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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a & Business

맛도 위치도 가격도 그저 그런데… 왜? 이 집만 설렁탕 손님 줄이 이어질까

강진구 | 150호 (2014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기업 경쟁우위의 지속가능성은 그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이 얼마나 희소하고, 모방하기 어려우며, 대체하기 힘든가에 의해 결정된다. 경영전략, 특히 진화경제학자들과 자원기반관점의 학자들은 전략의 모방가능성 여부에 특히 관심을 많이 기울여 왔다. 자원기반 관점의 대표적 학자인 제이 바니는 모방하기 어려운 자원과 역량은 인과관계가 모호하고, 복잡한 관계에 기반하며, 특유한 역사적 사건에 토대를 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삼성 웨이, 도요타 웨이, GE 웨이 등 특유의 전략을 가진 기업들의 경우 복잡한 내부 동학과관계, 특유의 역사적 사건들을 바탕으로 전략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모방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다른 기업들에도모방불가능하고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필자가 가끔 가는 설렁탕맛집이 있다. 그 식당에서 파는 설렁탕은 사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런데도 유독 그 가게 문 앞은 항상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뭔가 맛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맛 하나 때문에 그렇게 장사가 잘되는 것 같지는 않다. 또 직원들이 친절한 것 같기는 한데 친절한 직원들 때문에 손님들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는 것 역시 말이 안 된다. 그래서 한번은 필자가 주인 아주머니에게도대체 장사가 잘되는 비결이 뭘까요하고 슬쩍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주인 아주머니는 수줍게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성공의 비밀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 여길 수도 있고, 혹은 그저 겸손한 답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실 필자는 이러한 사례를 많이 봤다. 특별히 맛이 대단히 좋은 것도 아니고, 위치가 좋은 것도 아니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닌데 어떤 식당은 손님이 넘쳐나는 반면 바로 옆 식당은 파리만 날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꽤 많다. 그런데 이 주인 아주머니의 대수롭지 않은 답변에는 경영전략에서 이야기하는경쟁우위의 지속가능성이 무엇이며, 어떻게 유지되는 것인가에 대한 꽤 심오한 비밀이 숨어 있다.

 

 

경쟁우위 모방이 어려운 이유

 

많은 경영전략 학자들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는 모방하기 어려운 그 기업의 자원(resource) 혹은 역량(capabilities)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러한 경영전략의 이론적 관점을 자원기반관점(resource-based view·RBV)이라고 하는데 자원기반 관점 진영의 가장 대표적인 학자로는 오하이오주립대의 피셔(Fisher) 경영대에 재직 중인 제이 바니(Jay Barney) 교수가 있다. 바니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자원과 역량은 네 가지 특성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가치 있고(valuable), 희소하며(rare), 모방하기 어렵고(inimitable), 대체하기 어렵다(non-substitutable)는 것이다.1  ‘가치 있다는 것은 그 자원과 역량이 보유자로 하여금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 가치 있는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가치 있는 자원과 역량이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거나(not rare), 다른 유사한 자원이나 역량을 이용해 그 역할이나 효과를 쉽게 대체할 수 있거나(substitutable), 혹은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imitable) 해당 기업의 경쟁우위는 오랜 기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우위 지속가능성은 그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이 얼마나 희소하고, 모방하기 어려우며, 대체하기 어려운가에 의해 결정된다. 경영전략 및 진화경제학(evolutionary economics) 학자들은 이 세 가지 특성들 중에서 모방가능성의 측면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진화경제학 진영의 경영전략학자들이 자원과 역량의 모방가능성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이유는 기업이 보유하는 대부분의 자원과 역량을 외부의 시장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보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기업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통해서 스스로 개발하고 육성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2  바니는 기업의 자원과 역량의 모방가능성을 결정하는 특성들에 대해서 좀 더 세분화해 설명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모방하기 어려운 자원과 역량은 인과관계가 모호하고(causally ambiguous), 복잡한 관계에 기반하며(socially complex), 특유한 역사적 사건에 기반하는(unique historical condition) 경우가 많다.

