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전략

풍요롭지만 결코 만만찮은 대륙 정부와 선진기업의 손 잡아라

177호 (2015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자원개발은 리스크가 큰 사업이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선진국 기업 중심의 비즈니스 분야다. 기업이 중남미 자원개발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접근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자원가격이 하락하는 시기를 포착해 선제적으로 투자할 것, 국제 기업 및 국영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을 것, 정부의 지원제도를 활용할 것 등이다.

 

 

 

중남미에는 에너지 자원인 석유, 가스, 석탄과 산업 원료인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중남미 국가의 석유 부존량은 세계 20.2%를 차지하고, 철광, 구리, 흑연, 리튬 등 많은 광물자원들이 세계 1∼5위의 부존량을 자랑한다. 미개척지대도 많아 자원탐사가 진행될수록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의 자원 잠재력은 크지만 투자환경은 좋은 편이 아니다. 우리에게 중남미 하면 여전히 좌파와 정치혼란, 치안 불안, 잦은 사회소요, 공무원 부패 등 부정적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이런 측면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현재 중남미 많은 나라들이 외국 기업을 유인하기 위해 법과 제도들을 정비하고 있어 투자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자원부국 가운데 미국, 캐나다, 호주 등과 같은 선진국을 제외하면 투자환경이 좋은 나라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원부국 대부분은 강력한 일인 체제의 독재국가이면서, 투자제도가 불투명하고, 국제적 기준의 상관습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며, 인프라도 열악한 수준이다. 중남미는 이러한 자원부국들에 비해서는 그나마 투자여건이 낫다고 할 수 있다.

 

중남미 자원개발 사업은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사업의 특성상 정부 정책이나 외교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섣불리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기 쉬운 사업이다. 이 때문에 자원민족주의가 강하고 외국 기업 진출이 제한된 나라에는 정부 차원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경쟁 입찰을 통한 자원개발 사업을 주로 하는 나라에서는 민간기업 차원에서 협력채널을 활성화하고 관계를 쌓아야 한다. 자원개발 사업은 기본적으로 이런 이원화 전략 아래에서 이뤄져야 한다. 본고는 기업이 중남미 자원개발 사업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다뤘다.

 

 

 

I. 중남미 국가들의 자원개발 투자환경

중남미 국가들의 자원개발 투자환경은 서로 다르다. 이 각국의 성격을 이해해야만 올바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2012년 무역자유화와 외국인 투자활성화, 아시아 지역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기치로 결성된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에 속하는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는 자원개발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와 국내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이 중 멕시코는 석유자원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금지했지만 현 페냐 니에토 정부는 외국인을 포함한 민간 자본의 석유개발 투자 촉진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태평양동맹과는 대조적으로 중남미의 대표적 좌파 국가이며 자원부국인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에콰도르는 자원국유화 정책을 펼쳐 외국 기업에 자원개발 투자 장벽이 가장 높은 국가들로 평가된다. 특히 베네수엘라, 볼리비아는 2000년대 중반 러시아와 함께 세계에 자원민족주의 바람을 일으킨 국가들이다. 두 나라는 당시 자원개발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투자계약을 일방적으로 자국에 유리하게 변경하고 세금 인상, 수출 및 송금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태평양동맹과 좌파 정부의 중간지대 성향으로는 남미공동시장(MERCOSUR)의 대표적 자원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있다. 이들은 자원개발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를 원칙적으로 개방하면서 동시에 국영 석유기업을 육성하고 외국인 지분 비율을 제한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페르난데스 정권의 제2기에 들어서면서 자원국유화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 2012년 스페인의 메이저회사 렙솔(Repsol)이 투자해 아르헨티나 최대의 석유기업이 된 Repsol-YPF의 지분 51%를 강제 수용해 국유화했다.

 

이처럼 중남미 역내 국가 간에도 투자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자원개발 진출 전략도 각각 달라져야 한다. 투자환경이 좋다고 해서 우리 기업의 자원개발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큰 것은 아니다. 자원개발 사업은 지역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이기 때문에 투자환경은 열악하지만 투자 지역의 상관습이나 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다면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더구나 중남미는 오랜 식민 역사와 함께 경제·사회 정책에서 여러 번 실패를 겪으면서 비즈니스에서 지연과 신뢰, 친분관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다. 또 자원개발은 한 번 투자하면 15∼20년 이상 지속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현재의 투자여건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투자환경 변화에 더 전략적 포인트를 둬야 한다.

