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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하버드로 간 퍼거슨, 변화의 경영을 강의한다

송규봉 | 156호 (2014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혁신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동의어라면 맨유와 알렉스 퍼거슨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혁신을 주도한 것처럼 퍼거슨도 같은 역할을 했다. 퍼거슨 리더십 사반세기 동안 현대 축구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스포츠는 육체활동에서 과학적 분석대상으로 발전했다. 퍼거슨은 주요 포지션에 최초로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초기에 비난을 받았지만 영국리그 우승, FA컵 우승,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 시즌에 달성하면서 비난은 사라졌다. 퍼거슨은 또 구단 내에 스포츠 과학자를 공식적으로 임명했고 GPS 훈련조끼도 도입했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구단을 이끌었다. 그는 또 압도적인 통제력으로 슈퍼스타들을 관리하면서도따뜻하게 감싸는 아버지 같은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를 아버지처럼 따랐던 최고의 선수들이 그의 리더십 성공을 입증하고 있다.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축구 감독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되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하버드대 강단에 선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지난해 은퇴한 명장 퍼거슨 감독을 최고위 과정 교수로 영입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5월 은퇴하기까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 27년간 이끌었다. 그 사이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를 포함, 49차례 우승을 거머쥐며 21세기 최고의 축구 지도자로 선정된 바 있다. 맨유를 세계 최고의 명문팀으로 만든퍼거슨 리더십은 오랫동안 모범사례로 연구토론의 대상이 됐다.

 

축구 감독의 리더십은 연구 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일반 기업의 리더십은 좀처럼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 간혹 특별한 경영리더에 대한 책이 출간되거나 신문방송의 취재를 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스포츠 감독은 경기마다 결과를 통해 리더십을 증명받게 된다. 폭넓은 대중적 관심과 인지도가 보태진다. 자주 언론에 노출되니 어떤 분야보다 통계와 자료가 풍부하다. 누구나 연구할 수 있고 누구나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월드컵 결승전의 시청자는 얼마나 될까?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2010년 결승전을 지켜본 나라는 모두 204개국에 시청자 수로 따지면 8억 명이 넘는다. 그간 월드컵 누적 시청자 수는 260억 명을 넘어선다. 축구는 지구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스포츠다. FIFA UN(국제연합)이나 IOC(국제올림픽위원회)보다 많은 209개 나라를 회원국으로 보유하고 있다.1

 

월드컵을 맞아 축구와 리더십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경영에서 리더십만큼 자주 언급되는 단어도 드물다. 그럼에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리더십 연구의 권위자 워런 베니스(Warren Bennis)는 리더십에 대한 정의만 850가지가 넘는다고 했다.2 리더십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우리는 좋은 리더에 목마르다. 리더십은 전수할 수는 없어도 배울 수는 있다. 피터 드러커가 남긴 말이다. 리더십은 배우려고 노력할 때에만 얻을 수 있다는 뜻이리라.

 

2014년 월드컵 세 번째 경기는 세계 축구팬을 놀라게 했다. 이전 대회 챔피언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 스페인을 네덜란드가 크게 이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경기에 나타난 감독의 용인술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살펴보려 한다. 감독의 구상과 리더십이 경기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지 보려 한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감독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미완성이다. 아직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표를 남긴 축구 감독에 대해서 좀 더 깊게 들여다보려 한다. 맨유의 다른 이름, 알렉스 퍼거슨에 대해서다.

 

유지와 교체의 리더십

스페인은 처참하게 침몰했다. 2010년 월드컵 챔피언이었던 스페인은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 51로 참패했다. 4년 전 세계를 정복한 스페인 함대의 선장 델 보스케 감독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4년 만에 다시 열리는 월드컵에서 지난 대회의 최종 승자는 도전자 네덜란드의 전략, 스피드, 용인술에 완패했다.

 

델 보스케(Del Bosque)는 최초의 감독이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컵, 월드컵, 유로컵 3개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모두 경험한 감독은 이제껏 없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었던 델 보스케 감독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후 2010년 남아공월드컵 우승에 이어 2012년 유로컵도 들어올렸다. 델 보스케는 자신의 축구 전략을 ‘3P’라고 강조한 바 있다. 3P는 압박(Pressing), 점유(Possession), 심오함(Profundity)의 영어 첫 글자로 이뤄진다.

  

네덜란드의 감독은 스페인의 3P 축구를 완전히 해체했다. 이번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은 루이스 반 할(Louis van Gaal) 감독이 이끌고 있다. 네덜란드 아약스, 스페인 FC 바르셀로나,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독일 FC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거쳐왔다. 반 할 감독은 스페인의 압박은 헐겁게, 점유는 무기력하게, 심오함은 불가하게 만들었다. 반 할 감독의 전략은 세대 교체와 스피드 두 가지로 압축된다.

