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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 Border M&A

서로 다른 기업과 기업의 결혼 섬세하고 동일한 커뮤니케이션이 성공열쇠

박영훈 | 148호 (2014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서석윤(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최근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가장 활발한 곳은 아시아태평양(Asia Pacific) 지역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 지역의 성장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들의 성장이 두드러졌고 그중 많은 국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속한다. M&A는 성장을 전제하지 않고는 발생할 수 없는 이벤트다.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가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성공적인 M&A를 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지닌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의 M&A 건수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이 지역은 리스크도 상당히 크다. 북미나 남미, 유럽 등 다른 경제권과 비교해보면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다른 경제권은 간단히 말해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언어가 같거나 비슷하고 한 나라였다가 쪼개지거나 다시 합쳐지는 역사를 거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동일한 문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속하는 국가들은 완전히 다르다. 인도와 중국이 전혀 다르고 한국과 일본을 함께 묶을 수 없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하나의 시장으로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문화적으로도 다르고 국가별로 경제 정책이 제각각이며 경제발전 정도나 기업의 규모나 수준 등이 천차만별이다. 이 지역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동일한 전략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 지역에서 M&A를 추진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가장 큰 특징이다.

 

액센츄어는 이 지역에서 진행된 M&A의 특징을 살펴보고 성공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2002 6월부터 2011 2월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난 550여 건의 M&A 가운데 50건의 대형 M&A를 분석했다. 분석대상 국가는 한국, 일본, 중국,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 11개국이다. 조사방법은 다음과 같다. M&A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2년이 지난 후 운영 성과를 분석했다.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으로는 총주주수익률(Total Return to Shareholders·TRS, 일정 기간의 주가 시세차익과 배당수익률을 더해 산출한 주식의 가치창출 측정지표)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우존스지수를 사용했다. 2년간 인수기업의 TRS와 주가지수를 비교해 어떤 기업이 좋은 성과를 냈는지 분석했다.

 

결과부터 소개하자면 이 지역 주요국에서 일어난 기업 M&A 51%는 수익을 거뒀고 나머지 49%는 손실을 기록했다. M&A를 통해 크게 성공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20% 이상 손실을 낸 기업도 전체의 30%나 됐다. 이들 기업의 성패를 가른 요인은 무엇일까? 왜 어떤 기업은 M&A를 통해 더 큰 부가가치를 얻어 성공가도를 달리고 다른 기업은 대규모 적자로 인수기업마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일까?

 

