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의 진정성

"내 일, 이렇게 의미 있는 일이지!" 공감의 스토리, 진성기업을 만든다

169호 (2015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HR

 

진정성 있는 목적으로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업으로 승화시켜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도록 하는 기업을 진성기업이라고 한다. 진성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의 진정성(Authenticity)을 확보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여섯 가지 전략을 실천해야 한다.

1) 목적에 대한 스토리가 기업 스스로의 내재적 동기를 토대로 해야 한다.

2) 목적에 대한 스토리가 윤리적 공감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3)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설정해야 한다.

4) 목적을 향해 가는 여정을 스스로 주도해야 한다.

5) 목적을 직접 실천해야 한다.

6)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고객, 주주, 종업원, 경영진, 협력업체 등 모든 경영 주체가 미래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가용자원이 점점 고갈되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성과가 떨어질 때마다 더 강력한 전략을 짜서 돌파구를 마련해 왔지만 성장의 공간이 제한되는 불경기에는 과거 성공 전략을 맹신하고 고수하는 것이 오히려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달라진 경영 환경을 인지하지 못하고 과거 성공경험만 믿고 더 강한 전략을 밀고 나가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장에서의 무한경쟁에 대한 환상이 무너진 상황에서 등장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바로 공진화(co-evolution). 상대방을 누르고 쟁취하는 경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모든 참여자가 기업생태계의 공진화에 기여해 서로의 성공을 돕는 상생의 패러다임이다. 칼레츠키(Kaletsky)의 자본주의 4.0, 바시(Bassi)의 착한기업, 포터(Porter) CSV, 셀리그먼(Seligman)의 긍정심리자본, 리프킨(Rifkin)의 공감의 문명 등 새롭게 주창된 21세기 패러다임들은 모두 기업생태계의 공진화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최근 뜨거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진정성을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으로 적용하는 진성기업(Authentic Company)에 대한 논의도 이런 맥락에서 출발한다.1

 

 

 

 

 

 

진성기업의 경영 패러다임

진성기업이란 회사가진정성 있는 목적으로 구성원이 가슴 뛰는 삶에 몰입할 수 있도록임파워먼트(empowerment)하고이를 통해 지속가능한목적 있는 성과를 도출하는 회사를 지칭한다.2 진성기업의 가장 중요한 DNA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 수 있는진정성 있는 목적이다. 이런 점에서 진정성 경영 연구의 선구자 조지(George)는 진정성 있는 목적을 진북(true northe)에 비유하고 있다.3 진정성 있는 목적은 마치 나침반이 가리키는 진북처럼 기업이 길을 잃고 헤맬 때 가야할 올바른 방향을 가르쳐준다. 즉 기업이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길을 잃었을 때 쓸 수 있는 나침반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목적은 기업이 존재해야만 하는 궁극적인 이유를 설명해주는 개념으로 비전이나 전략의 상위 개념이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일련의 비전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궁극적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다. 비전은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에 불과하고, 전략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대안 중 한 가지를 선정하는 방식일 뿐이다.

 

 

결국 회사가 목적을 상실했다면 비전과 전략도 자동적으로 탈선할 수밖에 없다. 엔론(Enron), 아델피아(Adelphia), AOL, 비스톨마이어스스큅(Bristol-Myers Squibb), CMS Energy, K-Mart, 메릴린치(Merrill Lynch), 퀘스트커뮤니케이션(Qwest Communication), 아더앤더슨(Arthur Anderson), 타이코인터내셔널(Tyco International), 월드컴(WorldCom), 팔마랏(Parmalat), 노텔(Nortel), 치키타브랜즈인터내셔널(Chiquita Brands International), AIG,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같이 부도덕한 행태를 보인 회사들은 처음부터 목적 없이 비전과 전략으로만 운영하다 탈선한 곳이고, 소니, 시티, 노키아같이 한 번 흥했다가 무너진 회사들은 원래 가지고 있던 목적을 어떤 이유에선지 상실하면서 종국적으로 탈선한 곳이다. 한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대표적인 회사인 한보철강, 남양유업, 대한항공의 탈선도 마찬가지다. 하멜(Hamel)과 프라할라드(Prahalad)가 최고의 기업으로 꼽는 기업들은 경영자들이 목적과 수단을 전치하지 않고 목적을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려는 명확한 전략적 의도를 갖고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목적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4 버크셔 헤서웨이(Birkshire Hathaway), BP, 애플, SAS, 펩시콜라, 사우스웨스트항공, 디즈니 등이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에도 다른 비교기업에 비해 지속적으로 월등한 성과를 창출하는 이유는 창립자나 CEO가 목적을 기반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탈선하지 않았고, 경영 과정에서 목적으로 구성원의 마음을 사로잡아 구성원들을 임파워먼트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진성기업이 시대를 초월해서 혁신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이유는 기업의 목적에 대한 믿음이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에서 벗어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개방적 정신을 부여해 지속적인 혁신의 기반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진성기업이 추구하는 진정성 있는 목적의 중요성은 세 석공 이야기에 잘 나타난다.

