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과 한국의 기회

中 정부의 화두 ‘스마트제조’ ‘인터넷+’ 세련미를 무기로 ‘龍의 등’에 타라

174호 (2015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경영전략

 

후진타오 시대 국영기업을 앞세워 고속 성장했던 중국 경제는 시진핑 시대 3년 차를 맞아스마트 제조’ ‘인터넷 플러스등 제조와 IT,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하는 민간 주도의 경제 체제로 방향을 전환했다. 13억이 넘는 내수시장의 뒷받침을 받는 중국 기업에 맞서 싸우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한국 기업만의 강점인 속도와 섬세한 감각을 살려 용의 등에 올라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중국의 투자를 껄끄럽게 생각하지만 말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한국만의 매력을 지켜나가야 한다. G2 경제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시진핑의 중국 경제 키워드: 스마트제조, 인터넷+(플러스)

2015 3월 개최된 중국 연중 최대 정치쇼인 양회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키워드가 부상했다. 바로스마트제조인터넷+’였다. 양회는 공산당의 전당대회에 해당하는 정치협상회의와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회의 이 두 회의를 의미한다. 사실상 공산당 1당 지배국가인 중국에 있어서 정치협상회의가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으나 요즘에는 인민대표회의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의 총수들의 발언 비중이 차츰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양회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은 시진핑이 정권을 잡은 지 만 2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10년 재임기간의 초기 2년은 사실 전임자 후진타오의 품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시기다. 아직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린 것이 아니다. 취임 후 2년간 시진핑 정권은 과거 후진타오 10년의 잔재를 청산하는 데 힘을 쏟았지 무언가를 새롭게 드라이브를 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취임 3년 차를 맞이하는 2015 3월에 개최된 양회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본격적인 시진핑 시대의 청사진을 공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양회에서는스마트제조’ ‘인터넷+’ 같은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고 2025년을 타깃으로 하는 원대한 10년 발전 계획이 등장했다.

 

이번 양회에서는중국제조 2025’라는 말도 나왔다. 노동력과 자원으로 경쟁하던 제조업이 아니라 앞으로는 기술·인재·정보를 새로운 단계로 격상시키고 새로운 경제 체제를 창조하자는 구호다. 즉 시진핑이 그리는 미래 중국의 경제는 스마트한 제조업, 기술집약적 글로벌 리딩 첨단 제조업을 지향하는 것이다. 더 이상 규모의 경제, 거대한 토목건설로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전임자 후진타오의 10년은 중국판 뉴딜정책이었던, 수천㎞에 달하는 고속철도와 에너지 확보를 위한 전 세계 자원 투자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거대한 정부 주도 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중국을 안정적 고속성장의 궤도에 올려놓았고 실제 중국의 도시화, 산업 현대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하다. 부의 국영기업 집중과 그로 인한 비효율, 관료의 부정부패가 심각해졌다. 그뿐 아니다. 지방정부의 경쟁적 도시화 고속성장 추구로 농촌에는 텅 빈 고층빌딩이 유령도시처럼 솟아 있고 지방정부 부채는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본체 국유산업인 금융업은 공무원 마인드로 변화를 거부하며 국유기업과 유착관계에서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불거진 문제가 바로 그림자 금융이다. 은행들이 국유기업에만 저금리 우대조건에 대출해주고 민영기업들에는 대출하지 않자 대형 국유기업이 민영기업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암암리에 수행하며 폭리를 취한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 2년간 이런 복잡 다난한 후진타오의 그림자를 지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기간에 성장률이 8%, 7%로 좀 떨어져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임기를 마칠 2023년까지 8년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초기 2년 정도는 정리하고 준비하는 기간으로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2015년은 이제 시진핑이 제대로 진열을 정비하고 엑셀 페달을 밟을 때가 왔다. 그 키워드가 바로 스마트한 제조업 강국, 중국 제조 2025의 비전이다. 이 비전에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제조업에 연계하고, 세계 최첨단의 기술 수준을 확보해서 고부가가치의 제조 브랜드를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미래 10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스마트제조인터넷+’를 하나의 맥락에서 제시하는 중국 정부는 전 세계 IT산업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는 안목을 지녔다.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알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제조업에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 인터넷에 ‘+’를 덧붙인 것을 쉽게 보아 넘기면 절대 안 된다. 중국 정부의 수사는 보통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수사는 말에 그치지 않고 1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대부분 실현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한 제조와 인터넷 플러스를 동시에 담아내는 키워드들은 로봇, 인공지능,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가상현실이다. 모든 사람, 기계, 사물이 연계돼 온·오프융합 서비스 산업을 지배하고, 제조업 효율을 극대화로 이어지게 만들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기술발전의 첨단에서 미국, 한국, 일본과 당당히 경쟁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중국 2025년 비전은 모바일혁명에서 시작된다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제조업, 인터넷/모바일 산업의 질적 성장을 선언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외치는 근간에는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 그 근거는 현재진행형인 중국판모바일혁명에서 나온다. 주역은 1980, 1990년대에 태어난 20∼30대 젊은 중국 청년들이다. 중국어로는 빠링호우, 지우링호우라고 불리는 세대다. 과거 PC게임으로 여가를 즐기던 수억 명의 중고등학생이 이제는 성인이 돼 스마트폰으로 게임 아이템에현질(유료 아이템 구매)’을 하고, 모바일 전자상거래로 물건을 사고, 모바일 메신저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이 중국 청년들은 한국 청년들만큼이나 참을성이 없고, 금새 지루함을 느낀다. 미국, 유럽 유학에서 돌아온 중국 청년들은 이런 광속 변화에 트렌디함이란 경쟁력을 더해준다. 지금 중국의 청년들은 속도와 세련됨을 겸비한 글로벌 리딩 모바일 종족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이미 중국은 전 세계 모바일혁명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다. 이 혁명은 과거 마오쩌둥 문화혁명처럼 정부가 이끄는 혁명이 아니라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혁명이고, 청년들이 자생적으로 이끌어가는 혁명이다. 이 혁명에 가담한 인구가 8억 명이 족히 넘는다는 사실은 혁명을 더욱 혁명답게 만들어준다.

