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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싸움 탓일까? 추격자의 OE 개선이 더 큰 이유

149호 (2014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나면서 많은 국민들이 한국 선수단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전통적인 메달밭이었던 쇼트트랙에서의 부진을 아쉬워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한국의 빙상연맹 내 파벌싸움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비난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의 부진을 경영전략의 분석틀로 살펴보면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해법도 나오는 법이다.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경쟁우위는 OE(Operational Effectiveness)의 개선을 통해 얻어진다. 문제는 그동안 OE 습득의 다양한 장애요인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들이 한국 쇼트트랙의 OE를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4년 뒤 평창에서의 성적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체육계 역시 긴 호흡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스포츠 저변의 확대를 통한 노하우와 베스트 프랙티스의 해외 유출 방지, 내부의 경쟁 심화를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그중에서도 전통적으로 한국의 메달밭이었던 쇼트트랙 종목에서의 부진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언급하는 등 빙상연맹과 스포츠계의 부조리에 대해서 성토하는 여론이 거세다. 사실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한국이 강세를 보이던 다른 스포츠 종목들에서도 (: 하계올림픽의 양궁, 태권도)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는 예전에 비해서 점점 좁혀지고 있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는 예전처럼 느긋하게 양궁과 태권도 경기를 감상할 수 없었다. 최근 일련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 쇼트트랙의몰락은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 간 정치적인 갈등에 기인한다. 한국 스포츠계에 정치적인 파벌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현수 선수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이러한 정치적인 갈등과 파벌싸움은 해당 종목의 국제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없다.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이러한 스포츠계의 정치적인 갈등과 파벌싸움은 최근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1  빙상계의 정치적인 갈등과 파벌싸움이 최근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면, 비록 이것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점이라고 하더라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의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부진을 설명하는 핵심 설명변수로서 충분한 설명력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고질적인정치적인 갈등과 파벌문제가 쇼트트랙 대표팀의 부진의 주된 원인이었다면 우리 대표팀은 이미 예전 올림픽 대회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2010 2, 2006 6, 2002 2, 1998 3, 1994 4개의 금메달 등 (2006년의 특출나게 우수한 성적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꾸준한 성적을 거둬왔다. 2014년 소치올림픽이 막을 내렸지만 스포츠계, 그리고 빙상계의 파벌문제는 한동안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차원에서의 정책적인 조치들도 뒤따를 수 있으며 어쩌면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만약 빙상계의 정치적인 갈등이 한국 쇼트트랙의 부진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면, 설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4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 번 더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아니 대체 이번엔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본고에서 필자는 사회과학자, 좁게는 경영전략을 전공하는 학자적 관점에서 최근 일부 스포츠 종목에서 왜 우리 대표팀이 과거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스포츠에서 선수들의 성과는 비즈니스에서 기업의 성과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쇼트트랙, 양궁, 태권도에서 우리 선수들이몰락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실제로는 우리 선수들의 기량 자체의 하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 선수들의 약진에 기인하는 바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실제로 ISU(International Skating Unio·국제빙상연맹)가 제공하는 세계 쇼트트랙 랭킹을 살펴보면 남녀 세계랭킹 10위 안에 랭크된 한국 선수들의 숫자가 2006년부터 2014년 사이에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2  쇼트트랙에서 세계 상위 랭킹을 차지하는 우리 선수들의 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선수들의 절대적인 기록이나 성과 자체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 선수들의 기량이 개선돼 상대적인 기량의 차이가 좁혀짐으로 인해 메달 획득이 더 어려워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대적인 기량과 성과의 차이가 바로 경영전략에서 말하는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의 핵심이다. 기업이나 개인의 성공은 성과에 대한 어떤 절대적인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쟁자들과의 비교를 통해 결정되는 상대적인 것이다. 즉 기업과 개인의 성공, 혹은 우위(advantage)는 결국 그들 간 경쟁(competition)의 산물이다.

