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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 전략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나면서 많은 국민들이 한국 선수단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전통적인 메달밭이었던 쇼트트랙에서의 부진을 아쉬워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한국의 빙상연맹 내 파벌싸움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비난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의 부진을 경영전략의 분석틀로 살펴보면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해법도 나오는 법이다.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경쟁우위는 OE(Operational Effectiveness)의 개선을 통해 얻어진다. 문제는 그동안 OE 습득의 다양한 장애요인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들이 한국 쇼트트랙의 OE를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4년 뒤 평창에서의 성적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체육계 역시 긴 호흡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스포츠 저변의 확대를 통한 노하우와 베스트 프랙티스의 해외 유출 방지, 내부의 경쟁 심화를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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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그중에서도 전통적으로 한국의 메달밭이었던 쇼트트랙 종목에서의 부진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언급하는 등 빙상연맹과 스포츠계의 부조리에 대해서 성토하는 여론이 거세다. 사실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한국이 강세를 보이던 다른 스포츠 종목들에서도 (예: 하계올림픽의 양궁, 태권도)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는 예전에 비해서 점점 좁혀지고 있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는 예전처럼 느긋하게 양궁과 태권도 경기를 감상할 수 없었다. 최근 일련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 쇼트트랙의 ‘몰락’은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 간 정치적인 갈등에 기인한다. 한국 스포츠계에 정치적인 파벌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현수 선수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이러한 정치적인 갈등과 파벌싸움은 해당 종목의 국제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없다.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이러한 스포츠계의 정치적인 갈등과 파벌싸움은 최근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1 빙상계의 정치적인 갈등과 파벌싸움이 최근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면, 비록 이것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점이라고 하더라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의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부진을 설명하는 핵심 설명변수로서 충분한 설명력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고질적인’ 정치적인 갈등과 파벌문제가 쇼트트랙 대표팀의 부진의 주된 원인이었다면 우리 대표팀은 이미 예전 올림픽 대회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2010년 2개, 2006년 6개, 2002년 2개, 1998년 3개, 1994년 4개의 금메달 등 (2006년의 특출나게 우수한 성적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꾸준한 성적을 거둬왔다. 2014년 소치올림픽이 막을 내렸지만 스포츠계, 그리고 빙상계의 파벌문제는 한동안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차원에서의 정책적인 조치들도 뒤따를 수 있으며 어쩌면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만약 빙상계의 정치적인 갈등이 한국 쇼트트랙의 부진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면, 설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4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 번 더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아니 대체 이번엔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본고에서 필자는 사회과학자, 좁게는 경영전략을 전공하는 학자적 관점에서 최근 일부 스포츠 종목에서 왜 우리 대표팀이 과거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스포츠에서 선수들의 성과는 비즈니스에서 기업의 성과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쇼트트랙, 양궁, 태권도에서 우리 선수들이 ‘몰락’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실제로는 우리 선수들의 기량 자체의 하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 선수들의 약진에 기인하는 바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실제로 ISU(International Skating Unio·국제빙상연맹)가 제공하는 세계 쇼트트랙 랭킹을 살펴보면 남녀 세계랭킹 10위 안에 랭크된 한국 선수들의 숫자가 2006년부터 2014년 사이에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2 쇼트트랙에서 세계 상위 랭킹을 차지하는 우리 선수들의 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선수들의 절대적인 기록이나 성과 자체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 선수들의 기량이 개선돼 상대적인 기량의 차이가 좁혀짐으로 인해 메달 획득이 더 어려워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대적인 기량과 성과의 차이가 바로 경영전략에서 말하는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의 핵심이다. 기업이나 개인의 성공은 성과에 대한 어떤 절대적인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쟁자들과의 비교를 통해 결정되는 상대적인 것이다. 즉 기업과 개인의 성공, 혹은 우위(advantage)는 결국 그들 간 경쟁(competition)의 산물이다.
스포츠와 OE(Operational Effectiveness)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에 따르면 경쟁우위의 원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경쟁우위는 Operational Effectiveness(OE·작업의 효율성/효과성)의 우위에서 비롯된다. OE는 기업이 어떤 활동을 다른 기업들보다 얼마나 더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수행하는지를 측정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하면 OE는 ‘남들보다 얼마나 더 효율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두 번째, 경쟁우위는 Unique Positioning(UP, 특유한 위치선정) 혹은 Unique Combination of Activities(특유한 활동의 집합)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역시 쉽게 말하면 UP는 ‘남들과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포터는 ‘What is strategy?’라는 1996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논문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는 OE가 아닌 UP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포터에 따르면 OE는 베스트 프랙티스의 모방과 전파를 통해서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부문이다. 그러나 UP는 경쟁의 방식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경쟁자들은 선도기업의 내부에 접근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구체적인 경쟁의 방식을 이해하고 모방하기 어렵다. 그리고 설령 선도기업의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쟁의 방식이 실제로 운영되는 노하우 등을 습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UP에서 비롯되는 경쟁우위는 지속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과연 스포츠의 경우에도 OE보다 UP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으로서 더 중요한가? 필자는 많은 스포츠 종목, 특히 쇼트트랙이나 스피드 스케이팅, 양궁 같은 기록 종목의 경우 OE의 개선이 UP보다 더 실제적인 경쟁우위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록 종목에서는 평가기준이 명확하고 (예: 시간, 점수) 이러한 기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수행해야 하는 활동들도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쇼트트랙에서는 어떻게 더 빨리 달리고 코너링을 효과적으로 하며, 경쟁자의 추월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가가 성공의 관건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몇 가지 제한된 측면에서 OE를 최대한으로 개선하는 것이 이 종목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UP의 비중은 커 보이지 않는다.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UP는 ‘남들과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규칙과 룰이 존재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다른 선수들이나 팀과 다른 특이한 방식으로 과업을 달성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면, 쇼트트랙에서 트랙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를 수도 없고, 상대방을 밀칠 수도 없으며, 뛰어 넘어갈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이런 ‘다른 방식의 경쟁방법’은 해당 종목에서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포츠 종목의 엄격할 룰의 존재를 고려하면 결국 OE를 다른 경쟁 팀들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끌어올리는 것이 이들 스포츠 종목에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유일한 길로 보인다.3 그리고 설령 어떤 선수가 해당 종목의 룰이 허용하는 ‘다른 방식’을 개발해 내더라도 이러한 방식은 관찰되고 모방 시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포터가 말하는 UP의 예에 해당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김연아 선수가 구사하는 3회전+3회전 연속 점프를 시도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만 김연아 선수만큼 완벽하게, 혹은 효과적으로 이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 피겨스케이팅에서의 경쟁우위가 UP가 아닌 OE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점이다. 즉, 김연아 선수는 ‘다른 방식’으로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기술을 구사함으로써 경쟁우위를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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