 측면에서 현지화의 타당성을 보여줄 수 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다. 제품 단위별로 매출액(증가분)과 원가(증가분), 특히 원가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비교적 확인하기 쉬운 외형적 성과, 즉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 향상에는 현지적응화 전략이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 많은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지적응화가 언제나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2) 인사/노사관리의 현지화

인사관리 및 노사관리의 현지화는 현지인 채용이라는 기업구조적 측면(최고경영층)에서의 현지화나 투입 요소 조달 측면에서의 현지화(생산직 근로자)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의 현지화다. 동기부여, 보상, 승진 등 리더십이나 인적자원관리 분야에서 나타나는 경영관행 혹은 제도 측면에서의 현지화를 의미한다. 대개 다국적기업에 있어 현지 자회사의 경영 스타일이 현지 문화와의 적합성(congruence)이 높을 때 성과가 좋게 나타난다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의 경영 스타일이 바로 리더십이나 인적자원관리 분야와 관련된다. 예를 들어 개인주의 성향보다 집단주의적 성향이 높은 국가에서는 개인의 책임이나 개인성과급제보다는 부서의 책임과 집단성과급제가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권력거리(power distance)8 가 큰 문화권에서는 종업원의 자발적 참여가 강조되는 참여형(participative)보다는 덜 참여적인 업무 스타일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오히려 지시형이 더 어울릴 수 있다는 말이다.

 

경영제도나 관행을 적극적으로 현지문화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수행하는 것이 성과 측면에서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성과 자체를 측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실증적으로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경영을 지향하는 다국적기업 입장에서는 국가마다 경영 스타일이나 제도를 다르게 운영하는 것은 피하고 싶은 일이 될 수 있다. 경영현장에서의 직무가치관이 세계적으로 수렴(convergence)돼 가는 현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현지문화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나 무신경으로 인해 현지문화를 거스르는, 때로는 무시하는 듯한 경영행태를 보이는 것만은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다.

 

3) 한국 기업을 위한 조언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조직과 운영체계를 갖춘 기업이라면 현지화 역량과 표준화 역량 모두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볼 수 있다. 현지화가 가능한 영역을 확인한 후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되 목적을 분명히 하고 현지화로 잃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소수의 한정된 해외 시장에 진출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현지화 역량이 아직 부족한 상태라면 자신의 장점, 즉 국내 시장에서 잘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살리는 방안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9 제대로 된 현지화는 현지 경험과 이해를 축적한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사관리 측면에서 현지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다. 현실적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의 행동이 다른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전자는 이해 부족이, 후자는 이해 부족 또는 은연중의 무시(우월감)가 문제의 원인이 된다. 현지화를 추진하더라도 기업문화와의 조화와 정체성 유지는 늘 염두에 둬야 한다.

 

3. 투입요소(부품 등) 조달의 현지화와 정서적 차원의 현지화

앞의 < 1>에서 제시한 네 가지 차원의 현지화 이슈에서 남은 두 개는 한꺼번에 정리해 보도록 하자.

 

1) 투입요소와 현지화 문제

우선 투입요소(input)부터 보자. 투자대상국(현지국, host country)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투입요소가 자국 내에서 조달되기를 원한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자국 내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외국인 투자에 대해 전반적으로 개방적인 태도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국가에서 현지 부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local contents 규제를 실시하는 것은 바로 이를 통해 현지의 부품산업 발전과 고용증대 등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local contents 규제는 기업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글자 그대로의 규제다. 그러나 규제 문제를 떠나서라도, 현지 부품이나 원료의 사용 비율을 높이는 현지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우선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현지화는 당연히 선택해야 할 전략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지 부품 사용 전략이 현지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 협상력을 확보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현지 부품 사용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하겠다는 약속이 지분율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 단독투자, 혹은 합작이라 하더라도 다수 지분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가 인도에 단독투자 형태로 진출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부품의 현지 조달에 대한 최고경영층의 강력한 의지표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품의 현지 조달 비율을 높이는 것은 우수한 현지 부품산업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현지에 부품산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때, 또는 본국에서의 기존의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싶을 때 대기업들이 중소 (부품)협력업체와의 동반 진출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대표적인 생산요소 중 하나인 노동력은 국가 간 이동이 활발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대개 현지화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하위직 관리자나 생산직 근로자는 대부분 현지인을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남아 지역에 많이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는 중간관리자들까지 현지 인력으로 채워지는 경향이 늘고 있다. 현지 정부가 자국민 취업기회 확대를 위해 노동허가 발급기준을 강화하기도 하지만 기업 스스로 현지화 전략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지인 관리직 채용은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본사 인력을 파견하는 것보다는 인건비 측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다. 근로자들과의 소통과 동기부여에도 긍정적이다. 고용증대를 통해 현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2) 지역사회 공헌과 현지화