 

스포츠와 OE(Operational Effectiveness)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에 따르면 경쟁우위의 원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경쟁우위는 Operational Effectiveness(OE·작업의 효율성/효과성)의 우위에서 비롯된다. OE는 기업이 어떤 활동을 다른 기업들보다 얼마나 더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수행하는지를 측정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하면 OE남들보다 얼마나 더 효율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두 번째, 경쟁우위는 Unique Positioning(UP, 특유한 위치선정) 혹은 Unique Combination of Activities(특유한 활동의 집합)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역시 쉽게 말하면 UP남들과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포터는 ‘What is strategy?’라는 1996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논문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는 OE가 아닌 UP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포터에 따르면 OE는 베스트 프랙티스의 모방과 전파를 통해서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부문이다. 그러나 UP는 경쟁의 방식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경쟁자들은 선도기업의 내부에 접근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구체적인 경쟁의 방식을 이해하고 모방하기 어렵다. 그리고 설령 선도기업의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쟁의 방식이 실제로 운영되는 노하우 등을 습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UP에서 비롯되는 경쟁우위는 지속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과연 스포츠의 경우에도 OE보다 UP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으로서 더 중요한가? 필자는 많은 스포츠 종목, 특히 쇼트트랙이나 스피드 스케이팅, 양궁 같은 기록 종목의 경우 OE의 개선이 UP보다 더 실제적인 경쟁우위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록 종목에서는 평가기준이 명확하고 (: 시간, 점수) 이러한 기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수행해야 하는 활동들도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쇼트트랙에서는 어떻게 더 빨리 달리고 코너링을 효과적으로 하며, 경쟁자의 추월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가가 성공의 관건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몇 가지 제한된 측면에서 OE를 최대한으로 개선하는 것이 이 종목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UP의 비중은 커 보이지 않는다.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UP남들과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규칙과 룰이 존재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다른 선수들이나 팀과 다른 특이한 방식으로 과업을 달성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면, 쇼트트랙에서 트랙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를 수도 없고, 상대방을 밀칠 수도 없으며, 뛰어 넘어갈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이런다른 방식의 경쟁방법은 해당 종목에서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포츠 종목의 엄격할 룰의 존재를 고려하면 결국 OE를 다른 경쟁 팀들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끌어올리는 것이 이들 스포츠 종목에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유일한 길로 보인다.3  그리고 설령 어떤 선수가 해당 종목의 룰이 허용하는다른 방식을 개발해 내더라도 이러한 방식은 관찰되고 모방 시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포터가 말하는 UP의 예에 해당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김연아 선수가 구사하는 3회전+3회전 연속 점프를 시도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만 김연아 선수만큼 완벽하게, 혹은 효과적으로 이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 피겨스케이팅에서의 경쟁우위가 UP가 아닌 OE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점이다. , 김연아 선수는다른 방식으로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기술을 구사함으로써 경쟁우위를 창출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쟁자로 부상한 다른 국가들은 OE를 어떻게 끌어올렸을까? 포터가 지적한 OE를 바탕으로 한 경쟁우위의 특징은 베스트 프랙티스의 확산을 통해서 후발주자들이 OE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팀의 경쟁자로 부상한 국가들은 한국 쇼트트랙의 노하우를 습득하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학습하기 위해서 한국 대표팀 출신 선수들과 코치들을 스카우트해서 그들의 팀을 훈련시켰다. 러시아, 미국, 영국, 프랑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등이 좋은 예다. 한국 대표팀 특유의 혹독한 육체적 훈련과 정신단련을 한국인 코치들이 다른 국가의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가르쳐줬고 그 결과 이들 국가의 선수들도 이제 한국 선수들과 거의 비등한 수준으로 OE를 끌어올리게 됐다. 포터의 이론적 설명과 한국 대표팀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외국 대표팀들의 실례를 감안하면 OE의 개선은 포터의 주장처럼 별로 어렵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왜 러시아와 미국 쇼트트랙팀은 한국 대표팀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음에도 영국이나 프랑스 대표팀은 그만큼 심각한 위협이 되지 못할까?