 

특히 중국 모바일혁명의 주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래액 기준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시가총액 250조 원), 7억 명 모바일 유저를 보유한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 SNS 기업 텐센트(시가총액 150조 원), 창업 5년 만에 1억 대 스마트폰을 팔아 치우며 중국 스마트폰 1위에 등극한 샤오미(시가총액 50조 원 추정, 비상장), IBM·모토로라를 인수한 세계 1 PC기업 레노버, 통신업계의 특허공룡 화웨이(비상장), 그리고 미래의 샤오미, 알리바바, 텐센트를 꿈꾸며 벤처창업의 전선에서 땀 흘리는 중국 수천만의 청년 벤처창업가들이 그 주역들이다.

 

 

 

 

특히 벤처창업 대박신화를 기록한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의 의미는 더욱 크다. 시진핑 정권의 커다란 숙제인 청년실업 해결, 민영기업 위주의 경제 발전, 내수 증진이 벤처창업 활성화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모바일혁명은 시진핑 정권 차원에서 모바일판 뉴딜정책으로, 후진타오 정권의 고속철도 도시화 프로젝트에 버금가는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아직도 한국에서 갑론을박만 떠들썩한 금융산업발 모바일혁명핀테크는 중국에선 이미 당연한 일상이 돼 버렸다. 택시, 음식점, 항공기, 철도, 호텔, 자판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결제 행위는 이제 신용카드가 없어도 알리페이, 텐페이와 같은 모바일 지급결제 서비스앱으로 바로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금융위원회에서 핀테크를 누가 하는가,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 이리저리 궁리하고 있는 동안, 중국은 이미 저만치 앞서 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 심지어 모바일혁명 종주국 미국마저도 앞선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모바일앱을 통해서 대출, 송금, 금융상품 판매까지 종합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미국의 애플페이, 페이팔도 이렇게 직접 은행을 설립해서 대출 서비스까지 제공하지는 않는다. 현재 시점에서 핀테크의 최고 선진국은 이미 중국이다.

 

이러한 핀테크 혁신에는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민간 기업의 노력과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사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작년 말 텐센트가 온라인 전문은행 최초로 대출을 개시했고 리커창 총리는 최초 대출 버튼을 직접 눌러줬다. 누가 중국을 규제가 많은 공산주의 국가라 비난했던가? 지금 중국은 정부가 밀어주고 민간이 앞서 뛰는 모바일혁명의 천국이다. 민간 모바일 벤처기업들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시도할 수 있다.정부는 창조적 시도에는 딴지 걸지 않고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도록 허락한다. 혁명의 속도와 크기는 세계를 압도하고 있고, 어느 곳에서도 시도된 적 없는 새로운 시도들이 중국 베이징의 중관촌, 상하이 푸둥, 선전 연구개발단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중국의 앞선 기술에 압도당하게 될 날이 머지않을 수 있다. 바짝 긴장하고 중국 중원에서 펼쳐지는 움직임에 귀를 쫑긋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 중국 기업에겐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시진핑 시대 중국 기업의 약진이 더욱 위협적인 이유는 중국 기업인들만의 실용 정신 때문이다. 보수적이고 모든 일을 스스로 하길 좋아하는 일본과 한국의 대기업들과는 달리 중국의 대기업들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돈이 되는 일에는 다른 업종의 회사, 심지어 같은 업종의 라이벌과 손을 잡는 데 거리낌이 없다.

