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와 마이클 포터

“전쟁은 돈, 적은 비용으로 이겨라” 손자의 속승전략, 가치사슬로 현대화

136호 (2013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DBR 정기 필진 중 한 명인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새 코너손자와 마이클 포터를 연재합니다. 고대 동양의 군사전략가인 손자와 현대 서양의 경영전략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전략 모델들을 비교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합니다.

 

지난 718자동차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디트로이트 시()는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끝내 미시간 주 연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디트로이트의 파산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쇠퇴 때문이었다. 최근의 경제불황으로 미국3’ 자동차 회사들(GM, 포드, 크라이슬러)이 모두 큰 타격을 입어 이들의 소재지인 디트로이트도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한편, 미국의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퍼실리티스(Business Facilities)> 2013년 자동차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 주() 2012 7위에서 2013 2위로 뛰어올랐다. 허허벌판이었던 앨라배마가 완전히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것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외국 자동차회사를 유치한 덕분이다.

 

앨라배마는 현대자동차의 도움으로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현대자동차가 앨라배마에 공장을 설립한 것도 국내에서는 어려운 매력적인 조건을 현지에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대자동차는 1987년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거의 매년 단행한 노조파업 때문에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앨라배마는 현대자동차에노조 없는 공장을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공장부지 무상 제공, 공장 주변 도로 포장, 근로자 교육 지원, 조세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또한 앨라배마 주 노동자의 임금은 국내에 비해 20% 낮으면서 생산성은 거의 2배나 높다. 이러한 유리한 조건들이 결과적으로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을 높였고 미국에서 현대자동차 시장점유율은 급속히 증가해 2005년의 2.7%에서 2012년에는 4.9%로 늘어났다.

 

이와 같이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현대자동차는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은해외에 답이 있다면서 해외 시장과 해외 생산기지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는 앨라배마 등 15개 해외 공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해외공장지원실도 신설했다. 이는 현지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현지 자원을 활용하는 경쟁력 강화 전략은 2500여 년 전의 <손자병법>에서도 전략의 기본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손자병법> 2편인 작전 편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이번 글에서는 작전 편에서 손자가 제시한 군사전략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전쟁사례에 적용해보겠다. 그리고 이론적 측면에서 <손자병법> 2편 군사전략을 포터의 가치사슬 모델과 연결하고 <손자병법>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하겠다. 이를 통해 <손자병법>을 경영에 적용할 경우의 유용한 점과 주의할 점을 함께 보여주겠다.(: DBR 134호에서는 손자병법 13편 전체를 요약해서 설명했고 DBR 109호에서는 손자병법 1편을 이미 소개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2편을 다룬다.)

 

손자병법 2편인 작전 편의 두 가지 핵심 군사전략

 

손자병법 2편의 제목은작전(作戰)’인데 여기서 작전이란 일반적으로 말하는 전장에서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를 의미한다. 손자는 1편에서 전쟁은 국가의 중대사로서 이에 대해 충분히 고찰하고 전략적 측면에서 5가지 기본요소(, , , , )를 고려해 승산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을 큰 틀에서 강조했다면 2편에서는 전쟁을 수행하기 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경제적 요소를 강조했다. 전쟁을 하려면 우선 충분한 군비와 경제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결국 국가 간 경제력의 대결이다.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장군인 몬테쿠콜리(Raimondo Montecuccoli)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째 필요한 것도 돈이고, 둘째도 돈이고, 셋째도 돈이다라고 말하면서 충분한 전쟁비용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군사전략을 수립하기 전 군수와 전쟁비용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하고 이것이 바로 작전 편이 군사전략의 총론인 제1편 다음으로 나온 이유다.

