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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상권 분석, ‘상식’ 아닌 ‘지식’으로 접근하라

송규봉 | 144호 (2014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국물연구소와 지도연구소

 

매주 수요일 오전 내내 세미나가 열렸다. 한촌설렁탕 본사에서 1년 동안 수요세미나는 계속됐다. 한촌설렁탕은 약 50개 점포를 가진 프랜차이즈다. 2011년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원이 시행한 프랜차이즈 수준 평가에서 우수프랜차이즈로 선정된 이후 같은 해 외식 부문에서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2012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최우수 프랜차이즈로 선정했고 2013매일경제가 선정하는대한민국 100대 프랜차이즈에 뽑혔다.

 

한촌설렁탕을 주목하게 된 것은 화려한 수상 실적 때문이 아니었다. 2012년 한여름, 한촌설렁탕 CEO와의 미팅은 예정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뒤이은 약속은 연구소를 이끌어갈 신임 소장과의 면담이었다. “동석해도 괜찮겠습니까라는 질문에 호기심이 발동해그러시죠했다. 설렁탕 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연구소

 

한촌설렁탕은 2007년 충북 음성에 중앙조리센터(CK·Central Kitchen)를 만들었다. 점포마다 제각각인 국물 맛의 표준화를 시도한 것이다. 2010년에는 국내 최초로 설렁탕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신임 연구소장은 유명 라면 브랜드에 근무한 베테랑 연구원이었다. 라면의 국물 맛을 연구해온 전문성을 설렁탕에 적용하려는 것이었다. 그저 연구소장 한 명을 스카우트한 줄로만 알았다. 연구성과는 뛰어난 개인 한 명이 아니라 팀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신념대로 한 팀을 모두 스카우트했다.

 

그날이 계기가 돼 수요세미나가 시작됐다. 수요세미나에는 뚜렷한 주제가 있었다. 우수 점포와 실적이 부진한 점포 간 입지상권의 특징이 있는가? 변화하는 시장에서 새로 주목해야 할 지역은 어디인가? 이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감미옥이라는 설렁탕집부터한촌설렁탕브랜드를 만들어온 약 30년의 세월 동안 CEO의 예상 매출액은 대부분 적중해왔다. 26개의 출점 체크리스트를 채워 후보입지를 심사하고 분야별 점수와 총점으로 예상 매출액을 산정해왔다. 이런 자체 진단법으로 실제 매출에 대부분 근접한 결과를 얻어온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소비지형이 크게 바뀌면서 예전의 진단법이 조금씩 빗나가기 시작했다. 수요세미나는 이런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경험과 직관만으로 출점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을 시도하자는 중간결론을 내렸다. 국물과 김치의 맛을 분석하고 정량화해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식품기술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처럼 상권분석과 출점전략을 정립하기 위한 ‘IT기술연구소를 지난 10월에 정식 등록했다. ‘국물연구소에 이어지도연구소의 문을 연 것이다.

100년 가게의 비밀

 

한촌설렁탕은 백 년을 꿈꾼다. 부모님의 가게를 물려받은 2세 경영인으로서 3대 너머를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KBS가 방영한백년의 가게를 사례연구의 교본으로 삼는 건 당연해 보였다. ‘백년의 가게에 소개된 식당 중에 가장 오래된 곳은 일본의헤이하치자야(平八茶屋)’로 역사가 437년이나 된다. 1576년 처음 가게를 열었을 당시 육로를 지나는 행인들에게 보리밥에 마를 갈아 얹어주는 덮밥과 차를 팔았다. 이제는 일본 전통 정식요리인 가이세키 요리(會席料理) 전문점으로 진화했다.

 

현재 21대 사장이 경영하고 있는헤이하치자야 430여 년 동안 변하지 않은 메뉴는보리덮밥하나뿐이다. 단 하나의 메뉴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꿔왔다. 애초 간단한 음식을 팔던헤이하치자야가 고급 요리 전문점으로 변신하게 된 이유는 교토에 철도가 개통됐기 때문이다. 원래 식당의 위치는 유동객이 풍부한 육로 옆이었다. 그러다 철도가 개통되면서 유동객의 흐름이 철도역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됐다. 가게문을 닫을 것인가 아니면 변신을 선택할 것인가 심각한 고민 끝에 요리전문점을 선택했다. 시대와 상권의 변화가 혁신을 요구한 셈이다.