 

. 중남미 자원개발 진출전략

1. 선제적인 투자

현재 자원개발 산업은 세계적으로 시련기를 거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40달러∼50달러대로 급락했고 철광석, 동광, 니켈 등 대부분의 광물자원 가격도 2년 전에 비해 적게는 10% 이상, 많게는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다른 자원부국과 마찬가지로 중남미 국가들도 자원 가격 하락 때문에 많은 사업이 중단됐다. 여러 광산에서는 대규모 감원 조치들도 일어나고 있다.

 

 

자원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신규 투자가 축소되고 많은 유전이나 광산, 자원기업들이 매물로 시장에 나온다. 이 시기에 여러 기업이 몸을 움츠리고 투자를 꺼린다. 바로 이 시기가 양질의 광구를 낮은 가격에 매입하고 가격 상승 시기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원가격이 낮을 때 거액을 투자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삼탄이 있다. 국내 무연탄 생산업체였던 삼탄은 1980년대 다른 국내 굴지의 기업 4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주 파시르(Pasir)의 대규모 유연탄 광산에 투자했다. 그러나 생산준비 기간 동안 t 60달러였던 석탄 가격이 35달러로 절반가량 하락하면서 같이 투자한 다른 기업들은 모두 사업을 포기하고 떨어져나갔다. 하지만 삼탄의 고() 유성연 회장은 홀로 남아 갖은 어려움을 굳건히 버티면서 생산준비를 계속했다. 1993년 첫 생산을 할 즈음에는 석탄가격이 올라 3년 만에 흑자를 냈다. 그 후 2000년대 들어 석탄가격은 최고 180달러까지 치솟는 등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삼탄은 서울 면적의 84%인 광산에서 연간 생산량 3500 t의 석탄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세계 16개국에 수출하는 국제 자원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를 빼면 국내 기업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해 성공을 거둔 사례는 드물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원가격이 높을 때 투자를 늘리다가 자원가격이 내려갈 때 고전을 겪는다. 공기업을 포함해 우리나라 기업이 자원개발 투자를 가장 많이 한 시기가 2009∼2012년이다. 이때 유가는 대체로 100달러 이상이고 광물자원 가격도 가장 높았다. 그 이후 자원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자원개발 투자도 크게 줄었다. 다른 기업이 투자할 때 고가로 투자하고, 붐이 식으면 투자에서 빠지는 이런 식의 자원개발 투자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자원개발 사업은 장기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지속성이 담보돼야 한다.

 

고유가에서 저유가로 전환되는 시기에 중남미 자원산업들은 상당 기간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투자를 주저할 이런 시기가 중남미 지역 자원개발 투자 진출을 하거나 투자를 준비할 시기이다. 특히 중남미 국가에서도 투자환경이 가장 열악한 편인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에콰도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선제적 진출을 모색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이들은 남미 좌파동맹의 맹주국으로서 자원산업은 정권을 지탱하게 한 포퓰리즘의 재정적 원천이다. 그러나 자원산업의 국유화나 통제강화로 투자하는 기업의 수가 줄어 자원개발이 이미 침체된 상태인데다 최근의 유가하락은 이들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저유가가 계속되면 경제 악화로 사회불안이 높아지고 정치혼란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도 예견해 볼 수 있다. 이들의 자원개발 산업은 외국 자본의 투자 없이는 회생되기 어려우며 경제악화, 사회혼란이 더 증폭된다. 이런 점을 반영할 때 지금의 보수적인 외국 기업 투자정책의 방향키를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광물자원 가격까지 하락하자 지난해 볼리비아가 외국인 투자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투자지원법을 제정한 것도 하나의 사례라 하겠다.