지역과 기업 규모, 그리고 타이밍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11개국에서 일어난 50건의 대형 M&A 가운데 20% 이상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한 M&A가 전체의 35%에 달했다. 이어 0∼20% 정도 수익을 낸 경우가 16%로 플러스 수익을 낸 사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M&A 이후 기업이 손실을 낸 경우가 나머지 절반을 차지했는데 20% 이상 손실을 낸 경우가 30%, 0∼20% 사이의 손실을 낸 기업이 19%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가별 분포였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견고한 소비자시장을 토대로 M&A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였다. 대표적인 곳이 필리핀인데 분석기간 동안 필리핀에서 이뤄진 M&A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가 넘는 TRS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을 넘겨 이익을 낸 10%를 더하면 필리핀에서 인수합병을 한 10개 기업 중에 7개 기업이 성공한 셈이다.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인 말레이시아 역시 전체 M&A 기업의 절반이 20% 이상 TRS를 기록한 것은 물론 전체 기업의 66%가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태국과 싱가포르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일본이나 호주 등에서는 M&A를 통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M&A 이후 TRS 20% 이상 떨어진 곳이 절반이 넘었고 전체 M&A 사례 가운데 72%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실패한 것으로 집계됐다. 호주 역시 52%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가치 파괴(value-destroying) 상태였다. 인도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국가에서 M&A가 실패한 이유는 이 지역에서의 M&A가 주로 거액이 오고가는 대규모 거래였던 데다 일본과 호주 등 선진국의 장기 불황이 겹쳤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M&A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성장(growth)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분석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또 다른 성공 요인은기업 규모(firm size)’. 규모가 작은 M&A일수록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5억 달러( 5300억 원) 이하의 M&A 수익률이 가장 높고 20억 달러( 2조 원) 규모 이상의 M&A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2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M&A에서는 수익을 내기보다는 오히려 적자를 내는 사례가 많았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거래 규모가 작을수록 좋다는 식의 절대적 규모보다는 인수기업 대비 피인수기업의 크기를 나타내는 상대적 규모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피인수기업 규모가 크면 클수록 내부를 속속들이 파악하기 어렵다.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결합 후 어떻게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어떤 부문을 떼어내고 어떤 부문을 살려야 하는지 등 운영 전략을 수립하기도 훨씬 복잡해진다. 양사를 결합하고 하나의 기업으로 통합하는 작업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며 기간도 오래 걸린다. 인수 대상 기업을 물색할 때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규모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타이밍도 중요하다. 특히 속한 산업의 업황이나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연도별 경제성장률과 TRS를 토대로 M&A 성공률을 분석한 결과 2002년과 2005, 2006, 2011년의 M&A 성과가 가장 좋았다. 이들 기간은 모두 세계 경제가 상승세를 보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시장 환경이 무르익고 업계가 호황을 보여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상황이야말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M&A로 인해 마케팅이나 시장 확대, 해외 진출 등 다른 전략이 다소 주춤하더라도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다면 만회할 여지가 충분하다. 반대로 시장이 하락하거나 경기가 불황에서 막 빠져나와 회복되기 시작하는 시점에 M&A를 시도한다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경기가 나쁠 때는 잠재력을 가졌더라도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에 처해 매물로 나오는 기업이 많아 인수대상 찾기가 용이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주식 교환이나 채권 발행 등이 아닌 현금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형태의 M&A를 추진하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현금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면 M&A를 시도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말과 같다. 보유한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데 채권이나 전환사채(CB) 등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M&A에 나선다면 매출이 조금만 부진하더라도 M&A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밖에도 현금 M&A는 기존 주주가 쉽게 지분을 정리하고 나갈 수 있도록(exit) 하기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렇게 되면 인수기업이 리더십을 갖고 기업 운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 지배구조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아 갈등이 빚어진다면 양사 통합과 시너지 창출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번 분석에서 싱가포르의 경우 현금을 동원한 M&A의 수익률(TRS 중앙값) 43.9%인 데 비해 다른 자산을 활용한 M&A 수익률은 6.3%에 그쳤다. 홍콩에서도 현금 M&A 17.8%의 수익률을 보였지만 다른 자산 M&A 수익률은 -4.6%를 보이며 현금을 통한 M&A의 상대적 우위를 확인하게 했다.

 

성공적인 M&A를 위한 세 가지 조건

 

M&A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재무적 M&A(financial M&A)와 전략적 M&A(strategic M&A). PEF(Private Equity Fund) 또는 벤처캐피털 등에서 유동성 경색에 처한 기업을 사서 영업을 정상화한 후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M&A를 전자라고 본다면 후자는 기존 조직에 없거나 부족한 부문에 대해 외부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M&A를 말한다. 기존 조직과의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거나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하는 M&A.

 

이 중 후자에 국한해 논하자면 전략적 M&A에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설득력 있는 이유다. 기존 조직 또는 기업 경영에서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이 추가돼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해소하겠다는 절실함을 조직 전체가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보유현금에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또는 사세 확장을 위한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해 추진하는 M&A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우리 회사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내부에서 키우는 것과 외부에서 사들이는 것 사이의 득실 계산, 필요한 부문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조직 내부의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조직 내부에서저 기업을 왜 산다고 나서는 걸까’ ‘어마어마하게 돈 들여 뭐하는 거지등 이견이 존재한다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통합과 시너지 창출 단계에서 난항을 겪기 쉽다. 즉 외부 기업 매수에 나서기 전에 인수 원인과 필요성에 대한 내부적 통합부터 완료해야 한다.