 

전쟁을 수행할 때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승리를 통해 얻은 이익도 중요하지만 이익에 비해서 잃은 것이 훨씬 크다면 승리의 의미가 퇴색된다. 따라서 전쟁의 승리만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승리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전쟁의 경제적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손자는 두 가지 군사전략을 제시했다. 첫째는 속승(速勝)전략, 즉 전쟁을 가능하면 빨리 끝내는 것이다. 둘째는 적지에서의 현지 조달전략, 즉 적국의 물자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전략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전략 1: 속승전략.손자는용병은 다소 미흡해 보이더라도 속전속결해야 한다는 것을 듣기는 했어도 교묘하게 오래 끌어야 한다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兵聞拙速, 未睹巧之久也)”라고 했다. 전쟁을 오래 끌면 여러 가지 폐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졸속(拙速)이 교구(巧久)보다 낫다는 뜻인데 손자의 깊은 경륜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빠르게 하는 것보다 완벽하게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할지 모르나 손자는 완벽을 추구한다고 시간을 너무 끌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약간 모자란 듯해도 속도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첫째, 전쟁이 장기화되면 국가의 재정이 크게 소모된다. 손자는 10만 대군을 동원하는 데 하루에 무려 천금이 소요된다고 했다. 전쟁을 시작하고 빨리 끝내지 못하면 각종 무기와 장비를 수리하고 정비하는 데 막대한 국가 재정을 소모하게 된다. 이러한 막대한 전쟁비용은 작은 나라뿐만 아니라 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큰 나라도 오랫동안 감수하기 어렵다. 둘째, 군대가 장기적으로 전쟁을 하면 병사들이 피로해지고 사기가 떨어지며 군사력이 크게 소모된다. 셋째, 전쟁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백성들의 부담이 늘어난다. 국가의 재정이 바닥나면 전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조세와 부역을 늘려 백성들이 힘들어 진다. 따라서 백성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민중의 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 넷째, 군대의 전투력이 소진되고 국가의 재정이 고갈되면 주변 제후들이 빈틈을 타서 반란을 일으킬 위협이 커진다.

 

손자의 속승전략은 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병력이 강한 공격자의 경우에 적합하지만 병력이 약하고 방어를 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군대는 현실적으로 전쟁을 빨리 끝내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 속승전략보다는 거꾸로 전쟁을 오래 끄는 지구(持久)전략을 택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자신의 군사력을 점차 강화하는 반면 적을 괴롭혀 상대방의 힘을 소모시켜 반격할 적절한 시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쟁과 제2차 중·일전쟁에서 호찌민과 마오쩌둥은 유격전을 벌이면서 전쟁기간을 오래 끌어 적군의 힘을 소모시켜 승리를 이룬 대표적인 사례다.

 

전략 2: 적지에서의 현지조달 전략.손자는용병을 잘하는 사람은 전쟁을 위해 군역을 부과함에 있어 군대를 두 번 동원하지 않고 양식은 세 번 싣지 않는다. 군사장비는 본국으로부터 마련하되 식량은 적으로부터 탈취해 사용한다(善用兵者, 役不再籍, 糧不三載; 取用於國, 因糧於敵)”라고 했다. 무기 같은 군사장비는 한 번 갖추면 반복 사용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휴대도 편하다. 또한 병사들은 전쟁 전 훈련을 통해 무기사용법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따라서 군사장비는 본국에 의존하는 것이 좋다. 물론 전장에서 적군의 것을 빼앗아 사용할 수도 있지만 활용할 수 있는 양과 규모는 제한돼 있다.

 