 

저유가와 자원 가격 하락으로 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혼란한 시기에 선제적 투자로 유전과 광산개발 사업들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투자 환경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 진출하게 되면 우리보다 훨씬 높은 경쟁력과 자본력을 가진 국제 기업들과 힘든 경쟁을 해야 한다. 비록 아직은 투자 위험이 높지만 저유가인 지금 시점이 투자를 통해 중남미 지역의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 기반을 다지고 자원개발 진출 영역을 구축해야 할 때다. 다만 초기에는 수익보다는 현지 경험과 사업 네트워크 구축, 정보 확보에 도움이 되는 전략사업을 선정해야 한다.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갈 때도 상당 기간 적자를 감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자원개발은 15∼20년의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업 기간 중 사업 환경이 악화되는 시기가 몇 차례씩 온다. 그래서 항상 예상되는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고 사업 여건이 악화되는 동안에 버틸 힘을 축적해 둔 기업만이 자원개발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2.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 구축

지난 수년간 국내 기업들이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했지만 다른 나라 기업이 운영하는 사업에 소규모 지분투자를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국내의 부존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탓에 자원개발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고, 최근 해외 광구투자를 통해 기술과 경험을 확보해 나가고 있지만 직접 광구를 운영할 역량을 가진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의 지역 전문성이나 자원개발 역량 등을 고려해 볼 때 중남미에서는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우선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 기업이나 진출 국가의 국영 자원기업 사업들에 공동 투자하는 파트너 형태로 참여해 지역전문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자원산업은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자금만 있다고 파트너가 되는 것은 아니며, 이들 사업에 낮은 가격으로 참여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도 필요하다. , 국제 기업과 국영 기업, 석유와 광물자원 등 기업 형태나 자원 분야별로 특성이 상이하기 때문에 파트너 전략도 차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DBR Mini Box

 

중국의 중남미 자원개발 사업 투자

구미 각국은 식민시절을 포함해 오랜 기간 중남미와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쌓았다. 이 덕분에 중남미 지역에서의 기업 활동에 익숙하고 인적 네트워크도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석유와 광물 분야 모두 서방 메이저급 기업은 물론 수많은 중소기업들도 중남미 각국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활동 중이다. 후발주자지만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중남미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유엔중남미경제위원회(ECLAC) 2015년 중국이 EU를 제치고 미국 다음으로 중남미 제2위의 투자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원 분야에서도 중국은 막대한 자본으로 광구를 확보하고 자원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CNPC는 베네수엘라 오리노코(Orinoco) 유전개발에 28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는 메이저가 투자한 현지 석유기업들을 수십억 달러씩을 들여 사들였다. 페루에서는 중국 기업들로 이뤄진 MMG 컨소시엄이 스위스 기업이 갖고 있던 라스 밤바스(Las Babas) 구리 광산을 58억 달러에 매입했다. 또 대규모 석유연계 차관(Loan for Oil)을 통해 중남미의 석유자원을 선점하고 있다.

 

 

1) 폐쇄적인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가라

이런 측면에서 우선 중남미 석유개발사업에서 국제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기로 하자. 중남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원부국들은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 사업에 대해 공개 입찰을 실시하고, 국제 기업들은 입찰에 참가해 사업권을 확보한다. 국제 석유기업들은 공개 입찰에 앞서 다수의 국제 기업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 대체로 운영권자로 활동할 기업이 폐쇄된 자기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같이 투자할 파트너 기업들을 구한다. 국제 석유·가스개발 산업은 매우 폐쇄된 비즈니스 그룹으로 신규 기업의 진입 장벽이 아주 높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이 중남미에서 추진한 석유개발은 대부분 중남미계 국제석유개발기업인 Pluspetrolp사와 Ecopetrol1 가 운영권자인 사업들을 통해 확대해 나간 것이다. 이는 석유개발 사업에서 친소관계 즉, 사업자의리스트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중남미 석유개발에 신규로 진출하는 기업일 경우 국제 기업 리스트에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파트너로 진입이 어렵다. 따라서 국제 석유기업의 사업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우리의 강점요소들을 찾아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은 대체로 인프라나 플랜트 분야에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중남미에서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이 이러한 것들과 연계된 사업이라면