 

2014년 월드컵에 출전한 32개 국가 중 스페인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7번째로 높은 28.3세를 기록했다. 네덜란드는 26.5세로 27번째다. 2010년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25.9, 네덜란드는 26.8세였다. 4년 사이 스페인 대표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세 살가량 늘었고 네덜란드는 좀 더 젊어졌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세대 교체에 있다. 스페인은 2010년 승리팀의 주축을 70% 유지하고 30%만 변화를 선택했다. 23명 중에서 16명을 재기용한 것이다. 네덜란드는 2010년 출전팀에서 16명을 교체했다. 스페인은 70% 유지를 선택했고 네덜란드는 70% 혁신을 추구했다.

 

최근 스페인 축구는 모든 경쟁국과 경쟁클럽으로부터 도전받기 시작했다. 스페인 축구를 지휘한 최고 감독들이 다른 나라와 다른 클럽으로 영입되며 도전은 더욱 거세졌다. 그 사이 스페인 축구는 뻔해지고 도전자들의 승리횟수는 늘어났다. 스페인은 결국 이어진 경기에서도 패배해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아직 월드컵 최종 결승전에서 누가 승리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네덜란드의 대승은 변화의 리더십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사진 1 2014년 월드컵 네덜란드전의 델 보스케 감독

 

 

준비된 각본-우연은 없다

두 골을 넣은 네덜란드의 로빈 반 페르시는 스페인전의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동점골을 터뜨리자 경기장 절반을 가로질러 반 할 감독에게 달려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 득점은 반 할 감독의 것이다. 경기양상은 그가 예측한 대로 정확하게 흘러갔다. 첫 번째 득점도 몇 주 동안 연습했던 그대로였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승리 비결이다. 스페인 축구는 낱낱이 예측됐고 결정적 대비책은 반복연습을 통해 선수들에게 각인됐다. 현대 축구에서 우연은 없다.

 

반 페르시와 반 할 감독의 하이파이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월드컵이 끝나면 이 두 사람은 영국 프로축구단 맨유에서 다시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퍼거슨 은퇴 이후 맨유의 위상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매년 영국 프리미엄 리그(EPL)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맨유는 순위 7등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27년 동안 맨유를 이끌어온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빈자리는 예상대로 너무 컸다. 맨유가 선택한 해법은 반 할 감독이다. 다음 시즌 맨유의 실험 결과가 궁금하다.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뺄셈과 덧셈 사이에 있다. 선수들이 가진 역량마저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뺄셈 리더다. 선수들의 역량을 최고로 증폭시키면 덧셈 리더다. 똑같은 팀을 가지고 누구는 우승을 하고 누구는 중위권으로 밀린다. 어쩌다 한 시즌 반짝 우승을 하고는 내리막을 걸어가는 감독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감독을 주목하게 된다.

 

사진 2 2014년 월드컵 네덜란드 대 스페인전, 반 페르시와 반 할 감독의 축하장면

 

AFP/Getty Images

 

사진 3 알렉스 퍼거슨 감독

출처: 위키피디아

 

사람으로 미래를 대비하다

알렉스 퍼거슨이 처음 감독으로 임명된 1986년 맨유의 상황은 2부 리그로 강등될 처지였다. 퍼거슨은 맨유의 경기, 시즌, 선수단, 구단 전체를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2013 <포브스>지에 의하면 지구상에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 구단 최상위에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영국의 맨유가 1·2위를 다툰다. 브랜드 가치에서 한화로 33000억 원과 31000억 원 차이로 박빙이었다.

 

2부 리그 강등 위기의 구단을 지구상 최고로 만든 비결에는 유소년 축구단이 있다. 퍼거슨은 어린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그 어느 감독보다 안목이 깊다. 장래성 있는 유소년 발굴에 힘쓰고, 선수들을 위한 시설에 최고의 투자를 하고, 실무자에게 전권을 위임한다. 맨유의 소속 선수는 3분의 2가량이 유소년 클럽에서 보충한다. 유소년 클럽에서 성장한 선수는 막대한 이적료가 필요치 않다. 그리고 강력한 충성심을 확보할 수 있다.