반면, 식량은 반복해 쓸 수 없는 일회성의 특성을 가지기에 소모량이 클 뿐만 아니라 전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서 지속적인 보급이 중요하다. 특히 손자 시대에는 원거리 수송수단과 도로시스템이 낙후해 식량이 대부분 수송과정에서 소모돼 장거리 보급이 매우 어려웠다. 손자는적의 식량 1종을 (빼앗아) 먹는 것은 나의 식량 20종에 해당한다(食敵一鐘, 當吾二十鐘)”라고 했다. 19종은 길에서 소모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거리 수송에 투입되는 자원을 절약하고 백성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빠른 행군을 위해서 식량은 적지에서 조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식량 외에 손자는 다른 물자도 적으로부터 탈취해 사용할 수 있고 심지어 포로로 잡힌 적병도 선도해 아군의 병사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병사들의 사기를 불러일으키고 적의 물자를 적극적으로 탈취하기 위해 충분한 물질적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손자는 주장했다. 보상이 충분하지 않으면 병사들은 앞장서 싸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손자는 전쟁을 통해 전쟁에 필요한 것을 조달하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같이 적군의 물자와 병사를 역이용해 아군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을 손자는적을 이길수록 내가 더욱 강해지는 법(勝敵而益?)’이라고 했다.

 

1812년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서 실패한 이유

 

앞서 설명한 손자의 두 가지 군사전략이 1812년 나폴레옹 군대의 러시아 원정에서 실패한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사람들은 흔히 나폴레옹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를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 날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812년 러시아의 겨울은 평소보다 오히려 따뜻했기 때문에 날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근본적인 이유는 손자가 제시한속승적지에서의 자원 조달이라는 두 가지 전략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선 첫 번째 전략인속승에 관해서 살펴보자. 나폴레옹은 전쟁을 단기에 끝내려고 계획했지만 러시아군이 제대로 싸우지 않고 계속 퇴각하는 바람에 전투다운 전투를 벌이지 못하고 예상 밖의 장기전에 빠져들었다. 특히 모스크바를 점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드로 1세가 항복이나 종전을 위한 협상을 하지 않아 거의 한달가량을 아무 성과 없이 보냈다. 이 때문에 나폴레옹은 손자가 제시한 첫 번째 원칙인속승전략을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전쟁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다 보니 결국 보급품이 부족해졌다. 더불어 러시아군은 초토전술(焦土戰術)을 펼쳐 들판의 곡식과 식량창고에 불을 지르고 도시를 철저히 파괴한 후 후퇴해 나폴레옹 군대가 현지에서 식량과 기타 필요한 물자를 얻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손자가 제기한 두 번째 현지 조달전략에서도 실패한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손자의 두 가지 원칙을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교묘하게 역이용해 승리를 거뒀다.

 

손자의 이 두 가지 전략은 전쟁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실제 기업경영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글의 앞부분에서 현대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사례에서 언급했지만 이를 보다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손자병법 2편의 핵심전략과 경영전략을 연결시키기 위해 이론적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손자의 이 두 가지 핵심전략은 모두 전쟁에서의 비용 최소화를 위해 제시한 방법론으로서 효율경영을 위해 개발한 분석모델인 포터의 가치사슬(value chain)과 연결할 수 있다.

포터의 가치사슬 모델

 

포터는 1980 <경쟁전략(Competitive Strategy)>이란 책에서 본원적 전략(generic strategy)을 소개했지만 기업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러한 전략들을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한 기업의 활동을 전략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몇 개의 활동들로 나눠 기업의 경쟁우위인 저원가 또는 차별화의 원천을 밝혀내기 위해 1985년에 출간된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에서 도입한 분석기법이 가치사슬이다. 기업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활동들을 경쟁자보다 더 저렴하게, 또는 더 차별화된 방법으로 수행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포터는 기업의 가치활동을 크게 주요활동(primary activities)과 지원활동(support activities) 두 가지로 나눴다. 주요활동은 직접적으로 고객에게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활동으로서 물류투입, 운영, 물류산출, 마케팅과 판매, 애프터서비스 등 다섯 가지 활동으로 구성된다. 지원활동은 직접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는 않지만 다른 활동을 보조해주는 기능을 하는 조달, 기술개발, 인적자원관리, 인프라(금융, 기획, 투자자관계) 등 네 가지 활동으로 구성된다.