 

수요세미나에서헤이하치자야의 동영상에 이어 이탈리아 피자 명가스타리타를 소개했다. 1901년에 창업한 피자가게로 현재 3대 사장인 안토니오 스타리타가 운영하고 있다. 나폴리에 위치한 이 피자 레스토랑의 메뉴는 모두 몇 가지일까? 임직원들에게 퀴즈를 냈다. “세 가지 미만일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복잡한 메뉴 대신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효율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우 설득력이 있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실제 이 피자가게에는 70가지 메뉴가 있다.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나폴리의 피자 명가에 선택과 집중을 포기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수많은 메뉴가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3대 사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이탈리아에도 맥도날드 같은 수많은 패스트푸드 전문점과 새로운 입맛의 체인형 레스토랑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110년 넘은 가게라는 자부심만 가지고는 새로 자라는 어린이들의 변화된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즐기고 기억하는 재미있고 맛있는 신메뉴 개발을 멈출 수 없다.” 이 레스토랑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밀가루, 치즈, 소금, 해산물만을 사용하는 110년의 전통은 유지하되 변하는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2년 내에 가맹점을 창업한 점주 300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가맹점 평균 창업비용은 17600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서비스업이 199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필요했으며 외식업이 17500만 원, 도소매업의 경우 13800만 원이 각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 창업 시 겪는 애로사항으로는 창업 자금(24.7%)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이어 가맹점 입지선정 및 확보(23.3%), 경영노하우 부족(15.7%), 업종선택(11.7%), 인력부족(9.7%)이 뒤를 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가맹본부(브랜드) 선택(7.7%), 관련 법률에 대한 이해 부족(1.3%)을 꼽았다.

 

가맹점주와 프랜차이즈 본사 간의 분쟁이 늘어나면서 법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2014 2월부터 발효되는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직접적인 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제9조 허위·과장 정보제공에 관한 사항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희망자에게 예상매출액, 수익, 매출총이익, 순이익 등 장래의 예상수익상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산출한 객관적 근거를 밝히고 이를 서면으로 창업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예상매출액은 최솟값과 최댓값이 1.3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시행령에 정해져 아무렇게나 금액을 제안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제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새로운 법률환경에 대비하는 2가지 커다란 방향이 있다. 첫째는 법적 기준의 최소 요건만 지켜가는 소극적 대처방안이다. 예상매출액도 시행령이 제시한 것처럼 광역시도 내 5개 점포의 평균 월 매출액에서 최댓값과 최솟값을 제외한 중간 값을 제시하는 수준에 멈추는 것이다.

 

두 번째 선택은 이번 기회를 불안과 의심이 커진 창업자들에게 더 큰 신뢰를 제공함으로써 치열한 프랜차이즈 가맹모집 대열에서 앞서 나가는 공세적 대처방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창업자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인입지선정에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론을 정립해 프랜차이즈 내부의 역량을 높이고 그 결과 창업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장사에서 과학적 경영으로 중심축을 이동해나가는 것이다.

 

상식의 재검토

 

때로 상식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주관하는 상권분석 교육과정에 참가한 프랜차이즈 본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강의시간이었다. “2011년 말 파리바게뜨는 전국에 약 320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서울에는 781개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파리바게뜨 출점 대상지 중 전략적 비중은 어디가 제일 높을까요? ① 주거밀집지업무밀집지 ③ 300대 전철 역세권 이상 세 가지 유형의 비율별로 순서를 쪽지에 적어주세요.” 대부분 주거지역을 1순위로 적어냈다. 대부분 틀렸다.

 

상권분석 교육과정에 참가하는 프랜차이즈에는 유명 브랜드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전국에 20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는 서비스 브랜드를 필두로 점포가 1000개에 달하는 치킨 브랜드, 500개 점포에 도달한 피자, 분식, 치킨 브랜드, 점포 250개 내외의 보쌈, 닭강정 브랜드와 100개 내외의 키즈카페 브랜드 등이 참여했다. 일반 창업자들이 아니라 프랜차이즈의 경영 일선에서 단련된 임직원들이었다.

 

일부러 <지도 1>을 먼저 보여줬다. 상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지도 1> 2010년 통계청이 조사한 서울시 인구 951만 명을 16469개의 통계청 집계구 단위 GIS(지리정보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간연산한 결과다. 서울시를 16000여 개의 소블록으로 잘게 쪼개 평균 580명의 인구수를 반영해 그린 밀도지도다. 서울인구는 서울시 경계선을 따라 북쪽부터 도봉, 노원, 중랑, 강동, 송파로 이어지며 강력한 밀집도를 형성한다. 남쪽에서는 동작구와 관악구 접경, 강서구와 양천구의 접경에서 고밀도를 이루며 은평구와 성북구로 건너간다.

