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성장은 매출과 이익의 계속적인 성장이며 모든 경영인의 꿈이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지속 성장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단기적 성공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장기적 성장은 우리 자신의 역량에 달려 있다. 이런 성장 역량으로는 프로세스(Process), 포트폴리오(Portfolio), 필로소피(philosophy), 즉 철학이 중요하다. 지속 성장의 DNA는 세 가지 P와 맞닿아 있다.
우선 성장의 기본은 프로세스다. 프로세스는 기업이 일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일하는 방식은 표준화돼 있을수록 좋다. 프로세스가 표준화돼 있지 않으면 일의 결과가 오락가락하고 기업은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 즉 기본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며 중요한 시기의 프로세스 혁신도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프로세스가 정립되고 표준화되면 조직원들이 자신의 일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 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로세스에 따라 최선을 다하던 글로벌 성장 기업의 직원들은 전문성을 갖게 되고 이후 그 전문성에서 더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향과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지속 성장 기업은 이처럼 프로세스를 표준화·안정화한 뒤에 그에 기반한 혁신이 가능하도록 해줌으로써 조직원들이 단순한 업무에서 좀 더 창조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확보한다. 에디슨이 창업해 100년 이상 성장해온 GE는 이런 프로세스 기업의 롤모델이다. GE가 식스시그마 등 타 기업이 하기 어려운 혁신 활동을 매년 새롭게 해왔던 저력은 든든한 프로세스 역량에 기반한다. 또한 수년 전 금융위기의 어려움에서도 기업 가치를 회복해 내고 있는 힘은 100년간 쌓아온 프로세스 노하우와 혁신의 내공 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성장 DNA로서의 P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의미한다. 사람은 유성생식을 한다. 왜 최고 고등동물인 인간은 하등동물이 하는 무성생식보다 훨씬 비효율적인 유성생식을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유성생식의 최대 장점인 ‘다양한 종자 배출’을 위해서다. 이 다양성은 격변하는 환경에서는 지속적 생존과 성장을 가능케 하는 주요한 동인이 된다. 동일한 종자라면 지금과는 다른 미래의 환경에서 모두 멸망할지도 모른다. 즉 지속 성장 기업은 유성생식 방식처럼 점차 불확실해지는 경영 환경에서 다양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해야만 한다. 휴대폰에서 1등 기업이던 노키아의 최근 몰락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시장을 신규 비즈니스의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실수 때문이었다. 노키아 같은 성공 기업은 어느 순간 자기 자신만이 잘하는 사업에만 집착해 내는 것만이 최고라는 만용에 빠지는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에 빠지곤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기업 중 잘나가는 기업들일수록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서 겸손하게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타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 가지 DNA 중 제일 중요한 철학이다. 일을 잘하는 프로세스와 여러 가능성을 탐색해내는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도 결국에는 본질을 이해해야 영속한다. 얼마 전 최고경영자들과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잘나가는 IT 기업들을 세밀히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우등생이 된 오라클이 특별했다. 특히 오라클 임직원들의 회장 래리 앨리슨에 대한 신뢰 및 충성도는 대단했다. 데이터 관리 분야의 경쟁자를 물리친 비결은 래리 앨리슨의 철학에 있었다. 래리는 소프트웨어는 결국 사람에 관한 것이고 오라클은 어떤 사용자에게도 이로운 어떤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계속 조직원에게 설파하고 있었다. 이런 인간 본질에 대한 오라클의 철학은 래리의 여러 복잡한 사생활 문제를 덮을 만큼 신선하게 느껴진다.
정리하면, 지속 성장에는 ‘어떻게’라는 의문을 풀어내는 ‘프로세스’ 형성과 무엇이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주는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수적이지만 나아가서 비즈니스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대답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는 기업은 오래가기 힘들다. 지속 성장을 원한다면 우리 자신만의 본질에 대한 철학이 있는가를 꼭 반문해 보길 바란다. 왜 우리 기업은 존재해야만 하는가?
이희석 KAIST 경영대학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원장
필자는 서울대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KAIST에서 공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4년부터 KAIST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며 최고경영자과정과 Executive MBA 책임교수 등을 거쳐 현재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원장직을 맡고 있다. 지식경영학회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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