 

현재 IT산업의 두 공룡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벌이고 있는 드라마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에, 텐센트는 SNS/게임에서 시작한 회사지만 이들은 현재 자신의 영역에서 뛰쳐나와 오프라인의 모든 서비스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극심하게 벌이고 있다.1  온라인/모바일은 이제 두 회사에겐 분에 차지 않는 좁은 공간이다. 택시, 금융을 기점으로 모든 일상의 소비, 라이프스타일을 구석구석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나오고 있다. 두 회사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중국 모바일혁명을 더욱 가속화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드라마가 재미있으려면 주연배우 간의 갈등이 최고조로 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면한 위험을 기회로

극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중국 모바일혁명의 속도와 강도가

한국을 능가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2015년 중국의 설날인 춘절 저녁에 공영방송 CCTV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인춘완(春晩)’이 큰 화제를 일으켰다. 이 명절 특집 프로그램은 13억 중국인 모두가 시청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국가적 행사인데, 이 프로그램에서 텐센트가 모바일앱으로 세뱃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다. 앱을 설치한 후 열심히 스마트폰을 흔들어서 당첨되면 세뱃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였다. 텐센트는 세뱃돈으로 약 700억 원을 중국 전역에 뿌렸고, 수억 명이 텐센트의 모바일 금융앱을 설치했다. 세뱃돈을 받으려면 은행 계좌와 텐센트의 금융앱텐페이를 연계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도 이에 질세라 춘절 맞이 세뱃돈 행사를 SNS 시나 웨이보(알리바바가 지분 18% 보유한 나스닥 상장사)를 통해서 진행했지만 공영방송에서 진행한 텐센트의 이벤트에는 비교될 수 없었다. 게다가 텐센트가 춘절 기간 갑작스레 자체 메신저 서비스 위챗(중국명 웨이신)에서 알리바바의 금융서비스 알리페이를 일부 차단하는 일도 벌어지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마저 있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택시 예약 서비스에서도 한 차례 격돌했다. 알리바바는콰이디다처앱을 통해 항저우, 상하이를 기점으로 중국 중남부 택시산업을 장악하고 있고, 텐센트는디디다처앱을 통해 베이징을 기점으로 중국 북부, 서부를 장악하고 있다. 택시 예약 앱 분야에서 이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99%에 달한다. 2015 2월 이 두 서비스는 전격 합병을 발표한다. 이로써 중국의 택시 앱 서비스는 완벽한 독점사업이 됐다. 합병된 회사의 가치는 약 66000억 원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일단 택시 예약 앱 서비스에선 휴전협정을 평화롭게 맺은 듯하다.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두 회사의 의지인 것이다.

 

이 합병의 이면에는 미국 온·오프 융합형 혁신의 상징인 우버가 있다. 작년 12,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는 우버에 약 6000억 원을 투자했다. 5억 명에 달하는 바이두의 모바일 검색엔진 유저와 2억 명에 달하는 지도/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우버 서비스와 연계할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우버에 투자하기로 한 바이두의 신속한 결정은 일본이나 한국의 대기업과는 대비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움직임에 대한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반응이다. 간명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였다. 그토록 치열하게 경쟁하고 때로는 진흙탕 싸움도 벌였던 두 회사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무도 쉽게 손을 잡았다. 택시 앱 사업에서의 경쟁을 끝내기 위해 합병해버렸다. 이익은 각자의 결제 서비스를 통해 나누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둘의 야합으로 미국의 우버는 중국 시장에서 순식간에 길을 잃었다.

 

 

 

이런 중국인들의 유연하고 실용적인 사고가 시진핑 시대 중국의 두 키워드인스마트 제조인터넷+’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최근 또 하나의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제조업체 폭스콘이 손잡고 스마트카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폭스콘은 애플의 아웃소싱 파트너로 유명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제조업체다. 이 둘의 만남은 인터넷+와 스마트 제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말해주는 사례다. 이 파트너십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으나 이렇게 모바일 산업과 오프라인 제조업을 융합하는 창조적 시도는 앞으로 중국 전역으로 번질 것이다.