 

 

 

세 명의 석공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궁금해서 각 석공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들 일하고 계세요?”

첫 번째 석공이 말했다.

“강제 노동에 동원됐어요. 기회만 생기면 도망갈 겁니다.”

두 번째 석공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일당 5만 원짜리 일을 하고 있어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 수 없이 해요.”

세 번째 석공은 두 석공과 달리 환한 웃음부터 짓는다.

“일개 석공이라서 잘은 모르지만 성당을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성당이 성공적으로 복원돼서 믿음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찾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뿌듯해요. 정말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명의 석공 중 세 번째 석공만이 성당을 복원하는 목적을 이해하고 석공으로서의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설사 억대 연봉을 받는 핵심 인재라고 하더라도 그가 세 번째 석공과 같은 목적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는 일개 월급쟁이에 불과할 뿐이다.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거나 회사가 어려워지는 기미가 보이면 언제든 회사를 버리고 떠날 사람이기 때문이다. 받는 돈이 매우 적거나 일이 고되더라도 자신의 일을 성당을 복원하는 귀한 일로 생각한다면 이 일은 사명이다. 일을 사명으로 생각하고 일하는 직원들에게 일은 그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자신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업의 개념으로 승화한다. 업의 개념을 가지고 일하는 직원에게 책임감, 열정, 권한위임 등은 군더더기 말장난일 뿐이다.

 

 

성당을 복원하고 있다는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종업원 개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종업원들은 목적을 찾아 소명을 가지고 일할 준비가 돼 있더라도 회사가 성당을 복원하는 목적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들의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되고 만다. 회사가 구성원을 위해 성당을 복원한다는 스토리를 제시하고 구성원들이 그 스토리에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회사가 진성기업의 충분조건을 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M이 지속적으로 혁신 제품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회사가 15%(업무 시간의 15%를 창의적 아이디어와 신상품·신기술을 연구하는 데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칙), 30%(총매출의 30%를 최근 4년 이내에 출시한 신제품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규칙) 등을 제시하며우리는 세상이 풀지 못한 문제를 우리의 힘으로 풀기 위해 존재한다는 스토리, 즉 성당을 복원하는 스토리를 구성원의 마음에 심어주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성당을 복원하기 위해서 구성원들은 어떤 하찮은 새로운 아이디어에도 존경심을 갖고 대한다.

 

 

동양에서는 <예기(禮記)>학기(學記)’ 경업락군(敬業樂群)’이라는 말에 진성기업이 중시하는 진정성 있는 목적 지향적 원리의 중요성이 잘 표현돼 있다. 경업은 자신의 일을 업으로 승화시킨다는 뜻이고, 락군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최적화된 상태를 말한다. 즉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업으로 승화시키면 많은 사람이 행복한 최고의 상태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경업락군을 이루는 원리의 핵심은 역시 회사가 제공하는성당을 복원한다는 스토리’인 목적이다. 구성원에게 성당을 복원하는 스토리를 제공하고 구성원들이 이 목적에 대한 믿음을 갖고 일을 할 때 이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업으로 승화한다. 구성원들의 일이 업으로 승화하면 모든 것들이 최적화되면서 모든 구성원이 즐거워할 수 있는 락군의 상태가 만들어진다. 한마디로 경업락군을 하는 회사가 진성기업이다. 아무리 애를 써서 단기적 성과를 잘 내도 이것이 장기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경업락군의 조건을 만들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목적을 기반으로 다른 모든 것을 전략적으로 정렬시키는 진성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의 진정성(Authenticity)을 확보하는 것이다. 목적의 진정성을 달성하려면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점을 실천해야 한다.

 

 

첫째, 목적에 대한 스토리가 회사의 내재적 동기에 기반을 둬야 한다. 진정성의 정의는 ‘True to oneself’.5 즉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한, 목적에 대한 동기가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의미로 전달돼야 한다. 내면의 동기가 이윤 추구인데 다른 이해당사자에게는 마치 이타적인 목적을 위해 사업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면 이 회사는 진정성을 연기하는 셈이 된다. 이런 회사는 대부분 목적이나 사명에 대한 스토리가 회사 홈페이지에는 현란하게 기술돼 있으나 실제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은 이런 목적이나 사명과 상관없이 겉돌기 마련이다.

