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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OL의 이중 딜메이킹 사례

기업가적 마인드로 협상틀 바꿔라

박헌준 | 11호 (2008년 6월 Issue 2)
Case
넷스케이프, AOL과 거액계약 맺고 자축
다음날 AOL, MS와 협력한다며 계약파기
 
웹 브라우저 전쟁 초기 제1 라운드(19941995)에서 제2 라운드(19961997)로 접어드는 시점에 일어난 일이다. 1996년 3월 넷스케이프(Netscape Communications Corporation)가 아메리카온라인(AOL)과의 계약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를 무산시켰고 이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AOL은 MS와 이중 딜메이킹을 했던 것이다. 넷스케이프는 이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배신이 난무한다’고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넷스케이프
1994년 4월 창립된 넷스케이프는 49세의 짐 클라크(Jim Clark)와 23세의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이 창립한 모자이크 커뮤니케이션즈(Mosaic Communications)가 모체다. 클라크는 실리콘 그래픽스의 사장이었고 안드레센은 최초의 웹브라우저인 모자이크를 만든 최고의 프로그래머였다. 1995년 회사 이름을 모자이크에서 넷스케이프로 바꾸고 짐 박스데일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1년 반 후인 1996년 넷스케이프는 36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가진 역사상 가장 단시간에 성공한 소프트웨어 업체가 됐다.
 
안드레센은 1994년 10월 네비게이터 1.0버전을 발표한 프로그래밍 팀을 이끌고 있었으며 이 프로그램은 6주 만에 150만 카피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넷스케이프는 선도자(first-mover)효과와 기술적 우수성으로 1996년 당시 PC사용자 점유율이 70%를 넘어섰다.
 
넷스케이프는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버판매가 주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웹브라우저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기관 대상의 브라우저 판매가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했다.(당시 넷스케이프는 개인에게는 무료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는 유료로 네비게이터를 판매했다.) 1996년 넷스케이프는 전략적 초점을 새롭게 기업 시장에 맞췄다. 넷스케이프는 두 개의 기업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하나는 새롭게 떠오르는 인트라넷과 엑스트라넷 시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노벨사가 점유하고 있던 이메일이나 그룹웨어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이었다.
 
사업 초기부터 넷스케이프는 MS가 가장 위험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MS는 고객에게 독점적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업그레이드 시 비용을 부과하는 전략을 쓰고 있었다. 반면 넷스케이프는 고객에게 플랫폼과 장비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크로스플랫폼, 크로스장비의 네트워크 중심 솔루션을 제공하려 했다. 박스데일은 네비게이터 같은 프로그램이 다른 응용 프로그램과 결합하면 MS의 윈도 독점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만약 MS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넷스케이프의 네비게이터일 것”이라고 MS 직원이 얘기할 정도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1975년 빌 게이츠와 폴 알렌이 창립한 MS는 1981년 IBM의 개인용 컴퓨터가 소개된 이래 PC 운영체제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했다. 1994년 12월 웹의 엄청난 성장에 놀란 빌 게이츠는 MS의 운영체제 독점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MS는 1995년 8월, 인터넷 익스플로러 1.0이 윈도95에 탑재돼 첫선을 보였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개인사용자와 기업고객에게 모두 무료로 제공됐다. 하지만 인터넷 익스플로러 1.0과 1995년 11월 공개한 2.0은 완전히 실패했다. 개인사용자들은 훨씬 성능이 좋고 역시 무료인 네비게이터를 더 선호했다. 기업고객들도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구동이 가능한 네비게이터를 선호했다. 1996년 8월 호환성 문제를 해결한 인터넷 익스플로러 3.0이 발표된 후에야 MS는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었다.
 
MS는 온라인 서비스 사업도 본격화했다. 1993년 빌 게이츠는 자체 온라인 서비스인 MSN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에 늦게 참여했기 에 MS는 AOL과 컴퓨서브 등 이미 기반을 잡은 경쟁자를 따라잡기 위해 수억 달러를 투자해야 했다. MSN은 1995년 8월 서비스를 시작했고 윈도95와 함께 번들로 판매했다. 이 때문에 한 해에 5000만 대가 넘는 새 PC의 바탕화면에 MSN아이콘을 설치할 수 있었다.
 
MS의 최초 목표는 브라우저 시장을 최소 30% 장악하는 것이었다. 이 정도 점유율은 유지해야 인터넷 응용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익스플로러에서도 작동하는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MS는 넷스케이프의 시장 확대를 막기 위해 무료로 제품을 뿌리면서 넷스케이프의 현금이 바닥날 때까지 쥐어짜는 전략을 취했다.
 