 

 마이클 포터와 함께 경영전략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다른 학자들은 리처드 넬슨(Richard Nelson)과 시드니 윈터(Sidney Winter)를 위시한 진화경제학(Evolutionary Economics)을 기반으로 한 학자들이다. 이러한 진화경제학 기반 전략학자들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으로서 OE에 대해서 마이클 포터와 전혀 다른 견해를 피력한다. 이들에 따르면 OE는 결코 쉽게 후발주자가 모방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포터는 OE의 개선이 베스트 프랙티스의 전파나 관찰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간주했지만 진화경제학자들은 OE의 개선은 매우 오랜 기간의 학습과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4  진화경제학자들에 따르면 OE의 개선을 어렵게 하는 원인은 수없이 다양하다. 예를 들면, 선두주자와 후발주자 간에 존재하는 문화의 차이도 OE의 모방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도요타의 JIT(Just-in-time) 생산방식의 경우 그 방식의 구체적인 수행 방법에 대해서 심층 분석한 수많은 논문이 발표됐으며 도요타는 외부인들에게 자신의 공장을 견학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 한국, 유럽 자동차회사의 경영자와 엔지니어들이 도요타의 공정을 관찰하고 모방하려고 시도했으나 아직 도요타의 방식을 제대로 재현하는 자동차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요타의 JIT 방식을 후발주자들이 모방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도요타 직원들의 문화와 다른 회사 직원들의 국가적, 조직적 문화의 차이가 그 이유로 여겨진다. 즉 회사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헌신하고, 더 치밀하게 고민하는 도요타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사문화가 다른 미국, 유럽, 한국 자동차 회사들의 직원들 사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적인 밑바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도요타의 JIT 방식을 접붙여도 JIT 방식이 효과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스포츠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은 러시아와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괄목상대하게 성장했으나 이러한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2011년 러시아 대표팀은 한국 쇼트트랙의 OE를 습득하기 위해서 한국인 지도자 3명을 고용했다. 그러나 러시아 쇼트트랙연맹은 선수훈련방식에 대한 갈등 끝에 이들을 해고한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당시 A 모 코치는 훈련 후 휴식을 취하는 한 러시아 선수의 자세가 바르지 못하다는 이유로 벌로 트랙을 30바퀴 더 돌라고 지시했는데 이것이 갈등의 원인이었다. 이처럼 한국 선수들이라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을 얼차려 지시를 러시아 선수들은 용납하지 못하는 데는 두 국가 선수들의 사회/문화적인 차이의 원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기업 간의 경쟁에서도 쉽게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놀라운 성장과 성과는 임직원들의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업무에의 헌신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해외 경쟁기업들이 이러한 삼성의비밀을 깨닫더라도 노동강도를 자사의 직원들에게 요구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쟁기업들이 과연 이러한 근무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도 OE의 개선은커녕 심각한 노사갈등이 초래될 것이다.이러한 국가 간의 혹은 조직 간의 문화적인 차이는 베스트 프랙티스와 노하우의 전파를 효과적으로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다시 쇼트트랙으로 돌아오면 필자는 영국, 프랑스 쇼트트랙팀의 한국인 코치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었는지 모르지만 진화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선수들에게 한국인 코치가 노하우와 기술을 전수하는 데 있어서 이를 저해하는 어떤 문화적인 장벽이나 저항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5

 

스포츠계의 경쟁우위를 위한 제언

 