국제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로 협력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중남미는 아니지만 이탈리아 석유메이저인 Eni사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대규모 가스탐사 사업에 앞서 우리나라 한국가스공사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았다. Eni는 수요자를 찾지 못할 때를 대비해 가스공사의 가스 구매력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업은 수년간의 탐사 끝에 대형 가스전을 발견해 한국가스공사는 투자비의 수십 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었다. 에너지 수요자로서의 파트너 지위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은 대체로 인프라나 플랜트 분야에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중남미에서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이 이러한 것들과 연계된 사업이라면 국제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로 협력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 국내 기업의 해양플랜트 경쟁력을 활용하라

중남미 석유개발 진출을 위해서는 국영 석유기업의 사업에도 전략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남미의 석유자원 보유국 대부분은 국영 석유기업을 두고 석유개발 분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중에서 멕시코의 Pemex, 브라질의 Petrobra, 베네수엘라의 PDVSA, 콜롬비아의 Ecopetrol는 상당한 기술력과 방대한 유전을 보유하고 있다. 국영 석유기업들은 자원개발과 관련 산업군인 상류 부문(upstream)만 아니라 석유정제 및 유통, 송유관, 가스관, 가스도매 등의 하류 부문(downstream)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 중 하류 부문 산업은 대부분 낙후돼 있어 산업 육성책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하류 부문에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이 부문에서 중남미 국영 석유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상류 부문으로 진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자원개발에는 대개 대규모의 인프라사업과 플랜트 사업들을 동반하는데 역시 이 분야들도 중남미 각국은 산업역량이 낮은 반면 우리 기업은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이를 활용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남미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나이지리아에서는 가스발전소와 가스관 건설을, 이라크에서는 발전소와 상하수도 건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가스화학 플랜트와 연계해 각 나라들의 국영 석유기업으로부터 석유와 가스개발 사업권을 확보한 사례가 있다. 또 직접 사업을 연계하지는 않았지만 중동 산유국인 UAE에서는 원자력발전을 건설하면서 쌓은 관계를 활용해 대형 유전개발 사업을 확보했다.

 

이러한 전략들을 중남미 유전에 비춰볼 때 우선적으로 우리나라 해양플랜트의 경쟁력을 활용해 중남미의 심해 석유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협력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심해 자원개발에는 드릴십(drill ship) 등 대규모 해양플랜트가 구축돼야 하는데 우리가 강점을 가진 해양플랜트 제작 분야에서 국영 석유기업인 Petrobras와 협력할 수 있다. 브라질은 방대한 심해 유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용효과와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 산업을 석유연계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도 해양플랜트의 밸류체인에서 제작 분야에만 경쟁력을 갖고 있으나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나 엔지니어링 분야로 산업발전을 이루려면 심해 자원개발에 대한 경험과 전문 역량이 필요하다. Petrobras는 대규모 심해 유전을 갖고 있어 협력효과가 큰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3) 국제 기업과 협력하라

