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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마케팅

新기술 강조해도 무덤덤! 스토리로 터치하면 감동이 물밀 듯…

곽준식,손영화 | 156호 (2014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마케팅

소비자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은?

체험을 공유하라

말리부는 실제 사고를 당한 차주가 등장해 사고 원인을 소개하는 영상으로 안전성을 강조했다.

내재된 드라마를 발견하라

박카스는 각자 내가 제일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드라마로 엮어 피로회복제라는 정체성을 강조했다.

참여를 유도하라

CJ는 생수를 사면서 바코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구조로 소비자 참여를 이끌었다.

디테일로 승부하라

한 자선단체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소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도시 전체가 세밀한 부분까지 참여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매년 수많은 신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는데 그중 70∼80%가 실패하는 이유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제품의 상당수가 기술력을 앞세워 새로움을 강조할 뿐 고객을 깊이 이해하지 않고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다. 세그웨이(Segway)와 아이보를 대표 사례로 들 수 있다. 2001년 한 제품이 공개됐을 때 세상은 그 제품에 대해 “PC, 인터넷보다도 위대한 신비의 발명품” “미래 자동차를 대체할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라고 극찬했다. 바로세그웨이’다. 그런데 이 제품이 정작 2002년 시장에 출시됐을 때 18개월 동안 판매된 수는 겨우 6000대에 불과했다. 일본 소니의 로봇 강아지아이보를 보자. 1999년 출시된 아이보는기술 소니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감정을 표현하고, 노래를 부르고, 주인 얼굴을 인식하고, 1000개 이상의 단어를 말하는 등 실물 강아지와 비슷한 기능이 계속 추가되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2006년 소니가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두 제품이 출시 초기 찬사를 받다가 얼마 못 가고 결국 자취를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와의 공감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세그웨이는 탑승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균형 메커니즘이 적용된 1인용 전기 스쿠터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도 투자할 만큼 혁신적인 제품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2∼6시간의 짧은 배터리 지속기간, 도난 위험, 애매한 위치(도로에서 타기에는 느리고 인도에서 타기에는 빠름) 등의 단점이 있었고 무엇보다 세그웨이를 타는 모습이 소비자가 보기에 멋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구매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아이보의 경우 언론의 관심과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았으나 2000달러에 달하는 가격이 대중화를 막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소비자들은 지능이 업그레이드되지 않는 고철 강아지에 2000달러를 지불할 의사가 없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기술은 시장 창조의 도구일 뿐 결국 시장을 창조하는 것은 소비자의 공감이라는 점이다. 공감은 감정적으로 잠시 나타나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을 모방하게 하고, 직접 움직이게 만들며, 나아가 사람들의 감정과 태도를 주변에 전염시키기도 한다. 또한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움직이도록 만들기 때문에 실행력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폰 바렌(Von Barren) 연구팀은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가 고객의 주문을 따라하는 행위가 팁에 주는 영향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고객이 주문할 때 웨이트리스가 아무 말 없이 주문을 받아 적기보다는 고객이 한 말을 반복해서 주문을 확인시켜 줄 때 더 많은 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이 한 말을 반복하는 이 단순한 행위가 고객의 마음속에 대접받고 있다는 점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웨이트리스의 입장에 공감하는 마음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공감과 관련해 기업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기업이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를 얼마나 이해하고, 소비자와 같은 생각을 하며, 소비자가 겪는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느냐다. 이는 소비자가 해당 기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인지하며 정서적으로 유대감을 갖는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즉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문제는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공감하고 있느냐와 순환구조로 연결된다. 그중에서도 기업 마케팅의 주축은 소비자의 공감을 최대한 이끌어내서 제품의 매출이나 기업 인지도 등을 높이는 영역일 것이다.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고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공감의 4가지 요소(인지, 정서, 표현, 행동)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 1 공감 마케팅의 4가지 요소

 

인지적 요소

체험을 공유하라

예전에는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百聞不如一見)고 했지만 지금은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체험해보는 것이 낫다(百聞不如一驗)고 해야 할 것이다. 시식, 시음, 시용 등 소비자의 체험을 유도하는 기업 활동이 많아진 것도 사람은 들은 것의 10%, 읽은 것의 30%, 본 것의 50%, 체험한 것의 90%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감을 증폭시키는 첫 번째 요소는 인지적 측면의 것으로 체험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체험은 스스로 그 제품 또는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공감을 효과적으로 불러올 수 있는 매개체다.