 

“파리바게뜨 781개 점포는 <지도 1>의 패턴을 대체로 따를까요?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 있습니까?” 곧이어 781개 점포의 위치를 점점이 분포도로 보여줬다. 분포도상 781개 점포는 서로 겹쳐져 뚜렷한 패턴이 드러나지 않았다. 대부분 <지도 1>의 인구밀도와 유사한 점포밀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도 2>를 보여주자 당황하는 수강생들이 많았다.

 

파리바게뜨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은 종로구와 중구의 접경으로 광화문을지로 일대와 서초구와 강남구의 접경인 강남역테헤란로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 두 지역에만 약 100개의 점포가 출점해 있다. 주택가에도 분명 출점했지만 특정 상권에 더 집중적으로 출점한 것이다. <지도 3>을 보여줬다. 서울시 유동인구의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SK텔레콤의 2012 10월 이동통신 이용자의 휴대폰 사용량을 기반으로 서울시 168258개 소권역별 1일 평균 누적 유동인구 3876만 명의 데이터를 GIS로 분석한 결과이다.

 

프랜차이즈 점포의 출점 패턴은 주거인구와 유동인구 사이에 형성된다. <지도 2>에서 확인된 파리바게뜨의 출점패턴은 <지도 1>로 표현된 인구밀도보다 <지도 3>에 반영된 유동인구의 패턴을 더 많이 따른다. 수강생들에게 <지도 4>를 보여줬다. 2011년 서울에 출점한 커피전문점 810개의 밀집도를 담았다. 커피전문점을 대표하는 8대 브랜드의 점포를 종합했다. 당시 점포 수 규모에 따라 스타벅스(187), 커피빈(144), 할리스(106), 탐앤탐스(102), 엔젤리너스(91), 카페베네(90), 투썸플레이스(51), 파스쿠치(39)를 포함했다.

 

커피전문점의 출점밀도를 보여주는 <지도 4>는 파리바게뜨의 점포밀도가 반영된 <지도 2>에서 주거지역의 밀집도를 지우개로 지운 것과 유사하다. <지도 4>가 더욱 명료한 공간패턴을 보여준다. 당시 커피전문점이 경쟁하는 시장지형이다. 다시 <지도 2> <지도 4>를 비교해보자. 전통적인 의미의 제과점과 커피전문점은 서로 다른 곳에서 활로를 찾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제빵과 제과에서 커피시장으로, 커피전문점은 베이커리 메뉴를 대폭 강화하며 제과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메뉴구성뿐만 아니라 지역과 상권도 서로 겹쳐지고 있다.

 

외부의 눈으로 내부를 보는 이유

 

경영전략은 외부의 눈으로 내부를 보는 시선에서 시작된다.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기업의 외부환경에 대한 조직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전략은 시장, 고객, 비고객, 산업 내외의 기술, 국제금융시장, 글로벌 경제의 움직임 등과 같은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 왜냐하면 그곳이 바로 경영의 결과가 증명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장과 고객이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고객은 기업체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존재한다. 그리고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해당 산업과 관련이 없는 다른 분야에서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1970년대까지 미국 백화점은 승승장구했다. 당시 미국 유통산업(식료품 제외)에서 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은 30%에 달했다. 그들은 기존 고객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연구하고 조사했다. 그러나 그들은 고객이 아닌 나머지 70%의 비()고객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를 주도할 무렵, 고등교육을 받은 맞벌이 주부들이 쇼핑할 장소를 결정하는 것은 가격요인이 아니었다. 시간이 일차적으로 중요한 요소였다. 어른이 된 베이비붐 세대의 여성들은 그들의 시간을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데 소비할 수가 없었다. 백화점 업체들은 오직 자신의 고객들만 고려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몇 년 동안 인식하지 못했다. 뒤늦게 이를 깨달았을 때는 백화점 사업이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후였다.1

 

외부의 눈으로 스스로를 살피는 안목은 개인 창업자에게도 절실하다. 최근 창업희망자들이 가장 원하는 업종은 카페로 전체 응답자의 45.8%에 달했다. 2위는 펜션(16.8%), 3위는 제과점(16.6%), 4위는 의류·잡화 매장(15.9%)으로 나타났다. 앞서 YTN에서 보도된트렌드모니터의 설문결과다. 카페의 경우 최근 5년 내 가장 급증한 아이템이라는 점, 창업자 입장에서 비교적 힘들지 않고, 남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아이템이라는 측면에서 예비 창업자 입장에서는 선호도가 높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경우 펜션 창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게 나타났다.