최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현지화 노력의 일환으로 다양한 형태의 지역사회 공헌/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사업이나 경영활동과 직접적 관련성은 적지만 현지 지역사회에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현지 지역사회의 선량한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현지 지역사회로서도 실질적인 기여를 제공받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에게 득이 되는 윈윈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지역사회 공헌은 스포츠 및 문화사업 후원, 학교 지원사업, 봉사활동 등 다양하게 전개된다. 삼성은 러시아에서 볼쇼이극장, 에르미타주 박물관 등을 지원해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13년째 후원하고 있는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을 러시아 최대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 호프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컴퓨터 교육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국악 교육을 지원하거나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물인직지심체요절의 또 다른 판본을 찾는직지 찾기 운동을 펼치는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후원하는 외국 기업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형태의 의료봉사(소아암 어린이 돕기, 백혈병 어린이 돕기, 헌혈 등) 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벌인다. 이러한 지역사회 공헌사업은 마케팅 활동의 일환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현지 지역사회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본국이건, 해외 현지국이건 지역사회와 더불어 상생하려는 노력은지속가능한 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는 기업과 사회의 건전한 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3) 한국 기업을 위한 조언

현지 정부와의 협상 때문이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이든 현지 지역경제에 기여할 생각이 크다면 투입요소의 현지화 정도를 높이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고려보다는 (단기적인) 효율성 추구가 우선이라면 현지화 정도 자체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대기업의 경우 국내 협력업체와의 동반 진출은 현지화 정도를 높임과 동시에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진출 및 동반성장에 기여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사회 기여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기여가 되는 방안을 찾아야 하며 지역사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진정성이 결여된 일시적 홍보용이라면 곧 탄로날 수밖에 없다.

 

4. 종합적 제언: 결국 현지화가 살 길인가?

기업의 해외 활동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현지화는 정말로 모범답안이 될 수 있을까? 외형적인 측면(매출, 점유율 등)에서의 현지시장 입지 구축이 주요 과제라면 마케팅 차원에서는 현지화 쪽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올바른 현지화를 위해서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외형적 성과보다는 이익을 더 중요한 과제로 여기는 경우라면 현지화에 따르는 추가적인 비용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조정과 통제기능의 약화 가능성이다. 특히 다국적 조직망을 갖춘 대기업의 경우에 더욱 그러한데 이들에게는 일관된 기업 이미지, 기업문화 측면에서의 정체성, 범세계적 효율성 등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현지화는 (오직 현지에서만의) 부문최적화(sub-optimization)로 귀착돼 전체적인 최적화(global optimization) 달성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경영자(국적)의 현지화나 의사결정의 현지화 정도가 높을 때 특히 그러하다.

 

추가적인 비용, 조정과 통제의 어려움 등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현지화를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현지화가 바람직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크지만 현지화는 겉으로 드러나고 쉽게 파악되는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용의 증가 및 이에 따른 수익성 문제나 부문 최적화 문제 등은 측정이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외부에 바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집행가능성 측면에서도 현지화가 유리할 수 있다. 본사에서 파견된 현지 책임자라 하더라도 늘 보고 듣는 것은 현지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을 생각하게 되며, 본사에서 정해진 표준화된 방식이 설령 옳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이른바 NIH(not invented here) 증후군으로 실제 집행에 정서적 거부감이 들 수 있다.