 

체험한 소비자는 자신만의 경험을 혼자만 지니지 않는다. 자신의 것으로 남은 기억과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공유한다. 소비자의 체험담을 전달해 제품에 대한 신뢰와 친근감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테스티모니얼 마케팅(Testimonial Marketing)이라고 한다. 테스티모니얼이란호감의 표현또는추천서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것이 마케팅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소비자가 직접 사용한 후 제품의 특징이나 장점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증언마케팅 또는 증언광고라고도 불린다. 아무래도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기 때문에 신뢰와 친근감을 쉽게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주로 과장된 표현보다는 자신의 느낌을 친구들과 대화하듯 담담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말리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말리부는 실제 사고를 당한 차주가 등장해 사고가 난 원인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큰 부상 없이 안전할 수 있었는지를 증언하며누군가의 기적, 누군가의 믿음을 말리부는 안전이라 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실제 사고를 경험한 사람이 광고를 보는 수많은 사람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제품의 특징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공감을 부르는 대표적인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올인원 PC가 일반인 소비자 체험단의 경험을 바탕으로싱글 편’ ‘신혼 편’ ‘가족 편으로 제작한 광고도 참고할 만하다. 이 광고에는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들이 이 PC를 직접 사용하며 느낀 점이 영상으로 담겼다. 이를 통해 잠재적 구매자인 일반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정서적 요소

내재된 드라마를 발견하라

전설적인 광고인으로 꼽히는 레오 버넷(Leo N. Burnett)은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내재된 드라마(inherent drama)’라는 개념을 주창한다. 제품 자체에 숨어 있는 비밀(내재된 드라마)을 발견해서 그것을 과장하지 말고 솔직하고 다정스럽게 묘사(common touch)하면 메시지 수용자들이 광고에 대한 정감과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들을 드라마틱한 표현을 통해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수 브랜드 중에는 자신만의 드라마를 갖고 이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많다. 동아제약 박카스는 최근대한민국에서 ○○○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광고를 했다. 이 스토리 시리즈의 기본 골격은내가 처한 현실이 다른 누구보다도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사표를 내고 싶어 하는 직장인, 그 직장인을 보며 부러워하는 취업준비생, 누워서 TV 보는 취업준비생을 부러워하는 이등병, 그 이등병을 부러워하는 직장인의 모습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등장한다. 그리고풀려라 4800, 풀려라 피로!’라는 카피가 나오며 마무리된다. 이 광고는 팍팍한 현실에서 힘들어하는 대한민국 일반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박카스라는 제품이 가진 특징(피로회복제)을 그 브랜드만의 드라마로 연결시켰고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한번쯤 해봤을 에피소드(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다는 생각)를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하면서 큰 공감을 얻었다.

  

 

공감 관련 연구들이 주는 시사점

공감은 의식적이고 인지적인 과정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자동적이며 비의식적인 과정을 통해서도 일어난다.공감이라는 개념의 정확한 정의에 학자들 간 합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이라는 서로 다른 공감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가 이뤄지고 있다. 인지적 공감이 타인의 위치에 자신을 대입하고 타인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인 데 반해 정서적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친구가 이별한 이야기를 들으며 친구의 입장에 서서 친구가 느낄 감정을 생각해 보는 것은 인지적 공감이다. 의도적이며 추론적인 과정이 개입된다. 이에 비해 정서적 공감은 자동적이며 비의식적으로 나타난다. 짜증난 표정의 사람을 보면 기분이 나빠진다거나 활짝 웃는 사람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는 현상을 정서적 공감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Hatfield, 2000).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서로 다르다.정서적 공감은 유아기 때부터 나타나지만 인지적 공감은 아동기 또는 청소년기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므로 정서적 공감이 인지적 공감보다 먼저 발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서적 공감 능력은 설치류와 조류에서도 관찰되지만 인지적 공감 능력은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와 성인이 된 인간에게서만 나타난다.

 

다른 사람의 정서를 느끼는 것은 인간의 사회적 연결을 형성 및 유지하도록 돕는다.다른 사람의 정서를 느끼는 것은 잠재적 기회나 위협에 효과적으로 반응하게 할 뿐 아니라 타인의 생각, 의도를 예측하게 하고 연대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공감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이타적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내 행동의 결과로 다른 사람이 느끼거나 처하게 될 상황을 미리 생각해보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감은 우리의 삶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지배하는 일종의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는 TV 광고 속 인물들과 정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일반적으로 기업이 광고를 만들 때 소비자의 정서적 상황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 전달에 주력할 때가 많다. 광고심리 영역에서도 소비자 공감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으며 개인적이며 관계 중심적 과정인 공감이 일대다(一對多) 구조를 지닌 광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TV 광고 속 인물들과 정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맺는 것과 유사한 상호작용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최양호·김봉철, 2006).