 

퍼거슨은 한때 부둣가에서 맥줏집을 운영했다. 그 덕분일까? 퍼거슨은 구단 경영에 관해 탁월한 기여도를 보였다. 맨유 구단의 수익구조는 경기수익, 중계권료, 마케팅 수입으로 구성된다. 유럽축구 구단의 70%가 적자로 고생하고 있을 때 맨유의 구단재정은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어린 유망주를 확보해 최고 수준의 선수로 성장시켜 이적시장에서 막대한 차익을 확보한다. 여분의 재정력을 가지고 선수와 구단시설에 재투자했다.

 

퍼거슨 리더십의 핵심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초점을 유지한 것에 있다. 유소년 축구단을 운영하는 것을 단지 재정적 측면이나 충성심 확보 차원으로 가벼이 볼 수 없다. 퍼거슨이 처음 부임했을 때 맨유 선수 중에 24살 아래는 오직 한 명밖에 없었다. 단기 성과에 주눅든 감독은 증명된 경력 선수를 선호한다. 심지어 자신이 있던 팀에서 검증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다. 그렇게 한 시즌은 넘어갈 수 있지만 지속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퍼거슨은 선수들을 30세 이상, 23∼30, 23세 미만 세 그룹으로 구분한다. 매년 선수층 구성에서 노··청의 조화를 추구한다. 보통의 감독들도 이런 구상은 할 수 있다. 퍼거슨은 단지 노··청의 조화만을 추구하지 않고 3∼4년 후에도 최고의 팀을 유지하기 위한 대비를 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미래에도 최고의 구단이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꾸준히 대비했다.

 

과학적 분석으로 도약하다

현대 축구는 과학기술과 동행하고 있다. <사진 4>는 소니 영국 지사에서 개발한 축구 데이터 추적시스템의 자료 화면이다. 축구 운동장 상단 곳곳에 고속카메라를 설치하고 경기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컴퓨터 화면에서 선수, , 심판의 움직임이 모두 데이터로 기록된다. 축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격, 미드필더, 수비에 관한 점유율을 분석하고 뺏은 위치와 뺏긴 위치에 관한 자료만을 가지고도 경기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실전에서 데이터 분석은 훨씬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데이터 분석의 핵심요소는 공의 위치(Position of the ball), 골문까지의 거리(Distance to goal), 공격선수와 방어선수의 위치, 숫자, 속도에 관한 사항이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골을 얻을 수 있는 유효 슈팅 확보에 있다. 2단계 분석은 위치, 거리, 속도에 운동성이 추가된다. 주로 다섯 가지를 챙긴다. 공격 시 공격수와 공의 속도, 패스의 거리, 공격수와 수비수의 숫자, 공격공간 확보, 축구장의 구역별 통계가 분석된다.

 

사진 4 축구 데이터 추적시스템 실시간 분석화면

출처: Sony Professional UK3

 

최근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득점과 연결된 패스는 평균 11.4초가 걸린다. 이는 공격실패로 귀결된 연결패스의 평균 속도 14.53과 비교할 때 3.13초 더 빠르다. 스피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선수가 패스를 받아 소유하는 시간을 살펴봤다. <그림 1>은 영국 스포츠 데이터 분석 전문기관 프로존(Prozone)의 공개 세미나 발표자료를 재구성한 것이다. 골로 연결된 패스는 선수 당 평균 1.08초 동안 공을 소유하는 데 비해 득점에 실패한 패스는 1.97초였다. 득점을 낳는 패스의 특징은 전체 시간과 보유시간이 짧다. 그래야 수비진영을 뚫고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경우 구단 실무진에는 감독, 코치, 의료진, 심리상담사, 전력분석관까지 포함된다. 볼턴과 같은 중하위팀에도 16명의 분석관이 있다. 선수 기량, 팀 경기력, 유소년 선수의 성장 과정도 기록으로 관리된다. 기록 분석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4  2013∼2014년 시즌에서 영국 리그에서 우승한 맨체스터시티에는 전력분석실이 세 팀으로 구성된다. 공격력 분석팀, 방어력 분석팀, 유소년 분석팀으로 세분화돼 있다. 전력분석은 세분화, 전문화, 대형화의 길을 걷고 있다.

 

퍼거슨은 기록과 분석이 몸에 배인 리더다. 퍼거슨은 스물두 살 이후 감독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는 자신이 출전한 모든 경기의 사전 훈련 프로그램과 경기내용을 기록해왔다.5 20대부터 습관이 된 기록과 분석작업은 평생 리더십의 자산이 됐다. 일흔하나의 나이에 은퇴를 했으니 50년 동안 기록하고 분석하며 리더십을 쌓아왔다. 퍼거슨은 감독으로 보낸 하루하루가 배움의 과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림 1 영국 프리미어 리그 득점상황분석-수비수와 평균 볼터치 시간의 상관관계6

 

GPS와 비타민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동의어라면 맨유와 알렉스 퍼거슨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혁신을 주도한 것처럼 퍼거슨도 같은 역할을 했다. 퍼거슨 리더십 사반세기 동안 현대 축구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스포츠는 육체활동에서 과학적 분석 대상으로 발전했다. 선수는 한 명의 개인이 아니라 구단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구단은 주먹구구식 관리에서 브랜드 경영이 필요한 규모로 성장했다.

