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정책과 효과
Article at a Glance-전략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당시 법 체계는 주주권 보호와 거리가 멀었다. 대주주들이 지배권을 유지하면서도 자본을 용이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시기 독일 기업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명확히 분리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반면 나치정권에서 추진한 법 개정 이후 주주권을 강화하는 조항들이 대거 늘어났지만 오히려 이때 독일 기업들의 소유권은 지배주주들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스웨덴이나 캐나다, 스위스 등의 사례도 단순히 주주권을 강화하는 조항만으로는 소유와 경영 분리를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보다는 정부의 영향력을 줄이고 시장을 글로벌화해서 정책적 투명성을 확보하며 시장의 역할을 활성화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를 논할 때 특징은 일반적인 기업보다는 대규모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언급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 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다 지배주주 경영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모두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다. 한편으로는 소유-지배 간 괴리도가 높으며 최근에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시킬 정도로 순환출자가 증가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단편적인 사례만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판단하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며 대규모 기업집단의 소유-출자구조가 어떻게, 그리고 왜 형성됐는지를 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또한 일률적으로 주주권 보호를 주장하기에 앞서 세계 각국의 소유구조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이 과정에서 주주권 보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파악해야 소유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 사이의 관계를 정확하게 논의할 수 있다. 여기서는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집단의 소유출자구조가 발전해 온 경로와 그 원인을 살펴보고 선진국의 역사적 사례를 통해 주주권 보호와 경영권 보호가 갖는 지배구조상의 의미를 검토하고자 한다.
기업집단 소유출자구조의 변화 추이
사업다각화와 출자구조의 변화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소유-경영분리는 사업다각화에 따른 출자구조의 변화에 원인이 있다. 선진국의 경우 기업의 성장재원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위해 외부 주주들을 끌어들이고 이 과정에서 가족의 소유권이 점차 약해졌던 반면 한국의 대기업들은 정부의 지불보증 및 보조에 힘입어 외자를 유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외부 주주 유치의 필요성이 낮았고 따라서 가족소유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대기업들은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보다는 차입에 의존하는 성향을 보여 왔다. 이와 함께 인수합병의 위협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유지됐기 때문에 계열사를 상장하더라도 지배주주들이 안심하고 소유지분을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는 일이 가능했다.
1970년대 말부터 기업집단에서는 지배주주의 소유지분보다 계열사의 소유지분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런 현상은 기업집단의 규모별로 차이가 있었다. 기업집단 규모에 따라 지배주주의 소유구조 및 계열사의 출자구조 사이에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은 기업집단의 사업다각화와 관련이 있다. 대기업이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 출자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새로운 계열사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사업다각화가 진행될수록 계열사의 지분이 증가한다. 반대로 신규 사업을 위해 새로운 계열사가 기업집단 안으로 편입되면 지배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소유지분은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이런 사실은 계열사의 출자지분과 진출업종 수 사이의 관계를 1970년대와 1990년대에 대해 횡단면으로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5대 그룹은 1970년대에 이미 지배주주의 지분과 계열사 간 지분 사이에 차이를 보였다. 이하 그룹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에 이르면 5대 그룹뿐 아니라 이하 그룹에서도 지배주주들의 소유권이 약해지고 계열사 지분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현상이 점점 확대되면서 30대 기업집단에서도 사업다각화에 따른 소유구조와 출자구조 사이에 차이가 나타났고 5대 그룹이 사업다각화에 성공하며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자 기업집단의 사업다각화에 대해 ‘문어발식 다각화’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1990년대에는 기업집단에 대한 주요 공정거래정책이 ‘업종전문화’라는 목표에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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