 

모델의 얼굴표정은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는 대표적 광고 요소다.사람은 자세나 목소리 톤, 제스처 등으로 정서를 표현한다. 정서 표현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며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얼굴 표정이다. 정서 연구가인 Ekman은 얼굴 표정 연구를 통해 기본 정서를 추출하고 표정을 보면 다른 표현에 비해 특정 정서를 다른 정서와 헷갈림 없이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광고에서도 특정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모델의 얼굴 표정이다. 즉 모델의 정서가 표현된 얼굴 표정이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광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의 정서적 공감경험을 더 잘 이끌어내는 것은 부정적 정서의 광고가 아니라 긍정적 정서의 광고다.소비자가 광고를 볼 때도 모델의 얼굴 표정에 먼저 시선이 간다. 사람들은 모델의 얼굴 표정을 보면 자동적으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정서를 느낀다. 몇몇 연구들은 정서의 친숙성과 유쾌함의 정도에 따라 정서 경험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Duan(2000)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더 친근하고 더 유쾌한 정서를 느끼기 쉽다고 했다. 사람들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에 대한 경험, 기억 등을 많이 갖고 있고 부정적 정서보다 긍정적 정서를 느끼기를 원하기 때문에(최관신, 2003) 부정적 정서보다 긍정적 정서를 더 잘 경험하고 표현하며 지각한다(Gong, 2007). 따라서 같은 강도의 정서가 표현된 광고에서 긍정적 정서의 광고가 부정적 정서의 광고보다 소비자의 정서적 공감 경험을 더 잘 이끌어낼 것이다(성영신 등, 2007). 이처럼 정서적 공감은 인지적 공감에 선행해 나타난다. 모델의 얼굴 표정이 긍정적 정서를 나타내는지, 부정적 정서를 나타내는지에 따라 발생한 긍정적/부정적 정서는 정서적 원인에 대한 인지적 처리에 영향을 준다. 즉 해당 광고에 대해 발생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정서는 광고에 등장하는 제품 정보를 받아들여 해석하는 인지적 공감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인과성 있는 스토리가 공감을 자극한다. 인지적 공감은 앞서 설명했듯 타인의 역할이나 관점을 취해보는 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Escalas Stern(2003)은 공감 경험을 이끌어내기 위해 스토리를 사용했는데 여기서 핵심은 인과성이다. 이들은 인과성 있는 스토리를 특징으로 하는 드라마 광고와 나열된 일화만을 담고 있는 삽화적 광고에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에게 총 8가지의 광고를 보게 했다. 8가지 광고 중 4가지는 스토리를 가진 드라마 형식의 광고였고 다른 4가지는 단편적인 이미지로 구성된 삽화적 광고였다. 광고를 보여주기 전에 설문을 통해 해당 광고에 등장하는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사전 태도를 조사했다. 광고를 본 후 동감(sympathy)과 공감(empathy) 정도 및 광고 태도를 측정하고 이를 사전에 측정한 태도와 비교했다. 분석 결과 소비자는 드라마 형식의 광고를 볼 때 훨씬 강한 동감 또는 공감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것은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태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드라마 광고의 인과성 있는 스토리가 소비자를 모델의 행위에 빨려 들어가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삽화적 광고가 이 실험에서 측정하지 않은 다른 측면에 대해서도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공감 대상(모델)의 정서가 발생하게 된 사건이 가진 인과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논리에 설득당하도록 만들고 이를 통해 공감 대상의 정서를 추론하거나 자신이 그 상황에 처했다면 느끼게 될 정서를 상상하게 하는 단서로 작용한다(Neumann.Strack, 2000). 다시 말해 타인이 느끼는 정서가 어떤 사건에서 발생했는지 그 상황에 대한 묘사와 원인에 대한 정보는 사람들의 인지적 공감을 돕는다.

 

행동적 요소

참여를 유발하라

2004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리사이클뱅크의 사례다. 이 기업은 쓰레기 재활용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회원들에게 무인정보인식장치(RFID) 칩이 부착된 재활용 쓰레기통을 보냈다. 재활용 쓰레기를 이 통에 넣으면 자동으로 그 양이 계산돼 동네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적립되는 구조였다. 이 아이디어 하나로 리사이클뱅크는 창업 9년 만에 400만 명가량의 회원을 확보했다. 아울러 지역별로 쓰레기 재활용 비율을 15∼100%로 높일 수 있었다. 이처럼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창출하는 공유가치 창출(CSV) 또는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렇게 대의적 목표를 내세우고 고객이 직접 참여하게 하면 공감을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

 

과거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1984년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젝트를 마케팅 활동과 연계해 고객이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 신규 가입할 때는 1달러의 성금을 자유의 여신상 복원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통해 이 카드사는 카드 사용량 28%, 신규 회원 17% 증가라는 효과를 얻었고 총 170만 달러에 달하는 보수공사기금을 모았다.