 

인수대상 회사의 어떤 점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그 회사를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외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예컨대 그 회사가 가진 인력이 중요한 것인지, 고객 데이터베이스가 중요한 것인지, 특허가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우선순위가 분명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그에 특화된 프로세스를 운영해야 한다. 프랑스계 손해보험사인 악사(Axa)가 온라인 자동차보험사인 에르고다음다이렉트를 인수하면서 고객 이탈 방지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두고 이에 따른 프로세스를 추진했던 것이 좋은 사례다. 악사는 인수된 회사의 고객이 거부감 없이 기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수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기존 서비스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를 통해 고객이 이탈하는 일을 막고 사업의 연속성 유지 및 확장에 성공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철저한 준비다. 무엇이 필요하다는 갈증만으로 성급히 달려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 M&A. M&A 이후를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 후 12개월 일정을 인수 이전부터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PMI 플랜(Post-Merger Integration Plan)이다. 특히 인수 후 100일 동안의 계획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변화에 저항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M&A는 기업 내외부적으로 굉장히 엄청난 변화다. 기존 직원들은 여기에 저항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인수기업이나 피인수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그림 2>를 보자. M&A가 막 완료됐을 때는 인수 및 피인수기업 모두 긍정적인 관점에서 기대를 가지고 변화를 대할 수 있다. 두 기업을 합쳐서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내자는 데 합의하고 의욕적으로 나선다. 가치가 점점 증가한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개인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저항의 순간이 온다.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에 안주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 나타나는 때다. M&A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누적돼 심해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지점을 극복하고 주저앉으려는 조직을 이끌고 가는 모멘텀이 리더십으로부터 또는 조직 내부로부터 나타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M&A의 중요한 성공 포인트다. 저항을 감당하지 못하고 변화의 여러 가지 이니셔티브들이 성과를 못 내면 그 M&A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기존에 발생했던 M&A 사례들을 볼 때 이 변곡점이 지나가고 M&A 성패가 갈리는 기간이 바로 12개월이다. 즉 통합 후 시너지 여부는 12개월 안에 결정된다. PMI 플랜을 3개월 단위로 짜야 한다는 것은 저항이 발생할 수 있는 변곡점마다 강력한 청사진을 제시해 조직을 끌고 가야 한다는 의미다. 조직원들이 M&A라는 변화를 좀 더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최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항은 더 커지고 결국 M&A는 실패한다. 3개월 단위로 PMI 플랜을 짜놓고 반복적으로 제시한다면 M&A로 인해 발생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향후 실행 내용과 계획을 미리 짐작하도록 할 수 있다. 이 같은 PMI 플랜은 M&A가 최종 성립하기 전에 이미 완성돼 있어야 한다. 내 돈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이 오기 전에 인수 후 실행 방안 수립이 완료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세 번째는 화학적 결합이다. 이는 좀 더 장기적이며 범위가 넓은 이슈다. 기업별로 갖고 있는 문화는 제각각이다. M&A는 궁극적으로 그 기업의 문화와 통한다. 어떤 기업은 M&A에 매우 능하지만 어떤 기업은 할 때마다 망할 수 있다.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100개의 체크 리스트를 모두 통과했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그 기업이 가진 문화나 철학과 맞물리는 문제다.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대체로 포용력이 강하고 외부에 열린 문화를 가졌으며 직원들 사이에 존중하는 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성공률이 높다. 이는 단기간에 만들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경영자의 경영 철학이라고 볼 수도 있다. 평소 기업 문화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M&A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

 

조직의 재설계

 