석유개발이 대부분 대기업군의 사업이라면 광물자원은 투자하는 광산개발의 규모에 따라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영역까지 대상 사업군이 다양하다. 광산개발 규모가 큰 대기업군 사업의 경우 BHP, Rio Tinto, Xtrata, Sumitomo 등 중남미권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제 광물자원기업들의 사업에 동참하면서 지역전문성을 확보하는 진출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중남미에서 광물자원 분야는 석유와는 달리 국영기업이 없는 경우가 많으나 칠레의 CODELCO, 브라질의 Vale, 볼리비아의 COMIBOL 등 일부 국영 광물자원기업들은 상당한 기술력과 자원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브라질과 볼리비아는 국영 기업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들이 추진하는 사업에 우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남미에는 서방계 광산 전문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예를 들어 금 개발은 캐나다의 Barrick, 구리 개발은 미국의 Asarco와 캐나다의 Orcana, 우라늄 개발은 호주 Cauldron Energy Co, 아연은 미국의 Coeur Mining 등 광산 전문 기업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대부분 자기 나라에서 자원개발로 성장한 기업이며 중남미에서 오랜 기간 자원개발 사업을 해온 자원 전문이자 지역 전문 기업들이다. 대체로 이 기업들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여러 광종을 취급하는 메이저 기업들과는 달리 광종별로 특화된 전문 기업들이어서 이들과의 협력은 특정 광종의 중남미 시장 진출에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국제 기업이나 국영 기업, 전문 기업들의 광물 자원개발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단순한 지분 투자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필요한 협력 요소를 찾아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철광, 구리, 아연 등 광물 자원을 직접 소비하는 기업이라면 자기 수요를 통해 유리한 지분협상을 추진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기업이라면 우선 국내 시장에서 수요처를 확보하고 이를 지분 협상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중남미는 우리나라가 광물 자원을 광석 상태(정광) 59억 달러를 도입(2013)해 전체 도입액의 35%를 차지하는 가장 큰 광물 자원 도입지역이고 브라질, 멕시코, 페루, 칠레는 호주에 이어 2∼5위권의 광물 자원 수입국이다. 이 같은 자원 구매력을 중남미 자원개발 사업 진출에 적극 이용해야 한다. , 제철, 제련 등 광물 자원의 하류 부문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강점 분야와의 연계 협력을 통한 자원개발 사업 진출도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3. 자원외교와 정부의 지원제도 활용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사업은 주로 동남아와 미국, 호주, 중앙아시아 등에서 추진됐다. 중남미는 아직은 낯선 지역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자원외교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이 좀 더 원활하게 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베네수엘라나 볼리비아 등 정부의 통제권이 강한 지역에서는 자원외교가 더 필요하며 정부가 전략적인 외교를 추진한다면 오히려 우리 기업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년 전 우리나라는 볼리비아에서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유력 정치인들과 광물자원공사가 나서서 강력한 자원외교를 추진했고, 볼리비아에서 자원국유화를 선도한 모랄레스 대통령도 국내에 초청해 다양한 자원협력을 논하는 등 양국간의 관계가 급속하게 발전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면서 그 열기가 식어 그동안의 노력과 투자들이 사장돼 버린 것이 아쉽다. 일시적으로 반짝 추진하는 자원외교가 아닌 오랜 기간 그 나라의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계까지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는 전방위적 자원외교가 추진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는 해외 자원개발 투자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기업들은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성공불융자2 나 저리 융자 제도, 조세 특례 등을 통해 기업의 자원개발 투자자금을 지원한다. 광물 자원의 경우 초기 시장조사에 대해서도 자금이나 전문가를 지원해 주고 있다. 또 무역보험공사에서는 자원개발 융자금에 대한 보증제도를 운영하며 자원개발 펀드를 조성하면 공모주의 경우 정치적 위험으로 사업에 실패했을 때 일정 부분의 원금을 보증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해외자원개발협회에서는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을 운영 중이다. 중남미 자원개발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재정지원제도, 교육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남미 자원개발에 진출하려면 사전에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진출국과 인적 관계를 형성해 두면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중남미 지역 진출 전에 정부 각 기관의 여러 자원개발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정보나 인적 관계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교부는 산하에중남미자원인프라협력센터를 설치하고 이 지역의 자원산업과 인프라 사업입찰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중남미 자원 및 인프라 관련 공무원이나 사업자들을 수시로 국내에 초청해 국내 기업과 상담할 수 있는 장소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ODA사업을 관장하는 KOICA는 중남미의 자원산업 공무원들을 초청해 장단기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인들과의 미팅도 주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정부 관련 기관에서는 자원개발이나 중남미 진출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어 이러한 정부 프로그램만 잘 활용해도 방대한 사업 정보를 확보할 수 있으며 사업에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원개발은 리스크가 큰 사업이지만 부가가치가 높고 선진국 기업 중심의 비즈니스 분야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중남미 자원개발 진출에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시기다.

 

 

정우진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wjchung@keei.re.kr

정우진선임연구위원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정경대학원에서 통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동북아 및 북한 에너지, 자원개발 분야를 주로 연구했고 자원개발전략실장을 지냈다. 프랑스 TOTAL 석유의 객원연구원과 에너지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거쳤으며 현재 산업부 자원개발 융자심의위원과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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