 

또 다른 예는 CJ. CJ미네워터를 출시하면서미네워터 바코드롭이라는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고객이 음료를 구매하면서 용기 위쪽의 바코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모인 자금을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구조였다. 이 프로모션을 통해 CJ는 유니세프에 13200만 원을 전달했고 아프리카에 깨끗한 식수 162만 톤을 제공했다. 일방적 기부나 사회공헌 방식을 넘어 고객과 함께하는 활동을 추진하면 소비자의 공감을 높이고 기업의 매출 증대 및 이미지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인증샷 마케팅도 좋은 방법이다. 인증샷 마케팅은 제품 구매자가 구매를 입증할 수 있는 사진을 올리도록 해서 자사 제품의 직접적인 구매를 독려하고 SNS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기 위한 방법이다. 시티은행은 원더풀 등산통장을 출시하면서 1000m 이상 산봉우리에 올라 인증사진을 찍어오면 금리를 올려주는 행사를 했다. LG U+는 졸업과 입학 시즌을 맞아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학교나 기부단체에 교복을 기증하고 인증샷을 찍어 보여주면 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교복기증 인증샷 이벤트를 실시해 참가자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고객은 언제 제품 가치를 가장 높게 매길까?

판매자에 대한 호감이 제품 평가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Howard Gengler 2001년 연구를 소개한다. 이들은 실험에 참여하는 사람 중 절반은 sender, 다른 절반은 receiver로 나눠 둘씩 짝을 지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sender 혹은 receiver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러시아의 고가 예술품을 소개했다. 그리고 추첨을 통해 일부에게 이 예술품 또는 코카콜라 한 박스를 상으로 준다고 설명했다.

 

sender receiver를 각각 다른 방에 들어가게 한 후 추첨을 진행했다. 먼저 sender 중 절반은 당첨되도록 해서 예술품을 받게 했다. 나머지 절반은 꽝이었다. receiver 중 절반은 당첨되도록 해서 코카콜라를 받게 했다. 나머지 절반은 꽝이었다. 이때 꽝을 뽑은 receiver들에게 당신의 짝이 코카콜라에 당첨됐는데 그것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며 코카콜라를 나눠준다. 이는 해당 receiver들이 자신의 짝인 sender들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한 과정이다.

 

추첨 과정을 끝낸 후 receiver sender들을 원래 쌍으로 묶어 한방으로 부른다. 이들에게 러시아의 고가 예술품을 보여주고 이 예술품 가격이 얼마일 것 같은지 추정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이때 이 방에는 몰래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이들의 표정을 녹화할 수 있다. 예술품 평가가 끝나면 이 실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들이 몇 번이나 미소를 지었는지 세도록 한다.

 

실험 결과, sender가 러시아 예술품을 받았고 receiver sender로부터 콜라를 나눠받은 팀에서 제품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았다. 이는 비싼 예술품을 받은 sender가 행복함을 느끼고 그것이 receiver에게 전이됐으며(emotional contagion) sender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receiver일수록 제품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는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이를 영업 현장에 적용해보면 매장에서 물건을 파는 직원이 행복할 때, 그리고 그 직원에게 소비자가 호감을 느낄 때 판매되는 물건에 높은 가치를 매긴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한 Escalas Stern의 연구 및 이 연구는 기존에 심리치료나 사회·발달 심리학 등에서 연구됐던 공감 경험이 소비자의 광고 경험에서도 나타나며 이 같은 공감 경험이 소비자의 광고 태도, 브랜드 태도, 제품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바를 시사한다.

 

표현적 요소

디테일로 승부하라

동일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그 아이디어가 얼마나 디테일하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공감의 효과는 몇 배로 증폭될 수 있다. 2013 ‘Make-a-Wish’라는 자선단체는 생후 18개월부터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던 다섯 살짜리 꼬마 마일즈 스코트의 소원이베트맨이 돼 보는 것(Batkid)’이라는 것을 알고 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 샌프란시스코 시장, 경찰서장, <가디언>지 같은 유력 신문,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까지 동참했다. 2013 1115, 샌프란시스코는 영화 속 고담시로 탈바꿈했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이런 이벤트가 벌어진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매우 구체적인 항목까지 상세하게 계획되고 연출돼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 순간만큼은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고담시에 실제 살고 있고 어린 배트맨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느꼈다는 것이다. 이 이벤트에서 디테일의 정수는 실제로 발행된 호외와 미 법무부에서 발급한 악당에 대한 정식 기소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디테일하다는 것은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높은 완성도를 보일 때 그것에 관계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을 불러올 수 있다.