M&A에서 중요한 또 다른 이슈가 바로 중첩된 조직과 기능을 조율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이나 조직의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한 이슈이기도 하다. 양사가 통합했을 때 중첩되는 조직이나 기능이 있다면 한쪽이 다른 쪽을 흡수하거나 어느 한쪽을 축소시키는 편이 이론적으로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첩의 의미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의 문제다. 예컨대 정유회사인 A회사가 화학회사인 B기업을 인수했다고 하자(정유회사가 생산하는 정유에서 화학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위해 단행한 M&A라고 가정). A기업에도 법무팀이 있고 B기업에도 법무팀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합치거나 어느 한쪽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A조직과 B조직의 기능과 목적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기업 특성상 A조직의 법무팀은 정유개발과 공장을 관리하는 법무 역량과 프로세스를 갖고 있고 B조직의 법무팀은 소비자 관리나 정부 정책에 대응하는 역량과 가이드를 갖고 있다면 두 팀은 이름만 같지 전혀 다른 조직이다. ‘법무팀이라는 동일한 간판을 달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축소 내지는 흡수 통합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같은 업무를 두고 이 회사에서는 A팀이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저 회사에서는 B, C, D팀이 나눠서 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럴 때도 이름이 같거나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일률적으로 합쳐서는 안 된다. 해당 조직의 역할이 무엇이고, 핵심 역량이 무엇이며, 그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때 모든 분석은 역할 기준(role-base)으로 실행한다. M&A 이후 통합 과정을 총괄할 PMO(Project Management Office)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이 과정을 다시 말하면 외부 기업을 단순히 우리 기업 안의 비슷한 조직으로 포섭하는 것이 아니라 저 기업과 우리 기업을 한 지도에 펼쳐 놓고 모든 조직을 전체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을 완전히 새롭게 그리는 작업이며 기존 기업이 새로운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지역과 지역, 제품과 제품, 조직의 역할과 역할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파악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M&A 이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의 통합이다. M&A 직후 인수기업은 대부분 PMO를 꾸린다. PMO 아래 TFT IT TF 형식으로 소그룹이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PMO는 대체로 3∼6개월 동안 PMI를 총괄한다. 전체적으로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PMO는 무엇보다도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해야 한다.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직원들 사이에 발생하는 궁금증이나 염려에 대해 일관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인수기업에만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피인수기업에 비밀로 한다고 해서 그 비밀이 지켜질 리 없다. 아예 처음부터우리가 합병하기는 했지만 회계연도 계산상 성과를 별도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피인수기업에는 미안하지만 올해는 인수기업에만 보너스가 나간다는 식으로 알려주는 편이 낫다. 이렇게 섬세하면서도 양측 모두에 동일한 커뮤니케이션들이 지속돼야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사이에 통합이 쉽고 빠르다. 실례로 어떤 기업에서는 PMO에서 뉴스레터를 주 단위로 발송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번 주는 이런 일이 진행됩니다, 다음 주에는 이런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등등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직원들이 느낄 수 있는 혼란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면서 PMI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PMO를 통해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커뮤니케이션하는 주체를 여럿 두지 않고 창구를 단일화해서 항상 한곳에서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도록 해야 혼란이 적고 문제 발생 시 해결이 쉽다.

 

M&A는 기업과 기업의 결혼

 

M&A는 결혼과 비슷하다. 어느 날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조직이 한 지붕 밑에 들어가 시너지를 내야 한다. 결혼 전 알고 있던 이 사람의 장점과 단점은 결혼 후 실제 같이 살며 느끼는 장점 및 단점과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아무리 애써서 예상하고 계획한다고 해도 막상 부딪치며 겪는 것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미리 다 알고 진행하는 M&A는 없다. M&A 결과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없다.

 

은행권 M&A를 보면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어디 출신이냐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 갈증을 느껴서, 실제 필요에 의해서 추진했다기보다는 국가 경제적 이유로 또는 외부 압력에 의해 강제로 합병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제조업 분야에서는 합친 지 얼마 안 돼 이 조직과 저 조직이 완벽히 섞여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 스스로 필요성을 절감하고 적극적인 통합에 나서면서 높은 화학적 통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내부 컨센서스를 토대로 인수가 완료되기 전에 12개월 계획을 미리 준비하고 좀 더 포용력 있게 끌어안는 문화를 확보한 조직이라면 M&A라는 쉽지 않은 이벤트를 수월하게 치러낼 수 있을 것이다.쫑표(2010).ai

 

박영훈 액센츄어 코리아 금융산업 대표 younghoon.park@accenture.com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략컨설팅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삼성물산, 삼성전자, 보스턴컨설팅그룹, 모니터그룹을 거쳐 현재 액센츄어코리아 금융산업 대표로 재직 중이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 박영훈 | - (현) 액센츄어 코리아 금융산업 대표
    - (현) 모니터그룹 부사장
    - 모니터그룹,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보스턴컨설팅그룹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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