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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Strategy

집요하고 치밀하게 관계 맺는 나라 中國 거만한 태도로는 ‘관시문화’ 적응 못한다

이병우 | 162호 (2014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인문학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수로 구축해야 할 것이관시(關係)’. 중국 사회에서 관시 없이는 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는 눈앞에 기회가 왔을 때 신속하게 잡아 활용하려는 중국인들의 속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 관시의 핵심은 접대다. 그저 마시고 즐기자는 술자리가 아니다. 중국에서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접대는 서로 공감하며 교류할 수 있도록 섬세하면서 꼼꼼하게 기획돼야 한다. 특히거만하게 굴면서 상대방을 무시하는한국인 특유의 실수를 조심해야 한다.

 

관시(關係)에 대한 중국인들의 집념

중국 시장을 제법 다녀 본 사람들은 관시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관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관시 없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어쩌면 불가능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관시를 만들고 그 관시를 어떻게 이용할까? 관시가 없는 사람들의관시 만들기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중국인들은 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시를 만들려고 하는가? 먼저 이야기 한 편을 통해 중국인들의 관시 문화와 그 속성을 설명하겠다.

 

농촌 청년의 이야기

중국의 제법 큰 지방도시에서 건설국장을 하는 천(?) 씨는 어느 날 새벽 예고도 없이 방문자를 맞이했다. 사연은 이렇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한 청년이 등짝에 자루부대를 매고 새벽부터 천 국장 집 대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중국 고위 관료에게는 시도 때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온갖 연줄을 동원해 찾아오기 때문에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의 자택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다. 그날도 예외 없이 낯선 청년은 국장의 운전기사에게 출입을 거절당하고 있었다.

 

문전박대를 당하면 대부분의 방문자는 그냥 돌아간다. 그런데 이 청년은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버티며 들고 온 물건을 국장에게 꼭 전해야 한다고 우긴다. 2층 베란다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국장은 청년을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 청년이 건네는 자루를 보면서 이것이 뭐냐고 물어보니 청년은 고향에서 직접 농사지은 감자와 고추라고 말한다. 국장은 빙그레 웃으며 청년에게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국장의 지인이 기차를 타고 다른 지방으로 출장을 가던 중이었다. 우연히 옆 좌석에 앉은 사람과 긴 시간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서로 자라온 배경과 자신의 사업, 출신지 등을 나누던 두 사람은 둘 다 군대를 갔다 왔다는 공통점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지인은 자신이 모시던 사람이 지금 장군까지 올라가서 현재 어디에서 근무 중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한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하면서 둘의 대화는 끝이 났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여름, (지인이 얘기 도중 말했던) 그 장군에게 낯선 사람이 찾아왔다. 자신을 과거 장군을 모시며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병사라고 소개한 그 사람은 고향에서 가져온 특산물을 선물로 건넸다. 더운 날씨에 그 사람은 이마는 물론 온 몸에서 연신 땀을 흘렸고, 장군은 옛 부하가 잊지 않고 찾아 준 것에 감동했다. 솔직히 찾아온 사람의 얼굴은 생소했지만 거느렸던 부하들의 이름과 얼굴을 다 기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유야 어떻든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해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돌려보냈다. 그 후 이 사람은 가끔 장군을 찾아와 안부 인사를 하고 간단한 선물을 주고 갔다. 무슨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니요, 청탁도 없었다. 장군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신경 쓰이거나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었다.

 

천 국장이 고향 청년에게 말하는장군을 찾아온 사람은 누굴까? 물론 기차를 타고 가며 천 국장의 지인과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다. 이 사람은 옆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장군의 이름과 과거 및 현재의 근무지를 기억했다가 그를 찾아가 능청을 떨며 관계를 맺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천 국장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이 관계에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청년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국장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사람은 장군에게 아무런 부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장군과 자기의 관계가 이 정도라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 필요하면 상대 사업가 앞에서 장군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장군은 안부전화하는 부하의 인사를 반갑게 받아 준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이 사람에 대한 대우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군대의 힘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당연히 이 사람의 사업은 장군과의 관계로 단계마다 도사린 여러 장벽 앞에서 머뭇거림 없이 진행됐다. 천 국장은 이야기를 마치며 청년에게 말한다. “이런 식으로 내게 접근하는 사람이 많다. 너 또한 이런 종류라는 것을 나는 다 안다.” 더 귀찮게 하지 말고 보따리 들고 나가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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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우dw6784@hanmail.net

    KOTRA 수출전문 위원

    필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증권사 펀드매니저를 거쳐 대우금속 및 대우메탈에서 임원 및 CEO를 지냈다. 그 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초청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시 정부 문화원과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현재 후베이성 상양에 위치한 국신광전실업유한공사 CEO로 재직 중이다. 저서에 <만만디의 중국 고수들과 싸울 준비는 했는가?> <한국인이 바라 본 중국(중국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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