 

 

1) 인과관계의 모호성

 

먼저, 인과관계가 모호하다는 것은 어떤 자원과 역량이 해당 기업의 성과와 경쟁우위에 기여하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GE, 도요타, 삼성 등과 같은 위대한 기업들은 GE 웨이, 도요타 웨이, 삼성 웨이라고 불리는 특유한 조직 문화 혹은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은 이 기업들의 문화나 방식이 그들의 탁월한 성과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대한 기업들의 문화나 사업방식이 여러 가지 바람직한 특성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기업들의 문화와 그들의 경쟁우위를 연결 짓는 추론은 분명히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은 이러한 추론은 어디까지나 추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학적으로 A B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먼저, A B에 시간적으로 선행하는가가 입증돼야 하며, A B 간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는가 역시 입증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과관계를 실증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GE와 모든 점에서 유사하되 다만 문화적인 특성의 측면에서만 상이한 다른 기업의 성과를 GE의 성과와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GE와 모든 점에서 유사하되 문화적인 특성에서만 상이한 기업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GE와 문화적 특성이 다른 기업들과 GE의 성과를 비교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런 비교로는 GE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가 그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을 내리기가 극히 어렵다. 다른 기업들은 문화적인 특성 외에도 수없이 많은 다른 측면에서 GE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저명한 경영학자나 위대한 경영자라도 GE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가 GE의 특유한 문화나 사업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 기업의 문화와 경쟁우위가모호한 인과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바니에 따르면 GE의 문화와 경쟁우위 간에 모호한 인과관계가 존재할 경우에만 GE의 문화가 GE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경우 경쟁자들이 GE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근원으로서 GE의 문화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기업들은 GE의 경쟁우위를 따라잡고자 하더라도 GE의 문화를 모방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 역설적이게도 자원 및 역량과 기업의 경쟁우위와의 인과관계가 모호할수록 해당 자원과 역량이 기업의 경쟁우위를 유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러한 인과관계의 모호성은 다른 요인에 의해서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설령 어떤 외부의 경쟁자가 GE의 문화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확신하고, 그 문화를 모방하기로 결심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GE의 문화가 GE의 성과에 기여하는 중간과정에는 다른 제3의 요인들이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GE의 조직 구조나 중간관리자층의 어떤 특성 같은 다른 제3의 요인들이 GE의 문화와 성과 간의 관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GE의 문화와 성과가 정확히 어떤 단계들을 통해서 연결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GE의 문화와 경쟁우위 간의 인과관계는 더욱더 모호해지며, 경쟁자들은 조직 문화에 기반한 GE의 경쟁우위를 모방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립먼(Lippman)과 루멜트(Rumelt) 같은 자원기반관점의 경영전략 학자들은 인과관계의 모호성에 대해서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주장을 했다. 그들에 따르면 인과관계의 모호성은 해당 자원과 역량을 모방하려고 하는 외부의 경쟁자들에게뿐만 아니라 이들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모방 대상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자원과 역량, 경쟁우위 간의 관계, 즉 그 인과관계를 외부에서 보는 경쟁자들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는 사실이다. 그런데 내부인들, 즉 실제 자원과 역량을 보유·운용하는 내부인들은 이 관계를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립먼과 루멜트는 만약 기업 내부자들이 자원과 역량, 그리고 경쟁우위 간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있을 경우 해당 경쟁우위나 자원과 역량들은 쉽게 모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어떤 기업의 경쟁우위를 복제하고자 하는 경쟁자들은 비록 그 기업의 경쟁우위의 원천이 무엇인지, 혹은 그 원인이 되는 자원이나 역량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모방하고자 하는 대상 기업의 직원들이나 경영자들을 스카우트해 옴으로써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가 진정으로 모방 불가능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내부자들, 즉 경영자나 직원들, 역시 자신들의 기업의 경쟁우위가 도대체 어느 자원이나 역량에서 비롯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원기반관점 학자들의 통찰은 본고의 도입부에서 언급했던 맛집 아주머니의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는 답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식당들도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상대방의 경쟁우위를 모방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맛집의 경쟁우위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경쟁자들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 맛집은 경쟁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맛집의 자원 및 역량들과 이 가게의 경쟁우위 간에는 모호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맛집의 주인이나 직원들조차도 그 경쟁우위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콕 집어낼 수 없다면 이러한 경쟁우위는 경쟁자들의 모방의 위협에서 아주 멀리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있다.