 

가치사슬은 독립된 활동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연계(linkage)’로 이어진 상호의존적이며 체계적으로 이뤄진 시스템이다. , 한 활동의 수행 방식은 다른 활동의 비용이나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에는 여러 형태의 연계가 존재하는데 기업 가치사슬 내의 각 활동 간의 연계(예를 들면, 주요활동과 지원활동 간 연계), 기업 간 가치사슬의 연계(예를 들면, 공급자 가치사슬과의 연계), 그리고 소비자 가치사슬과의 연계가 있다. 기업 가치사슬 내의 활동 자체뿐만 아니라 기업 가치사슬 간의 연계도 저원가 또는 차별화의 원천이 된다. 예를 들면, 국내 부품공급자는 현대자동차와 미국으로 동반 진출해 현대자동차에 양질의 부품을 빠른 시간 내에 공급할 수 있다.

 

가치사슬 내 활동의 지리적 배치는 본국과 외국을 적절하게 배합해서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앨라배마에 공장을 세움으로써 기본 기술과 부품, 그리고 주요 경영관리인력은 본국에 의존하지만 노동조합의 세력이 강하지 않고 임금이 비교적 저렴한 노동력과 현지 정부의 지원 등 유리한 경영요소들은 현지에서 조달해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었다. , 손자가 말한 무기와 군사장비 같은 주요한 것들은 본국에서 가져오되 그 이외의 것들은 현지에서 조달하는 양면 작전을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손자병법과 포터의 가치사슬 간의 연결

 

앞 부분에서 소개한 작전 편에서의 두 가지 군사전략과 포터의 가치사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제 이 두 전략모델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결 1: 비용 발생의 원천: 경영 vs. 전쟁

 

기업의 가치사슬에서 이윤 극대화가 최종 목적이라면 전쟁에서는 이득이 되는 승리가 최종목적이 될 것이다. 경영에서 이윤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품의 원가를 절감하거나 차별화를 증진시켜 가격을 높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나 전쟁은 가치창출이 아닌 가치 파괴활동이기 때문에 승리를 통해 보다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포터는 가치사슬에서 경쟁우위의 원천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의 활동을 5개의 주요활동과 4개의 지원활동으로 구분했다. 한편 손자는무릇 전쟁을 행함에 있어서 전차 1000대와 수송차량 1000, 무장한 병사 10만을 동원하고 천 리의 먼 곳에 식량을 실어 나르게 되는 것이니 정부의 안팎에서 드는 비용과 외교사절의 접대를 위한 비용, 장비의 정비에 필요한 비용, 차량과 병력 유지에 드는 비용 등 매일 천금이 소모된다라고 하면서 여러 활동을 언급했다. 이와 같이 손자가 언급한 전쟁비용이 발생하는 분야와 포터의 가치사슬의 9가지 가치활동이 어떠한 연계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물류투입:투입요소의 구입, 저장, 운반과 관련된 활동으로서 전쟁에서는 전투를 벌이기 위해 필요한 무기, 장비, 식량 등 군수품과 병사의 보급을 가리킨다. 손자가 언급한전차 1000, 수송차량 1000, 무장한 병사 10, 천 리의 먼 곳에 식량을 실어 나르는비용이 이에 해당된다. 손자 시대에서는 운수장비와 시스템이 낙후해 장거리 운반을 하기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므로 손자는 군역을 두 번 일으키지 않고 식량은 세 번 나르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 전쟁은 단번에 끝내야 한다는 의미다.

 

운영:투입요소를 최종제품으로 만드는 활동이다.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자와 대결하고 소비자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 좋은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쟁에서는 군대가 적군과 맞서 싸워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무기와 장비의 사용법을 익히는 훈련과 교육 활동으로 연계할 수 있다.

 

물류산출:제품을 소비자에게 유통하기 위해 보관과 배치에 관련된 활동으로서 전쟁에서는 적과 효율적으로 싸우기 위해 일정한 형()에 따라 군대를 배치하는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손자는 작전을 전개하기 전에 적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형을 만드는 것이 적에게 패하지 않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했다.