 

중국의 모바일혁명은 이렇게 가파른 속도로 전 세계를 선도해나갈 것이다. 수백만의 중국 청년들은 거대한 변화의 조류 속에서 제2의 알리바바, 텐센트를 창조하기 위해 벤처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십조 원의 투자자금은 중국 모바일혁명발 대박을 노리고 베이징, 상하이, 선전, 청두로 몰려들고 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으로 창조되는 벤처창업과 투자의 뜨거운 열기를 중국의 정치인들은 흐뭇한 시선으로 응원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 모바일혁명, 기회인가 위기인가

중국의 스마트 제조업, 인터넷+, 모바일혁명,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전면전 양상은 한국에 위험이자 기회다. 당면한 위험을 기회로 극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중국 모바일혁명의 속도와 강도가 한국을 능가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많은 한국 게임업체 종사자들은 텐센트가 한국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의 기술로 성장한 별거 아닌 기업이라 폄하한다. 이는 자기만족을 위한 현실회피적 판단이다. 텐센트는 이미 한국의 엔씨소프트, 넥슨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근처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멀리 앞서갔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알리바바가 네이버 라인을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큰 기업이란 것도 인정해야 한다. 다음카카오, 넷마블, 파티게임즈 등 대표적인 한국 모바일 기업의 2대 주주가 텐센트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만큼 한국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의 대상이란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 한다. 현실은 차갑게 현실로 받아들여야 건설적 대안을 도출할 수 있다. 샤오미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모르겠다고 의심하지 말고, 샤오미에게 무엇을 팔아야 돈이 될까 고민해야 한다. 텐센트 스마트카를 폄훼하지 말고 텐센트 스마트카에 들어가는 전기 배터리와 전장장비를 납품할 궁리를 해야 한다. 맞대결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중국의스마트 제조’ ‘인터넷+’라는 흐름에 한국이 가진 경쟁력을 갖고 올라탈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 공룡들의 행보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Mini Box] 텐센트 자본력을 통해 경영권 독립만세 외친 방준혁 의장

 

 

이제 세계 1위의 지위를 지키고 있거나 조만간 그런 지위에 오를 것이 확실한 중국 기업들에게 한국은 동등한 협력의 대상이기보다는 전략적 투자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 특히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입장에서 중국 13억 시장을 기반으로 규모를 이미 한껏 키워낸 로컬 공룡들과 진검 승부를 시도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해법을 고민할 한국 기업들에게 하나의 대안을 제시해주는 사례로 중국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은 한국의 게임업체 넷마블을 들 수 있다. 중국 기업이 채우지 못하는 빈칸을 찾고, 한국에서 검증해본 서비스나 사업 모델을 가지고 중국의 거대 기업에게 가져가 중국에서의 성공을 제안한 케이스다.

 

 

요즘 젊은 층에 회자되는 말 중에썸녀’ ‘썸남’ ‘썸타는 관계가 있다. 영어의 ‘some’에서 나온 말로 연인관계도, 그렇다고 그냥 친구관계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를 의미한다.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은 텐센트와 CJ 사이에서 바로 이런을 타면서 자신의 지위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넷마블은 CJ그룹 산하 CJ E&M의 게임산업 부문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4 3월 텐센트에서 5000억 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유치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지분률은 창업자인 방준혁 의장이 35.88%, CJ E&M 35.86%, 텐센트 28%가 됐다. 이제 방준혁 의장은 텐센트와 의견 일치만 이루면 CJ E&M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의사결정 내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텐센트나 CJ E&M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넷마블은 일찍부터 PC 위주의 게임산업에서 모바일로 방향 전환을 했다. 3 2주 차 현재 한국 모바일게임 구글플레이 랭킹 상위 5위 중 넷마블 제품이 4개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텐센트 입장에선 한국에서 검증된 넷마블의 게임을 중국으로 가져가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회사의 가치가 커지면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CJ E&M의 이익도 커진다.