 



2) 사회적 관계의 복잡성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가능케 하는 자원과 역량은 복잡한 사회적 관계에 기반할수록 더욱 모방하기 어렵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조직의 문화가 바로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관계에 기반한 자원의 대표적인 예다. 오늘날의 기업체와 같은 거대한 조직의 문화는 어떤 한 사람(: 최고경영자) 혹은 일군의 직원들(: 기획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기업의 문화는 그 모든 구성원들의 특성을 반영하는 존재이며, 또한 수많은 구성원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서로 상호작용을 갖는가에 의해서 결정되는 존재다. 예를 들어, 높은 경쟁력을 가진 A라는 대학이 있다고 하자. A대학의 경쟁우위를 설명하는 요인의 하나로서 그 학교만의 특유한 문화 혹은 학풍을 생각해 보자. A대학이 가진 문화는 설립자가 만든 것도 아니며, 총장이 만든 것도 아니고, 교수, 직원, 학생, 동문 중 어느 한 집단이 만든 것이 아니다. A대의 문화는 교수, 직원, 학생, 동문, 그리고 그 외에 다른 모든 구성원들이 종합적으로 만들어 낸 존재이며 이러한 구성원들 간에 존재하는 특유한 상호작용과 관계의 패턴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다.

 

만약, 다른 대학이 A대학의 경쟁우위의 원천으로서의문화에 매료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 학교가 A대학의 문화를 자신의 학교에서 재현하려고 노력하려 한다고 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먼저 문화의 모방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교수 집단, 학생 집단, 교직원 집단, 동문 집단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소집단의 구성원들의 성향과 가치관에 수정과 재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 과정은 매우 길고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오랜 시간과 각고의 노력 끝에 이 경쟁학교가 A대학을 구성하는 소집단들이 가진 문화와 가치관을 자신의 소집단에서 유사하게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이 경쟁학교는 A대학의 문화를 성공적으로 복제했을까? 아마도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A대학의 문화는 이들 소집단의 문화의 단순한 산술적 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소집단은 역시 A대학만의 특유한 방식으로 서로 상호작용을 가진다. 예를 들면 재학생들과 동문 집단의 상호작용, 교수 집단과 동문 집단의 상호작용 등 이 네 집단 간의 상호작용 방식이 다른 학교와 상이하다. 그렇다면 이 네 집단 간에 존재하는 특유한 상호작용 패턴과 관계를 유사하게 복제한다면 A대학의 문화를 복제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경우에도 역시 답은그렇지 않다이다. 왜냐하면, 이 네 집단은 서로 11의 관계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111, 혹은 1111의 연속적인 관계를 가질 수도 있고 이 경우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학내 행사를 준비하는데 학생과 교수들, 교직원이 협력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고, 학생과 교수들, 동문이 협력하는 방식이 역시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다른 학교가 A대학의 문화 혹은 구성원 간에 이뤄지는 상호작용의 패턴을 복제하고자 한다면 대충 생각해 보더라도 4C4+4C3+4C2+4C1에 이르는 꽤 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복제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조직의 문화는 필자가 예로 든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구성원들과 그들 간의 더 복잡한 관계로 이뤄지는 존재라는 점에서 문화를 모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할 수 있다. 기업의 자원과 역량이 종종 복잡한 사회적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본고의 도입부에서 언급했던 맛집 아주머니의 답변과 연관돼 있다. CEO(주인아주머니)조차도글쎄,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라고 답한다는 것은 그 조직의 자원과 역량(: 주인, 주방장, 조리보조원, 조리기구, 위치 등)들이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서로 협력하고 상호작용해 그 조직의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인 관계는 그 가게의 내부 직원이나 자원 및 역량들 간에 한정돼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 가게의 협력업체들, 주변 이웃들, 소비자들에게까지 미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가 복잡하고 멀리 뻗어 있을수록 경쟁자가 이 맛집의 경쟁우위를 모방하기가 어려워진다.

 

만약 프랑스가 이집트 침공에 실패했다면, 혹은 성공했더라도 예술에 집착한 나폴레옹이나드농과 같은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즉 과거 역사 속의 조건 중에 일부가 조금이라도 틀어진다면 루브르는 결코 오늘날 누리는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다.