 

 

둘째, 회사의 목적에 대한 스토리가 윤리적 정서(moral emotion)를 통한 공감(compassion)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6 진성기업의 구성원은 경영진과 종업원 등 내부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이 기업의 성공을 위해 자원을 동원할 능력을 지닌 고객 및 납품업자, 협력업체, 이 회사가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 등 외부 이해관계자를 총괄한다. 진정성 있는 목적에 대한 스토리는 윤리적 정서와 공감을 창출해 이들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협업하려는 마음을 열 수 있어야 한다. 윤리적인 정서적 감흥은 구성원들에게 자발적 행동을 동원할 수 있게 한다. 세상의 모든 무에서 유가 만들어진 기반은 바로 이 자발적 행동이다.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열면 이들에게서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자원을 자발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관계적 자본을 획득한 것이다. 이런 과정은 모두 윤리적·도덕적 가치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에게 정서적 감동을 창출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셋째, ·외부 구성원과의 관계를 서로의 성장을 염원하는 협력적 관계로 규정해야 한다. 진성기업은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조직이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물건의 관계로 보는 소유론적으로 보지 않고 인격을 갖는 인간 대 인간의 존재론적으로 규정한다. 최근 큰 사회적 논란을 낳은 대한항공은 회사 홈페이지에 대표이사 이름으로 임직원과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존재론적으로 규정한다. “임직원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의 행태를 보면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업원을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기보다는 이윤을 축적하기 위한 수단 혹은 자신의 수하로 생각하는 식이다. 내부 구성원이든, 외부 구성원이든 이들과의 관계를 소유론적으로 규정하는 기업은 구성원들이 이 회사 목적에 대해 진정성을 느끼도록 만들 수 없다.

 

 

 

내면의 동기가 이윤 추구인데

다른 이해당사자에게는

마치 이타적인 목적을 위해

사업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면

이 회사는 진정성을 연기하는 셈이 된다.

 

 

넷째, 목적으로 향하는 여행의 구성원이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7 진성기업이란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서 있고,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가는지에 대한 정체성을 확보하고 그것에 대한 앎을 기반으로 회사에서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성찰하며 혁신하는 기업이다. 정체성에 대한 스토리가 다른 기업의 이야기를 따라 한 것에 불과하다면 그 기업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지 못하고 구성원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똑같이 스마트폰을 만들고 삼성전자의 갤럭시 폰이 품질적인 측면에서 애플의 아이폰에 뒤지지 않지만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새로운 개념을 창출한 애플의 아이폰을 스마트폰으로서의 진정성을 확보한 제품으로 생각한다. 애플은 스마트폰의 개념을 스스로 만든 주인공인 반면 삼성은 애플이 만들어 놓은 카테고리의 후발주자였기 때문이다.

 

 

 

 

 

 

다섯째, 진정성 있는 목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이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직접 실천에 나서는지의 문제 역시 목적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도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기업이 설정한 목적지에 도달하겠다는 것은 구성원에 대한 약속이다. 이 약속이 지켜지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을 통해서 구성원들은 기업의 진정성에 대한 믿음을 형성한다. 코카콜라의 최고경영자 우드러프(Woodruff)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병에 담긴 자유라는 목적을 전파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있는 모든 곳에 콜라병 제조공장을 세웠다. 오지마을까지 들어가 코크를 공급하며 한순간의 자유를 선물했던 모습은 현재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에 반영돼 있다. 모든 이해관계자 중에서 고객에게 최우선 순위를 두고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내건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에 타이레놀 사태가 터졌을 때 이 약속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인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의 사례다. 이를 통해 존슨앤존슨은 약속을 지키는 회사라는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음에도 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면 종업원들도 이 목적에 대한 진정성에 믿음을 갖게 된다. 이처럼 목적의 진정성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평소 내세웠던 목적에 대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 여부에서 판가름이 난다.

 

 