 

 

게다가 어부지리의 이익도 생겼다. 최근 게임업계 라이벌인 넥슨과 엔씨소프트 간의 경영권 분쟁이 터지자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주식을 교환했다. 엔씨소프트에게 다급한 상황이라 넷마블은 좋은 조건으로 주식을 받을 수 있었다. 불과 몇 개월 전 텐센트가 투자한 주당가치의 거의 2배 가격이었다. 넷마블과 텐센트는 가만히 앉아서 투자주식의 가치평가가 두 배가 된 셈이고, 여기에 한국의 대표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의 중요한 (간접) 주주가 되는 효과도 얻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텐센트의 성공은 한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원래 QQ라는 온라인 메신저사업으로 시작했다. 네이트온이나 야후 메신저와 유사한 기능의 QQ메신저는 그것만으로는 큰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수억 명의 메신저 가입자를 이용해 온라인 게임 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2008년부터 한국의 게임사들과 중국 시장 내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배급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14년 기준으로 텐센트는 게임 사용료와 아이템, 이모티콘 등을 팔아서 현금 53000억 원을 벌어들이는 회사가 됐다. 국제신용등급도 초우량 수준(A3)으로 삼성전자(A1)와 유사하다. 이런 고성장 고수익의 기반을 만들어준 것이 바로 한국 온라인게임 회사들이고, 텐센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에 끊임없이 한국 게임 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텐센트의 성장으로 한국도 함께 이익을 향유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2014년 크로스파이어라는 게임이 중국에서 히트하면서 약 15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 개발사 스마일게이트도 넘쳐나는 현금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국 기업의 선택은 이렇게 중국에서 잘 팔릴 아이템을 중국보다 빨리, 그리고 완벽한 품질로 만들어내고, 한국의 빠른 변화속도와 까다로운 소비자를 이용해 한국 시장에서 한발 앞서 검증하는 것이다. 한국산 서비스, 한국산 제품만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면 중국 자본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도 중국 기업에게 한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 다음, 기본으로 돌아가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의 근원이 무엇이었는가를 반문해보자. 한국의 장점은 빠른 온라인/모바일 산업의 변화 속도, 그리고 이런 변화를 이끈 인내심 제로의 소비자였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기업들이 숨가쁘게 보조를 맞춰왔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모두가 보이지 않는 자생적 압박 속에서 성장해왔다. 그 결과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 신화는 노키아와 모토로라 몰락에도 꽃피울 수 있었고, 전 세계 규모화된 모바일 메신저 4개 중 두 개(네이버 라인, 카카오톡)가 한국산이다. 한국인 입맛에 맞추면 자연스레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는 신비스런 순간을 경험해온 것이다. 그럼 이 신비로운 경험을 중국의 인터넷+, 스마트제조 시대에 이어나갈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미국보다 빠르고 중국보다 섬세해지라

중국인에게 한국은 언제나 멋진 스타일의 나라다. 유럽에서 이탈리아, 프랑스가 누려온 경쟁우위를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과거로부터 전통적으로 누려왔다. 중국은 한국의 멋을 한때의 한류로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보편 타당한 진리에 가깝게 수용하고 있다. 명동에 요우커는 더욱 늘어가고 한국의 화장품, 의류는 불티나게 중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앞으로 중국 소비자의 씀씀이는 더욱 커질 것이고, 민영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더욱 공격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미 서울 주요 도심에는 중국어 간판이 생소하지 않고, 제주도, 해운대, 광화문 가리지 않고 중국 자본은 한국 부동산을 매집하는 데 여념이 없다. 게임사뿐 아니라 수조 원 규모의 보험사, 제조업 기업 인수합병까지 손대지 않는 곳이 없는 중국 자본이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향후 시진핑 시대 남은 8년간 중국은 국영기업 주도에서 민영기업 주도로, 토목, 건설에서 모바일, 인터넷, 스마트 제조 중심으로 전환되는 기간임을 상기하면 향후 공격적 중국 자본의 한국 상륙은 더 큰 규모로, 그리고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을 매력적인 나라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며 근간에는 한국의 근본적 경쟁우위인 섬세한 마지막 터치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본이 밀물처럼 쳐들어온다고 겁먹을 필요 없다. 높은 가격에 투자를 받아서 다시 새로운 섬세함을 창조할 궁리를 하면 그만이다. 중국 자본의 침공이 사실이라면 이 자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궁리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안이다.

 

관건은 지속적으로 한국만의 엣지를 유지해 나갈 수 있냐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세련됨을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스타일은 한순간만 방심해도 구겨질 수 있다. 한 시즌만 놓쳐도 구닥다리로 전략할 수 있다. 아시아의 세련된 스타일 맹주로서 한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시진핑 시대 대중국 경쟁력 확보의 지름길이다.