 

퍼거슨은 1990년대 중반부터 주요 포지션에 최초로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골키퍼, 공격수, 수비수 포지션마다 2∼3명끼리 경쟁을 붙인 것이다. 당시에는 엄청난 비난과 공격을 받았으나 퍼거슨은 밀어붙였다. 퍼거슨에 대한 언론과 축구전문가들의 비난은 1998∼1999년 시즌부터 줄어들었다. 맨유가 트레블(Treble)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트레블은 영국리그 우승, 영국축구협회컵(FA Cup) 우승, 유럽챔피언스리그(UEFA) 세 가지를 같은 시즌에 얻는 것을 말한다. 이제 포지션 경쟁시스템은 전 세계 대부분의 프로 축구단에서 보편화됐다.

 

사진 5 축구선수를 위한 GPS 훈련조끼 자료화면

출처: VX Sport 홈페이지7

 

퍼거슨은 구단 내에 스포츠 과학자를 공식적으로 임명했다. 스포츠 과학자의 요청으로 영국 구단 중 최초로비타민D 부스를 도입했다. 흐린 날이 많은 영국 맨체스터 지역의 날씨 때문에 선수들은 햇볕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전 세계 서로 다른 기후대에서 성장하고 활동하는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 실내에비타민D 부스를 설치했다.

 

퍼거슨이 최초로 도입한 것들은 훨씬 더 많다. <사진 5>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상 훈련에 GPS 훈련조끼를 도입했다.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다.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하기 어렵다. 최초로 선수들의 시력을 측정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검안사를 실무진으로 들였다. 유연성을 늘리고 피로회복을 돕기 위해 요가 전문가도 영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축구의료진을 별도로 확보해 구단 내에서 진단, 수술, 회복, 물리치료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조선소 노동자의 아들이었던 퍼거슨의 첫 직업은 연장을 만드는 철공소 노동자였다. 공장을 다니며 주말에는 축구선수로 뛰었다. 그의 축구사랑은 노동과 노동 사이에서 만들어졌다. 퍼거슨은 근면하고 단순한 것을 사랑한다. 감독 시절 대부분 7시에 출근했다. “저는 기회가 날 때마다 선수들에게 말합니다. 노력하는 것도 재능이라고요.” 선수를 발전시키는 것은 훈련이라고 확신한다. 실전은 준비한 것을 확인하는 일종의 공연무대와 같다고 생각한다.

 

퍼거슨은 팀과 구단을 의사결정의 기준에 둔다. 팀 위에 군림하는 개인은 존재할 수 없다.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이 팀이라는 무대 위에서 연주되기를 바랐다. 당연히 지휘자는 퍼거슨이다. 그렇기 때문에 퍼거슨은 지휘자의 통제를 거부하는 누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압도적인 통제력이 있어야 지구상에서 가장 개성 강한 30명의 슈퍼스타들을 통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퍼거슨 리더십의 반대편에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있다. 안첼로티 감독이 영국 첼시의 감독으로 있을 때였다. FA컵 결승전에서 11명의 최종 선발의 이름을 불러준 다음, 그들에게 경기 전략을 알아서 짜라고 내버려둔 것이다. “각자 한 가지씩 말하더군요. 그 시즌에 내가 60번의 작전 지시를 했었죠. 그 정도면 선수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이해했을 거예요. 선수들이 직접 전략을 짜니까 자기들이 짠 전략을 잘 따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날 승리로 안첼로티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우승에 이어 FA컵도 따냈다.

 

안첼로티는 그만의 방식으로, 퍼거슨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수들을 이끈다. “축구 감독으로 당신은 다른 상황에서 다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가끔 당신은 의사, 선생님, 아버지의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언제 의사로 등장하고 어떤 상황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일 것인가? “관찰은 제가 생각하는 감독직의 마지막 구성요소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선수 훈련을 수석 코치에게 위임한 후부터 퍼거슨은 그라운드에서 빗겨나 선수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또 관찰했다.8

 

선수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선수들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특히 한 명 한 명의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 열정적인 태도가 만들어지는가 살핀다. 그가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 분석한다. 네덜란드에서 활약하고 있던 박지성을 발탁하기 위해 퍼거슨은 경기장에 망원경을 들고 나타났다. 퍼거슨이 박지성에게서 주목한 것은공간이해력이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공격과 방어에 필요한 공간 창출력이 뛰어났다. 한발 물러서 찬찬히 선수들의 가능성을 살폈다.