 

마케팅과 판매:마케팅은 소비자의 제품구입을 촉진하는 활동으로서 전쟁에서 세(, 기세를 의미함)를 조성하는 것과 연결할 수 있다. 경영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소비자의 심리적 상태를 연구·분석해 그들의 구매 행태를 자극하는 것과 같이 전쟁에서는를 만들어 병사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낸다. 한편, 경영에서의 판매활동은 판매원 및 판매량 할당, 가격설정 등의 활동으로서 전쟁에서는 전장에서 적절한 군대할당 및 작전으로 적군과 직접 맞서 싸우는 활동으로 연관 지을 수 있다.

 

애프터서비스:기업에서는 제품가치를 유지,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이고 전쟁에서는 전차, 무기 등을 수리하고 정비하는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손자는 전쟁에서 장비의 정비, 차량과 병력의 유지에 드는 비용이 정부 재력의 10분의 6을 써야 할 정도에 이른다고 했다.

 

인프라:경영에서는 일반관리, 기획업무, 재무관리, 회계 등의 활동을 가리키는데 전쟁에서는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군대의 행정, 재정 및 군사제도 등과 연결할 수 있다. 외교사절의 접대 비용을 포함한 조정에서 소비되는 모든 비용이 이에 해당된다.

 

인적자원관리:경영에서는 채용, 훈련, 교육, 보상 등 인사관리의 제반 활동이고 전쟁에서는 병사의 보상 및 관리체계로 볼 수 있다. 손자는 전쟁에서 자국 병사의 관리뿐 아니라 포로로 잡힌 적의 병사를 적극적으로 개도해 아군으로 만들어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인적자원관리를 특히 강조했다.

 

조달:가치사슬의 전반적인 활동에 사용된 투입요소(, 원재료, 실험실 시설, 사무기기, 건물 등)를 구매하는 기능과 관련된 경영활동을 가리킨다. 이와 관련해서 손자는 전쟁에서 무기장비와 식량의 조달에 관한 방법을 제시했는데 무기는 본국에서 마련한 것을 사용하고 식량은 적으로부터 탈취해 사용한다고 했다.

 

경영에서의 주요활동이 직접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고, 지원활동은 이를 보조하는 활동이라면 전쟁에서의 주요활동은 전쟁수행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활동이고, 지원활동은 이를 보조하는 활동이다. 가치사슬 9개 활동 중 기술개발을 제외하고 나머지 활동은 모두 손자병법에서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그림 1) 손자가 기술개발에 대해서는 특히 강조하지 않은 이유는 기술의 발전이 무기체계와 전쟁 전략에 있어서 당시에는 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손자는 기술개발 대신 간첩의 역할을 강조했다. 손자는 13편에서 용간은 적의 의도, 능력, 상태를 파악하는 데 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용간에 드는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용간의 보상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연결 2: 속승전략 vs. 가치창출의 연계성

 

손자의 전쟁비용을 줄이는 속승전략을 가치사슬의 연계성과 연결할 수 있다. 손자는 시간을 전쟁에서 비용절감의 중요한 요소로 봤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전쟁에 드는 물자와 비용만 늘어나고 여러 가지 폐해가 생겨 국가에 이롭지 않다고 했다. 따라서 전쟁 기간을 줄여 가급적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시간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법은 경영에서의 가치사슬을 활용하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포터는 가치사슬의 각 활동은 서로 분리된 활동이 아니라 연결되고 의존되는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했다. 따라서 기업 전반 활동의 시간단축은 활동 간의 유기적인 연계 없이는 달성하기 힘들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에서 도입한 JIT(Just-in-Time)가 좋은 예인데 이는 제조공정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재료와 부품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양만큼 만들거나 운반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각 관련 부문 간의 원활하고 체계적인 연계가 필요하다.