  쇼트트랙을 비롯한 한국 스포츠계가 앞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개선시켜 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첫 번째, OE의 개선을 돕는 베스트 프랙티스와 노하우의 해외 유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스포츠계에서 노하우의 해외 유출은 무엇보다도 코치나 대표선수들이 외국에 스카우트됨으로써 전파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따라서 코치의 해외 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한다든가, 이들에게 국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든가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해외 취업의 자유를 제한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국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스포츠 종목 분야에서 대표팀 출신 코치나 선수들이 선택할 만한 매력적인 커리어 옵션이 별로 많지 않다는 데에 있다. 대학이나 중고등학교에서 이들에게 제공할 만한 지도자 자리도 충분하지 않고 대중적으로 충분한 동호인 층이 조성돼 있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대표팀 출신 코치나 선수들이 자신의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상황에서 해외에서 매력적인 지도자직 제안이 온다면 이러한 제안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고려해 볼 수 있는 해결책은 먼저 노하우와 베스트 프랙티스를 국가 내부적으로 유지하고 순환시킬 수 있도록 해당 스포츠 종목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포츠 저변의 확대는 해당 종목의 노하우와 베스트 프랙티스를 국가 내부에 유지시키는 효과 외에도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네덜란드 빙상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네덜란드 빙상의 약진의 가장 큰 이유는 두터운 선수층을 들 수 있는데 두터운 선수층 혹은 넓은 저변은 국내에서의 경쟁의 수준을 높이며 개개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다. 마이클 포터의 다이아몬드 모델(Diamond model)에 따르면 국내에서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해당 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높아지게 된다. 80, 90년대 일본 전자산업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바로 일본 전자업체들의 내수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었다. 스포츠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스타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통해서 기량을 연마하는 것보다는 다수의 경쟁자들이 서로와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경쟁을 통해서 기량을 연마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소치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모태범 선수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자신과 경쟁할 선수가 없는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현실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한다.반면 네덜란드의 경우 스벤 크라머, 얀 블록휴이센, 요리트 베르그스마, 미셸 뮬더, 얀 스미켄, 로날드 뮬더 등 호각세의 선수들이 서로 치열하게 국내 대회와 훈련장에서 경쟁하면서 혁신을 이루고 세계 최정상의 수준으로 기량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선수층이 두텁고 저변이 넓어지면 해당 종목과 관련된산업들이 나란히 성장하게 되고 이러한 관련 분야의 성장은 다시 해당 스포츠 종목의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 예를 들면, 스케이트 종목의 선수층이 두터워지면 스케이트장을 이용하는 선수들의 숫자가 증가하게 되고, 스케이트장을 운영하는 업체나 기관은 저렴한 비용으로 스케이트장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즉 선수층의 확대는 관련 산업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고정비의 감소 효과를 가져온다. 그 결과 스케이트장과 훈련시설의 수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다시 선수들이 낮은 비용으로 적시에 연습할 수 있게 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온다. 또 스케이트 선수층이 두터워지면 장비를 생산하고 개발하는 업체들 역시 증가하게 되고, 한국인의 체형에 가장 적합한 장비가 개발될 가능성도 높아지며 개발 비용은 줄어들게 된다. 스케이트 저변이 넓은 네덜란드에서클랩(clap) 스케이트라는 스케이트의 뒷굽과 날이 분리돼 마찰을 줄이고 근육의 피로를 줄이는 특수한 스케이트가 개발된 것, 선수들이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실리콘 밴드가 개발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넓은 선수층이 장비의 혁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해당 종목에 관심을 가지는 일반인이 증가하면 이러한 종목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의 수가 증가하게 되고, 관중 수의 증가는 다시 해당 종목의 선수 및 종사자들의 재정적 수입 증대와 관련 분야의 성장에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모든 관련 분야 혹은 산업의 동반 성장은 스케이트 선수들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스포츠 저변의 확대를 통한 노하우와 베스트 프랙티스의 해외 유출 방지, 내부의 경쟁 심화를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것들이며 4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만을 바라본다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측면에 대한 정부와 민간 스포츠계의 협력과 투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의 경쟁우위에 대한 시사점

 