 

 

 

3) 특유한 역사적 사건

 

자원기반관점 학자들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가능케 하는 자원과 역량이 특유한 역사적 사건에 기반하는 경우 모방하기 극히 어렵다고 설명한다. 경제학에 기반한 경영전략 학자들의 경우 기업의 특유한 역사나 과거는 그 기업의 성과나 경쟁우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마이클 포터). 반면 바니를 비롯한 자원기반관점 및 진화경제학 진영의 학자들은 기업이 과거에 어떤 시점에, 어떠한 위치에서, 어떠한 사건을 경험했는지가 현재에 그 기업의 경쟁우위를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특유한 역사적 사건이 기업의 경쟁우위를 설명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혹시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유럽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을 때 어떤 박물관을 가보고자 하는가? 유럽에는 유명한 미술관이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자 희망하는 박물관 1순위는 단연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일 것이다. 심지어 미술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루브르박물관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루브르는 세계의 수많은 박물관들 중에서 어떻게 이러한 독보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됐을까? 루브르의 경쟁우위의 근원은 5600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이집트 유물과 회화 컬렉션에서 비롯된다. 특히 루브르가 보유한 이집트 유물은 5만 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컬렉션이다. 프랑스 박물관인 루브르는 어떻게 이처럼 많은 수의 이집트 유물을 보유하게 됐을까? 이는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폴레옹이라는 역사적인 인물과 그가 주도한 역사 속의 한 사건(1798∼1801년의 이집트 원정)에서 비롯됐다. 나폴레옹은 이집트 원정에 예술적 식견이 높은 도미니크 비방 드농 남작(후에 루브르박물관 초대원장이 됨)을 대동했고 프랑스군은 35000여 점에 이르는 이집트 문화재를 이 원정에서 약탈해 갔다. 프랑스의 이집트 원정은 원래 영국과의 식민지 확장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그 중심에는 예술에 집착한 나폴레옹과 드농이라는 인물들이 있었고 이들의 존재는 루브르를 세계 최대의 이집트 유물 컬렉션을 가진 박물관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시점에서 어떤 박물관도 이러한 방대한 이집트 유물 컬렉션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 프랑스가 이집트를 침공하던 역사 속의 과거로 돌아가서 프랑스군보다 한발 먼저 이집트의 유물을 약탈해 오는 것이다. 만약 프랑스가 이집트 침공에 실패했다면, 혹은 성공했더라도 예술에 집착한 나폴레옹이나 드농과 같은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즉 과거 역사 속의 조건 중에 일부가 조금이라도 틀어진다면 루브르는 결코 오늘날 누리는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루브르에는 이집트 유물 외에도 13세기부터 1848년까지 제작된 6000여 점의 회화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특히 이탈리아 회화 작품들이 루브르의 중요 컬렉션을 구성한다. 이탈리아 회화 중 상당수는 프랑수아 1세의 유품으로 남겨진 소장품들로 구성됐고, 몇몇은 나폴레옹 시대의 전리품으로 들여왔다가 그대로 남은 것들이며, 몇몇은 사들인 것들이다. 소장품의 수집은 16세기 프랑수아 1세 시대에 시작됐는데 그는 라파엘로나 미켈란젤로와 같은 이탈리아의 거장들로부터 작품을 들여왔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그의 궁정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루브르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의 하나인 모나리자의 존재 역시 프랑수아 1세로부터 비롯된다. 프랑수아 1세는 영토확장을 목적으로 이탈리아를 침공했는데 그 와중에 이탈리아의 예술품들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는 이탈리아의 예술가들을 프랑스로 데려와서 그들로 하여금 작품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많은 환대를 베푼다. 이때 프랑스로 이주한 예술가 중 한 명이 바로 모나리자의 원작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이후 다빈치는 프랑수아 1세가 마련해준 저택에서 작품활동에 매진하다가 프랑스에서 숨을 거둔다. 그리고 다빈치가 가지고 있던 모나리자는 프랑수아 1세의 품에 남게 된다. 이러한 특별한 역사적인 배경은 세계의 어떤 박물관도 프랑수아 1세의 과거시대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결코 모나리자를 획득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특수한 사건 혹은 인물의 존재가 어떤 조직이 현재 향유하는 경쟁우위의 근원이 되는 경우는 비즈니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자동차도 그 경쟁우위의 중요 원천에 기여한 매우 특별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다. 테슬라의 생산기지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프레몬트 공장인데 이 공장은 축구장 88개가 들어갈 수 있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이 공장은 매주 800대의 완성차를 생산해 내는 테슬라의 심장과 같은 곳이며 테슬라 경쟁우위의 핵심적인 원천이다. 이러한 수준과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세우기 위해서는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소규모 신생 기업에 불과했던 테슬라에는 그만한 자금 여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어떻게 이 경쟁우위의 원천을 손에 넣게 됐을까? 프레몬트 공장의 역사는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처음 이곳에 공장을 지었으나 1982년 구조조정으로 공장 문을 닫았고 2년 후 GM과 도요타가 누미(NUMMI)라는 합작 회사를 설립해 공장을 다시 열었다. 하지만 GM과 도요타의 프레몬트 공장은 2009 GM이 파산 선언을 하면서 다시 도요타에 넘어간다. 그리고 이 공장이 테슬라에 넘어가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2010년에 발생한다. 바로 2010년의 도요타 대량 리콜 사건이다. 도요타는 대량 리콜 사태로 위기에 빠지면서 미국 시장에서 매출액이 크게 줄었고 그 여파로 도요타 아키오 최고경영자는 한 달 안에 프레몬트 공장을 폐쇄할 계획을 세웠다. 마침 전기차 양산 방안을 모색하던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엘론 머스크에게 이 소식이 알려졌다. 참으로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역사 속의 사건들과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머스크는 그가 확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금을 모아 4200만 달러를 제안했다. 그리고 절벽 끝에 몰린 도요타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 제안을 받아들여 무려 10억 달러 가치의 공장을 20분의 1도 안 되는 헐값에 테슬라에 매각했다. 오늘날 테슬라의 경쟁우위의 원천인프레몬트 생산기지’ 확보는 이처럼 GM과 도요타라는 기업이 내린 역사 속의 결정들에서 시작됐다. 또 도요타가 겪은 2010년의 대량 리콜이라는 결정적인 역사적인 사건으로 현재 테슬라의 손에 이르게 된 것이다. 현재 다른 신생 전기차 업체가 테슬라의 프레몬트 생산기지와 같은 역량을 4200만 달러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확보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이들은 테슬라의 경쟁우위를 복제해 낼 수 없다.다만, 만약 이 다른 업체들이 2010년의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이처럼 많은 조직과 기업의 자원과 역량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밀접하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이를 동일하게 모방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원과 역량이 특유한 역사적 사건에 기반한다는 특징은, 글의 도입에서 언급한 맛집의 경쟁우위와는 직접적인 연결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주인아주머니의 답변에는 어떤 역사적인 사건이나 배경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가게의 경쟁우위 역시 과거의 무수한 역사적 사건들에 의해서 변형되고 형성돼 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의 주소에 가게를 내게 된 역사적 사건 혹은 계기가 있을 것이고, 특정한 주방장이나 조리법, 혹은 가게 직원들을 얻게 된 것도 특정한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기인할 것이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제언