 

<지도 5>는 서울시 강남3구의 커피전문점의 매출밀도를 담고 있다. BC카드 빅데이터팀이 제공한 2012 7월부터 2013 6월까지 BC카드 가맹점에서 결제된 총 18조 원의 카드사용 금액을 500대 업종으로 세분화하되 개별 점포의 매출액은 제외했다. 다만 소비지형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강남3구를 1만 개의 소블록으로 쪼개 블록단위로 업종별 점포 수와 사용금액을 재집계했다. 강남3구에만 1079개의 커피전문점이 있었다. BC카드로만 1년 동안 721억 원이 결제돼 커피전문점 평균 6700만 원 수준의 매출이 일어났다. BC카드 시장점유율을 25%로 가정한다면 매장당 평균 27000만 원 수준의 연 매출을 예상할 수 있다. 1079개 커피점의 매출액과 경쟁상황은 하나하나 개별적이다. 신규 진입자는 어디에서 어떻게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가?

 

<지도 6>은 강남3구의 제과점 매출밀도를 반영했다. 강남3구의 제과점 시장은 BC카드로만 연간 700억 원, 전체로는 2800억 원 시장으로 추정된다. 커피점의 매출 패턴을 보여주는 <지도 5>와 매우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제과점 매출의 지리적 분포가 커피점에 비해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유동객이 풍부한 지역, 업무밀집지, 주거밀집지가 각각 반영된 결과다. 그럼에도 도곡역과 매봉역 사이에 강력한 매출밀도가 형성됐고 그 농도가 강남역 주변보다 강력해 데이터에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여러 번 확인을 거듭했다.

 

강남역 일대에만 28개의 제과점이 있다. BC카드 연간 결제 총액은 63억 원이었다. 도곡역과 매봉역 사이에 제과점은 4개가 있다. BC카드 연간 결제 총액은 34억 원이었다. 강남역 일대의 제과점은 강남3구 전체 제과점 756개의 3.7%를 차지하지만 매출 비중은 9.0%를 기록했다. 도곡역 일대의 제과점은 강남3구 전체 제과점의 0.5%에 불과하지만 매출 비중은 4.9%를 차지했다. 강남역 일대 제과점은 강남3구 제과점 평균 매출의 2.4, 도곡역 일대 제과점은 9.2배를 기록했다. 평균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패턴이 드러났다.

 



 

점포 4개 연매출 100억 원 제과점

 

BC카드가 외부에 제공한 빅데이터로는 개별 점포의 매출액을 알 수 없다. 블록별로 동종 점포 여러 개를 한꺼번에 집계해서 업종코드, 업소 수, 결제건수, 총금액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곡역과 매봉역 사이 900m 블록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강남3구 전체 제과점 매출의 4.9%가 몰린 것일까? 인터넷 지도를 열고 해당 지역으로 들어가현재 지도에서 장소검색을 이용해제과점을 찾아봤다. 도곡역과 매봉역 사이에 정말 4개의 제과점이 지도에 표시됐다. 그중에는 전국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2개다. 나머지 중에 프랜차이즈와 거리가 먼 이름이 나왔다. ‘김영모과자점이라는 상호였다. 김영모 사장이 2010년 진행한 언론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김영모과자점은 총 4개 지점(서초본점, 도곡타워팰리스점, 역삼럭키아파트점, 반포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매출은 100억 원 정도에 달한다. 특히 도곡점의 경우 샌드위치 카페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2

 

김영모과자점은 전국형 프랜차이즈로 가는 대신 강남 지역에만 4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직영점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40개나 400개가 아니고 4개만 운영하는 걸까? “직영점을 근거리에만 개설하는 이유는 품질 관리 때문입니다. 현재 네 개 점포가 모두 자동차로 10분 정도면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제품을 수시로, 일일이 검토할 수 있어야 품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시설과 인력 등 인프라가 구축이 되면 다른 곳으로 확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속도를 내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김영모 사장의 말이다.