아메리카온라인(AOL)
AOL은 인터넷을 통해서 콘텐츠, 채팅, 뉴스, 이메일, 웹 접속을 유료 회원에게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로 사업을 시작했다. 1992년 IPO를 마친 후 AOL의 가치는 6600만 달러였으나 1996년 봄에는 39억 달러로 치솟았다. 그해 매달 25만 명의 가입자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 전문가들은 온라인서비스를 ‘바보들을 위한 인터넷’이라고 깍아내렸다. 이들은 온라인서비스 가입자들이 웹으로 전환하면 이 정보공룡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OL의 CEO인 스티브 케이스(Steve Case)는 넷스케이프가 태어났을 때부터 구애를 해왔다. 한때 케이스는 넷스케이프에 주식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넷스케이프는 AOL과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과의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며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관계는 이후에도 우호적이었다.
 
이에 비해 AOL과 MS 관계는 매우 적대적이었다. 1990년대 초반 MS 공동창립자인 폴 앨런은 AOL 주식 29%를 소유한 최대주주로서 AOL을 인수하기 원했지만 케이스는 이를 저지했다. 그때 빌 게이츠는 케이스에게 “나는 당신 회사 전부를 살 수도 있고, 혹은 직접 그 사업에 진출해서 당신 회사를 묻어버릴 수도 있다”고 말해 그를 화나게 했다. 1994년 11월 MS는 MSN을 시장에 공개했고 AOL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이에 대해 AOL은 “레드몬드의 괴물 MS를 격퇴하자”고 선언했다. 그리고 MSN에 윈도95를 끼워 파는 게 반경쟁적 행위라며 공격을 시작했으며 미국 법무부에 진정서도 제출했다.
 
넷스케이프-AOL-마이크로소프트의 이중 딜메이킹
1990년대 후반 들어 인터넷이 급성장하자 AOL은 최첨단 브라우저를 절박하게 원했다. 새롭게 경영자로 온 데이비드 콜번(David Colburn)은 브라우저 라이선스를 위한 협상을 맡았다. 그는 넷스케이프의 네비게이터가 브랜드와 점유율, 기능 면에서 가장 확실한 선택이라고 느꼈다.
 
1995년 11월 빌 게이츠는 AOL에 MS 브라우저를 공급하는 협상을 위해 스티브 케이스를 레드몬드로 초청했다. 하지만 케이스는 넷스케이프를 선호했으며 MS에 적대적이었다.
 
1996년 1월 케이스는 넷스케이프 사장인 박스데일의 자택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넷스케이프가 AOL 가입자들을 위한 네비게이터의 컴포넌트버전 브라우저(홀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AOL의 프로그램 안에서 구동되는)를 제작해달라고 제안한다. 이 제안을 수락하면 넷스케이프는 즉시 500만 명의 유저를 확보하면서 MS의 점유율 확대를 저지할 수 있었다. 게다가 AOL은 넷스케이프의 웹사이트를 운영 하기를 원했다. AOL과 넷스케이프가 협력하면 넷스케이프 홈페이지에 수백만 명이 방문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케이스는 넷스케이프의 이사회에 자리를 요구하면서 이 제안의 진정성과 깊은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박스데일은 넷스케이프 내부 경영진과 함께 이 제안을 검토했다. 엔지니어들은 회사 전략의 초점이 이미 기업 소프트웨어 쪽으로 옮겨진 상황에서 ‘AOL버전’의 네비게이터를 만드는 것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들은 온라인서비스를 과거의 기술로 인식했기 때문에 AOL이 넷스케이프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겠다는 제안도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지 않았다. 넷스케이프의 냉정한 태도에 케이스는 실망했다. 결국 1996년 2월까지 AOL은 MS와 넷스케이프 두 회사와 동시에 집중적인 협상을 벌였다.
 
1996년 3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MS는 AOL과 넷스케이프의 계약을 무산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든 상황은 넷스케이프에 우호적이었다. AOL 사람들은 우선 MS를 싫어했다. 또 네비게이터는 당대 최고의 브라우저였으며, AOL은 넷스케이프만이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했다. 3월 11일 넷스케이프팀은 AOL과의 계약을 기쁘게 수락했다. 박스데일이 계획한 대로 AOL은 넷스케이프에게 라이선스의 대가로 카피당 상당한 돈을 지불하기로 했다. 네비게이터는 독점적 계약조건은 아니었지만 AOL 가입자들에게 우선 제공될 예정이었다. 그 대가로 AOL이 넷스케이프의 웹사이트에 현저하게 노출될 것이며 두 회사는 공동 마케팅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금융시장은 이 계약에 갈채를 보냈다. 그날 AOL의 주가는 10% 상승했으며, 넷스케이프의 주가는 15% 올랐다. 그러나 바로 그날 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넷스케이프 경영진이 성공을 축하하고 있던 바로 그날 밤, AOL은 MS와 훨씬 더 큰 이중 계약에 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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