마지막으로 실수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목적의 진정성은 회사가 목적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저지르는 실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나타난다. 모든 기업은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하지만 진성기업이 아닌 기업은 실수가 외부에 알려질 때까지 감추거나 실수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한다. 진성기업은 성장을 위해서는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실수에 대해 겸허히 인정하며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한다. 이런 점에서 진성기업의 성장과 학습에 대한 원리는 만델라가 언급한학습하는 죄인이라는 표현에 잘 담겨 있다. 부정거래에 대한 내부고발이 있었을 때 엔론이 내세운 일련의 자기방어(defensive routine)는 역사적으로 유명하다. 나이키도 하청업체를 착취한다는 소비자들의 경고에 반성하기보다는 자기방어에 빠져 곤혹스러운 상황을 경험했고, 씨티은행도 일련의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솔직하지 않고 잘못된 대응으로 평판을 잃었다. 대한항공 역시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실수를 인정하기보다는 감추려고 했고, 폭로된 사실에 국한해 대충 사과하고 넘어가려다 문제를 키웠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고객은 이런 회사들이 평소 고객을 대하는 모든 과정에 의문을 품고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진성기업은 구성원들 마음속에 살아 있는 목적에 대한 믿음을 공유해 그 회사의 문화를 형성한다. 문화는 회사의 성품과 품격을 구성한다. 서비스 품질이 고도화되면서 품질만으로는 차별화가 더 이상 불가능한 경영환경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제공하는 것은 회사가 가진 문화로부터 우러나오는 회사 고유의 성품이다.8 신발을 팔기보다는 행복을 파는 목적을 가지고 사업을 해온 자포스(Zappos), 사랑에 대한 회사 로고를 자랑스럽게 문신으로 새기고 고객과 직원에게 사랑을 전파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 화가가 창조적인 과정과 결과물을 구분하지 않는 것처럼 투자의 캔버스에 혼을 쏟는 가치투자를 체험하게 하는 버크셔헤서웨이,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쇼를 통해 고객들에 행복을 전달한다는 가치를 지닌 디즈니, 고객과의 관계적 가치를 복원해 소매금융의 표준을 마련한 웰스파고(Wells Fargo), 고객과의 약속의 중요성을 신조로 품고 있는 존슨앤존슨, 내부 고객에 대한 연민을 통해 외부 고객에게 가치를 전파하는 UPS SAS 등에서 목격되는 기업 성품은 이 회사 직원들의 의사결정과 고객들과의 만남 과정마다 스며들어 이 회사만의 독특한 가치를 형성한다. 그리고 고객들에게는 독특한 체험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차별적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진성기업이며 초일류기업이다. 다시 말해 진성기업은 진정성 있는 목적에 대한 스토리를 회사의 문화적 품성으로 내면화한 기업이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음에도

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면

종업원들도 이 목적의 진정성에

믿음을 갖게 된다.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에서

진성기업(Authentic company)으로

콜린스(Collins)의 대표적 저작9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 선정된 많은 기업들이 이후 경영환경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도산하거나 힘든 상황에 처했다.10 도산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한 차례의 비전을 달성한 후 달성된 비전을 목적지로 착각해 진짜 목적지에 대한 항해를 중단하고 현재 상황을 즐기며 변호하고 정당화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는 데 있다. 비전의 달성에서 맛본 성취감이 자만심으로 커져서 환경변화를 학습하지 못하고 결국 무너지는 결과를 자초한 것이다. 목적과 비전을 구별하지 않는 위대한 기업과 달리 진성기업들에게 비전은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에 불과하다. 하멜과 프라할라드가 강조했듯 시대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초우량기업 CEO들은 목적지와 중간 기착지를 혼동하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목적지에 대한 집념이 어떤 비전을 달성해도 회사를 선로에서 탈선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다. 또한 목적은 일련의 비전을 정렬하는 축이다. 존재이유인 목적과 다른 모든 것들이 정렬돼 있을 때 목적은 강한 힘을 발휘한다. 목적과 목표 사이의 정렬을 통해 얻은 성과는 지속가능한 성과를 넘어서 사회와 공동체에 가치를 전달하는, 목적 있는 사회적 성과로 나타난다.11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목적(know why)과 회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 설명하는 비즈니스모형(know how), 회사의 본질적 사업영역을 설명하는 업(know what)의 세 가지가 서로 균형을 이루는 문화적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진성기업이다. 이 문화적 플랫폼은 이 회사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주인공이 돼 세상에 윤리적이고 감동적인 체험을 전달하는 ‘the authentic corporate way’를 만들어낸다. 이 세 가지가 서로 겉돌면 이 회사가 주창하는 way는 죽어 있는 플라스틱 웨이다. 회사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목적은 홈페이지에만 존재할 뿐 구성원들이 알지도, 감동하지도 않는다. 회사의 목적이 사업영역을 장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회사 구성원들이 수행하는 일을 업의 개념으로 승화시키지도 못한다. 이런 회사들은 평생 단기적 성과만으로 힘들게 생존에 올인해야 하는 시지프스의 돌 굴리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진정성 있는 목적의 스토리를 자신의 문화적 성품으로 내재화한 진성기업만이 단기적 성과의 밑 빠진 독을 복원해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성과의 두 마리 토끼를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진정성을 회복하고 진성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목적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윤정구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jkyoon@ewha.ac.kr

필자는 아이오와대(The University of Iowa)에서 사회심리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의 인사조직전략 교수, 미국 코넬대 조직행동론학과의 겸임교수다. 리더십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사회적 리더십을 개발 및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진성리더십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에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 <몰개성화 시대의 사회적 헌신> <진정성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