 

보수적인 은행의 협상단은 힙합바지에 티셔츠를, 자유로운 가구업체의 협상단은 까만 양복을 입고 나타났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쟁점을 바라보기 위한 작지만 큰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디테일을 확보하고자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방의 입장이 직접 돼보면 어느 부분에서 잘 이해가 가지 않는지, 어느 부분을 공감할 수 없는지 파악할 수 있다. 독일의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은행과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일반 제조업체가 제휴 협상을 맺었다. 사람들은 너무 다른 기업문화 때문에 협상이 난항을 겪다가 결렬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협상은 손쉽게 타결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협상장이 마련됐을 때 보수적인 은행의 협상단은 힙합바지에 티셔츠를, 자유로운 가구업체의 협상단은 까만 양복을 입고 나타났던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쟁점을 바라보기 위한 작지만 큰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처럼 기업이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 관점에 서보기는 쉽지 않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 자동차 홀짝제: 홀수 날에는 홀수 차가 쉰다.

 

● 지하철 진입 시: 안전선밖으로한 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 은행 이용 시: 현금 지급기, 지급 이자, 복권 당첨금 지급 기간

 

● 대중교통 이용 시: 버스 정류장, 매표소(표 파는 곳)

 

● 식당 이용 시: 무엇을 드릴까요?

 

● 상품 판매 시: 특별 보급 가격

 

지금은 바뀐 말도 있지만 일상생활 중에 흔히 듣고 볼 수 있는 말들이다. 위의 예를 자세히 보면 모두 공급자(관리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홀짝제는 관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홀수 날에는 홀수 번호 차를 운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맞다. 지하철 운전사에게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승객들이 안전선으로 물러나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공급자의 관점에서 보면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고, 표를 파는 것이고, 음식을 드리는 것이고, 상품을 보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소비자(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다르다. 홀수 날에는 홀수 차가 다녀야 하고, 안전선으로 나가면 지하철에 치여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선으로 들어와야 한다. 내가 맡긴 돈은찾는 것(인출)’이 자연스럽다. 표는 사는 것이고 당첨금은 받는 것이다. 따라서 위의 말들을 소비자적 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한다.

 

● 자동차 홀짝제: 홀수 날에는 홀수 차가 운행한다.

 

● 지하철 진입 시: 안전선안으로한 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 은행 이용 시: 현금 인출기, 수령 이자, 복권 당첨금 수령 기간

 

● 대중교통 이용 시: 버스 승강장, 표 사는 곳

 

● 식당 이용 시: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 상품 판매 시: 특별 구입 가격

 

공감 마케팅은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는 소비자 지향적 관점을 가지는 것에서 출발한다. 의도적으로라도 생산자적 관점에서 소비자적 관점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인식이 바뀌면 관점이 바뀌고, 관점이 바뀌면 보는 것이 달라진다. 그냥 넘어가던 일들이 자꾸 걸려 체크하고 또 할 수밖에 없다. 디테일이 달라지면서 공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된다.

 

곽준식동서대 경영학과 교수 no1marketer@naver.com

곽준식 교수는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리앤디디비 마케팅 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동서대 경영학부 학부장, 브랜드 경영센터장을 맡고 있다. 브랜드 및 행동경제학 분야를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마케팅 리더십(2005)> <선택받는 나(2008)>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본 소비자 의사결정(2011)>이 있다. 부산 도시브랜드위원회 위원과 부산 브랜드관리사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브랜드 전문가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손영화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syh8981@kmu.ac.kr

손영화 교수는 한국닐슨에서 마케팅리서치 업무를 다양하게 경험했다. 제일보젤과 한컴에서 광고와 관련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고 유공 바이오택사업팀에서팡이제로라는 신제품으로 제품개발단계부터 마케팅, 광고, 세일즈프로모션 및 최종 유통단계까지 마케팅의 전 과정을 실제 현장에서 체험했다. 엠브레인에서 인터넷 리서치를 국내에 전파하고 정착시켰으며 SK마케팅지원본부에서 방대한 오케이캐쉬백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고객을 분석한 바 있다. 2004년 성균관대 심리학과에서 산업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05년부터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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