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Education:장강상학원(CKGSB) 샹빙(項兵) 학장 인터뷰

“비효율적 만리장성이 지금은 중국상징! 경영과 정치, 긴 시각에서 보자”

130호 (2013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임승희(서강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홍콩의 거부 리카싱이 2002년 베이징에 설립한 장강상학원(長江商學院·CKGSB·Cheung Kong Graduate School of Business)은 중국 내에서 최고경영자과정(EMBA)으로 유명한 학교다. 세계 최대 e커머스 회사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을 비롯해 Sinopec, 칭다오맥주 등 중국 대표기업들의 창업자와 최고경영자들을 배출했다. 학교 측 추산에 따르면 이 학교 졸업생이 CEO나 회장으로 있는 회사들의 매출 총합은 2011년 기준 약 1조 달러로 중국 전체 GDP 13.7%에 달했다.

 

샹빙(項兵) 학장을 서울에서 만나 글로벌 경영환경과 장강상학원의 철학에 대해 물었다.

 

서구의 경영대학원들과 차별되는 장강상학원 글로벌 EMBA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지난 10년간은 중국 관련 주제에 집중해 연구해왔다. 첫째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방법이다. 서양 학교들은 중국의 가족경영이나 국영기업 경영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두 번째 주제는 중국의 변화가 전 세계에 가져올 파급 효과였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 기업이라도 중국이 자신들의 산업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이런 주제만 다루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대학원이 되려면 중국을 넘어서는 더 큰 주제를 봐야 한다. 그중 하나는 (여러 계층을 아우르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라는 주제다. 또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 역시 우리의 관심사다. 전통 유교사상에서는 인간과 하늘은 하나로 통한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시작한 서양의 사상은 인간이 만물의 중심이다. 서양에서는 인간이 자원을 소비하는 주체이므로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주제들은 경영학보다는 주로 경제학이나 인문학에서 다뤄왔다.

 

우리는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갖고 포괄적 성장에 기여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나는 이미 2004년에 장강상학원에 인문학 수업을 개설했다. 경영대학원으로는 세계 최초일지도 모른다. 인문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로 경영과 정치 시스템을 함께 장기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다. 현대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매우 근시안적이다. 역사 속 중국을 예로 들자.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만들기 위해 10년간 매년 100만 명의 사람을 동원했다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 만든 벽이 막상 국가 방위에는 별 쓸모가 없었다. 그러니 만리장성 프로젝트는 돈 낭비였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 만리장성은 중국 문명의 상징이 됐다. 장성을 쌓은 것이 아주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었던 거다. 영국에 홍콩을 양도했던 것도 좋은 사례다. 1840년대 아편전쟁에서 패배하면서 홍콩을 빼앗겼다. 하지만 이후 홍콩은 중국의 개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또 앞으로도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이자 정보의 유통창구로서 중국의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니 이것도 이제 와서 보면 나쁜 일이 전혀 아니었다.

 

이렇게 중국은 오랜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다. 우리는 300여 개의 왕조를 겪으며 흥망성쇠의 사이클을 몇 번씩이나 경험해온 반면 미국은 지금에서야 첫 번째 사이클을 가고 있을 뿐이다. 장강상학원은 학생들이 경영뿐 아니라 정치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도 장기적인 관점을, 이윤추구 이외의 관점을 지니기를 바란다. 이것이 내가 인류학 수업을 커리큘럼에 넣은 이유다. 올해 하버드비즈니스스쿨도 MBA 과정에 인문학을 도입했다.

 

지리(Geely)와 볼보, 레노보와 IBM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기업들은 국제 인수합병을 잘해내고 있는 것 같다.

 

지리의 볼보 인수는 성공을 논하기에 다소 이르다. 레노보의 경우는 나도 그렇게 잘할 줄 몰랐다. 중국에서 경영을 잘하는 기업 중 하나다. 이미 여러 번의 경기 사이클을 거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놀라운 성공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사람을 중시하는 동양적 사상과 서양의 핵심성과지표(KPI) 방식을 잘 결합시켰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느 나라 기업이, 어느 나라 기업을 인수하느냐 하는 게 아니다. 핵심은 세계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 세계 어디에서든 필요한 자원을 끌어올 수 있는 레버리지 능력이다. 이제는 글로벌 경쟁에서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 경쟁할 때도 글로벌 경영 자원을 잘 사용해야 한다. 중국에서 붕대를 판매하는 윈난(Yunnan)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중국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인 존슨앤존슨과 경쟁해야 했다. 그래서 독일 기업으로부터 포장재를, 일본 기업으로부터 포장 기술을 배워왔으며 미국에서 연구개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경쟁하더라도 경영 자원은 세계적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파트너십을 맺을 때 중국 기업이 기술만 빼가지 않을까 걱정하곤 한다.

 

그런 걱정은 한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에 투자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다. 하지만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둬왔다. 다른 개발도상국 시장과 비교해보라. 혹시 인도에서 크게 성공했다는 외국 기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 하나라도 찾아보라.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중국에 집중되는 것은 중국이 외국인 투자에 있어서 가장 국제화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어떤 특정 경영 모델이 지배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다. 한국에서는 한국식 경영 모델이 지배하고, 일본에선 일본식 모델이, 미국에선 미국식 모델이, 독일의 경우에는 독일식 경영 모델이 지배한다. 하지만 중국에선 삼성, 도요타, 폴크스바겐, GM이 전부 자기들 방식대로 잘하고 있다. 중국 월마트에 가보면 중국 제품은 거의 없다.

 

중국의 개방성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서양 언론에 의해 과소평가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인들 스스로도 중국의 개방성을 과소평가한다. 중국 기업인들은 그저 소리 없이, 설명 없이 조용히 돈만 벌고 있다.

 

중국의 경제에서 공기업들은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 또 세계화와 혁신을 꿈꾸는 한국의 공기업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서양은 중국을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 국가로 간주한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중국의 경제적 성공의 핵심 요인은 비국가자본주의(non-state capitalism). 일자리의 80%는 민간 부문에 있으며 새로운 일자리의 90% 이상이 민간 부문에서 나온다. GDP에 대한 기여도 작년에 이미 70%를 넘어섰다. 그러니까 중국은 국가자본주의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국가자본주의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좋은 설명이다. 중국은 예전부터 공기업과 해외투자기업들을 우선하고 자국의 민간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차별해왔다. 따라서 민간기업들은 정부의 차별을 이겨낼 수 있는 전략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중국 경제는 정부의 거창한 계획 때문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중국인들의 기업가정신 때문에 성공했다고 나는 믿는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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