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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Letter

몇 년씩 걸리는 협상도 많다 교착에 빠질 땐 기다려라

최두리 | 157호 (2014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전략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재정적 위기에 처했을 때 경영진과 단원들은 첨예하게 맞서 입장 차를 줄이지 못했다. 이처럼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을 거부할 정도로 갈등이 심각할 때 참고할 만한 이론이여건성숙이론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갈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협상을 바라보는 인식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인식의 변화에 예민하며, 협상 상대방과의 접촉을 유지하고, 리더십의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Solving or not solving - the unsolvable’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2012년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다. 젊은 층을 끌어들이지 못하면서 티켓 판매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임금은 2007년 큰 폭 인상됐는데 이는 경제위기로 오케스트라의 수입과 자산, 기부와 기증에 큰 타격이 발생하기 직전의 일이었다. 단원들은 2009년 임금 협상에서는 양보했지만 2010 10%의 임금 삭감 제안에는 반대했다.

 

2012년 중반 오케스트라는 600만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케스트라 단장이자 CEO인 마이클 헨슨(Michael Henson)은 기부에 의존해 손실을 막으면 결국 조직의 장기적 생존 역량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이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오케스트라 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축소했다. 특히 연주단원들의 임금을 평균 113000달러에서 78000달러로 32%나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단원들은 이 제안을 거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거부했다. 그들은 오케스트라 관련 수치들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당시 진행 중이던 5000만 달러 규모의 연주홀 개조 공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일의 우선순위가 잘못됐으며 경영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단원들이 협상을 거절하자 경영진은 101일 악단의 문을 닫고 연주회를 취소하기 시작했다.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협상가들이 환상에 불과한 목표를 추구할 때 갈등은 오히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고다.

 

2012 10월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단원들은 악단 폐쇄가 철회되기 전까지는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케스트라 이사회는 폐쇄 조치를 철회하면 협상력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이렇게 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몇 개월째 공연이 취소됐다. 몇몇 유명 단원들은 오케스트라를 떠났다. 20134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오스모 벤스카(Osmo Vanska)는 이 분쟁 때문에 112일과 3일에 예정된, 오케스트라가 고대해 온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연주회마저 취소되면 그도 오케스트라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 이사회에 통보했다.

 

5, 오케스트라는 2012/2013 시즌에 예정됐던 남은 공연들을 공식적으로 취소했다. 110년 전통을 가진 오케스트라가 경제적 문제 때문에 영원히 사라지는 미국 최초의 오케스트라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7, 단원들이 여전히 협상을 거부하는 가운데 양측은 전 상원의원인 조지 미첼(George Mitchell)이 그들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는 것에 합의했다. 미첼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임무는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북아일랜드의 평화를 중재했던 미첼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926, 미네소타의 지역 공동체와 재단들이 부단히 힘을 합쳐 168만 달러를 모았다. 그리고 임금 삭감 제안을 상쇄하려는 뜻을 담아 오케스트라 단원 84명에게 각각 2만 달러의 일회성 보너스를 제공했다. 덕분에 단원들의 평균 임금은 104500달러로 당초 경영진이 제안한 32%보다 완화된 17.5% 삭감되는 셈이 됐다.

 

928, 단원들은 공식적으로 이사회의 제안을 거절했다. 카네기홀에서의 공연이 취소됐고, 101일 벤스카가 오케스트라를 떠났다. 이사회 의장은 이 조직의 앞날을 가늠해보기 위해 몇 개월 동안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따지고 들자면 끝이 없다. 경영진은 오케스트라의 재정 파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단원들의 분노를 샀다. 단원들은 경영진과의 협상을 거절해서 불신과 반감을 키웠다. 양측이 갖고 있던 지나친 자신감은 서로 자신이 더 옳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믿도록 만들었다. 또 여기에 강하게 맞서려는 상대방의 의지를 과소평가하도록 했다.

 

매사추세츠 메드포드의 터프츠대 교수 제스왈드 살라쿠제(Jeswald W. Salacuse)는 그의 새 저서 Palgrave Macmillan 출판)>에서 논쟁의 주체들이 아예 관계를 끊어버렸던 상황을 진단하고 무엇이 그들을 다시 불러 모았는지 조사했다. 그는 북아일랜드 내 구교도와 신교도 사이의 충돌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백인과 흑인 사이의 갈등처럼 근세 인류 역사상 가장 다루기 어려웠던 분쟁들이 수년에 걸쳐 맹렬하게 지속됐으며 시기가 무르익어야만 해결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건성숙이론(Ripeness theory)’으로 알려진 학파에서는 무엇이 갈등을 해결로 이끄는지 연구한다. 이 이론을 주창한 윌리엄 잘트만(I. William Zartman)에 따르면 다음 두 조건하에서 갈등이 무르익는다. 첫째, 양측 모두 각자에게 해로운 교착상태에 빠져 있을 때다. 둘째, 양측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을 때다. 협상 참여자들이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여건성숙이론은 다음의 네 가지 방법이 교착상태에 빠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조언한다.

 

인식을 점검하라.

양측이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협상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당신과 상대방의 인식이 현실에 적합한 것인지 지속적으로 평가하라.

 

예를 들어 재무적 분석이 공정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상대방과 공동으로 의뢰하거나 상대방이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인식의 변화를 인지하라.

갈등을 겪고 상대방을 다루는 과정에서 갈등 자체에 대한 당신의 인식이 변할 수 있다. 길고 긴 갈등을 영원한 어려움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유동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현명하다.

 

예를 들어 치열하게 다투면서 이혼 과정을 밟고 있는 부부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녀들을 위해 협조적으로 변할 수 있다.

 

접촉을 유지하라.

살라쿠제에 따르면 갈등의 상대와 접촉을 유지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야 상대방에게 다음의 세 가지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촉구할 수 있다. 첫째, 현재 상대방이 갈등에 접근하는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둘째,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 너무 소모적이라는 것, 셋째,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최소한 상황이 개선되리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만약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경영진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그들은 상대방과의 차이를 서서히 좁혀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리더십의 변화를 이용하라.

분열을 주도하는 한쪽의 리더가 떠나면 갈등 해결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 이런 변화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협상안 또는 조정안을 제안하거나 필요하다면 중재자 또는 제3자를 통해 협상을 진행해보라.

 

만약 상대측의 리더가 의사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된다면 좀 더 협조적인 사람으로 교체해줄 것을 요청해볼 수 있을 것이다.

 

번역|최두리 deard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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