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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어떻게

일상의 게임화… 주변 모든 것이 소재다

최혜실 | 10호 (2008년 6월 Issue 1)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컴퓨터 게임 등 컴퓨터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서사(敍事)행위를 말한다.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쌍방향적(interactive)이고, 복합적인(multimodal) 서사 창조 행위가 모두 디지털 스토리텔링인 것이다. 여기에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음악, 목소리,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이 포함된다. 이는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야기, 인물, 미스터리 등 기존 서사 형식에 나오는 것들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실행하는 이들은 그들의 디자인에 정보를 주는 서사 예술(시, 연극, 소설, 수필, 영화)에 대해 식견이 높고, 컴퓨터상에서 창조적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인간 중심적인 인식과 디지털 도구에 대한 창조적이고 정교한 인식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갖는 게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관건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전반적인 특징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유연성이다. 인터넷상에서는 비선형적(非線形的·nonlinable)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순서대로 글을 쓰거나 읽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클릭만으로 글을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다. 또 독자들이 다양한 인물의 역할을 맡아 표현할 수도 있다. 둘째는 보편성이다. 기술의 발달로 저렴한 가격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프로듀서와 디렉터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셋째, 상호작용성이다. 영화나 드라마, 라디오와 달리 인터넷상의 디지털 스토리는 창작자와 청중 사이에 경계가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참여자가 될 수 있다.
 
과거형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으로
디지털(digital)’과 ‘이야기(story)’ 그리고 ‘하기(ing)’의 의미를 담고 있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21세기의 시대적 상황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이야기는 일방향적인 상황에서 당연히 과거형이다. 독자는 저자에 의해 ‘이야기된’ 텍스트를 접했다. 공연예술인 연극이나 뮤지컬도 마찬가지로 ‘이미 만들어진 것’이란 개념이 적용된다. 관객은 조용히 앉아 공연을 경청해야 하므로 이미 쓰인 각본에 의해 배우가 행동한 결과물을 감상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디지털 매체의 양방향성 때문에 이런 과거형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으로 바뀐다. 수용자의 반응에 따라 그때그때 이야기가 변하기 때문에 이야기는 미래를 향해서도 열려있다.
 
이러한 디지털 매체의 양방향성은 이야기의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증대시켜 다른 이야기 방식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를 들어 드라마의 이야기 방향이 누리꾼들의 의견에 따라 쉽게 바뀌며 수용자들도 쉽게 피드백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또 문학관이나 전시실도 과거에는 단순하고 일방적인 전시, 나열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관람자가 스위치를 눌러 영상을 보거나 관람자가 조작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장치로 바뀌고 있다. 현재진행형에는 바로 수용자의 능동적인 행동이 담겨있는 것이다.
 
공간탐색도 스토리텔링이다
이야기가 문학이라는 선입관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가장 대중적인 장르인 게임은 틀림없이 이야기다. 게임에서 이야기는 일종의 공간 인식 과정이다. 대상물에서 느껴진 감응을 지각하는 과정인 시각 경험은 단편적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視)감각으로 이루어진다. 눈이 상황을 시각적으로 인지한다면 두뇌는 수용된 메시지들을 하나의 시각 이미지로 종합하는 작용을 한다.
 
여기에 사운드가 있고 시각 자극에 일정하게 반응하는 몸동작이 존재한다. 시감각과 청각, 이런 동작들이 만들어낸 경험이 시간에 따라 배열되고 내가 이들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을 통해 총체적인 의미가 만들어진다.
 
물론 몸동작은 아바타와 일치하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누르는 행위와 아바타가 뛰는 동작은 다르지만 키보드를 수십 번 누르는 동안에 아바타와 일체감을 갖게 된다. 내가 그런 동작을 하는 것은 아바타의 프로그래밍된 정보이며 그 정보는 게임 초반부에 강렬한 영상과 사운드를 통해 스토리텔링으로 인지된다.
 
대부분의 게임은 이처럼 공간 탐색의 이야기로 되어있다. 예를 들어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Dungeon Siege’는 왕국 수호를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구조로 이뤄져 있다. 주인공은 게임 내내 일정한 ‘장소’로 이동한다. 농사일을 하던 고향, 성혈의 지하 묘지, 웨스린 크로스, 스톤 브리지, 크리터 델브, 크래슨, 얼음 동굴, 여행자의 캠프, 크로스의 성채, 불의 계곡, 폐허가 된 사원, 용의 소굴, 에브 성, 성 내의 별의 내실, 지하 던전 등 공간 이동을 하는 과정에 주인공이 경험한 모든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 된다.
 
게이머는 먼저 전체 지도를 접하면서 자신이 임무를 수행하는 ‘공간’ 전체를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게임을 해나가는 과정에 점차 공간의 베일을 벗긴다. 예를 들어 ‘워크래프트2’에서 초반부에 지도는 온통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이머는 자신이 조정하는 유닛(unit)을 이동시킨다. 유닛의 시야가 닿는 부분은 밝아지고 지형이 나타난다. 게이머는 탐험의 과정을 통해 미지의 공간의 베일을 벗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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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혜실

    - (현)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현) 인문콘텐츠학회 부회장
    - (현) 문화콘텐츠기술학회 부회장
    - 하버드대 방문교수
    - KAIST 인문사회과학부 및 문화기술학제 전공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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