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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minds

100년 명품을 낳은 샤넬, 현재를 즐겼다

이병주 | 140호 (2013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창조와혁신이화두인시대입니다. 예술가, 문학가, 학자, 엔지니어, 운동선수창작가들의노하우는기업경영자에게보석같은지혜를제공합니다. 이병주생생경영연구소장이새로운관점에서바라본창조의노하우를소개합니다.

 

 

“내가 필요한 돈을 대겠어요. 단 조건이 하나 있어요. 이 돈을 내게 받았다는 이야기를 절대로 해선 안 돼요.”

 

공연 자금을 구할 방법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던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에게 패션사업으로 거부가 된 디자이너 샤넬(Gabrielle “Coco” Chanel) 30만 프랑이 적힌 수표를 건넸다. 공연을 넉넉히 치르고도 남는 거액이었다. 더욱이 이때까지 디아길레프는 샤넬과 안면은 있지만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러시아 발레단을 창설한 디아길레프는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봄의 제전을 재조명하는 공연을 기획하고 있었다. 1913년 파리의 샹젤리제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던 관객들에 의해 아수라장이 된 문제작을 새로운 안무로 다시 올리려 했는데 워낙 악명 높았던 공연인지라 어떤 후원자도 나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샤넬이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다. 샤넬이 후원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좋아했다. 이렇게 제작된봄의 제전 1921년 재연에서 성공을 거뒀다.

 

 

샤넬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예술을 즐겼고 여러 예술가들과 교우했다. 절친했던 극작가인 콕토와 기획자 디아길레프 이외에도 사티, 풀랑크, 미요, 라귀, 스트라빈스키 등 음악가들과 르베르디, 라디게와 같은 시인, 피카소, 그리스, 레제, 브라크 등의 화가들이 그녀의 집에 모여들었다. 피카소는 긴 파티가 끝나고 집에 가기가 귀찮아지면 으레 샤넬의 집에 머물렀다. 샤넬은 술에 취한 예술가들이 새벽에 자신의 저택에 쳐들어오면 기꺼이 방을 내줬다. 그리고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예술가들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스트라빈스키가 생활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네 명의 자식을 포함한 가족 모두를 자신의 별장에서 기거하게 했다. 스트라빈스키 가족은 2년을 머물다 떠났지만 이후에도 10년 넘게 후원을 지속했다. 1933년 쉰 살이 넘은 스트라빈스키가 샤넬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샤넬의 후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또 다시 당신을 귀찮게 만들어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샤넬이 연초부터 돈을 보내주지 않아 한 푼도 없으니 이 달을 어떻게 살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당신이 이 사정을 그녀에게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예술을 사랑했지만 샤넬은 예술작품을 수집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피카소, 모딜리아니, 브라크, 달리 등 친한 화가들의 그림을 단 한 점도 소장하지 않았다. 예술작품보다는 예술가들과 교우하며 순간순간 즐기는 것을 좋아했다. 독창적인 예술품을 소장하기보다는 그걸 만든 사람의 독창성을 느끼고 싶어했다. 그녀의 예술 후원은 자선활동이 아니라 유희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은 드러나지 않게 도왔지만 샤넬이 예술가들에게 너그럽다는 얘기를 듣고 도움을 구하러 오는 예술가들에게는 한 푼도 내주지 않았다. 샤넬은 현실을 마음껏 즐긴 사람이었다. 순간을 즐겼던 샤넬의 생각은 돈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샤넬은돈은 좋은 하인이자, 나쁜 주인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평생 그녀는 돈에 구속되지 않고 삶을 즐기는 데 수입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심리학자 매슬로(Abraham Maslow)에 의하면 샤넬과 같이 현실을 즐기는 성향이 창조가의 전형적 특성이다. 매슬로는 1962년 한 하이테크 기업의 요구로 직원들의 행동과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며 경영과 혁신에 대해 연구한 일지를 남겼다. 창의성 역시 그의 주된 관심사였는데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미래를 잊고 현재에 모든 관심을 쏟을 줄 아느냐에 따라 지금 당장의 창조성 발휘 여부가 결정된다. 창조적인 사람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예측성도 내던져버리고 현재에만 완전히 몰두하여 즐긴다. 그러므로 그들은 융통성을 발휘할 줄 안다. 상황이 변하면 그에 따라 노선을 변경한다. 계획을 내던져 버리고 융통성을 발휘해 변화하는 상황과 시시각각 변하는 문제의 요구사항에 자신을 맞출 줄 안다. 왜냐하면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자기존중이 있기 때문이다.”

즉 창조적인 사람은 스스로를 믿기 때문에 모호하고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지 않아서 현실을 즐긴다는 것이다. 현실을 즐기는 만큼 임기응변에 강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 변화 역량(Dynamic Capabilities)이 뛰어나다. 실제로 샤넬은 변화무쌍한 패션계에서 100년 동안 최고의 위치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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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주capomaru@gmail.com

    DBR 객원 편집위원

    필자는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LG경제연구원에서 창의성, 혁신, 마케팅 관련 연구와 컨설팅을 수행했다. 여러 벤처캐피털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며, 스타트업 투자와 보육, 성장을 도왔다. 저서로 『애플 콤플렉스』, 『촉』, 『3불 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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