 

이러한 지속가능한 기업의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자원과 역량의 모방가능성에 대한 이론들에 따르면 기업들에는 경쟁우위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제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인과관계의 모호성 측면에서 기업의 자원과 역량이 성과에 기여하는 중간단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앞에서 기업 문화의 예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어떤 자원이나 역량이 기업의 경쟁우위에 기여하는 중간과정에 요구되는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단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수록 외부 경쟁자들이 해당 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이해하고 모방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져 그 자원과 역량에서 비롯되는 해당 기업의 경쟁우위의 지속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두 번째, 복잡한 사회적 관계의 측면에서 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구성하는 인적, 물적 자원들 간의 관계를 고도화시키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업의 자원과 역량 내에서 존재하는 관계가 복잡할수록 해당 자원과 역량은 복잡한 사회적 관계(socially complex)하게 되고, 따라서 경쟁자가 이를 모방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기업의 구성원들 간에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나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고, 이 방식들을 고도화시키는 것이다. 모방하기 어려운 자원과 역량의 세 번째 특성인 특유한 역사적 기반은 기업이나 개인이 통제하기 다소 어려운 점이므로, 이에 대해서 실용적인 시사점을 주기는 쉽지 않지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나 특별한 경험들이 기업의 미래 경쟁우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항상 명민하고 민감하게 눈과 귀를 열어둬야 한다는 조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기업이 경험하는 역사적 사건이나 경험들 중에 과연 어떤 것들이 미래의 경쟁우위에 큰 기여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사건들에 예민하게 관심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강진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jg20605@korea.ac.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 와튼스쿨(Wharton School)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싱가포르 난양경영대(Nanyang Business School)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심 분야는 경영전략, 혁신과 경쟁우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자 의사결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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