 

 

현지화는배려겸손과 통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금까지 현지화 전략을 그나마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건품질에 있어서 소비자들이 완벽하게 신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염려와 그에 따른 겸손함 덕분일 수도 있다. 우리 기업들 제품이 고품질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지금이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할 시기다. 표준화는자신감과 통한다. 자칫 교만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잘나가던 일본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밀리는 현상이 일부 나타난 것은 바로 교만과 겸손의 차이였을 수도 있다.

 

최악의 표준화는 표준화의 가능성과 장점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에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한 자신감이나 배려심 부족에 근거한내 방식의 고집이다. 최악의 현지화는현지화를 위한 맹목적인 현지화이거나 현지문화에 대한 이해 오류에서 오는잘못된 현지화. 그렇다면 바람직한 현지화는 과연 무엇일까? 정답이 있기는 한 것일까? 전체적으로 볼 때 현지화는 기본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지혜가 필요하다. ‘적절한 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굳이 말하자면조정된 현지화(coordinated, 또는 balanced localization)’가 답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유행어가 된 glocalization도 같은 맥락의 의미를 가진다. 결국 경영자가 판단해야 할 몫이지만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시장에서 양보 없이 유지하고 싶은(해야 하는) 전략이나 프로그램을 선정하라. 예로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 제품의 성능, 특정 기능, 포지셔닝, , 서비스 방식, 기업문화(정체성) 등을 들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대기업들은 추구하는 기본 가치(value), 이미지, 기업문화 등을, 그리고 이들을 담아내는 브랜드를 범세계적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에 ‘Asian Beauty Creator’라는 소명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가치다.

 

둘째, 첫째 사항에 대해서도 부분적인 변경 가능성을 열어 놓아라.

 

셋째, 현지화(변경, 수정)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 그 필요성 및 가능성을 검토해 실행하라. 일반적으로 현지화의 필요성은 산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문화적 민감성이 덜한 산업재(industrial goods)보다는 소비재가 더 높으며, 그중에서도 식음료 산업과 생활형 소비재 산업의 현지화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세계 음료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코카콜라는 글로벌 표준화 전략의 아이콘처럼 인식돼 왔지만 20여 개의 각기 다른 광고를 국가별로 제공하면서 다양한 현지화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또 현지시장의 크기가 클수록, 경쟁이 심할수록 현지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지화의 필요성 및 그 정도는 현지 문화 및 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진정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섣부른 현지화는 안 하니만 못할 수 있다.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등 아시아, 유럽, 북미 시장별로 중점을 두는 제품라인과 브랜드가 조금씩 다르다. 이니스프리 도시정화(都市淨化) 라인은 대기오염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에 민감한 중국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중국 전용 제품이다.

 

넷째, 현지화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추정(cost-benefit 분석)하라. 특히 수익성(이익)이 중요한 목표라면 철저한 손익분석이 필요하다. 시장입지 구축이나 외형적 성장이 목표라면 추가적 비용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경영관행, HRM(인적자원관리, 현지인 채용 포함), 조직문화 등의 측면에서는 현지화로 인한 고유의 기업문화와 정체성 상실 가능성은 없는지 검토하라. 정체성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에도 적용된다. 현지화 부족에 따른 현지시장의 호응 부족과 과도한 현지화로 인한 정체성 상실 사이에서의 균형점 찾기는 경영자에게 끊임없는 과제다.

 

 

김주헌차의과학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융합과학대학장 jkim@cha.ac.kr

김주헌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국제경영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국제경영관리학회 회장,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 차의과학대 신설 학과인 글로벌경영학과로 자리를 옮겨 한국 의료계 경영혁신과 해외 진출 전략 등을 연구하며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저서로는 <경영학 산책> <글로벌경영> <국제마케팅>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2호 Hyper-personalization 2020년 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