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기업PR광고’ 만드는 이병민 오리콤 부장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문경(건국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거대하고 웅장한 플랜트 설비를 보여주고 최첨단 기술을 ‘살짝’ 설명한 뒤에 안전모를 쓴 채 환하게 웃는 엔지니어가 등장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환호한다.
지금까지 중공업 회사의 기업PR 광고는 철저하게 이 공식을 따랐다. 아니 어쩌면 그런 공식을 따를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중공업회사는 B2B 기업이어서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도 않고 어떤 설비를 만들어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설명한다 하더라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저 굉장한 규모를 보여주고 기술의 혜택을 많이받은 이들이 기뻐한다는 이미지 말고는 특별한 메시지나 스토리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 2005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중공업 PR 광고가 등장했다.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두산중공업의 기업PR 광고다. 물과 빛이 부족한 지구 곳곳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엄청난 설비의 웅장한 모습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때론 힘겨운 삶이 비춰지기도 하지만 억지로 그들의 ‘불행’이나 ‘불운’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덤덤한 어조로 그들에게도 맑은 물과 어둠을 밝히는 빛이 필요하고 그 일을 두산중공업이 하고 있다는 얘기만 나온다.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문장은 그 어떤 충격적이거나 과장된 화면을 본 것보다 오래 잔잔하게 마음에 남는다. 심지어 단 한 명의 빅모델을 쓰지 않고도 이런 효과를 만들어낸다.
2013년 여름, 이 광고의 9번째 캠페인이 론칭됐다. 이번 캠페인의 반응 역시 뜨겁다. 네티즌들이 TV CF에 대해 평점을 매기는 사이트에서 10월까지 10위 안에 랭크돼 있었다.1 B2B 기업이 ‘업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공감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두산중공업은 빛과 물의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두 가지가 모두 부족한 사람들의 생활 속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두산중공업이 어떤 철학으로 빛과 물을 만드는지를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9년째 일관되게 밀어 온 슬로건과 광고 콘셉트 역시 크게 성공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광고를 기획·제작하고 있는 광고기획사 오리콤에 따르면 현재 두산중공업에 대한 사람들의 기업 선호도는 캠페인 론칭 이전 25.4%에서 캠페인 진행 이후 2011년까지 평균 80% 수준을 보이고 있다. (표 1) 한국대학신문이 지난 10월 전국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 결과에서도 두산중공업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올랐다. (그림 1) 중공업 기업PR 광고의 목적이 ‘대국민 호감도 향상’과 ‘우수인재 확보’라고 봤을 때 ‘완벽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또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도 2012년에 국내 TV 광고로는 처음으로 해외광고제(미국 머큐리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2008년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4차 캠페인부터 광고 전반을 기획하고 제작해 온 이병민 오리콤 Plan-M 대표2 를 만나 기업PR 광고의 원칙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9차 광고캠페인에 대한 반응이 좋다.
‘광고 좋다’는 얘기를 어느 때보다 많이 들었다. 네티즌 평가가 굉장히 좋았고 실제로 서울영상광고제 TV CF 어워드에서 2위를 했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처럼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광고가 아니라 B2B 기업의 기업PR 광고라는 측면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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