 

속승전략은 전쟁기간을 무조건 줄여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만 경영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면, 새로운 설비 또는 전자시스템 도입의 경우 초기에는 종업원들이 이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면 원가절감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영은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 거래활동으로서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에 따라 초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가치활동의 원가를 줄이고 차별화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쟁과 다르다.

연결 3: 적지에서의 현지조달 vs. 가치활동의 지리적 배치

 

손자가 주장하는 적지에서의 현지 조달 전략은 포터가 말하는 가치활동의 지리적 배치 전략과 연결시킬 수 있다. 손자는 보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기와 장비는 본국에서 마련한 것을 사용하고 식량은 적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전쟁에서 포획한 적군 병사와 물자도 모두 아군의 군사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경영에서도 기업의 경쟁우위에 따라 가치사슬 내의 활동을 어느 지역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경쟁우위의 창출에 크게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한국보다 미국 앨라배마의 노동력이 더 저렴하고 생산성이 더 높기 때문에 앨라배마에 조립공장을 세워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또한 미국 소비자의 요구조건과 디자인 성향을 맞추기 위해 현대자동차는 캘리포니아 어바인(Irvine) 시에디자인 및 기술센터를 설립했다. 어바인 시를 비롯한 남가주 지역은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의 디자인센터가 집중된 곳으로서 현지 디자인 센터의 설립은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기술개발 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의 작전은 적군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윈윈이 아닌 제로섬이지만 경영에서의 제휴는 쌍방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어야 성사가 가능하고 또한 오래 유지된다. 예를 들면, 앨라배마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은 현대자동차를 유치함으로써 현지 소득 상승,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등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역할 덕분에 앨라배마가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경영전략에 대한 시사점

 

이상의 분석을 통해 <손자병법>을 실제로 경영에 적용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측면에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경영전략에 적용 가능한 부분.포터의 가치사슬에서 기술개발을 제외한 나머지 8가지 활동은 모두 <손자병법>의 군사전략과 연결할 수 있다. 또한 손자의 속승전략은 포터 가치사슬의 효율적 연계성과 관련이 깊고 적국의 현지 조달 전략은 가치활동의 지리적 배치와 관련 지을 수 있다. 포터의 가치사슬과 관련 지을 때 <손자병법>의 특징은 가치사슬 내 각 활동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보다 활동 간의 연계 또는 다른 가치사슬과의 연계를 강조한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식량의 경우 자체 조달보다 적국의 식량을 빼앗아 활용함으로써 가치사슬 전체의 속도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시사점으로 기업은 가치활동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의 서로 다른 활동들의 유기적인 연계성을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하고, 또한 국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가치활동은 가장 적절한 국외 지역에 배치해 현지화를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둘째, 경영에 적용할 수 없는 부분.손자의승적이익강은 적을 약화시키면서 아군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인데 경영의 가치창출이라는 본질에 어긋나기 때문에 경영에서는 적용할 수 없다. 또한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에서 러시아가 프랑스군이 자국의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초토전술을 펼치는 것도 역시 경영에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일방적인 자원약탈(unilateral exploitation)이나 상호파괴(mutual destruction)와 같이 가치창출에 역행하는 전략은 기업의 건전한 발전과 산업 전체의 건강한 경쟁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 경영에서는 받아들여 질 수 없는 전략이다.

 

셋째, 경영의 독특한 본질 때문에 군사전략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가치파괴성을 가진 전쟁에서는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치창출의 특성을 가진 경영은 비용을 줄이는 방법 외에 차별화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전쟁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늘어나고 이익이 줄어들지만 경영은 학습효과의 영향을 받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이익이(비용절감과 차별화를 통해) 늘어날 수 있다. 손자의 시대에서는 기술발전이 미미해 기술우위를 기반으로 하는 차별화 전략보다는 속도를 높여 비용을 절감하는 저원가 전략을 특히 강조하고 있지만 차별화 전략과 저원가 전략을 모두 중요시하는 현대 경영에서는 손자의 전략을 더욱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할 것이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