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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c Thinking

버려야 얻을 수 있다 전략의 요체는 ‘포기’

허문구 | 159호 (2014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연 매출 1조 원, 순이익 25%를 내는 공연업계의 최강자태양의 서커스는 곡예와 동물 묘기를 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사람들이서커스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임에도 말이다. 태양의 서커스는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명확히 결정하고 따름으로써 뮤지컬, 영화 등에 밀려 쇠락을 길을 걷던 서커스 산업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선택지가 많아져서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는 화만 키울 뿐이다. 변화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인적자원의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다.

 

 

구글 이미지 londontheinside.com

 

태양의 서커스(Cirque de Soleil). 뮤지컬, 영화 등에 밀려 쇠락하던 서커스 산업에서 연 매출 1조 원, 순이익 25%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는 세계 최고의 공연기업이다. 이 회사가 새로운 서커스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서커스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핵심요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로마가 시민에게 제공한 것은 빵과 서커스였다고 할 정도로 서커스의 역사는 오래됐다. 영화벤허의 배경이 된 대전차 경기장 키르쿠스 막시무스(Circus Maximus)는 기원전 6세기에 만들어졌다. 우리가 아는 서커스는 공중그네나 공중사다리, 줄타기와 같은 곡예사의 묘기와 접시 돌리기, 저글링, 자전거·오토바이 묘기같이 도구를 사용한 곡예, 그리고 사자, 호랑이, , 코끼리와 같은 동물 묘기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서커스를 떠올렸을 때 곡예사와 동물의 묘기가 연상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태양의 서커스에는 스타 곡예사와 동물 묘기가 없다. 대신 서커스에 스토리를 더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제공하고 음악과 무용을 통해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클잭슨 임모탈(Immortal), 바레카이(Varekai), 퀴담(Quidam) 등의 공연을 통해 주제와 스토리, 예술성과 감동이 있는 서커스를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인류 역사와 함께했지만 다른 장르에 밀려 추락하던 서커스 산업에서 태양의 서커스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블루오션의 개척, 적극적인 마케팅, 첨단 IT의 활용 등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태양의 서커스 성공의 출발점은 전략적 사고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명확히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스타 곡예사와 동물 묘기를 버린 것이다. 서커스산업의 쇠퇴로 스타 곡예사의 수가 줄어 이들을 섭외하는 데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었다. 더욱이 동물 묘기의 경우 숙련된 동물 조련사와 동물 확보에 따른 비용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단체의 압력과 비난에도 대응해야 했다. 기존 서커스단은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스타 곡예사와 동물 조련사에게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태양의 서커스는 이를 버림으로써 서커스에 스토리와 예술성을 가미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형식의 서커스를 선보임으로써 세계적인 공연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버려야 비로소 얻게 된다는 말을 의미를 직접 보여준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버림의 미학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경영자였다. 잡스는 1997년 도산 위기에 처한 애플의 구원투수로 복귀했다. 1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매킨토시 제품을 며칠간 살펴보며 씨름하다가이건 미친 짓이야하는 생각이 들자 화이트보드로 걸어가 2X2 매트릭스를 그렸다. 한쪽은 일반 소비자(consumer)와 전문가용(pro), 다른 쪽은 데스크톱(desktop)과 휴대용(portable)으로 구분했다. 잡스는 직원들에게 각 사분면에 해당하는 제품을 하나씩만 선택해 총 네 가지 제품에만 주력하고 나머지 제품은 모두 포기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기업도 그렇고 제품도 그렇다고 일갈했다. 처음에 회의적이었던 직원들을 설득한 끝에 잡스는 이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고 결국 도산 위기에 빠진 애플을 구해냈다.

 

왜 매킨토시의 제품 수가 많아지게 됐을까? 스컬리(Scully)와 스핀들러(Spindler)의 시대를 거치면서 애플이 점차 IBM PC에 밀리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애플은제품의 다양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많은 제품으로 인해 비용구조만 높아졌을 뿐 고객의 마음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제품을 다양화하면 소비자의 선택지가 많아져서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가 화를 키웠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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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문구moongoo@knu.ac.kr

    - (현)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 포스코 경영연구소 센터장 역임
    - 포스코 자문위원 역임
    - 한국전략경영학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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