 

한국의 대중국 엣지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경쟁자는 미국이다. 명실상부한 패권국가 미국은 거대한 경제 규모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발놀림을 보여주는 무서운 존재다. 체급과 펀치는 헤비급인데 스텝은 라이트플라이급 수준의 빠른 보폭을 자랑한다. 금융위기도 돈 찍어내기(양적완화, QE)라는 신기술로 무난히 이겨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창조성을 지닌 국가라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자유로운 논쟁과 실패에 관용적인 사회문화, 무엇보다도 전 세계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미국의 고등교육 시스템이 그 원동력이다. 중국, 인도, 아프리카, 남미의 수많은 천재들이 미국 대학 입학을 위해 밤낮으로 공부하며 경쟁한다. 검증된 인재 중의 인재들은 미국 기업에 취직해서 미국에 터를 닦고 눌러앉는다. 천재 이민자들은 미국의 창조성을 다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으로 올려 놓았다. 대학 교육을 미국에서 받지 못했더라도 전문직 종사자 이민비자인 H1b가 별도로 존재하므로 미국은 그야말로 천재급 인재에겐 언제나 문이 열린 나라다. 이런 인재에 대한 개방성은 바로 창조성으로 이어지고, 창조성은 미국을 오늘날 기술 강국, 인터넷 모바일 혁명을 창조한 나라로 만들어 주었다.

 

이런 창조성 절대강국 미국에 한국이 앞설 수 있는 한 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속도다. ‘빨리빨리정신에서 한국을 따라올 나라는 없다. 미국의 창조가들은 새로움에 열광하지만 그것을 스피디하게 실행하는 역량은 근면성실하고 꼼꼼한 한국인을 따라가지 못한다. 미국의 창조적 시도들을빨리냄새 맡고, ‘빨리한국 시장에서 검증하고, ‘빨리중국 시장에 적용할 시도를, ‘빨리한다면 미국에 대한 한국의 이점도 확보 가능하다. 어설프게 미국의 창조성에 맞서 진검 승부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삼성이 나름의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만들려 시도하지만 잘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냥 과감히 미국산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가장 잘 활용하면 그것이 한국의 엣지가 되는 것이다. 한국인의 창조성은 실용적 창조성이다. 순수한 창조보다는 신속한 개선, 최적화에 능하다. 한국인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 고려청자라는 아름다움의 경지에 도달하는 데 능한 것이지 도자기의 생성원리를 연구했던 민족은 아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 새로운 창조력에 불이 붙은 미국 사이에서 한국의 생존전략은 역설적으로 한국인다운 모습을 지켜나갈 때 확보될 수 있다. 가장 나다운 것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인 것이다.

 

- FTA와 한- FTA는 미국, 중국이 리딩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이 린치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중국 기업이 직접 미국에서 거대한 인수합병을 하거나 활발한 투자를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민영기업인 화웨이의 3COM 인수가 불발된 것은 이러한 거부감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 CNOOC이 캐나다 에너지기업을 인수했을 당시에는 미국 안보를 이유로 청문회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는 언제나 언론의 뜨거운 관심이 대상이 된다.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어떤 의지가 있을까 하는 추측성 기사가 난무한다.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을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다. 코카콜라가 중국 전통 음료회사 회이위엔을 인수하려 했을 때도 전통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인수합병을 불허한다는 중국 정부의 통보가 있었고, 인수합병은 무산됐다. 중국-미국의 긴장감은 군사뿐 아니라 민간 경영의 영역에서도 이렇듯 명확하다.

 

한국은 명시적으로 FTA를 통해서 우호국가로 분류되므로 중국이나 미국 입장에서 전혀 문제될 것 없는 국가다. 미국, 중국과 동시에 FTA가 체결돼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기회 요인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한국은 중국, 미국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높은 스마트폰 모바일 침투율을 기록하고 있고, IT 수준도 손색없는 일류 수준이다. 따라서 두 거대 패권국가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속에서 기회를 찾는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인적 자원과 기술적 경쟁력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를 더욱 잡으려면 시진핑 정권의 미래 청사진을 명확히 이해해야 하고, 청사진을 현실로 구현할 주제인 민간기업과 창업가들의 면면과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꿈틀거리는 창조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과감히 한국, 중국 시장에 발 빠르게 적용하고 상업화시킬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정주용기업투자 칼럼니스트

필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중국 CKGSB에서 MBA를 취득했다. SV인베스트먼트 투자팀장, IBK투자증권 글로벌 IB Desk의 헤드로 일했다. 상하이에 있는 Xinhua Capital에서 시니어 매니저로 재직하기도 했다. 현재 대기업 재무본부에서 중국 및 미국 지역 투자 검토 업무를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