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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a & Business

맛도 위치도 가격도 그저 그런데… 왜? 이 집만 설렁탕 손님 줄이 이어질까

강진구 | 150호 (2014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기업 경쟁우위의 지속가능성은 그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이 얼마나 희소하고, 모방하기 어려우며, 대체하기 힘든가에 의해 결정된다. 경영전략, 특히 진화경제학자들과 자원기반관점의 학자들은 전략의 모방가능성 여부에 특히 관심을 많이 기울여 왔다. 자원기반 관점의 대표적 학자인 제이 바니는 모방하기 어려운 자원과 역량은 인과관계가 모호하고, 복잡한 관계에 기반하며, 특유한 역사적 사건에 토대를 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삼성 웨이, 도요타 웨이, GE 웨이 등 특유의 전략을 가진 기업들의 경우 복잡한 내부 동학과관계, 특유의 역사적 사건들을 바탕으로 전략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모방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다른 기업들에도모방불가능하고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필자가 가끔 가는 설렁탕맛집이 있다. 그 식당에서 파는 설렁탕은 사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런데도 유독 그 가게 문 앞은 항상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뭔가 맛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맛 하나 때문에 그렇게 장사가 잘되는 것 같지는 않다. 또 직원들이 친절한 것 같기는 한데 친절한 직원들 때문에 손님들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는 것 역시 말이 안 된다. 그래서 한번은 필자가 주인 아주머니에게도대체 장사가 잘되는 비결이 뭘까요하고 슬쩍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주인 아주머니는 수줍게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성공의 비밀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 여길 수도 있고, 혹은 그저 겸손한 답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실 필자는 이러한 사례를 많이 봤다. 특별히 맛이 대단히 좋은 것도 아니고, 위치가 좋은 것도 아니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닌데 어떤 식당은 손님이 넘쳐나는 반면 바로 옆 식당은 파리만 날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꽤 많다. 그런데 이 주인 아주머니의 대수롭지 않은 답변에는 경영전략에서 이야기하는경쟁우위의 지속가능성이 무엇이며, 어떻게 유지되는 것인가에 대한 꽤 심오한 비밀이 숨어 있다.

 

 

경쟁우위 모방이 어려운 이유

 

많은 경영전략 학자들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는 모방하기 어려운 그 기업의 자원(resource) 혹은 역량(capabilities)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러한 경영전략의 이론적 관점을 자원기반관점(resource-based view·RBV)이라고 하는데 자원기반 관점 진영의 가장 대표적인 학자로는 오하이오주립대의 피셔(Fisher) 경영대에 재직 중인 제이 바니(Jay Barney) 교수가 있다. 바니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자원과 역량은 네 가지 특성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가치 있고(valuable), 희소하며(rare), 모방하기 어렵고(inimitable), 대체하기 어렵다(non-substitutable)는 것이다.1  ‘가치 있다는 것은 그 자원과 역량이 보유자로 하여금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 가치 있는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가치 있는 자원과 역량이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거나(not rare), 다른 유사한 자원이나 역량을 이용해 그 역할이나 효과를 쉽게 대체할 수 있거나(substitutable), 혹은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imitable) 해당 기업의 경쟁우위는 오랜 기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우위 지속가능성은 그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이 얼마나 희소하고, 모방하기 어려우며, 대체하기 어려운가에 의해 결정된다. 경영전략 및 진화경제학(evolutionary economics) 학자들은 이 세 가지 특성들 중에서 모방가능성의 측면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진화경제학 진영의 경영전략학자들이 자원과 역량의 모방가능성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이유는 기업이 보유하는 대부분의 자원과 역량을 외부의 시장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보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기업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통해서 스스로 개발하고 육성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2  바니는 기업의 자원과 역량의 모방가능성을 결정하는 특성들에 대해서 좀 더 세분화해 설명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모방하기 어려운 자원과 역량은 인과관계가 모호하고(causally ambiguous), 복잡한 관계에 기반하며(socially complex), 특유한 역사적 사건에 기반하는(unique historical condition) 경우가 많다.