 

2010년 상반기에 진행한 인터뷰 당시 김영모과자점은 오직 4개의 점포만을 운영하고 있었다. 2013년 하반기에 점포는 더 늘어났을까?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점포 위치를 확인하자 점포 수가 도곡, 서초, 반포 3곳으로 줄어들었다. 기존 역삼점은한재용베이커리로 상호를 바꿨는데 예전부터김영모과자점역삼매장을 관리하던 당시 수석 제과장이 가게를 그대로 인수했다고 전해진다. 어쨌건 김영모과자점은 그들만의 전략적 여정을 고수하고 있다.

 

최선의 토양을 찾아서

 

뛰어난 심마니는 산삼의 생육지를 한눈에 감별해낸다. 산삼은 다른 식물보다 물빠짐이 필수적으로 중요하다고 한다. 풍화작용이 덜 진행돼 거친 입자가 많은 푸석돌의 지형은 낙엽 부식층보다 산삼의 장수에는 훨씬 좋은 토양조건을 제공한다고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낙엽 부식층을 산삼 생육의 필수조건으로 오인하고 있는데 부식토층은 물로 흘려 내려 보내야 할 경사면의 수분을 너무 많이 품게 되고 토양 입자 사이를 메워 산삼의 뿌리가 과한 습기로 썩기 때문에 산삼의 장수에는 치명적이다.3

 

파리바게뜨는 그들만의 토양이 있고 김영모과자점은 자신들만의 입지가 있다. 전략은 선택이다. 전략이란 경쟁자들에 비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와 우월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이 산업 내에서 자신의 특유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통합된 일련의 선택이다.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현재의 사업을 최적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면 효율성을 높이고 어느 정도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전략은 아니다. 최적화는 사업의 일부분이지 전략은 아니다.

 

1970년대 미국 백화점 사업은 최적화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최적화의 가장 대표적인 실행방법이 벤치마킹이다. 일부 기업들은 경쟁자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다음 동일한 일련의 활동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동일성은 전략이 아니고 가장 평범한 처방에 불과하다. 명료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어디에서 사업을 할 것인지, 어떻게 승리할 것인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인지, 어떤 경영시스템이 필요한지 최선의 선택들을 종합하는 것이 진정한 전략이다.4

 

한촌설렁탕은 강남 지역에만 11개 점포를 냈다. 흥미롭게도 최근에는 전혀 다른 유형의 상권과 입지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확인되고 있다. 평균 매출을 상회하는 우수 점포를인삼에 비유한다면 놀랄 정도의 특별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점포는산삼에 비유할 수 있다. 한촌설렁탕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고 누구나 재배할 수 있는드넓은 인삼밭이 아니라 아무나 발견할 수 없는산삼토양연구에 착수했다.

 

한촌설렁탕만의 특별한 상권분석 노하우를 정립하기 위한 첫걸음은 외부의 객관적인 데이터와 내부의 매출 데이터를 통합해 현존 점포의 매출구조를 철저하게 해부하는 것이다.그간 대부분의 외식기업은 고객분석을 후순위로 미룬 채 차별화된매장 분위기에 집중했다. 점포의 내적 요인에 더 주목한 것이다. 맛과 분위기에 대한 소비자의 취향은 다양화되고 세분화돼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제는 언제 누가 어떤 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느 지역 어떤 공간에서 고객의 선택이 달라지는지 고객중심의 심층분석이 필요하다. 현존 고객과 더불어 외부의 비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120만 명의 종사자와 연 매출 120조 원에 도달한 프랜차이즈 산업은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처럼 기술력이 집적되고 고도의 연구역량이 더해질 때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지도 7>은 강남3 22120개 외식업소 중 한식으로 분류된 5916개 식당에서 연간 6044억 원의 결제액을 압축하고 있다. 강남3구 제과점 시장보다 한식시장이 8.6배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식당의 1년 차 생존율 70%를 적용하면 매년 30%의 음식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업소가 진입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직관에만 의존해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무모할 정도다.

 

<지도 7>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강남3구에서 가장 중요한 한식시장은 법원과 검찰청 인접지역인 서초역교대역 블록이다. 그 다음 강남역, 삼성역, 청담역 인근지역이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산업평균 점포생존율보다 훨씬 높은 기록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현존하는 시장의 지형과 토양을 면밀하게 분석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예비 창업자들이 더 현명해지고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얼마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측정지표를 제공하고 실제 탁월한 경영성과를 제시할 수 있는지에 따라 프랜차이즈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 송규봉 송규봉 | - (주)GIS United 대표
    -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
    - 와튼경영대학원, 하버드대 GIS연구원
    mapinsite@gisut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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