  기업의 경쟁우위는 스포츠에서의 경쟁우위와 비슷하면서도 훨씬 더 복잡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업의 경쟁우위는 크고 복잡한 조직과 이러한 조직을 구성하는 무수한 프로세스, 문화, 루틴, 유무형의 자원, 사람들, 이 모든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독특한 방식에 의해서 종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포터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는 UP 혹은 기업이 수행하는 무수한 활동들의 특유한 결합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포터의 핵심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개개 활동이나 자원을 모방하기는 쉬울지 몰라도 기업이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복잡하게 연계된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쟁우위는 모방하기가 어려우며 따라서 UP에 의해서 비롯되는 경쟁우위는 훨씬 지속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이다. 반면에 포터는 OE는 쉽게 모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에 있어서 OE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진화경제학 기반의 전략학자들인 넬슨과 윈터는 OE가 모방하기 쉽다는 포터의 주장을 반박하며 OE 역시 기업이 오랜 시간에 걸쳐 습득하고 연마한 루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결코 단시간에 OE를 모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포터가 강조한 UP, 넬슨과 윈터가 강조한 OE 모두 기업 간의 경쟁에서는 중요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경쟁우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UP의 관점에서는 기업이 수행하는 활동들 간의 결합이 서로 보완적이며(complementary), 상호강화적(mutually reinforcing)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상명하달적인 조직문화,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능력, 회사에 헌신적인 태도, 높은 노동강도에 대한 낮은 거부감, 근면을 숭상하는 문화와 같은 수많은 요인들(혹은 포터의 용어로는활동)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한국 기업의 경쟁우위를 높이고 또 유지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 만약 이러한 요인들 중에 몇 가지만이라도 서로 상충한다면 (: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태도, 수평적인 조직문화 등등) 이러한 활동들은 기업 내부에서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없으며 그 기업의 경쟁우위에 기여는커녕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들은 이러한 여러 가지 활동들의 측면에서 한국 기업과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조직문화만 상명하달형으로 개편한다든지, 노동 강도만 높이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한다든지 하는 단편적인 측면들을 모방하려고 해서는 한국 기업의 전략과 경쟁우위을 결코 복제해 낼 수 없는 것이다. , UP의 개념에 따르면 모방하고자 하는 기업과 모든 측면에서 동일해지지 않고서는 그 기업의 전략과 경쟁우위를 복제해 낼 수 없다. 이것이 포터가 역설하는 UP의 모방불가능성이다. 따라서 UP의 관점에서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이 수행하는 활동들과 조직을 구성하는 다양한 프로세스, 문화, 루틴, 유무형의 자원, 사람들, 이들 간의 관계가 보완적이며 상호강화적인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에 비해서 OE는 기업을 구성하는 개개의 요소 혹은 활동들의 효율성에 관계된 개념이다. OE의 관점에서 기업이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의 전략을 구성하는 개개의 활동들이 경쟁 기업이 수행하는 유사한 활동들보다 높은 수준의 효율성을 달성해야 하며 그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비밀, 노하우, 혹은 지식들이 외부로 전파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효율성의 개선을 위해서는 기계나 설비와 같은 고정자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충분한 인센티브와 보상을 제공하고 직원들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힘써야 한다. 또한 외부로의 지식 유출과 인재들의 경쟁 기업으로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도 기업은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매력적인 인센티브와 보상을 제공하고 그들의 일터에서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기업의 노력들이 스포츠 분야에서 OE를 개선하고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자가 제안한 방법들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스포츠나 기업의 경우 모두 OE를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수행하는 인재의 잠재력과 효율성은 최대로 끌어올리고 이들의 이탈은 최소화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국가와 기업 모두 내부적으로 인재들이 능력을 극대화하고 현재 여건에 만족할 수 있는 환경(: 넓은 스포츠 저변, 매력적인 보상체계,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강진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jg20605@korea.ac.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 와튼스쿨(Wharton School)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싱가포르 난양경영대(Nanyang Business School)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심 분야는 경영전략, 혁신과 경쟁우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자 의사결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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