 

불과 14살이었던 라이언 긱스를 찾아간 퍼거슨은무슨 일이든 의논할 일이 있으면 찾아와라. 단순히 축구와 관련된 일이 아니어도 좋다. 나를 아버지로 생각해라며 먼저 다가갔다. “이런 행동들이 바로 퍼거슨이 선수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그 선수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려고 노력하는 모습니다. 진심은 통한다고 하지 않는가.” 라이언 긱스는 말한다.9  14살에 퍼거슨과 인연을 맺은 긱스는 이제 마흔이 됐다. 선수와 감독이 아니라 축구에 관한 한 부자지간이 됐다. 퍼거슨은 그렇게 돈으로 살 수 없는 인간적 신뢰를 구축했다.

 

군주에서 지휘자까지

CEO 리더십에도 세대차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주요 기업의 CEO를 세대 개념으로 분석했다. 1세대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제국건설형리더십이다. 기업가정신의 표상으로 아이디어 하나만을 가지고 제국을 완성한 창업주들이 보여준 리더십이다. 2세대는 창업주가 사라진 자리에 등장한 수많은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해결사형리더십이다. 3세대는 창업주와 같은 비전을 가졌지만 임직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북돋아 성과를 창출하는재즈악단 지휘자형리더십이다.10

 

리더십을 세 가지로만 구분할 수 있을까? 우리는 리더십에 대한 정의만 850가지가 넘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동일 인물 안에서도 다양한 리더십 덕목이 이질적으로 섞여 있다는 것도 안다. 퍼거슨에게는 맨유를 전혀 새로운 구단으로 탈바꿈시킨제국건설형덕목이 엿보인다. 동시에 구단 내부에 쌓여온 오래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간해결사형기질도 볼 수 있다. 코치진, 의료진, 분석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진을 구성하고 개성 넘치는 선수들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대목에서는지휘자형의 면모도 드러난다.

 

리더의 특징에 대한 가장 중요한 증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따르는 사람이다. 그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 누가 무엇을 따르는지 보면 알 수 있다. 리더가 중용한 사람들을 살펴보고 따르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다. 따르는 사람들은 리더의 부름에 응답한 사람들이다. 리더는 아무나 부르지 않고 따르는 사람도 아무에게나 화답하지 않는다. 그래서 리더(leader)와 팔로어(follower)는 공동운명체이다.

 

리더와 팔로어가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내는 것이 성과다. 그렇기에 리더십의 요체는 유형분류도, 단지 따르는 사람의 숫자도 아니다.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내는 사람과의 결합력이다. 새로운 비전과 위엄이 필요할 때는 제국을 건설하는 군주처럼,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때는 뛰어난 해결사처럼, 저마다의 개성과 장점을 취해 탁월한 성과를 만들 때는 지휘자처럼 이끌어야 한다.

 

경기가 끝나면 퍼거슨은 자신의 사무실에 상대팀 감독을 초대해 와인잔을 부딪히며 대화를 나눴다. 때론 패자에게 덕담과 격려를 나누고, 때론 적장의 전략과 철학을 경청했다. 감독 말년에 퍼거슨은 자신의 생애 처음으로 클래식 공연에 다녀왔다.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의 공연에서음악이 시작되고 끊기고 다시 이어지는 과정에서 악기들과 성악가 사이의 협력과 팀워크에 대해 감명받았다고 고백한다. 퍼거슨이 축구팀을 오케스트라처럼 운영하고 싶다고 새롭게 생각을 바꾸게 된 경험담이다. 일흔의 나이에도 새로 시도했다.11

 

퍼거슨은 열렬한 독서가다. 먼저 자신이 새로운 영감으로 충만해야 선수들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뛰어난 후배 감독들에게 귀를 열고, 책에 눈을 열고, 선수들에게 마음을 열어 27년의 감독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자신이 가장 잘한 것은 무엇인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의 인터뷰에서변화를 경영한 것이다. 최고의 선수들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럽 최고의 훈련환경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변화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누구든 탁월한 리더들은 변화 속에 성과를 만들어낸다.

 

송규봉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과학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 송규봉 송규봉 | - (주)GIS United 대표
    -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
    - 와튼경영대학원, 하버드대 GIS연구원
    mapinsite@gisut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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