 

 

1) 인과관계의 모호성

 

먼저, 인과관계가 모호하다는 것은 어떤 자원과 역량이 해당 기업의 성과와 경쟁우위에 기여하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GE, 도요타, 삼성 등과 같은 위대한 기업들은 GE 웨이, 도요타 웨이, 삼성 웨이라고 불리는 특유한 조직 문화 혹은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은 이 기업들의 문화나 방식이 그들의 탁월한 성과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대한 기업들의 문화나 사업방식이 여러 가지 바람직한 특성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기업들의 문화와 그들의 경쟁우위를 연결 짓는 추론은 분명히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은 이러한 추론은 어디까지나 추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학적으로 A B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먼저, A B에 시간적으로 선행하는가가 입증돼야 하며, A B 간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는가 역시 입증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과관계를 실증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GE와 모든 점에서 유사하되 다만 문화적인 특성의 측면에서만 상이한 다른 기업의 성과를 GE의 성과와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GE와 모든 점에서 유사하되 문화적인 특성에서만 상이한 기업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GE와 문화적 특성이 다른 기업들과 GE의 성과를 비교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런 비교로는 GE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가 그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을 내리기가 극히 어렵다. 다른 기업들은 문화적인 특성 외에도 수없이 많은 다른 측면에서 GE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저명한 경영학자나 위대한 경영자라도 GE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가 GE의 특유한 문화나 사업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 기업의 문화와 경쟁우위가모호한 인과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바니에 따르면 GE의 문화와 경쟁우위 간에 모호한 인과관계가 존재할 경우에만 GE의 문화가 GE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경우 경쟁자들이 GE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근원으로서 GE의 문화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기업들은 GE의 경쟁우위를 따라잡고자 하더라도 GE의 문화를 모방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 역설적이게도 자원 및 역량과 기업의 경쟁우위와의 인과관계가 모호할수록 해당 자원과 역량이 기업의 경쟁우위를 유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러한 인과관계의 모호성은 다른 요인에 의해서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설령 어떤 외부의 경쟁자가 GE의 문화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확신하고, 그 문화를 모방하기로 결심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GE의 문화가 GE의 성과에 기여하는 중간과정에는 다른 제3의 요인들이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GE의 조직 구조나 중간관리자층의 어떤 특성 같은 다른 제3의 요인들이 GE의 문화와 성과 간의 관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GE의 문화와 성과가 정확히 어떤 단계들을 통해서 연결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GE의 문화와 경쟁우위 간의 인과관계는 더욱더 모호해지며, 경쟁자들은 조직 문화에 기반한 GE의 경쟁우위를 모방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립먼(Lippman)과 루멜트(Rumelt) 같은 자원기반관점의 경영전략 학자들은 인과관계의 모호성에 대해서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주장을 했다. 그들에 따르면 인과관계의 모호성은 해당 자원과 역량을 모방하려고 하는 외부의 경쟁자들에게뿐만 아니라 이들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모방 대상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자원과 역량, 경쟁우위 간의 관계, 즉 그 인과관계를 외부에서 보는 경쟁자들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는 사실이다. 그런데 내부인들, 즉 실제 자원과 역량을 보유·운용하는 내부인들은 이 관계를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립먼과 루멜트는 만약 기업 내부자들이 자원과 역량, 그리고 경쟁우위 간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있을 경우 해당 경쟁우위나 자원과 역량들은 쉽게 모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어떤 기업의 경쟁우위를 복제하고자 하는 경쟁자들은 비록 그 기업의 경쟁우위의 원천이 무엇인지, 혹은 그 원인이 되는 자원이나 역량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모방하고자 하는 대상 기업의 직원들이나 경영자들을 스카우트해 옴으로써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가 진정으로 모방 불가능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내부자들, 즉 경영자나 직원들, 역시 자신들의 기업의 경쟁우위가 도대체 어느 자원이나 역량에서 비롯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원기반관점 학자들의 통찰은 본고의 도입부에서 언급했던 맛집 아주머니의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는 답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식당들도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상대방의 경쟁우위를 모방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맛집의 경쟁우위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경쟁자들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 맛집은 경쟁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맛집의 자원 및 역량들과 이 가게의 경쟁우위 간에는 모호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맛집의 주인이나 직원들조차도 그 경쟁우위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콕 집어낼 수 없다면 이러한 경쟁우위는 경쟁자들의 모방의 위협에서 아주 멀리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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